고이즈미의 한국 잠룡님 전 상서(前 上書)

고이즈미의 한국 잠룡님 전 상서(前 上書) <3> 본문듣기

아무에게도 빚을 지지 말라, 국민에게만 빚을 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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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7년08월08일 12시23분
  • 최종수정 2017년08월08일 12시23분

작성자

  • 김정수
  • 무역협회 경제통상자문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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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블 붕괴 후 ‘잃어버린 25년’ 중에 딱 한번 일본경제가 빛을 발한 때가 있었다. 거센 당내 저항을 극복하고 5년 5개월의 총체적 구조개혁으로 일본을 다시 일어서게 한 고이즈미 내각(2001~2006년) 때가 바로 그 때였다. 저성장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한 채 개혁 리더십의 위기를 맞고 있는 한국의 장래를 자기에게 맡겨달라는 잠룡들에게, 고이즈미가 편지로 전하는 충언을 한번 들어보자.    ​

 

 

<편지 2> 아무에게도 빚을 지지 말라, 국민에게만 빚을 져라

 

정치를 하게 되든 관료를 하게 되든 남에게 빚을 지지 말라. 누구에게든 돈이든 표이든 직위이든 아무것도 빚을 지지 말라.

 

정치인으로서 당 총재나 당 대표로 선출될 때, 파벌 등 일정한 파워그룹의 도움을 받지 말라. 그런 도움을 받으면 당이 국가 최고 권위의 직에 임하기도 전에, 그들은 그 세를 갚을 것을 요구할 것이다. 인수위원회 구성에서부터 시작해, 내각 인사, 당 집행부 인사를 ‘이리 해라, 저리 해라’ 등 자기네의 요구 사항을 늘어놓기 시작할 것이다. 그들이 수하처럼 부리는 인물로 당의 내각을 꾸미려는 것이다. 

집권 과정에 당 안팎의 정치세력의 도움을 받고 나면, 집권 첫 달부터 그들은 ‘이 정책을 펴라, 저 정책은 펴지 마라’며 ‘콩 놔라 팥 놔라’ 정책 충언을 빙자한 간섭을 밥 먹듯 할 것이다. 그들이 원하지 않는 정책, 그들의 이해에 반하는 구조개혁 같은 정책은 첫 걸음조차 뗄 수 없게 된다.

 

설사 당이 내각과 당 집행부를 당 입맛에 맞게 구성한다 하더라도, 당의 선출이 그들의 협조나 정치세력 간의 타협의 산물이라면, 당이나 당의 언행 또는 정국운용이나 정책 추진이 그들의 의향에 맞지 않거나 이해에 반하는 순간, 정치세력들은 당을 옹립했던 바로 그 밀실타협으로 당을 서둘러 축출할 것이다.

 

정치를 하는 사람이면 특히 이익단체나 지방조직 또는 기업에 세 지는 것을 극구 자제하라. 그들에게 빚을 지는 것은, 나라살림을 그들에게 맡기겠다고 선언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당의 집권에 기득권 세력의 도움이 결정적이었다면, 그 ‘도움을 받는 것’은 정치권-관료-이익집단 간의 ‘철의 삼각형’, 그 부패와 비효율의 먹이사슬을 용인하겠다고 의사표시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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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당이 새 공공사업이나 정책을 새로 결정하거나 기존 사업이나 정책을 바꾸려 할 때, ‘그때의 빚’을 갚으라고 나타날 것이다. 당이 그들의 의향대로, 이해대로 움직이라는 얘기다. 당이 그들의 요구를 거부하면, 언제인지 날짜만 정해지지 않았을 뿐 조기 퇴임은 정해진 바나 진배없다. 그들의 힘으로 국가 최고 지도자를 만들었으니, 그들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그를 갈아치우는 것은 그들의 당연한 권리이다. 그들에게 빚을 지는 것은, 당 스스로 그들에게 포획되려고 제 발로 그들 수중으로 걸어 들어가는 짓이다.

 

이 빚을 지려면 국민에게 빚을 져라. 국민에 대한 빚은 다름이 아니라, 그들이 공감하고 지지한 당의 비전과 념, 당이 추구하는 정책이다. 국민에게 진 빚은 당이 국민 덕분에 최고 지도자가 되었을 때 당 스스로를 다그치는 동력이 될 것이다. 그래서 국민에 대한 빚은 많고 클수록 좋다. 국민에 대한 그 빚을 그 정책을 추진하고 그 비전을 실현하는 것으로 갚으면 된다. 아니, 국민에 대한 빚은 당의 정책 추진과 비전 실현으로만 갚아야 한다. 당을 믿어주고 따라주고 지지해 준 국민에게는 그것이 보람이다. 

 

나는 ‘자민당이 바뀌지 않으면 자민당을 부수겠다’고 국민에게 약속하면서 구태 자민당을 버렸다. 나는 총재선거에 출마하면서 자민당의 세 가지 집표 도구, 즉 파벌・당내조직・표밭을 버렸다. 속해 있던 파벌<모리(森)파>에서도 탈퇴했다. 중의원과 참의원 안에 나의 지지세력을 조직하거나 자민당 국회의원의 지지를 구걸하지 않았다. 그리고 자민당의 집표 기계(political machine)인 공기업 특히 우정사업을 분할·민영화할 것을 나의 공약으로 삼았다. 그 무엇보다, 자민당의 표밭인 지방에 대한 공공사업 등 정부지출 억제를 공언했다.

 

총재선거에 나서면서 그런 모든 인연을 끊어버린 이유는 딱 하나였다. 빚을 지지 않기 위해서였고 부패의 족쇄에 묶이지 않기 위해서였다. 빚을 지지 않음으로써 파벌, 특정 이익단체와 부문의 이해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오로지 국민과 국가만을 위한 일본 총리가 되기 위해서였다.<ifs POST>​ 

 

 <순서>

 

왜 지금 개혁의 리더십인가?

 

제 1부 제대로 된 잠룡이라면

 

제 2부 대권을 잡고 나면: 개혁의 무대는 이렇게 꾸며라

 

제 3부 모두를 개혁에 동참시켜라

 

제 4부 논란이 많은 개혁과제를 택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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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7년08월08일 12시23분
  • 최종수정 2018년11월02일 11시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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