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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 영혼의 경제학 여정(旅程) <​14>경제학 이론, 계량 모델 그리고 외생변수(外生變數.)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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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2년04월02일 17시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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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상만 보지 말고 구조를 살펴라”

 

지도교수인 John POWER 교수가 나에게 자주 강조했던 조언이었다.

그는 아시아, 아프리카 나라들의 경제를 현장에서 보고 연구한 Development Economics 전문 경제학자였다. 그의 이런 조언은 각국의 역사, 문화, 체재, 인구구성, 경제발전 단계 등에 차이 때문에, 특정 경제이론을 모든 나라에 동일한 방법으로 적용할 수 없음을 체득(體得)한 결과로 느꼈다.

 

나는 그의 조언을 경제 분석의 기본으로 받아들였다.

 

“CETERIS PARIBUS” 라틴어로 표현된 이 말이 모든 경제이론의 밑바탕에 깔려있다. 경제학의 핵심 기초이론들은 이런 가정 하에서 성립한다. 만약 “CETERIS PARIBUS”로 설정한 변수들 중 하나라도 변하면 “설정된 이론”에 의한 결론이 달라진다.(CETERIS PARIBUS: ALL OTHER THINGS BEING EQUAL.)

 

예컨대, “가격이 내리면 수요량이 증가한다.”라는 수요의 법칙(LAW OF DEMAND)은 소득이 일정한 것으로 가정한다. 그런데 가격이 내리면서 동시에 소득이 감소하면 어떻게 될까? 그렇다면 어떤 상품에 대한 수요량이 급증(急增)할 때, 가격 하락 요인뿐 아니라 소득 증가 요인도 살펴보아야 한다는 뜻이다.

 

이렇게 하늘에서 떨어진 것처럼, 외부로부터 주어진 것으로 설정된 변수들을 외생변수(Exogenous variable)라고 부른다. 내생변수(Endogenous variable)가 이론의 틀 내에서 변화하고 상호 영향을 미치는 것과는 달리, 외생변수는 고정된 것으로 설정(設定)된다.

 

이 외생변수들은 그 특성에 따라 경제이론의 현실 적합성(適合性)에 영향을 미친다. 외생변수의 변동이 심하거나, 외생변수들의 내용과 구성이 다를 경우, 특정 경제이론이 갖는 의미는 관련 분석 대상의 상황에 따라 차별화되는 것이다.

 

정치인들은 “외팔이 (one armed)” 경제학자를 원한다. 그러나 주류(主流) 경제학자들은 항상 “On the one hand ~~~, but on the other hand~~”라는 표현을 쓴다. 그것은 “Other things being equal,”이라는 가정에서 “other things”가 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외생변수의 변화 가능성을 고려하면 결론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계량경제학(ECONOMETRCS)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수리 통계적 기법을 활용한다. 경제이론을 계량 모형(Economertic Model)으로 표현하면서 외생변수들을 최대한 내생변수(Endogenous Variable)로 포함하려 는 노력도 한다. 그러나 그 한계가 있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매일 일기예보에 접한다. 기상청이 사용하는 “슈퍼컴퓨터”는 엄청나게 많은 다양한 변수들을 모두 내생변수로 포함해서 기상의 변화를 추적하고 예측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 틀린다. 기상 현상과 경제 현상, 어느 경우가 더 복잡할까? 경제 예측이 자주 빗나가는 이유는?

 

Robert Heller 교수도 비슷한 차원의 문제의식을 제기하곤 했다. 국제무역의 패턴을 결정하는 전통적 비교우위론이 설정하고 있는 가정이 다국적 기업의 적극적 해외직접투자에 의해서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었다. 즉 “동일 상품의 생산 기술은 국가 간에 동일하다” 는 가정이 이제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도 “CETERIS PARIBUS”에 유의하라는 조언을 한 셈이다.

 

계량 모델을 연구하고 강의한 SNOW 교수는 이런 고민을 현실적 한계로 인정하면서도, 동일한 방법론을 동원하여, 외생변수들에 대한 다수의 가정(假定)을 수용한 다수의 모형들을 계측하여 상호 비교하면 어느 정도 그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시뮬레이션(Simulation)해서 비교하면 외생변수의 효과를 어느 정도 측정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나는 경제학도로서 가끔 자괴감(自愧感)에 빠질 때가 있었다. 한 이론을 바탕으로 계량 모형을 만들어, 키 펀칭(key punching)을 열심히 해서 컴퓨터를 돌렸는데, 결과가 일반 경제 상식과 다르게 나왔을 때 느꼈던 당혹감!

 

하와이대학 경제학과는 경제사, 제도경제학 등의 분야에 약했다. 이런 분야의 강의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쉬웠던 부분이었다. 그것을 보충해줬던 것들이 여러 단과 대학들과 EWC가 주최했던 다양한 세미나였다.

 

“서 교수님! 그렇게 주장하셔도 됩니까?”

어느 북한 관련 정치학 세미나에서 청중석의 방청객이 주제 발표를 한 서대숙 교수( 당시 하와이대, 전 연대 석좌교수)께 항의성 질문을 했다. 서대숙 교수는 당시에 북한과 북한의 정치지도자에 관한 연구 성과로 그 분야의 권위자였다. 이 힐난을 한 분은 북한의 인권 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것으로 보였다.

 

두 사람의 공개 논쟁은 몇 차례 오고 갔는데, 서로의 핵심 관점이 달랐다. 서로 자기가 강조하고 싶은 것에만 분석과 논리의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경제학도들 간의 경제 현상에 대한 분석도 유사하다고 생각했다. 외생변수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서 동일 현상도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느 분석자가 외생변수에 대해서 현실에 더 가까운 가정을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EWC는 특정 주제를 놓고 세계 여러 나라의 관계 전문가들을 초대하여 국제세미나를 자주 열었다. 산업정책이나 무역정책에 관한 모임들도 다수 있었다. 유치(幼稚) 산업론(Infant industry argument)에 관한 토론이 이런 모임에서는 항상 있었다.

 

내수 시장규모가 크고 산업발전의 선두 그룹에 속한 국가의 경제학자들은“Picking the Winners”라는 산업발전전략을 불균형성장의 폐해를 지적하며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주장했다. 반면에 국내 축적된 자본이 빈약하고 국내시장 규모가 협소한 후진국의 경제학자들은 “선택과 집중”에 바탕을 둔 산업과 무역정책의 불가피성을 주장하곤 했다. 전략산업을 육성하고 전략 수출상품을 집중적으로 지원하지 않으면 산업·무역경쟁력의 강화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 후진경제국 학자들의 논리였다.

 

나는 이런 견해의 차이는 각자가 처한 국가적 경제 상황에 따라서 자연스럽게 형성된다고 이해했다. 일정 수준의 국민소득을 이미 달성한 선진국은 현시점에서의 최적 자원배분을 추구한다. 즉 정태적 효율성(Static Efficiency)에 우선순위를 둔다. 그러나 소득수준이 낮아 경제성장이 중요한 나라의 경제학자들은

미래소득의 상승 가능성에 우선순위를 둔다. 현재의 자원배분이 최적이 아니더라도 미래소득의 상승 가능성을 보여주는 자원배분 방법이 있다면 그것을 선택하는 것이다. 즉 정태적 효율성보다는 동태적 효율성(Dynamic Efficiency)에 우선순위를 두게 되는 것이다.

 

결국 경제성장(Economic Growth)을 최적 자원배분(Optimal Resource Allocation )의 내생변수로 또는 외생변수로 보느냐에 따라 유치산업론과 불균형 성장론의 폐해(弊害)에 관한 논리도 달라지는 것이다.

 

외생변수! 경제학도들이 풀어야 할 난제(難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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