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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늘진 죽음, 독거노인 고독사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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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6년06월24일 17시33분

작성자

  • 김민지
  • 이화여대 언론정보학과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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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들이 소방관들의 업무를 체험해보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첫 방송에서 ‘창문 틈새로 쓰러진 사람이 보인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고, 그곳에는 사망한 지 꽤 되어 보이는 한 노인이 쓰러져 있었다.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아 죽음조차 발견되지 못했던 고독사 현장이었다. 충격적이고도 쓸쓸한 죽음의 형태는 갑작스럽게 드러났다.

 

독거노인… 5명 중 1명 꼴

 

이처럼 노인들의 고독사는 최근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사회 문제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더욱이 고독사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독거노인의 수는 갈수록 급증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2015년 한 해의 독거노인 수는 약 138만 명으로 전체 노인 5명 중 1명꼴이다. 이는 20년 후인 2035년에는 약 343만 명으로 현재보다 2.5배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만큼 독거노인 고독사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독거노인의 외로운 죽음은 사회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노인들이 고독사하는 경우는 점점 늘고 있지만 이에 관한 실태 조사는 한 번도 이루어진 적이 없다. 시체가 부패하고 악취가 나기 시작하면 비로소 죽음이 드러난다. 그 역시 이슈가 되지 못한 채 금방 잊혀진다.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생을 마감하는 그 순간 까지도 사회의 관심밖에 버려져 있는 셈이다.

 

아무도 관심갖지 않는 죽음, 고독사

 

고독사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무관심’이다. 배우자와 사별하거나 자식들에게 외면 받아 혼자 사는 노인들은 이렇다 할 말벗 하나 없다. 아파도 걱정해줄 사람이 없으며, 밥은 먹었는지 물어봐 줄 사람도 없다. 단지 외로움과 쓸쓸함 만이 존재할 뿐이다. 그들은 죽음을 외면 받기 전부터 철저하게 고립된 삶을 살았다.

 

경제적인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고독사 한 독거노인의 경우 80%가 경제적 빈곤에 시달리고 있었다고 한다. 실제 2011년 기준 독거노인 10명 중 4명은 최저생계비(당시 436,044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비용으로 생활하고 있었다. 또한 그 해에 조사된 노인빈곤율 지수 역시 48.6%로 OECD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노인들은 퇴직 후 일자리를 얻지 못해 경제적으로 어려운 삶을 살게 되고, 어려운 경제력은 다시 위축되고 갇힌 삶을 만든다. 생계 유지 조차 버거운 경제 사정은 사회적 활동이나 교류의 참가도 불가능하게 한다. 타인과의 사회적 관계가 완전히 단절되는 것이다. 경제적, 사회적으로 고립된 이러한 노인들의 죽음은 가스비를 받으러 온 검침원, 밀린 집세를 받으러 온 집주인에 의해 발견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고독사는 자연사로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최근에는 자살 후 발견되는 고독사의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누군가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노인들이지만 개인성향이 만연해진 사회에서 그들을 도와줄 사람은 없고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는 물론 우울증까지 깊어지게 되면서 노인들은 삶의 의욕을 잃는다. 또한 경제적인 빈곤함까지 더해진다면 삶의 희망과 욕구는 사라지고 결국은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것을 선택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즉, 고독사는 우리 사회가 만들어낸 죽음인 셈이다. 그럼에도 이를 해결하려는 노력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노인돌봄서비스’가 있지만 63세 이상의 노인들에게 한정되어 있고 이마저도 일주일에 2~3번 전화를 하거나 한 노인돌보미 당 배정된 노인들의 수가 많아 제대로 된 관리가 어려운 실정이다. 보건복지부에서는 작년 ‘독거노인 친구만들기’ 사업을 통해 또래와의 교류를 활성화 시키고 노인들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주고자 했으나 사업 범위가 좁고 내성적인 노인들도 있어 여전히 혜택을 받지 못하는 노인들이 더 많다.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일본에는 ‘고독사 보험’이라는 게 있다고 한다. 최근 인기있는 보험상품 중의 하나다. 방 하나당 월 300~500엔으로 시신 처리, 집 청소, 유품 정리까지 모두 해주는 서비스이다. 홀로 사는 노인들이 고독사할 경우를 대비해 만들어졌다. 우리나라에도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조금씩 들려오고 있다. 자신의 쓸쓸한 죽음마저 스스로 준비해야 하는 현실이 무척이나 씁쓸하다.

 

우리나라 노인들이 자주 하는 말이 있다. ‘늙으면 죽어야지.’ 자식에게 폐 끼치지 않겠다는 의미로 쓰던 이 말은 이제 쓸모 없는 자신들을 자책하는 말이 되어버렸다. 오로지 자신만을 생각하는 팍팍한 사회 속에서 가족, 친구, 돈 어느 것 하나 가지고 있지 못하는 노인들은 이제는 죽음도 환영 받지 못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들의 서글픈 죽음을 위로해줄 수 있는 국가와 시민의 역할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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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6년06월24일 17시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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