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산에서 바라본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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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협의 박물관 이야기 <39> 우즈베키스탄 응용 미술 박물관 (Uzbekistan State Museum of Applied Art)…타슈켄트의 작은 보석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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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1년07월18일 09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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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협
  • 전남대학교 인류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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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베키스탄 여행의 색깔은 푸른색이었다.

14세기 중앙아시아 실크로드의 한복판에 당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 사마르칸트를 건설했던 티무르는, 전쟁에서 승리하면 그곳의 유명 예술가와 건축가를 데려와, 그가 좋아했던 하늘을 상징하는 푸른색의 벽돌을 구워 모스크와 메드레세를 세우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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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오늘날 그곳을 방문하는 여행객은 해 질 무렵 붉게 물든 하늘을 배경으로 더욱 찬란하게 빛나는 청록색의 돔을 응시하며 표현하기 어려운 감흥을 누린다. 확실히 우즈베키스탄 건축물에서 청, , 백색의 채유 벽돌과 이슬람식 타일이 만들어내는 기하학적 문양의 조화는 미적 감수성을 깊게 파고드는 그 무엇이 있다.

 

도시 전체가 문화재인 사마르칸트와는 달리 우즈베키스탄의 수도 타슈켄트는 1966년 도시의 70%가 지진으로 파괴되어 새롭게 건설되었기에 현지 인사에게 한정된 체류 기간에 인류학도가 필히 방문할만한 곳을 여쭈었다. 타슈켄트는 튀르크어로 돌(Tash)의 도시(Kent)라는 뜻인데, 실제로 타슈켄트는 보석공예 같은 돌 공예로 유명했던 곳이다. 그래서 반 농담조로 타슈켄트의 보석 같은 곳이 어디냐 물었더니, 소개한 곳이 <응용 미술 박물관>이다. 전시내용도 그렇거니와 건물 자체가 보석이라고 했다.

 

찾아간 응용 미술 박물관은 국립이라는 수식어에 걸맞지 않게 한적한 주택가에 자리한 그리 크지 않은 단층건물이었다. 일명 "Polovtsev House"로 불리는 이 건물은 우즈베키스탄이 러시아의 통치 아래에 있던 1907, 러시아의 사업가이자 외교관이었던 Alexander Polovtsev가 집을 사들여 당대 최고의 건축가와 장식예술가들을 동원하여 개축하여 아름답게 재탄생했다고 한다.

 

그러나 정작 Polovtsev는 이내 소환되어 그 집에서 살지 못했고, 러시아 혁명과 제1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건물의 소유권이 정부로 넘어와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던 것을 1937년에 이르러 박물관으로 지정하게 되었다. 1937년 정부는 이곳을 공예박물관(Museum of Handicraft Art)으로 지정한 것이다. 그 후 1997년 공예박물관은 다시 <우즈베키스탄 응용 미술 박물관>으로 이름을 바꿔 오늘에 이르렀다.

 

응용 미술 박물관은 전시된 공예품은 물론이고, 건물 자체가 공예품이었다. 우선 건물로 들어가는 문에 새겨진 세밀하고 복잡한 문양이 예술이었다. 또한, 벽면과 기둥, 그리고 천장 부위에 설화석고를 사용해 완성한 우즈베키스탄 특유의 장식 조각들은 이곳이 세계문명사에서 말하는 동양 건축의 오랜 전통을 고스란히 간직한 귀한 장소임을 말해주었다. 나무와 채유 벽돌과 이슬람식 타일을 적절히 배합하여 완성한 이 아름다운 건축물을 응용 미술 박물관으로 거듭나게 한 발상이 좋아 보였다. 세계에 자랑할 우즈베키스탄의 값진 공예품들을 보여주는 장소로 지극히 이상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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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의 전시 품목은 우즈베키스탄이 자랑하는 전통 공예품들로 순수 장식품에서 응용 용품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해 예술과 생활 사이를 넘나들었다. 이는 짐작건대 우즈베키스탄의 우수한 전통공예가 그저 과거의 유산으로만 남아있지 않고 현실 생활에도 여전히 적용되며, 더 나아가 미래로의 도약을 바라는 의도가 배어있을 터이다. 주택가에 자리해 소박한 모습인 <우즈베키스탄 응용 미술 박물관>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나에게 우즈베키스탄의 보석을 만나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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