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산에서 바라본 세계
국가의 미래를 향한 첫 걸음
※ 여기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공식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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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표는 엔비디아 같은 AI기업을 만들고 국민 지분 30%를 확보하면 세금을 많이 걷지 않아도 자신이 꿈꾸는 기본사회를 구축할 수 있다 했다. 국민의 힘에서 ‘사회주의적 발상이다’ ‘황당한 공상소설이다’고 반격하니 상상력이 부족하고 엉터리 반격에 고맙다고 재 반박 했다. 민주당에서는 AI강국위원회라고 띄우며 이재명의 구상을 뒷받침하기 위해 한국판 국부펀드 50조원을 조성한다는 구상을 발표했다.
AI를 중요한 시대적 화두로 선점한 이재명의 꿈이 실현 가능한지 아무 말이나 던지는 것인지 짚어 보려 한다. 실현 가능성이 있으면 그가 밝히듯이 지도자로서의 중요한 자질인 상상력이 있는 것이고 논리적으로나 여러 가지 판단에 비추어 애초에 실현 가능성과 거리가 멀면 엉터리일 뿐 아니라 몽상(夢想)이다.
우선 삼성과 비교하며 꿈의 기업으로 생각하는 엔비디아를 살펴보려 한다. 그 규모는 엔비디아 시가총액이 4,500조원으로 삼성의 15배에 달하고, 연간이익이 120조원 정도로 삼성의 5배에 달한다. 이재명대표가 말하는 대로 엔비디아의 연간 이익 120조원의 30%인 30~40조원은 현금으로 배당해 투자자에게 돌려줄 돈이 아니다. 삼성만 해도 연간이익 20조원인데 향후 5년간 반도체에 133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결국 이익이 회사를 계속 발전시켜가기 위한 투자에 재투입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회사에 국가가 지분을 투자했더라도 배당 받아 기본사회 구축에 활용하기는 어렵다.
또 이런 기업을 세워 기본사회 구상에 활용한다 해도 요원한 일이다. 두 회사가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게 아니라 양사 공히 30여년 이상 반도체 투자를 지속하며 성장해 온 기업이다. 성공에 성공을 거듭하며 세계 최고의 기업이 되는데 30년의 세월이 걸린 것이다. 더구나 우리나라의 최고의 기업인 삼성보다 시가총액 15배, 이익 5배에 달하는 기업을 키우는 것이 얼마나 어려울지 짐작하고 남는다.
이런 꿈을 달성하기 위해 국부펀드를 조성한다고 한다. K-엔비디아를 키우기 위해 조성한 펀드를 점쟁이처럼 성공 가능한 기업 하나를 콕 집어 투자할 수 없다. 그래서 나름 펀드 운영 전문가들이 창업 기업들을 선택해 분산해 투자하는 것이다. 미국같이 벤처 기업을 위한 환경이 좋은 나라에서도 15% 정도이면 성공적인 펀드 운영으로 본다. 우리 국민연금이 1,200조 남짓 기금을 운영하며 해외 증시 호조와 환율 효과에 의해 2024년 15%의 수익률을 달성해 역대 최고 기록을 달성했다. 그러나 최고 전문가들에 의해 기금 운영한 결과 1988년부터 2024년까지의 평균 수익률이 6.82%에 불과하다. 그만큼 개인 뿐 아니라 기관의 투자 수익률 달성이 어려운 것이다. 따라서 국부펀드를 조성한다 해도 펀드 운영비용을 다 제하고 그 수익률로 기본사회 달성에 활용할 자금을 확보하는 건 불가능하다. 더군다나 연금처럼 금융에 대한 투자가 아니라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로 수익을 얻기는 우리의 벤처 환경에서는 더 어려운 일이다.
소프트뱅크의 비전펀드는 1,000억 달러 이상의 규모로 주로 AI, 로보틱스 등 전세계의 혁신 기술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알리바바에 초창기에 2억5천만 달러를 투자해 240배의 수익률을 달성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21년 3분기 실적을 45억달러로 발표하였는가 하면 2020년에는 180억달러의 손실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렇듯 손정의 같은 최고의 벤처투자가가 수십 년의 안목으로 세계를 대상으로 투자를 해도 쉬운 일이 아니다.
50조원의 국부펀드를 조성해 이재명이 꿈꾸는 기본사회를 위한 수익을 해마다 달성할 수 있다면 이재명은 세계 최고의 투자가가 될 것이다. 더구나 국내의 벤처 환경이 열악해 초기 투자가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국민연금조차도 해외 투자에서 대부분의 수익을 달성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는 벤처 기업이 마음껏 자유롭게 일하며 클 수 있는 환경이 아니며, 투자가들이 국내의 벤처기업 중 대박이 터질 것 같은 기업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
정치인들은 공공에서 펀드를 운영 해 수익을 낼 생각을 할 것이 아니라 시장에서 창의적인 기업 활동이 활성화 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드는 일을 해야 한다. 그 것이 그들의 역할이다. 주52시간제 고집하고 타다법 만드는 주제에 무슨 국부펀드를 만든다 하고, 유니콘기업 100개 만든다 하고, K-엔비디아를 만든다 하는가.
이재명은 민간의 전문가들이 해도 쉽지 않은 일을 공공에서 직접 하겠다는 병이 있다. 정치인은 기계(민간)가 잘 돌아가게 하는 기름(법,제도)을 치고 막힌 혈(규제)를 뚫는 일에 매진해야 한다. 국내의 열악한 벤처 생태계로는 펀드를 만들어도 공공의 비효율성, 비전문성으로 손정의 씨가 하는 것처럼 초기에 찾아내 이런 큰 기업을 키울 수도 없다.
기왕에 펀드를 만든다면 허황되게 투자 수익으로 기본사회 구축에 활용하겠다 할 것이 아니라 민간에서 수익성 부족으로 혁신창업 기업에 대한 투자가 부진한 것을 국가가 투자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벤처기업 육성펀드로 활용할 수는 있다.
마지막으로 50조원의 펀드를 어떻게 조성할 것인지 문제가 남는다. 혹시 기업의 손을 비틀 생각을 하는 건 아닌지 두렵다. 규모에 매달리지 말고 서로 다른 조직에서 이런저런 벤처창업지원 정책으로 투입하고 있는 예산들을 다 모아 하나의 펀드로 조성하는 것은 의미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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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입력 2025년03월20일 17시10분
- 최종수정 2025년03월10일 22시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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