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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공식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김상국 교수의 생활과 경제이야기 <115> 척구폐요와 고호의 독백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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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5년03월02일 13시26분
  • 최종수정 2025년03월03일 14시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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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속담과 사자성어를 좋아하는 편이다. 왜냐하면 짧은 단어 안에 촌철살인의 뜻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척구폐요(蹠狗吠堯)도 그런 말 중 하나다.

척구폐요의 척(蹠)은 잔인하기로 유명한 도둑 ‘도척’을 말한다. 구(狗)는 우리가 아는 것처럼 ‘개’를 뜻한다. 폐(吠)는 ‘짖다’의 뜻이고, 요(堯)는 전설상의 성군 ‘요’ 임금을 뜻한다. 그러니까 척구폐요(蹠狗吠堯)를 그대로 풀이하면 “도척의 개가 요 임금을 보고 짓는다.”라는 뜻이다. 이와 비슷한 사자성어로 걸견폐요 (桀犬吠堯)라는 말도 있다. 그러면 그 안에 숨은 뜻을 살펴보기로 하자.


1. 척구폐요의 연원

 

도척이라는 도둑은 전설상의 도둑이 아니다. 실제로 존재했던 도둑이다. 도척은 태산에 근거하면서 9,000여명의 무리를 이끌고 각국을 넘나들며 도둑질하였다. 그리고 사람의 생간으로 회를 쳐 먹는 것을 즐겼다는 잔인무도한 도둑이다. 아마 어렸을 때 잘못을 하면 주위 어른들이 “저 도척 같은 놈, 저 도치기 같은 놈”이라는 말을 하는 것을 들어 봤을 것이다. 그 도척, 도치기가 바로 이 도척이다. 사마천의 ‘사기 백이열전’에서도 “인육을 먹는 도척 같은 놈은 집에서 편안하게 죽고, 백이 숙제 같은 선인은 굶어 죽었다.”고 하며, 악인은 천수를 누리는 반면, 선인은 비참한 최후를 맞는다는 한탄 어린 말을 남기기도 하였다. 


(1) 요순의 전설

 

그러면 요(堯)임금은 어떤 분인가? 전설상의 임금이니 나는 그가 실제 존재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요임금과 순임금은 백성들이 가장 편안하게 살았던 태평성대, 요순시대(堯舜時代)를 만든 임금들이다. 사마천의 ‘사기’에 그는 20세 때 왕위에 올라 70년간 나라를 다스렸다고 한다. 그리고 그의 자식인 ‘단주’가 적절한 임금이 될 만한 인물이 아니라고 생각하여, 자기 두 딸을 한꺼번에 ‘순(舜)’에게 시집보내고, 사위가 된 순(舜)에게 나라를 맡겼다고 한다.

 

요임금에 대해서는 재미있는 일화가 많다. 나는 그중에서도 이 이야기가 가장 마음에 와닿는다. 하루는 요임금이 ‘자기가 정치를 잘하고 있는가?’를 알아보기 위해 암행(暗行)을 떠났다고 한다. 그리고 길에서 만난 노인에게 “요 임금이 정치를 잘하고 있다고 생각합니까?”라고 물었다. 그러자 노인이 “해가 뜨면 일하고 해가 지면 쉬고, 우물 파서 물 마시고 밭을 갈아먹는데, 임금의 덕이 나에게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이요?”라고 대답했다고 한다(격양가, 擊壤歌 일부). 그러자 이 말을 들은 요임금은 “아, 내가 정치를 못하는 것은 아니구나.”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요즈음 우리나라에서 정치에 대한 얘기가 너무나 많다. 아마 이것은 우리 정치가 어떤 이유에서든지 제대로 된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2) 주걸의 전설

 

그럼 요순에 비해 주걸(紂桀)은 어떤 임금인가? 요순이 성군이라면 주걸은 가장 대표적인 폭군의 대명사다. 바로 걸견폐요(桀犬吠堯)의 걸(桀) 임금이다. 걸은 하(夏)나라 제17대 마지막 왕이다. 웅장한 궁전 장야궁(長夜宮)을 짓고, 보화와 미녀들을 모았으며, 궁전 뒤뜰에는 술(酒)로 연못을 만들고, 주위 나무에는 고기(肉)를 걸어 두고, 그곳에서 남녀가 옷을 벗고 유흥에 빠졌다는 임금이다. 그래서 방탕함의 극치를 말하는 주지육림(酒池肉林)이 바로 여기서 나온 말이다. 그리고 걸왕의 비(妃)가 하(夏) 나라를 멸망으로 이끈 그 유명한 말희(妺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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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주왕은 어떤 사람인가? 그도 걸왕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주왕은 은(商)나라의 마지막 왕이다. 『사기』 은(殷) 본기에 따르면, “술로써 연못을 만들고, 고기를 매달아 숲을 만들었으며, 주지육림에 들어온 궁녀와 대신들의 옷을 모두 벗기고, 축생처럼 손을 사용하지 않고 술을 마시고 고기를 뜯게 하였다.”고 기록되어 있다. 남녀가 벌거벗고 술에 취했으니 아마 집단 난교도 있었을 것이다. 

 

그 주왕의 비가 바로 달기(妲己)다. 주왕은 마음에 들지 않는 자에게는 기름칠한 구리 기둥 아래 숯불을 피운 뒤, 사람을 그 위에 걷게 하는 포락(炮烙)이라는 형을 달기와 함께 즐겼다고 한다. 또한 주왕도 상나라의 마직 왕이었다. 

 

어쩌면 ‘주걸 또는 걸주는 서로 이처럼 비슷할 수 있을까?’라고 의심이 갈 정도로 유사하다. 하여튼 달기와 말희는 중국 고대사 악녀(惡女)의 대표적인 여자들이다.

 

2. 척구폐요(蹠狗吠堯)의 숨은 뜻

 

그러면 척구폐요의 숨은 뜻은 무엇일까?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그렇다. 가장 잔인한 도척의 개는 『자기 주인이 아니라고』, 성군인 요임금을 보고 짓고, 폭군의 대명사인 걸왕의 개도 『자기 주인이 아니라고』, 성군인 요임금을 보고 짓는다는 뜻이다. 즉 그 개의 눈에는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가’는 전혀 고려의 대상이 아니고, 다만 상대방이 ‘내편인가, 아닌가.’만 중요하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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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세 종류의 개

 

어느 분의 글에서 개 종류에는 3가지가 있다는 말이 있어 여기에 소개해 보고자 한다.

 

첫째는 반려견이다. 

반려견은 자기 주인을 즐겁게 해주는 것이 목적이다. 주인이 나타나면 꼬리를 흔들고 끙끙거리면 최고의 개가 된다. 즉 복실 강아지다. 그저 주인만 생각하면 된다.

 

다음은 사냥개다.

사냥개도 주인이 나타나면 물론 꼬리를 흔들면서 반가워 한다. 그러나 사냥개에게는 분명한 다른 목적이 있다. 그것은 바로 ‘사냥’이라는 본질적인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다. 즉 사냥개는 주인이 명령한 것을 『맹목적으로 따르는 것』이 중요하다. 자기만의 가치 판단이 없이 그저 충성만을 바치는 개다. 사냥개와 투견이 바로 여기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다음은 군견(軍犬)이다.

 군견도 주인이 나타나면 꼬리를 흔들며 반가워한다. 또한 분명한 목적도 있다. 그러나 그 목적은 주인이 명령한 것을 맹목적으로 따르는 것이 아니다. 군견의 목적은 사냥개와는 달리 수색과 경비 등 『공공의 목적』인 것이 확연히 다르다. 즉 군견은 주인의 명령을 따르지만, 자기의 판단도 자기 행동의 중요한 기준이 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세 종류의 개는 같은 개이지만, ‘반려견의 재롱과 사냥개의 무조건적인 복종 그리고 군견의 충성’과는 성격이 전혀 다른 것이다. 

 

이것을 사람에게 비유한다면 어떨까? 자기 주인 개인에게 충성할 것인가? 아니면 자기 조직에 충성할 것인가? 아니면 건전한 보편적 가치를 지키면서 충성할 것인가는 매우 다른 얘기가 될 것이다. 

 

그리고 이 세 가지 행위기 하나가 되지 않고, 그 중 하나를 택해야 할 상황이라면, 그것은 사회적으로 큰 문제일 것이다. 

 

지금 정치 상황에 이 논리를 대입하면 어떤 사람의 특정 행동을 평가하는 매우 적절한 기준이 될 것 같다. 그 사람의 주장과 행동이 어느 대표자 한 사람에게 충성을 보이는 것인가? 아니면 어느 조직에 충성하는 것인가? 아니면 아무리 주인의 명령이라 하더라도, 건전한 사회적 판단을 바탕으로 한 행동인가에 따라서 그 사람의 행동을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 쉽게 말하면 “네 편인가? 내편인가?”하는 간단한 기준에 의해서만 행동하는가? 아니면 건전한 상식에 바탕을 두고 자기의 행동을 결정하는가가 판단의 중요한 기준이 된다는 뜻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욱’ 아쉬운 행동들을 관찰 할 수 있다. 그가 어느 편을 들어 그에게 직접적인 어떤 이익이 온다면 그래도 이해가 된다. 그러나 그것도 아니고 작은 용돈을 받고 또는 그것조차도 아니면서, 그냥 상대방이 싫어서 다른 편을 드는 사람은 더더욱 판단이 서지 않는 사람들이다. 물론 그런 분들도 자기가 절대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자기도 모르게 반려견 수준 또는 애완견 수준의 행동을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3. 화가 고호의 너무나 ‘서러운’ 표현

 

고호는 우리 모두가 잘 아는 화가다. 그리고 그의 그림은 수백만 달러 또는 수천만 달러에 달한다. 그러나 그의 생전에는 자기 그림을 하나도 팔지 못했다고 한다. 그래서 화상(畫商)인 동생 태호가 주는 용돈으로 겨우겨우 물감을 사서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그의 그림에는 모델을 사용한 그림이 거의 없다. 그냥 화병에 꽂아 놓은 해바라기, 아니면 자기가 살고 있는 방, 아니면 자기 얼굴, 아니면 자기가 살고 있는 동네, 아니면 자기가 산책하는 오솔길, 아니면 밤에 보이는 까만 하늘의 무수한 별들이 그의 주요한 화제다. 물감을 살 돈도 없으니 비싼 모델료는 더더욱 낼 수가 없고,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의 그림은 물감으로 덕지덕지 두껍게 칠해져 있다. 두껍고 거칠며, 붓 자국이 선명한 그의 그림을 보면 누구라도 “아, 고호구나!”라는 것을 쉽게 짐작하게 된다. 

 

그런 고호가 이런 말을 하였다고 한다. “언젠가는 나의 그림이 『물감 값보다 더 비싸게 팔리는』 때가 올 것이다.” 정말 처절하고 안타까운 비명에 가까운 절규다. 

 

생물학자 돌프 빈더 (Dolp M. Binder)는 사람의 화학적인 몸값이 얼마나 되는가 가격(價格, Price)을 계산해 보았다고 한다. “사람 몸의 주요한 화학 요소는 17가지 정도다. 새장을 하나 청소 할 수 있는 석회석, 못 한 개를 만들 정도의 철분, 홍차 세잔을 달게 할 수 있는 당분, 세숫비누 5개 정도의 지방 그리고 성냥 다섯 갑 정도를 만들 수 있는 인(P) 등이다. 그리고 이 요소를 화공약품 가격으로 계산하면 약 3천원 정도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사람의 진정한 가치(價値, Value)는 얼마인지 모른다. 수백억일 수도, 수천억일 수도 있으며, 아니면 가격을 매길 수 없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아니면 사회에 끼친 해악까지를 계산한다면 마이너스 가격이 될 만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즉 사람의 가격은 3천원일지라도 그 사람의 가치는 물감값보다도 많을 수도 있고, 수천만 달러도 될 수 있으며 때로는 그 무한한 가치를 따질 수 없는 사람도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사람의 가치는 그가 어떤 판단과 행동을 사회에 이바지했는가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작금의 정치 세태를 보면서 고호의 말이 자꾸 되새겨진다. 그 사람의 가치는 『물감값보다 더 많을까? 적을까?』

 

지도자라면 “내가 우리 민족의 먼 장래에 얼마나 선(善)한 역할을 했을까?”가 중요할 것이다. 아니면 ‘반려견일까? 사냥개일까? 군견일까?’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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