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산에서 바라본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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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공식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청계산 칼럼】이제 은행장들을 불러모아 영업에 관여하겠다는 야당 대표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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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5년01월17일 09시44분
  • 최종수정 2025년01월17일 18시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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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대표가 시중은행장들을 불러 모아 업무 협의를 한다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시중은행장들을 불러모아 ‘취약 계층을 위한 상생 금융’ 방안을 협의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알려지기로는 고금리 상황으로 사상 최고의 수익을 거두었으니 지금처럼 어려운 시기에 취약 계층에 금융 지원을 확대해야 할 것이 아니냐는 발상인 모양이다. 겉으로는 무슨 상생 금융이라는 그럴듯한 명찰을 붙인 모양이나, 결국, 어려운 사정에 처한 주체들에 대출을 확대하라는 압박이 될 것이 뻔하다. 21세기 선진 경제 시대에 이런 소식을 듣자 하니 참으로 생경하게 들리기도 하고, 혹시, 7, 80년대 개발 시대에나 듣던 뉴스가 재생되는 게 아닌가 하는 착각을 하게 된다. 다른 한편으로는 우려되는 바 적지 않다.

 

한 나라의 ‘금융’이란 인체에 비유하면 '혈류(血流) 시스템'

주지하는 것처럼, 일국의 경제에서 ‘금융’이란 인체의 혈류 시스템에 비유된다. 기능적으로는 자금을 ‘잉여’ 부문에서 ‘부족’ 부문으로 중개하는 일종의 리스크 전환이고, 대단히 정교하고 취약한 작동 원리에 기반한 경제 행위다. 거시적으로 보면 나라 경제를 돌아가게 하는 자율신경적 필수 기능이어서 철저하게 효율적일 것이 대전제이다. 그런 관점에서 은행들은 비록 영리를 추구하는 사기업(私企業)이나, 실제로는 공적 기능을 담당하게 되어 다른 어느 부문보다 섬세하고 엄격한 정부의 규제를 받는다. 이렇게, 일견 상충하는 금융 기업의 이익 추구와 건전 금융 시스템 유지라는 공공 목표가 상합하는 것이다. 물론, 70년대 말 체제 전환 이전의 사회주의 중국처럼 계획 경제의 일환으로 정부(당)가 직접 운영했던 사례는 있다.

 

우리 은행들은 자본 구성에서 외국 투자자 지분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다국적 기업​

한편, 개방경제 시대의 우리 은행들은 자본 구성에서 외국 투자자 지분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이미 다국적 기업이 되어 있다. 선진국 경제 문턱에 들어서 있는 우리 기업들의 전(全)지구적 경제 활동을 지원하고, 글로벌 금융시장에 진출해 대형 글로벌 플레이어들과 나란히 경쟁하며 영업 활동을 전개하기 위해서는 자연스러운 발전 형태다. 이에 따라, 우리 은행들의 영업 관행도 당연히 글로벌 기준에 합치해야 할 것이고, 여기에는 특히 ‘자율적’ 의사결정이 필수적이다. 만일, 이런 정립된 관행을 훼손하는 어떤 외부의 개입이 있으면 시장은 즉각 반응하게 되고 각급 해외 투자자들은 자신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독자적으로, 혹은 연대 기구 등을 통해 구체적 행동에 나서게 된다. 이로 인해, 해당 금융기관은 엄청난 경영 압박에 처하게 되는 것이 상례이다. 나아가, 그 영향은 자본시장 전반으로 확산될 개연성이 농후하다. 원래 글로벌 금융시장이란 전세계 각지에서 일어나는 어떤 사소한 정보라도 순간적으로 시장 전체로 확산되어 민감하게 반응하는, 글로벌 단일시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특성을 가진 일종의 추상적 시장이다.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도 절대로 그런 국가의 본령을 무너뜨리면 안되

우리는 지금 그야말로 미증유의 정치, 사회적 혼란을 겪고 있다. 사상과 이념이 충돌하는 계층 간 분단도 어느 나라에 못지 않게 극심하다. 이런 때일수록 우리는 국가 존립의 기본 이념과 가치를 분명하게 지키겠다는 집단적 의지를 세계 만방에 널리 보여주어야 할 것도 당연하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각 경제 주체 간의 자유 경쟁을 근본으로 삼는 시장 경제 체제의 존중이다. 마땅히, 국민이 투표로 선택한 정부 및 집권 세력이 금융 부문을 규제함에 있어서도 그런 사적 이익 영역을 무단히 침범하는 편향된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우리 은행들은 오랜 관행으로 정치, 종교 관련 주체들에 여신 공여 행위를 금하고 있는 것이다.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도 절대로 그런 국가의 본령을 무너뜨리면 안될 것이다.

 

우리 금융 및 경제의 대외 신용도에 치명적 독소 행위가 될 것​

하물며, 아무리 최대 의석을 가진 정당이라 한들, 일개 사적인 정치 집단, 그것도 야당의 대표라는 인사가 정치와는 아무 연관이 없는 시중은행장들을 불러 모아 경영에 영향을 주는 ‘협력’을 구하거나 ‘강제’하는 행위가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 당초에, 정부도 아니고 집권당도 아닌 야당 대표가 무슨 권한으로 시중은행장들을 불러 모을 발상을 할 수가 있는지 아연실색할 뿐이다. 평생을 금융 부문에서 지내온 처지이나, 이런 언어도단인 경우는 일찍이 본 적이 없다. 한 마디로, 이런 만행은 우리 금융 및 경제의 대외 신용도에 치명적 독소 행위가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어떤 명분을 갖다 붙이더라도 있어서도 안 되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기재부나 한은 등 정부 기관들은 야당 측과 외환시장을 점검한다는 명목으로 간담회를​ 가져

보도에 따르면, 이미 기획재정부나 한국은행 등 정부 기관들은 야당 측과 무슨 외환시장을 점검한다는 명목으로 간담회를 갖기도 했다고 한다. 정부 기구들이 집권 여당과 이런 형태의 정책 협의 기회를 가지는 것은 종종 있어 왔으나, 야당과 만나 이런 모임을 갖는 건 정말이지 회귀한 사례로 기억된다. 이런 모임에 불려 나가 무슨 정책을 협의한다는 둥, 하는 기관 책임자들도 한심하기는 마찬가지다. 나름대로 꿍꿍이 속이 있는 것인지는 모를 일이지만 말이다. 혹여, 야당이 이런 취약 계층을 긴급히 지원할 수단이 필요하다고 여기면, 합당한 의사 결정 경로를 통해 정부에 요구하면 될 일이다. 이 과정에, 입법 조치가 필요하면 국회의 의결을 거쳐 유효하게 정부를 강제할 합법적 경로도 법률로 보장되어 있지 않은가?

 

아직은 유권자들이 선거를 통해 선택한 여당 및 그 정권이 구성한 정부 계통이 엄연하게 작동하고 있어​

여기서, 어떤 정치적, 이념적 입장을 내세워 시비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러나, 이런 기상천외한 발상으로 우리 금융 산업의 중추인 은행들의 신뢰를 훼손하는 불법한 모독 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주장할 뿐이다. 아직은 유권자들이 선거를 통해 선택한 여당 및 그 정권이 구성한 정부 계통이 엄연하게 존재하고 작동하고 있는 마당에, 어찌해서 야당 대표가 나서서 이렇게 오만방자한  행세를 하려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런 얄팍한 속 보이는 간교한 행태가 지극히 역겹게 느껴질 뿐이다. 게다가, 이 야당 대표는 종전에 무슨 ‘기본소득’, ‘기본대출’, ‘기본주택’이니 하는 지구 상에 남아있는 어느 사회주의 국가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든 위험천만한 제안을 한 적도 있는 것으로 기억되어 섬뜩한 위험마저 느껴지게 한다.

 

우리 금융시장에 들어와 있는 해외 투자자들의 움직임을​ 주시해야

지금 모든 이들이 입을 모아 나라 경제를 우려하고 있다. 그 가장 첨단에 나타나는 현상이 우리 금융시장에 들어와 있는 해외 투자자들의 움직임이다. 작금의 우리나라 속사정을 꿰뚫고 있을 이들 외국 투자자들이 야당 대표가 나서서 주요 은행장들을 불러 모아 여신 결정을 놓고 이렇게 하자, 저렇게 하자 ‘협의’하거나 ‘강제’하는 이런 기상천외한 행태를 보면 어떤 대응을 할 것인지를 상상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그렇지 않아도 혼란 정세에 잔뜩 불안해 하고 있을 처지에, 이들이 이런 후진 시장에 한시라도 머물러 있으려 할 것인지, 지극히 우려되는 바이다. 

 

야당은 부당 무도한 시장 가해 행위를 즉각 멈​춰야

한 마디로, 야당뿐만 아니라 어떤 정치 세력도, 이런 말도 되지 않는 시장 가해 행위를 즉각 멈추기 바란다. 그리고, 정부의 금융 규제 감독 기구는 물론, 은행을 포함한 모든 금융기관 경영 책임자들은 이럴 때일수록 비상한 경각심을 가지고 이런 부당 무도한 기도에 맞서서, 만사를 각오하는 결연한 자세로 자신들에 주어진 본분을 지키길 바란다. 모두들 ‘스스로 지키려 하지 않는 권리는 아무도 지켜주지 않는다’는 진리를 잘 기억해야 할 것이다. 이건 정말로 대단히 큰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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