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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공식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효율은 사람을 쥐어 짜는 것인가​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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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3년05월22일 17시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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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의 효율을 강조하다 보면 종종 반론에 부딪치곤 한다. 기업이나 경영하는 사람들은 효율을 강조하지만 행정에서는 공공성을 중시하기 때문에 효율 만 내세울 수 없다는 것이다. 더구나 효율적으로 일하기 위해서는 사람을 쥐어짜야 하는데 공공에서는 그렇게 할 수가 없다고 한다. 심지어는 고위직을 담임한 행정학자들도 이런 시각을 갖고 있어 놀란 적이 있다. 

 

효율적 이란 무엇인가? 같은 일을 해도 자원(돈, 시간, 사람)을 적게 투입해 목표를 달성하는 것을 말한다. 효율적으로 일해야 돈도 적게 들어가고 시간도 적게 쓰고 사람도 적게 투입하며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사람을 쥐어 짜는 것이 아니라 그래야 사람이 쉬어가며 일할 수 있고, 육아를 비롯한 가정 생활에도 더 시간을 할애할 수 있다. 심지어 구성원들이 효율적으로 역할을 해야 가정도 잘 굴러 간다.

 

10 여 년 전 한 신문사가 주최한 스마트워크포럼에서 만난 미래학자인 하와이대 짐 데이토 교수는 일하는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내 발표에 대해 미래에는 일을 안 하고 살지 모른다는 의견을 피력한적이 있다. 인간은 원래는 일 안하고 살았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 당시에는 너무 극단적이라 생각했지만 최근에는 그에 수렴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로봇이나 ChatGPT 같은 생성 AI에게 일을 시켜 인간의 효율을 자본의 효율로 대체시키면 인간은 최소한의 일 만으로 부를 창출할 수 있고, 거기에서 나오는 세금으로 국민을 먹여 살리기에 충분한 재원이 확보된다면 말이다.

최첨단 기업들이 최소의 인원으로 고부가가치 사업을 하면서 엄청난 매출과 이익을 누리고 있으며, 따라서 구성원들에도 최고의 대우와 복지를 제공하고 있다. 또 그에 걸맞게 세금도 부담하고 있을 것이다.

 

이에 반해 국내 중소기업들의 노동자들은 대기업에 비해 50%의 임금 밖에 받지못한다고 문제로 지적하고 있으나 근본 원인은 시간당 노동생산성이 30% 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자본력, 기술력, 인력 등 총체적으로 중소기업이 대기업보다 효율적이지 못하니 일하는 시간 만 길고 대우도 나쁘고 가정에도 충실할 수가 없는 것이다.

이에 반해 북유럽의 여러 나라들은 중소기업이라 해도 대기업에 비해 70~80% 정도의 노동생산성을 달성하기 때문에 이런 극심한 불균형을 초래하지 않는다. 그러니 효율적으로 일하지 못하는 것이 오히려 사람을 쥐어짜는 꼴이 되는 것이다. 

 

특히 공공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민간보다 효율적이지 못하다고 하는 주장을 수용하기 힘 들 것이다. 다 어려운 시험을 통과한 준재(俊才)들이 모여있는 집단이니 그럴 만도 하다. 그러나 그들을 둘러싸고 세습되고 있는 문화와 일하는 방식을 보면 수긍이 된다.    

우선 공공에서 정책이나 사업을 수립하는 과정을 보면 치열하게 상호체크(crosscheck)하고 검증(validation)하는 기능과 과정이 미약하다. 적당히 포장되면 예산을 붙여 진행된다.

 

최고가 아니면 퇴출된다는 의식들이 없다. 민간에서는 개인이든 부서든 기업이든 경쟁에서 탈락하면 생존이 불가능한 환경 속에서 생존하는 것이다.생각이 단편적이며 세상의 연결고리를 파악하는 능력과 시도가 부족하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정책을 만드니 세상에서 제대로 작동될 리가 없다. 이는 법을 만드는 정치인들도 마찬가지이다.

 

심각한 칸막이가 존재하며 이를 조율하거나 컨트롤 할 기능과 능력이 부족하다. 그러니 협업은 말 뿐이다. 게다가 여전히 관료적, 수직적, 형식적인데다 눈치보기가 만연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보면 총체적 난국이다.

효율을 주장하는 것은 단순 이익 추구가 아니라 궁극적으로 개인이나 조직이 목표를 달성하면서도 보다 나은 삶을 누리기 위함이다.   

<ifs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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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3년05월22일 17시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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