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산에서 바라본 세계

국가의 미래를 향한 첫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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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리 심란(心亂)한가? 뒤죽박죽 나라 사정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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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0년12월16일 14시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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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확진자가 하루 1,000명대를 넘나드는 위기상황 속에서 들려오는 소식이라곤 짜증나는 것들뿐이다. 최고권부인 청와대를 비롯해 집권여당과 정부가 자신들이 임명한 윤석열 검찰총장을 검사징계위원회에 회부해 ‘2개월 정직’이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그 징계사유라는 것이 법률적 해석은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상식적으로 선뜻 이해가 안 되는 것들이다. 예컨대 국정감사에서 윤 총장이 국회의원들의 질의에 대해 “임기를 마치고 퇴임 후 국민들에게 어떻게 봉사할지 생각해 보겠다”고 한 말을 ‘정치적 중립에 관한 부적절한 언행’이라고 징계사유에 적시했다. 모두 4가지 징계사유를 들었지만 내 생각으로는 법률적으로나 상식적으로 모두가 억지해석으로 생각되는 것들뿐이다.

 

윤 총장은 이날 취재진에 보낸 입장문에서 징계위의 정직(停職) 결정을 겨냥해 "임기제 검찰총장을 내쫓기 위해 위법한 절차와 실체 없는 사유를 내세운 불법 부당한 조치"라고 비판하고,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독립성과 법치주의가 심각하게 훼손됐다"며 "헌법과 법률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잘못을 바로잡을 것"이라고 법적대응에 나서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징계를 결정하면 대통령과 법적공방을 벌이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참 안타까운 일이다. 자신이 임명한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이 상당기간 치열한 ‘다툼’을 벌이고 있는데 임명권자인 대통령은 여태껏 ‘뒷짐 지고’ 방관하고 있는 현실이 뭔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것 아닌가. 더구나 징계위가 열리고 있던 날 문 대통령은 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설치법 개정안을 확정하는 자리(국무회의)에서 “검찰은 그동안 무소불위의 권한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스스로 잘못에 대해서는 책임지지 않고 책임을 물을 길도 없는 성역이 돼 왔다는 국민의 비판을 받고 있다”며 “어떤 기관도 국민 위에 존재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어찌 보면 시기적으로 추미애 법무장관의 징계위 강행을 편드는 말로도 해석되는 대목이어수 주목을 끌었다.

 

'자랑스럽다'는 공수처법 개정안의 내용은 무엇인가? 법 제정당시 여당이 야당에 비토권을 보장한다고 약속했던 내용을 법 시행도 해보기 전에 공수처장 추천 의결정족수를 축소해 야당 추천위원들의 반대에도 여당추천위원들만으로도 추천할 수 있도록 바꾼 것 아닌가. 그러면서 공수처는 '검찰의 민주적 통제장치'라고 설명했다. 거의 모든 국정을 정부여당 마음대로 하는 것을 과연 ‘민주적’이라고 말해도 되는지 의아스러울 뿐이다.

 

이번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는 두번째날인 15일 오전 10시 34분에 시작해 다음날 오전 4시까지 약 17시간 30분 심의 끝에 ‘윤석열 총장의 2개월 정직’을 결정했다. 국민의힘 등 야당을 비롯한 사회 일각에서는 "법무부 징계위원들이 쇼하느라 고생 많았다"며 "을사보호조약으로 국권을 넘겨준 을사5적도 이만큼 고생하진 않았을 것 같다"고 비꼬기도 했다. 말하자면 법무부 검사징계위는 ‘짜고 치는 고스톱판’이었다는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그런가 하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선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의 타당성과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발언들이 이어졌다. 이낙연 당 대표는 윤 총장 징계에 대해 "검찰 내부의 과제가 크다는 것을 드러냈다"고 평가했고, 김태년 원내대표는 "시대적 과제인 공수처 출범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민 최고위원 등 그동안 말께나 한다는 사람들은 모두 나서 한마디씩 했다. 검찰 내부 과제가 무엇이고, 그동안 강조했던 ‘검찰개혁’이 무엇인지는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고 말이다.

 

왜 이리 심란(心亂)한가? “기나긴 터널의 끝이 보인다”고 했던 문 대통령의 코로나 진단이 엊그제였는데 코로나19는 더욱 극성을 부리고, 중증환자들이 입원할 병실도 부족해지고, 의료진도 기진맥진해져 국민들의 불안감은 갈수록 쌓여만 가고 있으니 화(火)가 치민다. 코로나 백신확보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영국과 미국은 접종을 시작했는데도 우리는 언제 접종이 가능한지 조차 가늠하기 어렵다. 

 

“그 수많은 날을 추미애 장관이 만들어낸 ‘검찰총장 찍어내기’ 작태에 국력을 소모시키고 국민들을 현혹시킨 결과가 아닌가?” 이런 탓을 해보는 것은 부질없는 생각일까.

 

24번의 부동산 대책에도 여전히 집값은 오르고, 전세 매물은 자취를 감추다시피 했다. 임대차3법의 부작용이다. ‘임차인 보호’라지만 결과적으로 임차인들의 부담만 늘려놓았다. 그나마 셋집구하기도 어려워졌으니 ‘임차인 보호’가 아니라 ‘정권 보호’를 겨냥한 것이라 해야 옳다.

 

한 달 후면 미국의 대통령이 정식으로 바뀐다. 그것도 공화당 대통령에서 민주당 대통령으로 정권교체가 이뤄진다. 세계 질서가 바뀌고 국제적 힘의 균형이 달라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미국은 세계 최강국이자 우리나라와는 피로 맺은 동맹국이다. 지금 우리는 이러한 미국의 정권교체가 국가안보와 외교측면에서 매우 중대한 변화로 인식하고 슬기로운 대처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런데도 이런 문제에 대해 심각히 고민하고 머리를 싸매는 모습은 정부여당이나 야당까지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경제는 매우 어렵다. 더구나 코로나 거리두기 3단계에 돌입하면 그야말로 위기국면을 맞는다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도 정부는 태평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 거시경제가 내수 위축에도 좋은 흐름을 보이는 것은 다행”이라며 “미래에 대한 희망을 준다”고 진단했다. 지금은 당장 나타나지는 않지만 방만한 재정운용 등으로 경제에 구조적인 치명상을 초래할 과제들도 많은 것이 우리 현실이다. 서민 생활을 비롯해 거시경제정책 측면에서의 정책조율과 심도 있는 논의가 무엇보다 다급한 것이 바로 지금이다. 그런데도 그런 위기감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다.

 

세상은 급변하는데 나랏일은 뒤죽박죽 선후를 가리지 못하고 있다. 우리사회의 각 분야 전문가들은 “구체적으로 무엇이 잘못됐고, 무엇이 문제라고 지적하기도 신물이 난다”고 말한다. ‘쇠귀에 경(經) 읽기’, 유식한 표현으로 ‘우이독경(牛耳讀經)’이기 때문이

다. 요즈음 정치권 돌아가는 형국을 보면 기막힌 일들이 많다. 국회의원들, 특히 여당 의원들은 터무니없는 주장을 그렇게도 천연덕스럽게 잘하는지 놀랄 때가 많다. 네편과 내편으로 갈릴 때면 안면몰수하고 내뱉는 ‘내편 감싸기’는 세계에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돋보이는 실력이다.

문재인 정권 출범 3년 반이 넘어가는데 여권 정치인들도 이제는 철들 때가 된 것 아닌가싶다. 정치지도자들이 국민을 걱정해야지, 국민들이 정치지도자들을 걱정해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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