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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총장 임기 2년·연임 불가'가 뜻하는 것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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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0년11월27일 09시40분

작성자

  • 이상돈
  • 중앙대학교 명예교수, 20대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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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검찰총장의 임기는 2년이고 연임할 수 없게 되어 있다. 그 취지는 2년이라도 임기를 보장해서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권의 영향을 받지 않고 일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임기 중 검찰총장은 탄핵 절차를 통해서 해임될 수 있다. 하지만 과연 검찰총장을 징계하거나 직무배제를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선 논쟁이 있을 수 있지만 국회의 청문을 거쳐서 임명된 정무직에 대해 직무배제 같은 이야기가 나오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다. 문제는 장차관 등 다른 정무직에 비해 검찰총장은 임기가 2년으로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검찰총장은 임기 중 대통령이 해임할 수 없는가 하는 문제가 있다. 입법 취지로 본다면 그렇게 해석해야 하겠지만, 헌법에 규정된 대통령의 인사권과 관련해서 달리 해석할 여지도 있다.

 

합참의장과 각군 참모총장은 임기가 2년으로 정해져 있으며, 전시에 2년 연장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미국은 합참의장과 3군 총장, 해병대 사령관 임기가 4년으로 정해져 있으나 연임이 가능하다. 우리의 경우는 참모총장 임기가 짧은 편인데, 그것은 아마도 쿠데타를 일으킬 가능성을 고려했던 것이 아닌가 한다. 우리나라 군 인사법은 임기 중이더라도 대통령은 참모총장을 해임 또는 면직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검찰총장과는 이 점이 다르다.

 

미국은 법무장관, 차관, 차관보 등은 정무직이라서 대통령은 아무 때나 교체할 수 있다. 연방지검장(US Attorney)은 임기가 4년으로 정해져 있으나 대통령은 임기 중이더라도 교체할 수 있다. 연방지검장은 상원의 인준 동의를 받아서 임명되는 정무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임기 중인 연방지검장을 특별한 이유도 없이 해임하게 되면 그 후임에 대한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야당이 문제를 제기할 것이기에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대체로 임기를 보장하게 된다.

 

연방수사국 FBI 국장은 1976년 이래 그 임기가 10년이고 상원이 동의하면 연장할 수 있다. 그 전에는 에드가 후버가 죽을 때까지 36년 동안 국장을 하면서 대통령의 섹스 스캔들 등 약점을 잡아서 대통령 위에 군림했었다. 임기 10년은 이례적으로 긴 기간이어서 당시에도 논란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임기 10년을 채운 국장은 로버트 뮬러(Robert Mueller)가 유일하다. 대통령이 해임한 경우는 트럼프 전까지 단 한번이었고 대개 임기가 길어서 스스로 은퇴를 했다. 로버트 뮬러는 프린스턴 대학을 나오고 해병대에 입대해서 베트남에서 소대장으로 치열한 전투를 치른 끝에 부상을 당해서 훈장을 타고 전역했다. 버지니아대 로스쿨을 나온 후 법무부에 들어와서 연방검사로 일했고, 클린턴 대통령에 의해 1999년에 북부 캘리포니아 연방지검장으로 임명됐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뮬러를 FBI 국장으로 임명했고 상원은 전원 찬성으로 그의 임명에 동의했다. 뮬러의 자격에 대해서는 정파에 관계없이 어느 누구도 의심을 제기할 수 없었다. 그의 10년 임기는 2011년 9월에 끝나게 되어 있었는데, 오바마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임기를 2년 연장해 주기를 상원에 요청했고 상원은 이에 동의해서 그는 2013년 9월까지 12년간 재직했다. 오바마는 뮬러의 후임으로 제임스 코미를 임명했다. 코미는 뮬러가 FBI 국장을 할 당시에 부국장을 했었다.

 

제임스 코미 국장은 2016년 대선을 앞두고 힐러리 클린턴이 사용한 사적 이메일의 위법 여부와 트럼프 캠프가 러시아에 대해 미국 선거 개입을 사주했는지를 조사하게 됐는데, 힐러리에 대해선 선거 전에 무혐의를 확인했고 트럼프 캠프에 대해선 수사를 하던 중에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는 상황을 맞았다. 트럼프는 코미 국장을 임기 초인 5월 9일에 해임했는데, 코미는 자신이 해임됐다는 소식을 LA 출장 중 CNN 뉴스를 보고 알았다. 이 과정은 영화 에 잘 나와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법무부는 러시아 관련 수사를 특별검사에게 맡기기로 했다. 로버트 뮬러가 특별검사로 임명돼서 2019년 5월까지 수사를 마치고 러시아가 미국 선거에 개입했다는 결론을 담은 보고서를 법무장관에게 제출했다. 하지만 윌리엄 바 법무장관은 특검 보고서를 묵살해 버렸다. 이것이 복잡하게 전개된 트럼프-러시아 게이트인데, 바이든 정부가 들어서면 뮬러 보고서를 묵살한 법무장관 등 고위직들이 사법방해죄로 기소될 가능성이 높아 졌다. 오늘 트럼프는 대선 캠프에서 러시아와 연락을 했던 마이크 플린 예비역 중장을 사면하는 조치를 취했는데, 자신에 대한 수사를 막기 위해 윌리엄 바 법무장관 등 주변인물들도 사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화 에서 FBI 부국장과 법무차관이 “백악관의 압력을 따르면 우리는 모두 사법방해죄(Obstruction of Justice)를 구성하게 된다”는 대화가 나온다. 그래서 이들은 코미가 해임되자 이 사안을 로버트 뮬러 특검에게 미루어 버린 것이다. 트럼프 정부 초기 법무장관과 차관이 트럼프 지시를 이리저리 피하다가 사임한 것도 이들은 트럼프의 지시를 따르다간 사법방해죄로 기소될 것임을 누구보다 잘 알았기 때문이다. 트럼프 초기 법무장관이던 제프 세션스와 차관이던 로드 로젠스타인도 트럼프가 그렇게 황당한 사람인지는 잘 몰랐던 것이다.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에는 사법방해죄라는 게 없다. 사법방해죄를 도입하게 되면 검찰과 경찰의 수사과정에서 피의자가 거짓말을 하거나 증거를 조작하면 엄중한 처벌을 받게 된다. 그래서 참여연대 등 진보성향 시민단체들은 사법방해죄를 도입하면 피의자의 방어권이 침해된다면서 반대해 왔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에도 피의자는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피의자에게 불리할 것은 없다. 미국처럼 사법방해죄를 도입하게 되면 검찰이나 경찰의 수사에 부당하게 개입하거나 압력을 가하는 행위가 엄중한 처벌을 받게 된다. 추미애 장관이 검찰청법의 수사지휘권을 들어서 윤석렬 검찰총장에게 지시한 행위는 미국 같으면 사법방해죄를 구성하기에 충분할 것이다. 그러니, 차라리 대통령이 헌법상의 권한을 들어서 윤석렬 총장을 해임하는 것이 백번 낫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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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오바마 대통령이 제임스 코미를 FBI 국장에 임명하면서 퇴임하는 로버트 뮬러와 함께 한 사진이다. 왼쪽이 코미, 오른 쪽이 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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