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산에서 바라본 세계

국가의 미래를 향한 첫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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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현과 추미애, 그리고 윤석열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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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0년10월19일 15시24분
  • 최종수정 2020년10월19일 18시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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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정권 하에서 벌어지는 이상한 정치놀음

 

펀드 사기혐의자의 이상한 폭로가 나라를 송두리째 흔들고 있으니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가 완성된 것 아닌가하는 의구심이 든다. 더구나 민주주의 운동사의 큰 한 획이었다고 자평하는 ‘촛불혁명’을 기반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권 하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으니 기가 찰 노릇 아닌가.

 

난해하기만 한 논픽션 드라마의 주인공은 라임펀드 사기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다. 라임 사태 수사 초기 관련자 녹취록에서는 '로비를 어마무시하게 하는 회장님'으로도 언급되면서 그동안 라임 사태 정관계 로비의혹의 핵심으로 여겨진 인물이다. 

 

야당인 국민의힘 등은 이런 로비의혹을 빌미로 정부여당에 대해 라임사태가 ‘권력형 비리 사건’이라는 프레임을 씌워 여권 인사들을 몰아세우고, ‘특검 도입’을 주장해왔다. 국회의 과반수 의석을 바탕으로 매사를 밀어붙이는 여당의 횡포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대들어 본 것이라 생각하지만 사기꾼의 사기성 폭로에 휘둘렸다는 평가 또한 완전히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뜬금없는 범죄혐의자의 ‘옥중 자필 입장문’ 발표… 환호하는 법무부와 여당

 

그런데 상황이 급반전 된 것은 지난 10월 16일 김봉현 전 회장이 '옥중 자필 입장문'을 발표하면서부터. 그는 A4용지 5장 분량의 '옥중 입장문'에서 검사들에게 술대접했으며 검사장 출신 야당 유력 정치인에게 수억 원을 주면서 라임 사태 무마를 청탁했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애초 김씨는 ‘민정·정무수석 라인을 타고 있다’ ‘민정실이고, 금감원이고 다 내 사람’이라며 정권의 비호를 받고 있음을 과시하던 사람이다. 지난 8일 법정에서는 “정무수석에게 주라고 브로커에게 5000만원을 건넸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그러던 그가 며칠 만에 야당과 검찰로 공격 타깃을 바꾼 것이다. 이 입장문에서는 추미애 법무장관과 여권이 입에 달고 사는 “검찰 개혁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도 언급했다니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문제의 심각성은 이러한 펀드 사기꾼의 ‘폭로’에 대한 대한민국 정부 부처의 하나인 법무부의 반응이다. 법무부는 18일 “윤석열 검찰총장이 구체적 보고를 받고도 철저히 수사하도록 지휘하지 않은 의혹이 있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법무부는 “라임 수사 검사 선정에 윤 총장이 직접 관여했다”며 “수사 주체와 방식을 (바꾸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도 했다. 구속 중인 사기꾼의 말 몇 마디에 윤 총장의 수사 지휘권을 빼앗고 감찰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대검찰청도 입장문을 발표하고  "‘야권 관련 정치인 의혹’은 그 내용을 보고받은 후 철저한 수사를 지시했고, 현재도 수사 진행 중에 있는 사안"이라며 “전혀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내용으로서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중상모략과 다름없으며 전혀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의 갈등 2회전, 본격 돌입…추장관, 또 수사지휘권 발동

 

추미애 법무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간의 갈등이 2회전으로 접어드는 양상이다. 추장관이 '검언유착 의혹' 수사의 수사지휘권 행사에 이어 윤 총장의 손발을 다 자른 인사를 단행했고, 또 라임 환매중단 사태에 대한 수사도 수사지휘권을 발동해 윤 총장의 수사지휘권을 박탈했다.추 장관은 19일 라임자산운용의 로비 의혹 사건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가족 관련 사건에 대해 수사지휘권을 행사했다. 추 장관은  "중앙·남부지검, 총장 지휘받지 말고 결과만 보고하라"고 지시하고 또 라임 사건에서 술 접대 의혹이 불거진 검사와 수사관을 수사와 공판팀에서 배제하라고 지시했다.​

 

참으로 한심한 노릇이다. 법무부와 검찰간의 갈등을 보면서 사기혐의자의 말을 밑천삼아 검찰을 압박하는 법무부가 이 세상 어느 나라에 또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 없다. 법무부가 문재인 대통령을 정점으로 하는 대한민국 행정부의 법무부인지, 아니면 추미애 장관 개인이 운영하는 법무부인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다. 안하무인식  마구잡이로 휘두르는 권력의 오만함을 대하면서 "이런 세상도 있을 수 있구나!"하는 자괴감이 온몸을 을 덮쳐온다.

 

그런데 더 희한한 일은 이런 협잡꾼의 폭로를 빌미로 여권인사들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범법자의 폭로가 ‘공수처’와 무슨 상관이 있나?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의 말을 빌리면  "검찰총장과 전·현직 고위 검사들, 사건 수사 검사, 국회의원과 유력 정치인 등 공수처 수사대상 대부분이 언급된 공작수사 의혹"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수사도 해보지 않고, “법무부 감찰이나 검찰 자체 조사에서도 명백히 밝혀지지 않거나 서로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전제를 깔고 하는 소리다. 앞서 나가도 너무 많이 앞서나간다. 그렇게 못 믿는 검찰이라면 아예 조직을 없애는 것이 어떠할지? 더구나 지금은 여당이 과반수 국회의석을 가지고 있으니 어려운 일도 아닐 텐데…, 이런 생각도 해본다.

 

여당의 견강부회 식 “공수처 설치 필요성” 주장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9일 "우리는 공수처 설치와 가동을 서두르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라임 사태 핵심인물이 옥중 서신을 통해 검찰이 검사 비위와 야당 정치인 로비 의혹을 알고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고 폭로했다"며 "이제라도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는 전언이다. 공수처 설치 서두르는 것은 여당이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만 사기꾼의 폭로를 빌미로 견강부회(牽强附會)하는 것은 어딘지 어색해 보인다.

 

하기야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옥중 편지가 공개되기 하루 전까지만 해도 김 전 회장을 ‘질 나쁜 사기꾼’이라며 그의 발언을 신뢰할 수 없다고 했던 강기정 전 정무수석이 하루 뒤 김 전 회장의 옥중 편지가 공개되자 “김봉현의 사기 사건이 아니라 검찰 게이트”라고 주장한 것을 보면 그의 낯 두꺼움도 추미애 장관을 능가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작금의 사태를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가 없다. 한 사기범죄 혐의자의 말장난에 놀아나는 대한민국의 정부와 정치인들의 행태를 보면서 이를 어떤 말로 적절히 표현할 수 있을지 도저히 생각이 나지 않는다. 골똘히 생각하면 할수록 글로 남길 수 없는 욕설들만 머리 속을 맴돈다. 한마디로 “욕 나온다”. 

<ifs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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