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산에서 바라본 세계

국가의 미래를 향한 첫 걸음

※ 여기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공식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김진해의 주유천하> 나훈아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0년10월17일 16시00분
  • 최종수정 2020년10월15일 13시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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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진해
  • 경성대학교 예술종합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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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하면 짝퉁이 생긴다. 나훈아는 너훈아, 배철수는 배칠수. 이름 슬쩍 바꾼 모창가수다. 배칠수는 배철수 만큼 유명세를 타서 배칠수의 꽃배달도 생기고 시사 프로그램 사회를 본 걸로 기억한다. 얼마나 유명한 사람이 되고 싶으면 그 사람을 등에 업고 이름자 하나 바꿔 편승하려는 걸까. 일류에 기대어 일류이고 싶은 사람의 마음.

그렇다고 그가 일류가 되는 것은 아니다. 오리지널이 되는 것도 아니다. 가방도 구찌나 샤넬 등 고급 제품은 진짜 보다 모조품이 더 많이 유통된다. 길거리 나가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여성들이 든 핸드백을 보니 대체로 유명 브랜드다. 수 백 만원을 호가하는 그들의 명품 가방 상당수가 짝퉁일 것이다. 그 품질이 진품에 버금간다는 특제도 있다고는 하나 그렇다고 짝퉁이 오리지널이 되는 것은 아니다.

 

최근 추석 프로그램으로 KBS 나훈아 특집 콘서트가 열렸다. 아쉽게도 그걸 보지 못했다. 그런 방송이 있었다는 것은 뉴스를 통해서다.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반성한다며 국민이 똑똑하면 위정자가 있을 수 없다. 국민을 위해 목숨 건 대통령을 본 적이 없다는 말을 인용했다. 이후 여기저기서 공연도 좋았지만 중간에 쏟아낸 그의 발언을 어록이라 치켜세우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번 2020 나훈아 콘서트는 되돌려보기가 없다. 한 번으로 끝났다. 그가 허락하지 않은 모양이다. 복제시대에 그의 발상은 고루해 보인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오히려 그는 스타 마케팅을 제대로 아는 사람이다. “스타는 대중들이 보기 힘들어야 스타라고 말했다. 희소성을 아는 사람이다. 그래서인지 그를 방송에서 본 지가 꽤 오래다. 사람들은 오로지 노래방에서만 나훈아의 영영고향역을 부르며 기억할 뿐이었다.

 

대중가수의 영향력은 엄청나다. 유사 이래 한국 가수가 빌보드 1위를 기록하고 세계무대를 정복한 것은 BTS가 처음이다. 그랬더니 정치권에서 이 딴따라들의 병역 특례문제를 들고 나왔다. 여당의 모 의원이 우리는 소위 딴따라를 무시해왔다. 이제 국위 선양을 한 대중연예인의 병역특례를 논의해야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그랬더니 이재명 경기도시사는 군대 가겠다는 그들의 생각을 높이 산다며 반대 의견을 내놓는다. 국악도 정악, 궁중제례라고 해서 귀족들 음악이 있고, 남사당패, 풍물패의 북, 장구, 꽹과리, 대금 등 신명나게 때리고 노는 서민 음악이 있다.

대학에서 음악대학이라고 하면 서양음악인 클래식을 가르친다. 국악과를 가진 학교는 국립대학 몇 군데를 제외하고는 찾을 수가 없다. 실용음악과라고 해서 대중음악을 가르치는 학과는 증가하고 있으며 입시 경쟁률은 최고다. 무려 4001까지 간 학교도 있다. 클래식 음악학과는 존폐위기에 있고 대중음악과는 인기 절정이다.

 

딴따라라는 명칭은 신나기도 하고 자기 비하의 느낌이 있다. 하지만 요즘은 딴따라가 자랑스럽다. 딴따라는 흥겹고 친근하다. 어릴 적 동네를 찾아 온 서커스단을 생각해보라. 그들이 왔음을 알리는 패거리를 보았을 것이다. 피에로 분장이나 각설이 분장을 하고 트럼펫이 나그네 설움‘,’홍도야 울지 마라등을 연주한다. 그 뒤로 대북을 울리고 아코디언까지 등장하여 온 동네를 도는 모습의 거리악단을 보았을 것이다. 여기 저기, 이 도시 저 도시를 떠돌며 다니는 광대패들이 딴따라 명칭의 효시일 것이다.

유랑극장 천막 무대에 섰던 이들이 우리나라 희극계의 구봉서, 김희갑, 배삼룡 선생이었고 후배들이 지금의 개그맨들이다. 가수 고복수, 황금심의 후배들이 지금 대중음악계의 기라성 같은 가수들이다. 지난 광복 60주년 특집 MBC의 나훈아 공연을 돌려보니 트로트가 뭡니까? 미국말에 일본식 발음을 얻은 것 아닙니까? 나는 우리 가요가 뭐냐고 외국인이 물으면 아리랑이라고 할 겁니다

 

나훈아, 그는 자기주장이 확실한 사람이다. “광복절이 뭡니까? 아예 이런 말이 없어야죠. 그럼 우리가 강해져야합니다이 뿐이 아니다. ‘국민이 힘이 있어야 위정자들이 꼼작 못한다는 나훈아의 위정자(爲政者)는 거짓 정치인 위정자(僞政者)를 의미할 것이다.

가요계 황제로 군림한지 50. 우리나라 위정자 가운데 박정희 대통령 18년이 최장수다. 권불 20년인데 대중가수 나훈아는 50년 동안 국민의 가슴에 가황(歌皇)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감히 딴따라라고 비하할 수 있단 말인가.

보다시피 대통령이 되려는 정치인들부터 나훈아의 어록을 인용하지 않나. 세상이 바뀌었다. 공모주 최고가가 게임업체와 BTS 소속 연예계에서 나왔다. 이제 왕도 위정자(僞政者) 출신이 아니라 딴따라 쪽에서 나올 때도 됐다. 미국의 레이건처럼 한국의 딴따라 출신 대통령을 기대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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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0년10월17일 16시00분
  • 최종수정 2020년10월15일 13시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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