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산에서 바라본 세계

국가의 미래를 향한 첫 걸음

※ 여기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공식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4년 전 10월의 그날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0년09월19일 10시30분
  • 최종수정 2020년09월19일 10시52분

작성자

  • 이상돈
  • 중앙대학교 명예교수, 20대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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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4년 전 가을로 시간여행을 떠나가고자 한다. 나로서는 언젠가는 되돌아보아야 할 시간이기도 하다.  

 

2016년 10월 24일, jtbc 저녁 뉴스는 한 순간에 우리 역사를 바꾸어 버렸다. 최순실이라는 사람이 대통령의 연설문을 미리 받아서 고쳤고, 박근혜 대통령은 그것을 읽었다는 내용이다. 그것이 범죄가 되는지는 애매하지만 자체로서 국민적 공분(公憤)을 사기에 충분했다. 

 

그 때 나는 제네바에서 열리던 국제의원연뱅 IPU 총회에 참석 중이었다. 새누리당에선 정종섭·이만희 의원, 민주당에선 진영·박영선 의원이 참석했고 국민의당에선 내가 참석했다. 원래는 비엔나를 방문하고 귀국할 예정이었으나 나는 당내 사정으로 제네바에서 곧장 귀국했다. 

 

jtbc 보도가 나온 후 우리 일행은 아침을 같이 하면서 이 사태가 어떻게 될지 이야기했다. 진영 의원과 박영선 의원 그리고 나는 최순실과 정윤회에 대해 알고는 있었지만 대통령의 연설문을 최순실이 사전에 고쳤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정종섭 의원은 이 보도가 맞다고 보느냐고 의아해 했다. 

 

박근혜 대통령을 아는 사람들은 전부터 최순실의 전 남편인 정윤회가 박 대통령한테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는데, 오히려 최순실이 폭탄이 되어 버렸다. 최순실이 박 대통령의 옷을 관리한다는 소문은 오래 전부터 있었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때 이명박 전 대통령에 우호적인 매체가 박근혜 전 대표가 옷 사치가 심하다고 많은 사진을 조합해서 크게 보도한 적이 있었다.

 

 그런 탓인지 이명박 정권 들어서 박 전 대통령은 작업복 같은 편하고 검소한 상의와 바지를 입었다. 여성 대통령은 무슨 브랜드의 옷을 입는지, 어디서 옷을 구입하는 지가 뉴스 거리가 되곤 하는데, 박 전 대통령의 경우에는 그런 것이 없었다. 최순실이 옷을 관리해서 그렇다는 것인데, 태블릿 PC에서 최순실이 옷을 고르는 동영상이 나와서 사실임이 확인됐다. 

 

대통령의 옷을 관리해 주는 정도라면 문제가 아닌데, 혹시 다른 영역까지 확대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기는 했다. 하지만 대통령의 연설문을 최순실이 주물렀다고 하니 기가 막힐 일이었다. 

 

10월 24일에 박근혜 대통령은 국회에서 임기 중 개헌을 천명하는 연설을 했는데, 그것은 jtbc 보도 때문에 묻혀 버렸다. 개헌 주장은 미르재단,  K스포츠 등으로 시끄러운 국면을 전환하려는 의도가 컸다. 다음 날인 10월 25일, 박근혜 대통령은 Jtbc 뉴스 보도를 인정하고 짤막하게 사과를 했다. 전에 없던 일이었다. 세월호 사건에서도, 부친의 문제였던 인혁당 사건에 대해서도 박 전 대통령은 사과가 너무나 힘들었는데, 이번에는 신속하게 사과를 했다. 그것이 오히려 놀라웠다. 

 

사과문에 대해서 TV조선은 “우병우 민정수석이 자신의 사무실에서 김성우 홍보수석의 조력을 받아 연설문을 작성했다”고 전했다. 강경파였을 우병우 수석이 사과문을 썼다니 그것은 의외였다. 보다 진솔하게 사과를 했으면 사태가 그렇게 커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보는 사람도 있지만 그것은 알 수 없다. 그 후에 일어난 일은 우리가 잘 알고 있다. 

 

월간조선 2019년 11월호에는 박근혜 청와대의 마지막 대변인이었던 정연국의 대담이 실려 있다. 방송언론인 출신인 그는 3년이 지나서 이렇게 말했다. 

 

“JTBC​​의 소위 최순실 태블릿 보도 바로 다음 날 사과를 한 것이죠. 참모들은 사과 기자회견을 말렸습니다. JTBC의 소위 최순실 태블릿 보도에 대해서도 사실관계를 따져봐야 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대통령이 무턱대고 인정해버린 겁니다. ‘정치 9단’이라고 하는 대통령의 판단력이 흐려진 것이죠. 국민께 사과부터 하는 게 도리라는 생각이 앞서다 보니까요.” 

  

정연국의 증언에 따르면 급하게 사과를 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낸 참모들이 오히려 많았다는 것이다. TV조선 보도와 함께 읽어 보면 급하게 사과를 하게 된 것은 대통령 본인의 뜻이고 우병우가 거기에 동의했던 것으로 해석이 된다. 정연국 전 대변인은 대통령의 판단이 흐려졌다고 했는데, 그 부분은 동의할 수 없다. 최순실한테 연설문을 맡긴 것 자체가 판단력이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왜 그렇게 황급하게 사과를 하게 된 것일까 ?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박 전 대통령에게 최순실과 정유라는 절대로 수면 위로 올라와서 대중에 알려져서는 안 되는 존재인데, 그것이 폭로되니까 본인이 순간적으로 무너져버린 것이 아닌가 한다. 본인은 물론이고 참모들도 그로 인해 촛불시위가 그렇게 거세게 일어날 줄도 몰랐고 ......<ifs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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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0년09월19일 10시30분
  • 최종수정 2020년09월19일 10시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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