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산에서 바라본 세계

국가의 미래를 향한 첫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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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에 관한 단상(斷想)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0년08월02일 20시41분
  • 최종수정 2020년08월04일 10시36분

작성자

  • 이상돈
  • 중앙대학교 명예교수, 20대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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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시장을 지낸 루디 줄리아니는 뉴욕시를 관장하는 지역의 연방검사장 US Attorney을 1983년부터 6년간 지냈다. 그는 주식 범죄와 조직범죄를 기소해서 명성을 얻었다. 그는 현장을 지휘하고 싶어서 레이건 대통령에게 부탁해서 원래 법무부 본부에 있었을 때보다 직급을 낮추어서 지검장으로 내려왔다. 줄리아니는 감비노, 보나노 등 뉴욕의 마피아 5개 패밀리 소속 보스 8명을 기소해서 1년 반 동안 재판 끝에 이들에 대해 각각 징역 100년이란 장기형을 받아냈다. 이로서 뉴욕을 주름잡았던 마피아 5개 패밀리는 사실상 와해돼 버렸다. 마피아와의 전쟁에 있어서 한 획을 그은 사건이었다.   

 

연방검사장인 줄리아니가 이들을 성공적으로 기소했다 하더라도 그 수사는 물론 연방수사국(FBI)이 주도한 것이다. 또한 마피아를 추적해 오던 뉴욕 주정부 조직범죄대응반도 수사에 적극 협력했다. 줄리아니가 워낙 수사를 강력하게 밀어 붙이자 마피아 내에선 줄리아니를 암살해 버리자는 강경파도 나왔는데, 연방검사장을 암살했다가는 마피아 전체가 공적 public enemy으로 몰려 소탕당할 것을 우려한 온건파가 그 강경파를 살해해 버린 일마저 일어났다.

 

대체로 이야기해서 프랑스 독일 등 대륙법계 국가에선 검사가 중요한 사건에 대해 직접 수사를 지휘하는데 비해, 미국에선 수사는 경찰 등 수사기관이, 기소는 검사가 하는 게 통상적이다. 하지만 검사는 당연히 수사를 개시할 수 있고, 연방지검장 US Attorney이든 지방정부의 지검장 District Attorney이든 지검장이 수사를 하고자 하면 수사기관이 수사를 착수하는 게 보통이다. 그러니까 수사와 기소는 그 같은 자연스러운 협업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지검장이 기소를 한다고 해서 그가 재판을 전담하는 것은 아니고 그의 지휘를 받는 검사들이 재판에 참여한다. 그러니까 로스쿨을 나와서 돈을 벌려면 월가(街)의 로펌으로 가고, 정치적 꿈이 있으면 선거를 통해 지검장이 되거나 대통령에 의해 연방지검장으로 임명되고자 하는 것이다. 지검장으로 선출되거나 연방지검장으로 임명되려면 거기에 걸 맞는 경력을 갖추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좋은 로스쿨을 좋은 성적으로 나와야 하는데, 선거로 뽑는 지검장의 경우는 그 지역의 명문 로스쿨을 나오는 게 유리하다.   

 

정리하자면 이렇다. 미국은 통상적으로 검사가 수사를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미국에서도 검사는 수사를 지휘할 수 있는데, 그런 경우 연방검사라면 연방수사국 FBI, 마약국 DEA 등 법무부 산하 연방수사기관과, 지방검사라면 지방경찰이나 주 경찰과 협력해서 수사를 하게 된다. 그러니까 이들 기관은 경쟁관계가 아니라 협력관계인 것이다. 미국도 과거에는 일선 경찰이 부패한 경우가 많았고, 그런 경우에 검사는 부패한 경찰을 배제하고 수사 팀을 짜기도 했다. 마약 범죄를 다룬 영화에 종종 나오는 장면이다. 

 

장황하게 이런 이야기를 한 이유는, 요새 검찰을 둘러싸고 돌아가는 일이 너무나 황당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처럼 검찰이 수사를 지휘하는 것을 넘어서 거대한 독자적인 수사인력을 갖고 있는 경우는 드물다고 생각된다. 검찰은 명예훼손, 선거법 위반 등 수많은 고소 고발 사건을 처리하며, 정치인은 물론이고 일반 국민들도 경찰 보다 검찰에 고소 고발을 하는 것을 선호하고 있다. 지방검찰청을 가보면 일선 경찰청 보다 사람들이 더 붐비는 것을 보게 되는데, 이런 현상은 정상이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고도의 수사기법이 필요하거나 정치적으로 민감한 분야의 수사도   경찰에 몽땅 맡겨 버린다면 경찰력 남용이 극에 달했던 5공화국 시절이 연상될뿐더러, 과연 제대로 수사를 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도 나오게 된다. 우리 경찰에게 미국의 FBI나 DEA에서와 같은 엄정하고 신뢰할 만한 수사를 기대할 수 있을지는 생각해 볼 일이다. 검찰에겐 이런 문제가 있고 경찰에겐 저런 문제가 있다면 이 모든 것을 고려한 구조적 개혁을 해야 할 것인데, 지금처럼 공수처를 만들고 검찰의 직접수사 대상을 법으로 제한하려는 것이 검찰 개혁의 모든 것처럼 말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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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0년08월02일 20시41분
  • 최종수정 2020년08월04일 10시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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