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산에서 바라본 세계

국가의 미래를 향한 첫 걸음

※ 여기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공식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어느 유명 老 배우가 ‘트럼프는 더는 안 된다’ 고 역설하는 이유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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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0년07월11일 17시23분
  • 최종수정 2020년07월12일 04시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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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이 불과 석 달 남짓 앞으로 다가 왔다. 코로나 팬데믹 사태로 미국 뿐 아니라 온 세상이 불안에 휩싸여 뒤숭숭하다보니, 이번 선거는 왠지 예년과 달리 겉으로는 그다지 열기가 달아오르지 않는 분위기다. 전해지는 바로는, 지금 판세로는 트럼프 후보(8월 24~27일 플로리다주에서 열릴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지명을 받는다면)가 이례적으로 민주당 바이든(Joe Biden) 후보에 한참 뒤지는 양상이다. 

 

하기야, 2016년 미국 대선 당시에도 많은 사람들이 ‘힐러리’ 후보가 무난히 당선될 것으로 쉽게 예상했지, 온갖 추문과 수많은 의혹에 휩싸여 있던 트럼프 후보가 당선될 것을 예상했던 사람들은 거의 없었던 것을 감안하면 아직 섣부른 예단은 금물이다. 당시에 트럼프 당선을 예상했던 사람들이 지금까지도 희귀한 족집게 예언자처럼 귀한 대접을 받고 있으니, 선거 결과를 예상하기란 그리 간단치 않은 모양이다. 

 

그러나, 이번에도 많은 사람들이 트럼프 대통령 재선을 극구 반대하는 가운데, 우리가 어릴 적부터 친숙한 유명한 영화배우 로버트 레드포드(Robert Redford)씨가 최근 이례적으로 CNN 방송에 투고한 Op-ed(기명 논평 페이지)에서, 자신은 선거 때마다 누구를 공개적으로 지지한다고 표명하지 않아 왔으나, 이번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4년을 더 하면 미국 사회를 급속히 ‘독재(autocracy)’ 사회로 몰고 갈 것이라 상황이 절박해서 밝힌다고 전제하고, 자신은 이번에 바이든 후보를 찍겠다고 선언하고 나섰다. 

사실, 현대 민주주의 사회의 전형으로 칭송을 받아 온 미국에서 ‘독재’ 정권이라는 단어가 인구에 회자되는 것이 자못 생경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한편, 선거전에서 열세로 밀리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요즘 들어 민주당 바이든 후보를 향해 극좌(極左) 세력과 손을 잡았다며 맹공을 퍼붓고 있어, 미국 사회에는 지금 때 아닌 색깔 논쟁이 벌어질 조짐이 일고있다.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급진 성향의 정책을 주창했던 샌더스(Sanders) 상원의원과 조율해서 발표한 정책 공약에 대한 공격인 셈이다. 

 

점차 선거전 판세가 불리해져 가고 있어 다급해진 트럼프 대통령이 중도 온건주의자로 알려진 바이든 후보를 막무가내로 좌경 급진주의자로 매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트럼프 대통령 자신은, 그가 살아온 개인 인생 역정은 물론, 현재 대통령직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툭하면 충언하는 부하들을 쫓아내거나 반대 세력에 대해 매몰차게 질타하는 독선적 행태를 보이고 있어, 다양한 비판을 수용하고 타협과 조화를 중시하는 민주주의의 본령과는 거리가 너무 먼 실상을 보여주고 있다. 

 

마침, 트럼프 대통령이 2016년 선거 당시 자신의 선거 관련 의혹인 ‘러시아 게이트’에 연루되어 7개 범죄 항목으로 기소되어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오랜 친구인 스톤(Roger Stone)씨를 위해 감형(減刑; commute) 조치를 내려 또 다시 물의를 빚고 있어 미국 사회가 들끓고 있다는 TV 뉴스가 나온다. 이쯤되면 11월 대선에서 당선이 어렵게 될 것을 미리 작정이라도 한듯이 막가자는 것이나 다름없어 보인다. 

 

이러니, 유명 영화배우인 레드포드(Redford)씨가 이례적으로 나서서 트럼프 대통령 재선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바이든 후보 지지를 공개적으로 표명한 것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 실제로, 레드포드(Redford)씨는 이전부터 바이든 후보의 지지자이긴 하나, 이 시점에서 그의 경고는 충분히 귀담아 들을 만하다. 

 

그는 논평문 서두에, 그가 아직 어릴적이던 1940년대에 들었던 당시 루즈벨트(Franklin Delano Roosevelt) 대통령의 라디오 연설을 소개한다. 2차 대전 중이던 그 무렵에는, 아직 어린 나이라서 연설 내용을 충실히 알아들을 수는 없었으나, FDR의 연설을 듣고 그가 진정으로 국민들의 안녕 복리를 위해 애쓰고 있다는 것만은 느꼈고, 어린 나이에 할 수 있는 일로 쇠조각 수집에 동참하고자 하는 용기를 얻었다고 회상했다. 그리고, 지금에 와서 이런 오래된 기억을 되짚어보는 것은 우리가 선택할 장래 지도자가 갖춰야 할 기본적인 덕목을 말해주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아울러, 그는 지금의 백악관 오벌 오피스 상황은 ‘도덕적인 진공(vacuum)’ 상태이고, 우리 모두 하나가 되자고 호소하기보다 자기만을 위하고, 국민들을 고무하고 단결시키기는 말을 하기보다 대결을 충동질하고 분열을 조장하는 말을 일삼고, 교회당 앞에서 성경책을 들고 사진을 찍기 위해 평화적으로 시위하는 인종 차별 항의 군중에 최루탄을 쏘아 해산시키는 그런 대통령을 보고 있는 것을 한탄한다.

 

누가 뭐래도 미국은 아직 세계 최강의 리더십을 가진 나라다. 그런 나라가 지금 분단과 대결이 횡행하는 후진된 나라로 바뀌어 가는 것을 지적하는 것이다. 물론, 미국은 다양한 인종이 복잡하게 얽혀서 살아가는 공동체이다 보니 이 모든 상황을 도널드 트럼프가 만들어 낸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레드포드(Redford)씨는 트럼프 대통령이 최소한 미국 사회의 이런 잘못된 길을 찾아내, 그런 방향으로 끌려 들어가는 길을 더욱 넓게 열어놓은 것은 분명하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어지는 그의 논평문은 바이든 후보의 지지를 역설하는 것이니 여기서 그치기로 하고, 필자가 읽은 바로는, 이 노장 배우가 절절한 호소를 담은 투고문을 통해 미국 국민들에게 고(告)하고자 하는 것은, 다름 아니라 유권자 개개인이 행사하는 한표의 영향력을 강조하려는 것이 요체라는 생각이다. 그렇다. 우리도 어릴 적부터 민주주의의 꽃은 선거이고, 그 선거의 엄정함은 바로 유권자들의 한표 한표가 국가라는 공동체의 장래의 운명을 죄우한다는 사실이다. 그런 ‘민주’ 국가의 기본 바탕을 이루는 원리를, 왜 하필 지금에 와서, 그것도 자타가 신뢰해 마지않는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다시 거론되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다른 한편 우려도 된다. 

 

우리도 정부 수립 이후 70여년 동안에 크고 작은 선거를 숱하게 치러 왔고, 때로는 엄청난 희생을 치르며 그토록 동경하던 ‘민주’ 사회를 되찾았으나, 지금 상황은 그 이전이나 별반 다름없이 계층 간 대결과 상호 갈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안타깝기도 하다. 타협과 조화로운 정치를 하라는 국회는 국회대로, 정의와 공정을 본령으로 삼는 사법부는 사법부대로, 오직 국리 민복을 구현하라는 정부 기관은 그들대로, 어디 하나 빤한 구석이 없이 서로 갈라져서 반목하고 대결하는 흉한 몰골로 밤낮을 지새고 있다.

이 때 쯤, 미국이라는 선진 사회가 저럴진데, 과연, 우리는 무엇이 모자라 여태 이런 험하고 미천한 모습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가를, 우리 국민 누구 하나 빠짐없이 거듭 거듭 맹성(猛省)할 때다. <ifs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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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0년07월11일 17시23분
  • 최종수정 2020년07월12일 04시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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