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산에서 바라본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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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공식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칼러리즘 Colorism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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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0년06월09일 12시00분

작성자

  • 이상돈
  • 중앙대학교 명예교수, 20대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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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애폴리스 사건을 계기로  공권력 행사에서의 인종차별이 또 다시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이는 현재 미국에서의 흑인 사회가 안고 있는 여러  문제의 한 단면일 뿐이다. 흑인 사회 자체가 안고 있는 큰 문제 중 두 가지만 언급하고자 한다. 

 

매우 불편한 사실은 흑인이 살인 범죄의 희생이 된 경우 그 범인의 약 90%가 흑인이라는 점이다. 살인에 희생되는 흑인 자체가 많을 뿐더러 그 가해자의 대부분이 흑인이라는 사실은 엄연한 사실이다. 이는 통계에 의해서 증명되는데, 흑인들 자체의 생활수준이 획기적으로  높아지지 않는 한 개선되기가 어렵다. 흑인 밀집주거 지역에서 일어나는 범죄는 흑인들끼리의 범죄가 많으며, 이런 곳을 순찰하는 경찰도 위험에 노출되기  때문에 경찰이 과잉 방어를 해서 흑인을 사살 하는 경우가 일어나서 큰 물의를 일으키기도 한다. 경찰이 인종차별적이라기 보다는 경찰 자체가 위험에 빠지기 쉬운 환경에 처해 있어서 그런 일이 생기는 것이다. 

 

근래에 들어서 흑인 사회 자체에 큰 딜레마로 제기되는 것은 피부색갈에 근거한 차별, 즉 칼러리즘( colorism)이다. 미국 영화나  TV  드라마를 보면 흑인이지만  피부색이 매우 엷은 흑인(light colored)  배우들을 자주 보게 된다. 이들은 주연이나 조연급으로 백인 또는 동양계 배우와 자연스럽게 연기를 한다. 반면에 피부가 아주 검은 흑인은 대개 경비원 같은 엑스트라로 나온다. 

 

피부가 엷은 흑인은 백인 피가 섞여 있어야만 가능하다. 소수인종 우대정책에 따라서 흑인은 취직을 하거나, 의대 또는 로스쿨에 입학할 때  우대를 받는데, 이런 혜택을 많이 누리는 흑인은 대개 피부색이 엷은 흑인들이다. 피부색이 엷어야  취직이  잘되고 법정에서 서더라도 보다 가벼운 형을 받음은 실증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영화에 엷은 색 흑인 배우가 많이 나오는 이유는 그래야만 흥행에 성공하기 때문이다.

 

컬러리즘이란 용어가 보편적으로 쓰인지는 불과 20여년 정도 밖에 안된다. 그런데, 이는 차원이 다른 어려운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백인이 진한 색 흑인보다 엷은 색 흑인을  좋아하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흑인들 자체가 엷은 색 흑인을 선망하기 때문이다. 이에 편승해서 피부 표백크림이 많이 팔리지만 그것은 우스운 일이고,  자기 보다 피부색이 엷은 배우자를 만나야만 자식부터 그것이 가능해 진다. 

 

피부가 희어야만 아름답다는 편견 자체가 잘못이라면 잘못이지만, 그런 현상이 있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는 데 딜레마가 있다. 앞서 이야기 한 바와 같이 미국에서의 흑백 혼혈은 농장주와 여자 노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 노예가 그 뿌리이다. 말하자면, 노예제가 남긴 유산이다. 

 

우리는 흑인과 백인 사이만 갈등이 있는 줄 알지만 흑인 사이에서도 피부색 농도를 두고 차별이 존재하고 이로 인한 갈등이 있다. 흑인 여성이 백인 남성과 결혼하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백인 여성이 흑인 남성(이 경우는 사회적으로 성공한 남성일 것이다.)과 결혼해서 아이를 낳게 되면 흑인 사회에 크게 기여하는 것이라는, 결코 웃을 수 없는 조크마저 있다.

 

 피부색이  진한 흑인 보다 피부색이 엷은 흑인은 백인 주거지에 살게 될 확율도 높고 주류 사회에 편입될 가능성도 높고 선출직 공직을 맡을 가능성도 높다. 미국 사회의 또 다른 어두운 단면이 아닐 수 없다. 그런 점에서  다문화 다인종주의가 과연 좋은 것이고 바람직한 것인지,  인종갈등이 심했던 미국 남부에서 공부한 나로서는 심각한 회의를 갖고 있다.   <ifs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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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0년06월09일 12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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