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산에서 바라본 세계

국가의 미래를 향한 첫 걸음

※ 여기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공식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오만(傲慢)에 대(對)하여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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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0년06월04일 17시10분
  • 최종수정 2020년06월06일 10시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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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속담에 '오만(傲慢)이 앞장서면, 치욕(恥辱)이 뒤 따른다 (Pride goes before, shame follows after).'는 말이 있다.  프랑스 격언은 좀 더 구체적이다. ‘오만이 앞장서면, 망신과 손해가 뒤 따른다 (Lorsque l'orgeuil va devant, honte et dommage le suivent).’

 오만의 사전적 의미는 “태도나 행동이 건방지거나 거만하다. 또는 그 태도나 행동”이라고 돼있다. 교만(驕慢), 거만(倨慢), 방자(放恣) 등과 거의 같은 뜻으로 쓰이는 말이라는 설명도 덧붙여 나온다. 

 

 흔히 ‘오만(傲慢)한 지도자의 사례로 꼽히는 것이 프랑스의 ’샤를 드골‘ 대통령이다. 그는 재임 중 알제리 독립 가결로 알제리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하여 프랑스 경제의 가장 큰 장애를 제거했던 인물이다. 1961년 알제리문제에 대한 국민투표 과정에서 자신을 지지해준 사람들에게 감사 표시를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측근들의 조언에 “프랑스가 어떻게 프랑스에 감사하느냐”고 반문했다고 한다. “짐(朕)이 곧 국가(國家)”라는 루이 14세와 같은 생각이랄까. 어찌됐든 그는 그런 오만으로 결국 불명예퇴진으로 이어졌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굳이 이런 사례를 들지 않더라도 권력을 쥐게 되면 세상이 바뀌는 것을 스스로 느낄 수 있다. 자신의 변화 때문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이 자신을 대하는 태도가 이전과는 확 달라지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변화가 얼마지나지 않아 자신이 달라진 것으로 착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자신이 모든 사람들로부터 ‘존경 받고, 인기 있다’고 믿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권력의 맛에 취하게 된다. 자존감(自尊感)이 약한 사람일수록 권력의 장식물로 치장하면서 오만의 탈을 뒤집어쓰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요즈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행태를 보면 ‘오만(傲慢)이라는 두 글자가 머리 속에서 맴돈다. 지난 총선에서 177석의 의석을 석권한 더불어민주당이고 보면 “이제 국회는 우리 맘대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질만하다. 열린민주당 등 범(凡)진보정당으로 따진다면 180석을 훨씬 넘는 것이어서 자부할만도 하지 않은가?

 

그런데 벌써부터 “단독 국회도 불사(不辭)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가 하면 “현대사 왜곡을 바로 잡겠다”면서 5.18 역사왜곡처벌법이나 진상규명특별법을 당 소속의원 전원 명의로 발의하기로 했다고한다. 더불어민주당 태년 원내대표는 "하늘이 두 쪽 나도 5일 국회 본회의를 열겠다"고 말했다. 정치판에서 이런 '오만'과 '독선'이 어디 있나? 수적으로 우세라해서 18개 상임위원장도 모두 차지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한다. 역사를 바로 잡겠다? 역사를 바꾸겠다는 것인데 어떻게 가능한 일인가? 어디 그 뿐인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2일 열린 의원총회에서 정의기억연대 회계부정의혹 등을 받고 있는 윤미향 의원과 관련해 “나름대로 소명할 것은 소명했다고 본다”고 두둔하는 듯 한 발언을 했다. 이 말에 수긍할 국민들이 얼마나 될지 궁금하다. 왜 그렇게 두둔해야 하나? 

 

지난 20대 국회의원이었던 금태섭 의원에 대한 민주당의 징계는 누구 말처럼 ‘삶은 소대가리가 웃을 일’아닌가? 국회의원이 소신에 따라 의안표결에 나섰다 해서 징계를 한다니 한심한 작태다. 당론을 어겼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국회의원은 양심에 따라 투표한다”는 헌법과 국회법이 정당의 당규보다 하위에 있는 규율이란 말인가? 총선 후에 달라진 자만심(自慢心)의 발로가 아닌가 싶다.

 

 청와대 비서관 출신의 국회의원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의 행태를 보자. 국회의원 신분으로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아들 허위인턴 증명서 발급과 관련한 재판을 받던 중 당 기자회견이 예정돼 있으니 재판을 빨리 끝내달라고 했다니 참으로 어이가 없다. 물론 재판부가 받아들이지는 않았지만 명색이 법조인이고 청와대 비서관 출신이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것 자체가 ‘오만방자(傲慢放恣)’가 절정에 달한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꼴에 수캐라고 다리를 들고 오줌 눈다는 말이 생각난다.

 

더불어민주당 판사출신 초선 이수진 의원은 '판사들에 대한 탄핵 추진'을 밝혔다고 한다. 지난 4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판에서 인사총괄심의관으로 근무했던 연학 부장판사가 이 의원의 판사시절 평정표를 언급하면서 "부정적인 내용이 많았다"고 증언한 데 대한 반응으로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연학 부장판사가) "법관탄핵검토 1순위" 라고 지목했다고 한다. 이제 정권 입맛에 맞지 않은 판사들까지 '찍어내겠다'는 '오만방자'의  전형적인 사례가 아닌가 싶다.  

 

‘친일 청산’ ‘역사바로잡기’ ‘5.18, 세월호 진상규명’, 심지어 ‘KAL기 폭파사건’까지 바로잡겠다고 들먹인다. 언제까지 이렇게 과거에만 갇혀 살 것인가? 행여 " 이제 국회도​ 우리가 점령했으니…"  입법 사법 행정의 3부를 모두 장악, "국가운영은 우리 맘대로 할 수 있다"는 거만한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 

우리 속담에 "해가 지면 반딧불이 '우리가 이 세상에 빛을 준다'고 생각한다”는 말이 있다. 생각하기 나름이지만 털끝만한 알량한 권력으로, 그것도 잠시 국민들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으로  천하(天下)를 호령하​겠다는 오기(傲氣) 를 부리지말아야 한다. 자칫 잘못하면 자신들이 상처를 입을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치욕으로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오만이 앞장서면, 치욕이 뒤 따른다’ 하지 않았던가?

<ifs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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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0년06월04일 17시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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