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산에서 바라본 세계

국가의 미래를 향한 첫 걸음

※ 여기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공식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안보, 경제 전략 없는 대한민국의 좌표 찾기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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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9년10월04일 17시07분
  • 최종수정 2019년10월05일 16시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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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즈를 폄하하는 건 결코 아니지만, 당시 미국의 상황이 달랐다면 그들이 1960년대 최전성기를 누릴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본토에서의 전쟁 위험이 있었거나, ‘자본주의의 황금기’라고 불릴 정도로 호황이었던 당시 경제 상황이 아니었다면, 사람들은 비틀즈에 그렇게 열광하지 못했을 것이다. 안전보장과 경제는 국민이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요소이다. 그 어떤 가치보다 안보, 경제가 우선되어야 할 이유이다. 국가는 따라서 국방과 민생에 있어서는 그 어떤 타협도 용납해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현재 대한민국의 상황과, 이에 대처하는 정부의 해결능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이러한 상황을 성토하고, 해결을 논의하는 전문가들의 깊이 있는 강연과 토론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지난 9월 26일, 중앙일보 후원으로 남덕우기념사업회(회장 김광두 석좌교수/국가미래원장)가 서강대에서 주최한 4차 토론회, ‘표류하는 대한민국, 좌표를 찾아서’에서이다. 

 

대한민국에게 외교는 ‘명줄’이다

 

 외교는 국가의 안전보장을 도모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그 중요성은 어떤 국가에게나 백 번 강조해도 모자람이 없지만, 대한민국에게 외교는 그야말로 ‘명줄’이다. 강대국들에 둘러싸여 있는 지정학적 위치 때문이다. 김경수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토론에서 이러한 지정학적 위험의 영향력을 얘기하면서,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동아시아에서 지정학적 위험을 얼마나 증가시키는지에 대해 언급했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도 미중갈등으로 인해서 한국이 중립을 지키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고 설명했다. 패권국과 신흥패권국의 갈등의 장이 된 동아시아의 중심에서, 북핵까지 이고 있는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조건은 그야말로 살얼음판 위이다. 

 

 그 살얼음판이 갈라질 징후들이 점점 보이고 있다. 지소미아(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가 파기되면서, 바로 옆 나라와 안보 갈등을 겪는 위험천만한 상황이 시작됐다. 이를 시작으로 한미일 공조가 흔들리는 걸 절대 원치 않을 미국과 마찰을 겪으면서, 한미동맹에까지 문제가 생겼다. 그리고 중국과 러시아는 지난 7월 우리 영공을 침범하면서 그들의 존재감을 확실히 보였다. 대한민국 문제에서 절대 배제되지 않겠다는 확고한 의지의 표명이다. 그리고 북한은 바로 어제 2일 새벽 SLBM 실험을 또 감행했다. 명백한 위협들이 다가오는데 동맹이 흔들린다. 구한말 배경인 드라마 ‘미스터션샤인’에서, 조선인 김희성이 물에 빠져도 도와주지 않겠다던 일본인과 미국인의 대화가 재현되고 있다. 상상 속 상황이지만, 김희성은 익사했다. 구한말 고립된 조선의 역사가 되풀이되는 상황이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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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 안보 동맹의 필요성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미국과의 동맹이 얼마나 중요한지 설명했다. 단순한 경제지표가 아닌 IT기술력, 가치의 소프트파워, 지속적 인재 유입 등으로 보면 미국이 최강패권국 지위는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또 김병연 서울대 교수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가치를 공유한다는 동맹이라는 점도 언급했다. 

 그런 한미동맹을 유지하기 위해 한일관계 역시 꼭 필요하다. 일본은 미국에게, 어쩌면 한국보다 더 중요한 안보 동맹국이기 때문이다. 한국이 제외됐던 초기 애치슨라인에도 일본은 있었다. 또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일언반구도 없던 한일갈등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깊은 대화를 나누었다고 알려졌다. 지소미아 파기 당시 대통령의 ‘한미동맹은 건재하다’라는 발언은 있을 수가 없는 일이다. 불필요하게 갈등을 키우면서 한미동맹에 위험이 생겼다. 그 결과는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가 이미 적나라하게 보여준 바 있다. 

 

안보불감증의 위험성

 

 안보 문제는 천천히 대한민국을 좀먹으며, 돌이킬 수 없는 상황까지 몰고 갈 수 있다. 신원식 전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은 이와 같은 상황을 암에 비유하며, 초기에는 눈에 잘 띄지 않을지 모르지만, 그 결과는 그 어떤 것보다 혹독하다고 설명한다. 또 긴급 시 필요한 군사력이 바로바로 보충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안보 공급 탄력성은 ‘0’에 가까우며, 따라서 안보 상황에 대한 통제와 전략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최근 지소미아 파기, 한미연합훈련 축소 등 많은 외교안보 결정들이 감정적으로 행해졌다는 비판이 있다. 안보 동맹이 국가의 자주권을 침해한다는 감정적인 대응은 결국 대한민국의 고립을 자초하며, 안보불감증을 확산시킬 뿐이다. 

 

천천히 가라앉고 있는 경제

 

 국가의 또 다른 기둥인 경제도 가라앉고 있다. 신세돈 숙명여대 명예교수는 강의에서 문재인 정부 들어 하락하기 시작한 12가지 지표들을 밝혔다. 경기동행지수가 13개월 연속으로 하락하고 설비투자지수도 5분기째 하락하고 있는 것은 IMF 위기 이후 처음이다. 지금이야 세계경제가 전반적으로 침체기를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문재인 대통령 당선 당시만 해도 세계경제는 호황이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는 성장률, 고용률이 계속 떨어져왔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김동호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이와 같은 분석이 결코 ‘경제 비관론’이 아니며, 실제로 중산층이 무너지고 산업구조가 약화되는 것을 비판했다. 경기 부양을 위한 재정이 투자에 비해서 복지에 과도하게 치우친 점을 지적하며, 전략적인 경제정책이 부재함을 비판했다. 

 

전략적인 국가 전략의 부재

 

 김현종 청와대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불화설이 사실로 밝혀졌다. 정부 인사 한명에 불과한 사람의 ‘스타일’ 때문에 외교 전략 수립에 차질이 빈번했다는 것은, 한국의 외교 전략이 없다는 걸 말해준다. 소득주도‘성장’에서 성장과 혁신을 담당할 전략이 없었다는 것도 다양한 지표들을 통해 드러나고 있다. 정부가 적폐 청산이라는 과거에만 매달려 미래전략에 소홀했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그 어떤 빛 좋은 개살구도 국민의 안전보장과 민생보다 앞설 수는 없다. 이러한 최우선과제 앞에 다른 소명이 있다고 믿는 정부는 국민을 위해 일하는 게 아니라 정쟁에 매진하고 있는 것이다. 

 

냉정한 현실 인식, 반대 의견 수렴할 줄 아는 정부 돼야

 

 문재인 대통령은 유엔총회에서 북한이 ‘9.19 군사합의에 위반될 만한 적대 행위가 없었다’라고 연설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적대행위에 포함되는 비방이 계속되고 지뢰 제거 등의 약속이 전혀 지켜지지 않음을 지적하며 냉정한 현실 인식이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전략을 세우려면 현실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 어떠한 현실에서 어떻게 평화를 쟁취할 것인지에 대한 로드맵 없이, 이상적인 평화 체제만 꿈꾸고 있는 것은 이러한 현실 인식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표학길 서울대 명예교수는 정부가 반대 의견을 경청하고 수렴할 줄 알아야 한다며 정리했다. 대한민국이라는 배가 좌표 없는 방향으로 일방통행하고 있다. 이 방향에 대한 어떤 전략도, 다원적 논의도, 비판도 없다. 정부가 국민의 기본권에 대한 책임을 더 통감하고 건설적인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능력이 부족해 깊이 있는 논의를 다 담아내지 못해 아쉬움이 크지만, 이러한 전문가들의 혜안이 많이 알려지고 토의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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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수정 2019년10월05일 16시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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