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산에서 바라본 세계

국가의 미래를 향한 첫 걸음

※ 여기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공식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여성으로 방패막이, 이제는 그만!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9년08월30일 17시00분

작성자

메타정보

  • 10

본문

페미니즘 대두하며 조직문화는 허물을 벗어내는 중… 정치권은 어떻게 반응했는가


최근 여성 문제와 페미니즘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다. 특히 ‘미투(#MeToo) 운동’은 현 시스템에 문제를 제기하며 큰 파장을 일으켰다. 여론 결집에 따라 정치권 역시 민감하게 반응했다. 이후 정치인들의 여성비하나 성차별, 성폭력 등으로 인한 잡음은 끊이지 않는다. 대표적으로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항소심에서 성폭행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예를 들 수 있다. 탁현민 대통령 행사기획 자문위원의 과거 발언과 문희상 국회의장의 신체접촉이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한국당 역시 이러한 논란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우선 홍준표 전 대표가 여성비하적 발언들로 인해 불명예스러운 꼬리표를 단 것을 꼽을 수 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문재인 지지자들을 조롱하는 여성혐오적 표현을 사용했다. 또 ‘여성 당원 엉덩이춤’ 영상이 SNS에서 유명세를 치른 적도 있다. 여야는 각각의 사건들이 이슈화될 때마다 서로를 맹비난했다. ‘더듬어민주당’, ‘자유터치당’ 등 상대에 대한 원색적인 조롱이 난무했다.

 

둘 중 한국당의 경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국당은 대선 이래 당의 외연 넓히기를 우선 과제로 삼았다. 이 과정에서 여성의 정치 참여를 독려하며 이를 지지하는 역할로서 자리매김하고자 했다. 그러나 개선의 여지는 부족해 보인다. 당 지도부 차원에서 성폭력, 여성비하 관련 사건들을 하나의 정쟁 요소로 몰아가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황교안 대표는 ‘엉덩이춤’에 대한 비판 여론을 “좌파 언론”의 공작으로 매도했다. 박순자 의원은 당시 한국당의 성폭력근절대책특별위원장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술자리에서의 성추행을 가벼이 여기는 실언을 했다. 안 전 지사의 성폭력 의혹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였다. 자정작용 없는 비난은 실천 없이 말만 앞세우는 것과 같다. ‘엉덩이춤’ 사건이 한국당 중앙당 여성위원회가 주최한 ‘2019 우먼 페스타’에서 일어났다는 역설처럼 말이다.

 

 “나는 무슬림이 싫어요!” … 왜요?


여성혐오에 맞선다는 뜻이 또 다른 사회적 불평등을 향하는 경우도 있다. 타 집단에 대한 배척을 정당화하는 것이다. 이는 이주민, 그중에서도 무슬림 혹은 동남아시아 출신 남성에 대한 인식에서 뚜렷이 나타난다. 대표적인 예로 지난해 있었던 난민 수용 논란을 들 수 있다.

 

당시 열기의 중심엔 ‘강간범’ 낙인찍기가 있었다. 한국 여성이 무슬림 난민 남성들로 인해 위험하다는 것이다. 당시 난민 수용을 반대하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70만명 이상의 시민이 참여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반대 근거로 드는 무슬림 사회의 여성혐오적 관습이나 관련 범죄 사건은 가짜 뉴스라는 지적이 제기되었다. 다수 정보가 극우 세력 등의 왜곡으로 인해 사실과 다르게 전해졌다는 것이다.*

 

20세기 초 미국에서는 쿠 클럭스 클랜(일명 KKK단. 백인우월주의 극우 비밀 결사체)이 부활했다. 당시의 인종차별적 시각이 드러난 영화 <The Birth of a Nation>은 이 시대의 상징 중 하나다. 영화에서는 흑인 남성이 백인 여성을 성폭행하려는 장면이 끔찍하게 남는다. 여성은 결국 절벽에서 뛰어내리고 만다. 당시 흑인 남성은 성욕 해소를 위해서라면 폭력까지 휘두르는 존재로 취급되었다. 이러한 편견은 인종 분리 정책 등 차별적 법제를 정당화했다. 이들에 대한 집단 구타와 살해가 용인되기도 했다.  

 

또 이 시기 미국 사회는 이민 온 일본인 남성들에게 성범죄자의 이미지를 뒤집어씌웠다. 당시 많은 미국인은 이들이 자국 여성들을 성적으로 위협한다고 여겼다. 이러한 여론은 배타적 이민정책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냈다. 정부와 언론, 시민사회는 적대심을 합리화하기 위해 여성의 안전을 명분으로 삼았다. 난민 반대로 대동단결했던 당시 한국사회의 모습이 겹쳐 보인다.

 

한국에는 일본의 성차별적 구조와 성상품화 경향을 싸잡아 말하는, ‘성진국’이라는 멸칭이 있다. 일본을 향한 반감의 근거로 낮은 여성인권을 드는 것이다. 그러나 여성을 방패막이로 삼은 한 집단 또는 국가 이미지 형성을 경계해야 한다. 그런 말들은 우리 사회를 돌아보기 어렵게 만든다. 불법촬영 범죄와 ‘웹하드 카르텔’, 미투 운동으로 밝혀진 억압적 구조 등 한국 역시 해결해야 할 문제는 산적해 있다. 정치권은 성평등 의제를 정쟁에 이용하는 것을 멈추고, 사회적 요구의 진정한 충족을 위해 힘써야 한다. 

10
  • 기사입력 2019년08월30일 17시00분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