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산에서 바라본 세계

국가의 미래를 향한 첫 걸음

※ 여기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공식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환영합니다, 이곳 등명해변의 이용료는 ‘생명’입니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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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9년06월07일 17시05분
  • 최종수정 2019년06월07일 17시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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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에 대하여 현재 선로무단출입에 따른 국민신문고민원이 접수된 상태로 철도안전법제48조 5호, 제81조 1항 12호에 의거해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5월 24일, 필자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한 통의 메시지를 받았다. 5월 중 강릉등명해변에서 찍은 사진 중, 철도에서 촬영한 사진이 신고되어 과태료가 부과된다는 내용이었다. 문의사항은 철도경찰대 강릉센터로 연락달라며, 전화번호를 함께 남겨주었다.

강릉시의 관광지 중 하나인 등명해변은 철길을 건너지 않고는 출입할 수 없는 곳이다. 그렇기에 강릉시에 여행을 갔던 그 날은 등명해변에 들어가기 위해, 유일한 길인 철길 위 나무데크를 횡단했었다.

 

철도경찰대 강릉센터로 바로 전화를 걸었다. 7분가량 통화한 끝에, 그들은 “사정을 이해하지만, 제3자의 신고가 들어왔기 때문에 25만원의 과태료를 내야한다.”는 답변을 주었다.

“자진납부기간에 납부할 경우 20%를, 소년.소녀가장일 경우 50%를 감면해준다.”는 친절도 잊지 않았다.

 

처벌의 형평성은 없다, 그러니 너의 ‘운없음’을 탓해라

 

5월 말, 영주지방철도경찰대에 전화를 걸었다.

사실 담당자 역시 등명해변의 구조와 사정을 모두 파악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그들은 계속해서 과태료부과는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보통 이런 일들은 주의를 주는 선에서 끝나지 않습니까?"

 

실제로 네이버 검색어에 <등명해변>을 검색하면, 철길을 건너 등명해변 근처에서 야영한 이의 사진들이 대거 검색된다. 이에 대해 강릉시 강동면 사무소는 ‘등명해변은 야영.취사가 금지되어 있으니, 블로그 내 작성한 글을 삭제해주시길 바랍니다’고 주의를 주는 선에서 마무리하였다.

 

“원래는 개도(開導)에서 끝내려하는데, 이번에는 사진이 제 3자에 의해 신고된 경우라 그럴 수가 없습니다.” 필자의 질문에, 그들은 이렇게 입장을 밝혔다.

 

등명해변은 매주 많은 이들이 텐트를 설치하고 야영을 하는 곳이다. 특히 주말만 되면 각종 지역의 관광객들이 찾아오는 휴양지이다. 6월 1일, 영주지방철도경찰대 동해센터에 많은 관광객들이 주말을 맞아 등명해변 철길을 건너고 있으니 단속을 바란다는 민원을 제기하였다.

센터 측에서는 현장조사를 통해 실제로 많은 관광객들이 철길을 넘어가는 모습을 확인하였다. 철도경찰대가 제기한 철도안전법 48조에 의하면 이들은 분명 ‘현행범’이다.

 

그러나 센터 측 경찰들은 ‘현행범’들을 개도(開導)하는 선에서 일을 마무리하였다.
그리고 감동적이게도 관광객들의 입장까지 손수 대변해주었다.

“그들은 몰라서 그런거잖습니까.”

 

필자는 등명해변에 단 한 번 방문한 외지인(外地人)이며, 유일한 길인 철도를 건너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몰랐음을 다시 한번 밝힌다. 그들은 ‘철도안전법에 근거해 처벌을 진행한다’고 하지만, 그 처벌에 있어서 형평성이란 존재하지 않았다.

 

야영금지, 그러나 야영 이용료를 받는 주민들


앞서 언급한 내용처럼, 등명해변은 야영.취사가 금지되어 있으며 곧 환경정비 공사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러나 문제는 강릉시로부터 권한을 부여받은 주민이, 그 ‘야영장’을 관리하며 이용료를 수납해간다는 것이다. 강릉시는 등명해변 앞 철길에 열차가 주기적으로 지나가며, 이에 따라 횡단하는 관광객들이 충분히 위험할 수 있음을 이미 알고 있다. 그런데도 주민들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이를 묵과하고 관광객들의 생명을 담보로 등명해변을 관광지로서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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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시와 철도경찰대의 직무유기, 피해는 관광객들의 몫

 

철도안전법 48조(철도 보호 및 질서유지를 위한 금지행위) 5호는 다음과 같다.

[선로 또는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철도시설에 철도운영자등의 승낙 없이 출입하거나 통행하는 행위]

 

등명해변과 같이 맞은편에 건너가야 할 곳이 있지만, 철길을 무단으로 횡단할 수 없는 경우가 존재한다. 이때 철도경찰대에서는 ‘철도운영자’를 배치하여, 관광객들이 무사히 건너갈 수 있도록 돕거나 혹은 강릉시와 논의하여 등명해변을 폐쇄했어야 했다. 그러나 이들은 "KTX가 지나갈 철길이라 방어울타리를 설치해야하기 때문에, 더 이상 철도운영자를 배치하는 것이 불가하다.“, ”횡단유도시설물인 나무데크를 철거해야 한다.“ 고 주장했다.

 

반면, 이에 대해 강릉시는 “주민들과 협의를 보고 있으나, 유도시설물을 철거하는 과정에서 분란이 야기되었다. 무엇보다 등명해변은 마을에서 운영하는 해수욕장이기 때문에, 해변출입을 폐쇄할 경우 생계를 이어가기 어렵다는 주민들의 반발이 심한 상황이다.”고 입장을 밝혔다.

 

결국 강릉시는 주민들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해당 철길을 건너는 것이 불법이며, 관광객들이 철길을 건너 등명해변으로 들어오는 것이 위험할 수 있다는 사실을 묵과하고 있는 상황이다. 관광객들은 강릉시에서 산책로와 상가·숙박시설 등을 이용하며 주민들에게 경제적 이익을 창출해주면서도, 철길을 건너는 위험과 과태료까지 함께 감수하고 있다.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이 두 기관은 10년 동안 이를 둘러싼 갈등이 존재했음에도, 명확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한 채 문제를 방치하고 있다. 만약 등명해변을 찾아온 관광객 중 한 명이 열차로 인한 사고를 당할 경우에도, 계속 책임을 미룰 것인지 진심으로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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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9년06월07일 17시05분
  • 최종수정 2019년06월07일 17시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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