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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공식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통근시간, 짧을수록 좋다고요? 통근시간에 숨겨진 불평등 - 노동하는 여성들의 삶의 주기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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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9년03월01일 17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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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에게 출퇴근은 반복되는 일상의 한 부분이다. 고된 업무를 견뎌내는 직장인들은 짧은 통근시간을 꿈꾼다. 통근시간이 짧을수록 집에서 나와야 하는 시간은 늦어지고 집에 도착하는 시간은 빨라지니, 잠도 더 많이 잘 수 있고 남들은 도로에서 버리는 시간을 여유와 여가시간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통근에는 눈에 보이지 않게 지출되는 비용도 발생한다. 교통비뿐만 아니라 통근시간이 길어질수록 발생되는 숨겨진 비용들이다. 경제학자들은 이를 ‘묵시적 비용’이라 한다. 통근시간은 짧을수록 좋다, 이것이 사회적 통념이다. 

 

2015년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수도권에 거주하는 여성이 하루에 통근에 할애하는 시간은 대략 70분으로 남성에 비해 10분 정도 짧다. 기혼자로 한정할 경우 그 차이는 16분까지 벌어진다. 이는 비단 우리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1999년~2014년 OECD 회원국 남성과 여성의 통근시간은 각각 33.4분, 21.9 분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평균적으로 11.5분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고유한 현상이 아닌 것이다. 이처럼 세계 평균적으로 여성의 통근시간이 짧은 것은 우연의 일치인가? 왜 여성의 통근시간은 짧은가? 통근시간이 짧다는 것은 여성에게 그만큼 혜택 아닌가?

 

한정적 노동 기회에서 기인한 짧은 통근시간

 

‘지옥철’ 1시간에 따라오는 연봉 1억과 걸어서 20분 거리인 연봉 3천. 거기다 전자의 경우, 기업의 규모가 더 크고 복지가 튼튼하다면 어떤 직장을 선택할까? 여성의 통근시간이 남성보다 짧은 현상은 위의 사례로 설명된다. 여성의 통근시간이 남성보다 짧은 수치는 해결되지 못한 노동시장 내 젠더 불평등을 증명하기 때문이다. 높은 임금 시간은 통근시간을 보상한다. 이는 통근시간이 임금과 노동시간과 직결되는 요소임을 뜻한다. 구직자는 자신이 생각하는 직장의 조건을 찾을 때까지 구직 활동을 이어간다. 기대치에 따른 ‘조건’과 부합하지 않는다면 구직의 범위를 계속해서 확장해 나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세계의 평균적 여성들은 높은 임금보다 짧은 통근시간을 ‘선택한’ 것일까? 여성의 통근시간이 상대적으로 짧은 것은 통근시간에 따른 경제적·시간적 비용을 감수할 만한 직장을 선택할 기회가 한정적임을 증명한다. <왜 여성의 통근시간은 짧은가? 성별 통근시간 차이에 관한 연구>에선 임금이 높아질수록 여성의 통근시간이 길어진다는 통계로 이를 뒷받침한다. 여성도 고연봉을 받는다면 긴 통근시간을 감내한다는 것이다.

 

*글 속의 통계적, 수치적 출처는 <왜 여성의 통근시간은 짧은가? 성별 통근시간 차이에 관한 연구_여성경제연구 제 11집 제 1호>다. 본 연구는 개인, 가구, 일자리 특성에 대한 방대하고 구체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한국노동패널 7차 자료를 분석에 사용했다.(9pg, Ⅳ.자료 및 분석결과-1.자료 및 기초 통계량 中)

 

실제로 교육수준이 높은 사람들이 낮은 사람들보다 상대적으로 장거리 통근을 감내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교육수준이 높을수록 전문 직종에 종사할 가능성이 크고 전문 직종은 지리적으로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교육수준이 높은 집단의 통근시간이 상대적으로 길게 나타나는 경향과 남성의 통근시간이 여성보다 길다는 것이 동일선상에서 이야기된다는 것은 ‘남녀평등 시대’에서 아이러니하다. 

 

기울어진 가사 책임은 통근시간 차이로 드러난다.

 

경제활동을 하는 여성의 58.8%가 그리고 남성의 76.5%가 기혼인 것으로 드러나 성별간 차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2세 미만 자녀를 가진 남성과 여성을 하나의 집단으로 봤을 때는 경제활동 집단이 평균 0.055명과 비경제활동집단이 0.059명으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반면 여성의 경우로 한정지었을 겨우, 2세 미만의 자녀를 두고 경제활동을 하는 여성은 0.028명, 비경제활동 여성은 0.081명으로 3배에 달하는 간극을 보였다. 어린 자녀가 있을 때 일을 하는 여성보다 일을 하지 않은 여성이 3배에 달했다는 뜻이다. 2세 이상 12세 미만 자녀수도 유사한 결과를 보였다. 반면 12세 이상 19세 미만 자녀수에서는 경제활동 집단의 여성들이 0.247명으로 비경제활동집단의 0.181명보다 높게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로 여성의 경제활동은 자녀 출산이후로 감소하였다가 자녀의 나이가 12세 이상이 되면 증가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통계는 출산과 육아가 여성의 노동에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확실히 표명한다.

 

그렇담 통근시간은 어떨까? 가정에 대한 여성들의 책임감은 가정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통근이 비교적 적게 소요되는 일자리를 선택하게끔 한다. 기혼 집단에서 여성과 남성의 통근시간 격차가 더욱 벌어지는 이유다. 여성의 경우 어린 자녀수가 증가할수록 통근시간이 짧아진 반면 남성은 오히려 증가한다는 통계에서 앙육 및 가사에 대한 책임감이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욱 가중돼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여성의 통근시간이 짧으니 혜택이 아니냐’는 질문엔 OECD 18개국의 남녀 노동 시간의 차이가 주당 10시간인 것으로 대답하겠다. 노동 시간이 짧으니 여성은 좋아해야 할까? 그렇지 않다. 짧은 노동 시간은 노동시장 내에서 불리한 처지를 반영하는 지표다. 장시간 근무는 대개 숙련직, 보수가 높은 ‘좋은 일자리’인 반면 여성, 저숙련 노동자들은 대개 저임금, 파트타임 일자리에서 근무하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여성 노동자들은 가사 노동이라는 제약을 안은 채로 노동 시장에서 경쟁하기 때문이다. 

 

 

노동하는 여성의 삶의 주기

통근시간을 통해 본 여성들의 노동 불평등은 가파르게 시작해 점차 완만해지는 골짜기 형태로 설명되는 여성들의 통근시간으로 방점을 찍는다. 연령은 남성 노동자의 경우 무의미한 변수였다. 연령이 통근시간에 미치는 효과는 오직 여성들에게만 유의미한 결과를 보였다. 젋은 여성의 통근 시간은 제일 짧다. 구직활동의 지역 범위를 넓혀가도 긴 통근시간을 감내할 만큼 적절한 보수의 직장이 없기 때문이다. 

 

어린 연령의 자녀가 많을수록 통근시간은 더욱 짧아지다 아이가 자라고 나면 여성들의 통근시간을 점차 길어진다. 아이가 어리니 육아와 가사 노동이 크다. 직장을 선택하려 해도 집과 아이와 거리가 가까운 곳에 해야 한다. 그러나 여성의 연령이 늘어날수록 통근시간은 더 길어진다. 아이를 다 키우고 노동 시장에 다시 복귀하려니, 경력단절 여성을 받아주는 곳은 더더욱 없다. 받아주는 회사를 찾고 찾아 구직 범위를 넓히다 보니 통근시간은 더욱 길어진다. 

 

노동시장 속 한국의 여성들에겐 결국 두 가지의 선택권이 있다. ‘여성 친화적’ 일자리를 통해 노동시장의 영원한 2등 시민으로 남거나, 회사 일과 가사 노동의 이중 부담으로 슈퍼우먼이 되는 것이다. 더 이상 ‘상상’ 같지 않은 부조리한 현실을 타파하기 위해선 돌봄의 공공성이 더욱 절실하다. 가사노동의 역할의 부담을 남녀, 나아가 가족과 정부가 나누며 사회적 보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1일 6시간 근무제를 시험한 결과 참여한 노동자들의 병으로 인한 결근이 절반으로 감소했다. 업무의 효율성도 향상했다. 가사 돌봄의 책임자들의 ‘시간 유리 천장’ 문제가 다루지지 않는다면 건강 불평등과 노동 불평등 사이의 굴레에서 여성들은 빠져나올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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