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산에서 바라본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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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혜원과 서영교의 엇갈린 희비 바로세우기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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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9년01월25일 16시53분
  • 최종수정 2019년01월25일 17시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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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혜원 vs. 서영교 

 

지난 15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핵심 여성의원 두 사람의 이름이 언론을 도배했다. 손혜원 의원과 서영교 의원이 그 주인공이다. 손 의원은 목포 근대문화사업지구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서영교 의원은 사법부에 지인 재판을 청탁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이 사실이 알려진 지 일주일, 손혜원 의원과 서영교 의원의 희비는 엇갈렸다. <미디어오늘> 분석에 따르면, 1월 15일부터 21일까지 중앙일간지 ‘손혜원’ 지면기사는 238건 집계된 반면 ‘서영교’ 기사는 112건 나온다. 기사 건수만 2배 차이나는 데다 이마저도 서영교 의원 기사는 손혜원 의원 기사에 딸려 나온 기사가 대부분이다. 대한민국에서 ‘부동산’은 누구나 관심 있어 하는 주제고, 더군다나 ‘부동산 투기 의혹’은 일종의 ‘역린’이라는 걸 안다. 하지만 논란의 본질을 살펴보면 서영교 의원 사태가 훨씬 중요하고 심각한 문제다. 이대로 서영교 사태가 손혜원 논란에 묻힐까봐 우려된다.

 

‘서영교 사태’ 개요  

 

2015년 5월, 서영교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국회 파견 중이던 김모 판사를 의원실로 부른다. 자신의 총선 캠프 연락사무소장 아들 이모씨의 재판 청탁을 위해서다. 이모씨는 심야에 여성을 추행하려던 혐의로 1심 형사재판을 받고 있었다. 검찰에 따르면, 서 의원은 3일 뒤로 잡힌 선고 기일을 미뤄 달라, 강제추행미수죄를 공연음란죄로 바꿔 달라, 실형이 아닌 벌금형을 선고해 달라고 했다고 한다. 김모 판사는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이를 보고했고 임 차장은 서울북부지법 법원장에게, 그리고 해당 재판 담당 박모 판사에게 그 내용이 전달된다. 서영교 의원에게서 담당 판사에 이르기까지 청탁이 전달되는데 걸린 시간은 단 하루다. 결국 선고가 미뤄지거나 죄명이 바뀌지는 않았지만 벌금형이 내려졌다. 

 

여기서 중요한 점, 서영교 의원은 그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이었다. 당시 사법부는 법원행정처를 필두로 ‘상고법원 설치 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키려고 전력을 다하고 있었다. 사법부는 서영교 의원의 부탁을 받아주는 대신 상고법원 설치에 우호적 입장을 기대했을 것이다.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사법부와 입법부의 재판 거래 의혹. 이 같은 내용은 검찰이 서영교 의원을 타깃 삼아 캐낸 게 아니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사법농단 혐의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서영교 의원 청탁이 임 전 차장에게 보고된 이메일을 확보하고, 아들 재판을 부탁한 서 의원 지인, 서울북부지법 문 전 원장, 해당 사건 담당 판사 진술을 확인했다고 한다.

       

그런데 더불어민주당 반응은요?

 

서영교 의원은 “국회 파견 판사를 만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만났다 해도 억울한 사연을 전달했을 뿐이다. 죄명을 바꿔달라거나 형량을 낮춰달라고 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서 의원의 원내수석부대표와 국회 운영위원 자진 사퇴를 받아들이고 별도 징계는 하지 않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이쯤 해서 서영교 사태를 마무리 지은 근거는 세 가지다. 서 의원이 결백을 주장한다는 점, 임 전 차장 공소장만으로 혐의를 확증할 수 없다는 점, 관행이었다는 점이다. 그러나 서 의원의 결백 ‘주장’은 그 자체로 무죄의 증거가 될 수 없다. 또 서 의원이 연루된 임 전 차장의 직권남용 위법 여부는 앞으로 검찰과 법원이 따져낼 것이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서 의원 사태를 두고 “민원을 받아서 관행적으로 좀 했던 것에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잘못된 관행’은 ‘관행’보다 ‘잘못’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저질러지던 잘못을 바로 잡자는 게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이다. 일반 국민들은 담당 판사와 말 한 마디 나누기 어려운 현실에서, 무려 국회 법사위원의 재판 ‘청탁’을 ‘민원’이라고 축소한 점을 규탄한다. 서 의원뿐 아니라, 전병헌 문재인 정부 전 정무수석도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 신분으로 보좌관 조기 석방을 사법부에 청탁했음이 드러났다.

 

부인하는 서영교 의원보다 ‘솜방망이’ 처벌하는 여당이 더 밉다. 서영교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은 정치적·도덕적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자유한국당은 왜 대여 공세력이 약해졌나   

 

자유한국당은 즉시 ‘손혜원랜드게이트 진상조사 TF’를 꾸렸다. 손혜원 의원과 김정숙 여사까지 연결 지으며 대여 공세력을 집중하는 모양새다. 그런데 서영교 의원에 대해서는 유독 조용하다. 이에 대한 비판이 일자, 자유한국당은 21일에 와서야 서 의원 징계요구안을 제출했다. 서영교 재판 청탁 논란을 두고 자한당은 왜 대여 공세력이 약해졌나. 자유한국당도 비슷한 의혹을 받고 있어서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공소장에 재판 청탁을 했다고 적시된 전·현직 국회의원은 4명이다. 서영교 의원·전병헌 전 의원이 있고, 나머지 두 명은 당시 새누리당 이군현·노철래 의원이다. 이군현·노철래 의원은 자신들이 기소된 정치자금법 위반 재판과 관련한 청탁을 했다. 이 청탁을 사법부에 전달한 법사위 소속 국회의원도 당연히 한국당 소속으로 추정되지만 한국당은 언급을 피하고 있다. 재판 청탁을 ‘관행’으로 여겼을 한국당 역시, 사법부와 입법부의 재판 거래 의혹에 대해 민주당과 한 마음인 셈이다.

 

서영교에서 끝나지 않을, 서영교 사태의 파장

 

손혜원 의혹보다 서영교 논란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 서영교 사태의 파장은 서영교 의원 한 사람에게서 끝날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위법이 아니어도, 서영교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은 정치적·도덕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서영교 의원은 여당 원내수석부대표였다. 양승태 사법부의 사법농단 검찰 수사는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재판 거래 의혹을 받는 주요 의원을 두고도 여당이 사법농단 철저 수사를 촉구할 수 있을까. 전형적인 이중잣대, 내로남불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숙원하는 사법개혁 동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당장 사법개혁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서영교 사태의 부작용이다.

 

박근혜 정부에서 재판 거래는 청와대와 사법부 간에 이뤄졌다. 입법부와 사법부 간 재판 거래 의혹이 떠오른 건 이번 ‘서영교 사태’가 처음이다. 이로써, 입법·사법·행정의 삼권분립이 완벽히 붕괴됐음을 확인했다. 한 마디로 헌법질서 유린이다. 이쯤 되면 재판 청탁을 한 국회의원이 더 있으리라고 합리적으로 의심할 수 있다. 여당과 야당이 입법부 재판 거래 의혹에 대해 비슷한 태도를 보이는 것만 봐도 그렇다. 국회의원과 정당 전반에 대한 불신 여론 즉, ‘정치혐오’가 확산되는 배경이다. 현재 국회에선 선거제도 개혁을 위한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1월 말 시한으로 활동 중이다. 선거제 개혁 핵심 쟁점에 국회의원 정수(300명) 확대가 있다. 비례성을 높이려면 국회의원 정수 확대도 고려해야 하는데, 국회의원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진 상황에서 정수 확대는 논의조차 불가능하다. 이렇게 선거제 개혁이 무산되면 의회 기득권은 공고해지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입는다.

 

서영교 의원이 쏘아 올린 재판 거래 의혹은, 사법 개혁·삼권분립·정치혐오·선거제 개혁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손혜원 의혹보다 서영교 논란을 중히 다뤄야하는 이유다. 서영교 사태를 끝까지 주시하되, 논란의 핵심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손혜원 의원과 서영교 의원의 엇갈린 희비를 바로 세움으로써 서영교 사태에 대한 경각심을 촉구한다. 서영교 사태에 침묵하는 만큼, 우리의 권리가 침해된다. <ifs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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