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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현재 휴학 열풍 -주체를 잃어버린 휴학, 그리고 몸부림치는 청년 대학생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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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6년03월04일 20시10분
  • 최종수정 2016년03월04일 20시10분

작성자

  • 오현지
  • 이화여대 광고홍보학과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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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학(休學), 학업을 쉬다.

새 학기가 시작하고 입학과 재학의 선택에 ‘휴학’이란 옵션이 하나 더 늘었다. 최근 들어 ‘너는 휴학 언제 해?’ 라는 말이 관습화될 정도로 수많은 학생들이 휴학을 계획한다. 물론 지친 일상에서 벗어나 인생의 여유를 갖기 위해 하는 휴학도 있다. 그러나 현재 휴학의 주체성을 잃고 어쩔 수 없이 반강제로 휴학하는 상황이 늘어나고 있다. 우리는 그 원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선, 등록금 마련을 위해 휴학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현재 4년제 대학 기준 한 학기당 보통 300~500만원의 등록금이 책정되는데, 가정형편이 어려운 경우 국가장학금을 받는다 해도 비싼 등록금을 충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2016년 기준 6,030원의 최저임금으로 주 5일 8시간씩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가정하였을 때, 100만원 안팎의 금액을 받는다. 여기서 월세, 식비, 교통비 등의 생활비를 제외하면 남는 돈은 50만원 내외다. 6개월을 일해도 결국 300만원이 남는다는 것이다. 이렇게 일해서 학교로 돌아가면 다음 학기 등록금을 위해 휴학을 재차 고려하거나 대출을 통해 등록금 빚을 진다. 이러한 굴레는 반복되고 어떤 이들은 더 이상 세상과 타협할 수 없게 된다. 

 

둘째로, 취업준비를 위해 휴학하는 경우를 꼽을 수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5월 기준 휴학의 사유로 병역의무 이행에 이어 취업 및 자격시험 준비가 51.2%의 비율로 2위를 차지했다. 또 직장체험 비율은 41.6%를 나타냈다. 최근 취업난이 심화되면서 사회는 인턴이 취직의 필수조건인 것으로 몰아가고 있다. 그러나 인턴 지원자가 몰림에 따라 ‘인턴고시’라는 신조어가 생긴 것처럼 현재 인턴 기회는 얻기 힘들어지고 있다. 삼성 제일기획 등 대기업의 경우 대부분 인턴경력이 있는 사람을 인턴으로 채용한다. 다시 말해, 대기업 인턴 지원의 문은 열렸지만 합격의 문은 닫혀있다는 것이다. 모순되게도, 경력을 쌓기 위해 지원하는 인턴 자리에서조차 경력을 요하는 상황이다. 그렇게 무경험 인턴 지원자는 좀처럼 뽑히지 않고, 결국 희망만을 바라보고 온 학생들 간의 암묵적 인턴전쟁이 시작된다. 그 전쟁의 끝에는 허무와 상처만이 기다리고 있다. 실력이 없어서가 아니다. 단지 그 문의 열쇠가 잘못되었던 것이다.

      

따라서 사회는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대책으로는 첫째, 등록금 인하가 있다. 등록금 인하는 휴학 뿐 아니라 자퇴, 중퇴를 막을 수 있다. 더 배우고자 하는 대학생들에게 ‘휴학’이란 달콤한 유혹으로 꼬드겨 등록금 마련에 시간을 소비하게 해 젊음과 청춘을 낭비하게 해서는 안 된다. 둘째, 대학생 신입인턴 비율의 확대정책이다. 기업 입장에서 효율성을 높이고자 경력인턴을 채용하는 사회 풍토에 대응하여 인턴 무경험 지원자에 대한 자리를 마련하도록 하는 것이다. 신입인턴에 대한 비율을 별도의 정책으로 만들지 않는다면 대다수의 인턴경험이 없는 학생들은 갈 곳을 잃게 된다. 인턴전쟁에 보상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어른도 아이도 아닌 과도기적 시점에서, 청년 대학생에게 사회는 ‘어른’의 책임감을 가지고 앞만 보고 달리라고 말한다. 안타깝게도, 사회는 무모하리만큼 많은 무언가를 바라고, 쉼 없이 달리는 그들에게 보상보단 낙오와 좌절을 안겨준다. 어쩌면 너무나도 잔인할지도, 현실적일지도 모르는 사회의 시선이 현재의 휴학을 만들었다. 그렇게 휴학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한 청년이 휴학을 결심한다. 휴학의 덫에 빠지게 만드는 건 학생이 아닌 사회다. 이젠 그 사회가 더 이상의 유혹이 아닌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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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6년03월04일 20시10분
  • 최종수정 2016년03월04일 20시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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