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산에서 바라본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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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왜 트로피를 팔아야 했을까?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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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7년03월03일 16시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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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시상식에서 수상자가 자신이 받은 트로피를 그 현장에서 경매로 내놓은 사건이 있었다.

 

  이 행위의 주인공은 ‘가수 이랑’으로서, 지난 28일에 열린 제14회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에서 벌어진 에피소드이다.

 

  그녀는 ‘신의 놀이’라는 앨범으로 최우수 포크 노래상을 받았다. 단상에 오른 그녀는 수상소감을 말하는 자리에서 천천히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자신의 지난 1월 전체 수입은 42만원이고, 2월에는 조금 올라서 96만원이었다. 그러나 지금 당장 생활비가 필요하니 방금 수여받은 트로피를 경매에 부치겠다’는 이야기였다.

 

  결국, 한 관객이 해당 트로피를 현장에서 구매하였고, 그녀는 후련한 얼굴로 그 현장을 바로 떠났다.

 

  권위 있는 대한민국 음악상 시상식에서 수상을 할 만큼 인기도 있고, 독자적인 팬층도 두터운 그녀가, 왜 그러한 퍼포먼스를 진행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게 된다. 그녀의 명예를 나타내는 상징물인 트로피마저 팔아치우면서 까지 말이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로는 현재 국내 음원 수익 분배 비율에 대한 부분이 가장 큰 영향력이 있을것으로 생각된다.

 

  우선 현재 우리나라 음원 수익 배분 상태를 살펴보자,

[음원사이트 40% / 제작사 44% / 작곡,작사,편곡가 10% / 가수 6%] 의 구조를 나타내고 있다. 구체적인 수치로 살펴보면, 온라인 음원수입의 곡당 평균 저작권료가 다운로드는 약 10.7원, 스트리밍은 0.2원으로 집계되고 있다.

 

  여기에 우리나라의 기형적인 구조 중 하나인, 정액제와 스트리밍 서비스까지 포함된다면 이 구조는 한명의 개인을 무료봉사의 수준으로 부려먹을 수 있는 수준이 된다.

 

  위와 같은 수치로 지난 2012년, 전 세계적으로 대 히트를 쳤던 싸이의 강남스타일의 음원수입을 계산한 사례가 있다. 집계된 시점(국내)을 기준으로, 다운로드 286만건, 스트리밍 2,732만 건을 올렸으며, 이 수치를 바탕으로 계산하였을 시 3,600만원의 수입이 나왔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2012년 시행된 ‘청년뮤지션 생활 환경 실태 조사’에 따르면, 인디 뮤지션들의 월 고정 수입은 평균 69만원으로 집계되었다. 음악 활동을 제외한 기타 다른 경제활동에 40시간 이상을 쓰는 응답자도 25%가까이 나타났다. 이처럼 대다수의 뮤지션들은 고정 수입이 없어 기본적인 생활을 이어나가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뮤지션 활동과 함께 기타 다양한 경제활동(레슨, 과외, 개인사업, 아르바이트, 강연)을 이어나가며 100% 자신의 창작활동에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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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은 부정적 상황에는 크게 2가지 요인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왕서방이 번다’는 말의 뜻을 충실이 시행하고 있는 유통구조를 지적할 수 있다. 이러한 유통구조의 선봉에는 음원사이트를 운영하는 사업자가 있다. 

  물론, 음원사이트 사업자도 해당 회사에 소속된 직원과 기타 서비스 관리차원에서 필요한 비용 부분은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일반소비자와 뮤지션들과의 연결고리의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플랫폼은, 초기 비용이 조금 높을 뿐이다. 즉,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온 상태에서는 초기비용 만큼의 높은 비용이 사용되지는 않는다. (EX-도로, 통신 산업 등)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플랫폼의 역할을 진행하고 있는 음원사이트 등의 높은 수수료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두 번째는 소비자의 인식이다. 소비자는 제품을 구매할 시 다양한 요소를 바탕으로 제품을 결정한다. 이러한 요소 중 가장 큰 것은 ‘제품의 가격’으로 볼 수 있다. 여기에 만약, 질적으로도 좋은 제품이라면 그 제품은 더욱 인기가 높을 것이다. 

  즉, 이와 같은 상황을 음원시장에 대입해 본다면, 음악을 듣고자 하는 소비자들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서 금액을 지불하지 않고자 하고, 지불한다 하더라도 최소한의 한도 내에서 소비를 하고자 한다. 이러한 인식 속에서 음원사이트 등은 고객의 심리를 이용하여 ‘무제한 스트리밍 서비스, 무제한 다운로드, 다양한 할인 및 서비스 프로모션’ 등을 통해 고객을 유인하고, 유지하고자 한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은 자연스레 창작자들의 어려움으로 귀결되고 있다.

  자연스럽게 고객의 인식에 맞게끔 가격을 맞추다 보니, 자연스레 전체 파이가 작아지는 부정적인 나비효과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비단 이와 같은 사례와 함께, 음악인들을 포함한 모든 예술인들의 목소리가 처음 발생한 것은 아니다. 이전부터 그들은 계속해서 목소리를 내왔고, 이러한 기형적인 모델을 바꿔보고자 노력하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열쇠를 지니고 있는 소비자의 인식구조의 변화와, 중계역할을 지니고 있는 기업들의 공정하고 정직한 유통구조 형성의 노력이 포함되지 않는다면, 이러한 노력들은 전부 다 소리 없는 아우성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녀는 왜 트로피를 팔아야 했을까?

 

  트로피를 즉석경매에서 판매하고, 단상을 내려가는 그녀의 모습은 그저 웃고 넘길 수 있는 해프닝이 아닌, 그 이상의 울림으로 우리들에게 다가온다.

 

  단순히 그들에게 더 많은 빵을 제공하자는 것이 아닌, 그들이 그들의 노력에 따라 공정하게 빵을 얻어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한다.

  

  살아남아야 예술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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