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준화의 유혹에 빠지지 말아야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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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가 평준화의 유혹에 빠지기 시작한 건 중고교의 추첨제로부터 비롯되었다. 1969년 중학 무시험 추첨제에 이어 70년대 대도시 고교 추첨제, 90년대 전국 무시험 근거리 평준화가 시행되었다. 일류 중·고교에 입학하기 위한 사교육과 경쟁이 심화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후 학력이 저하된다는 우려에 대응하기 위해 특목고, 자사고 등을 설립시키기도 했다.
이런 강제적인 조치로 평준화가 달성된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허상이다. 실력에 의해 명문 학교에 입학 하던 것이 추첨제로 바뀌고 보니 지역의 차별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명문학교가 있는 지역으로의 쏠림이 나타나 특정지역의 부동산 가격 상승, 지역의 불균형, 지역 소멸과 같은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가 잉태되기 시작하였다.
아직도 틈만 나면 좌파 교육감들은 공교육 정상화의 길이라며 특목고, 자사고를 없애 평준화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돌아봐야 한다. 특정지역에 사는 것이 명문학교로 진학할 확률이 높은 것이 정작 나은 길인지 판단해야 한다. 지역에 상관 없이 전국 어디서나 명문학교로 진학할 수 있어야 지역의 차별성이 줄어든다. 부모의 부에 의해 명문학교로 진학하는 건 공정하지 않다며 평준화의 길로 들어섰는데 평준화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부모의 부가 더 지배하는 사회를 만들고 있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겠다며 특정 지역의 부동산 가격 상승을 억제하고, 기업 CEO의 보수를 제한하겠다 하고, 대기업 직원의 보수를 낮추겠다고 나서는가 하면, 의사 수를 늘려야 한다며 의사 직군의 수입이 너무 높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평준화로 공정한 사회를 만들겠다고 하지만 인간의 욕구에 반하는 길이기에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강남좌파가 등장하는 것이다. 입으로 주장하는 바와 달리 본인들은 부를 추구하고, 반미를 외치며 자식들은 미국 유학 시키고, 부정을 저질러서라도 자식을 일류 학교에 진학시키려 한다.
학업 능력(정도)이 평균적으로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 능력을 좌우하게 되니 인위적인 평준화는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다. 동물과 마찬가지로 누구나 피라미드의 상부로 지향하기 위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기 마련이다. 지역을 옮기고 사교육에 매달리기도 하고 필요하면 외국으로 진출하기도 한다.
산을 깍아 평지를 만들겠다고 되도 않을 소리를 할 것이 아니라 웅덩이를 메워야 한다. 여러 꼬리표를 달아 알량한 현금을 나누어 주며 개천에 계속 머무르게 할 것이 아니라 용이 되어 날 수 있는 기회가 있게 해야 한다.
서울 강남의 어린이들은 사교육 뿐 아니라 다양한 놀이터(키즈카페) 까지도 부모의 지원으로 차별적인 환경을 제공 받고 있다. 격차 해소를 위해서는 지방의 지자체들이 현금성 출산 지원 뿐 아니라 어린이 공공 키즈카페부터 강남 수준으로 만들고, 규모가 작더라도 최고의 교육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강남에서는 입장료 2만~3만원인 민간 키즈카페 수준의 공공 키즈카페를 입장료 1천원에 이용할 수 있다. 지방의 어린이들이 강남 수준의 놀이터를 누릴 수 있도록 만들라고 했더니 오히려 강남에서 만들고 있는 것이다. 지방의 지자체들은 이런 현실을 파악도 못하고 있지 싶다.
부모에 대한 지원도 중요하지만 부모들의 처지와 상관 없이 어린이들이 용이 되어 날 수 있도록 공공에서 투자해야 한다. 공공에서 지방에 유아원, 놀이터, 유아병원, 학교를 우선 강남 수준으로 만들어야 한다. 진정 평준화된 세상을 만들려면 현재가 아니라 미래 세대에 대한 투자를 통해 그들의 격차를 줄일 수 있어야 한다.
민생 살피고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다고 돈을 퍼부을 것이 아니라 고통스럽더라도 미래 세대에 대한 투자에 집중해야 한다. 세상의 순리를 거스르며 평준을 강요하면 오히려 쏠림이 강화돼 다른 부작용이 따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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