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런 들롱, 수전 헤이워드, 그리고 사형제도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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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사망한 앨런 들롱(Alain Delon 1935–2024)이 활약했던 시기는 영화 주제곡으로도 널리 알려진 ‘태양은 가득히’(Plein soleil)가 나온 1960년부터 1970년대 전반기까지였다. 그러니까 1970년대가 20대였던 우리 세대가 앨런 들롱을 개봉 영화관에서 만났던 마지막 세대일 것이다. 앨런 들롱이 나왔던 영화 중 가장 우울하고 문제를 던졌던 영화는 우리나라에선 ‘암흑가의 두 사람’으로 개봉된 ‘Deux hommes dans la ville’(‘Two Men in Town’)이 아닌가 한다. 1973년에 나온 이 영화는 우리나라에선 1974년에 상영됐는데, ‘암흑가’는 엉뚱한 번역이다.
1974년은 내가 대학을 졸업한 해로 유신 체제와 긴급조치로 인권유린이 심각했던 시기였다. 외국 영화 상영도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했던 시절에 사형 제도를 고발하는 영화가 수입됐으니 지금 생각해도 신기하다. 이 영화에서 들롱은 자기를 괴롭힌 형사를 우발적으로 살해하고 사형을 선고 받고 길로틴 형장에 들어선다. 들롱의 하얀 와이셔츠 목 부분을 형 집행관이 가위로 잘라내고 들롱은 자신의 목을 내리 치게 될 칼날을 올려다보고 영화는 끝이 난다. 제작자는 1970년대까지 길로틴 사형을 시행했던 유럽의 ‘야만국가’ 프랑스를 영상을 통해 고발했던 것이다.
1972년 미국 대법원은 기존의 사형제도가 헌법이 금지하는 잔혹하고 비정상적인 형벌이라는 이유로 사형집행을 중단시켰으나(Furman v. Georgia) 프랑스는 그 때까지 매년 몇 건 씩 길로틴 참수형을 시행했다. 당대의 프랑스 최고의 배우 두 사람이 주연한 이 영화는 사형 폐지 운동이 일어나는데 기여했을 것이고, 프랑수아 미테랑이 사형 폐지를 약속해서 결국 사라지게 된다.
사형을 다룬 미국 영화로는 수전 헤이워드(Susan Hayward 1917~1975)가 주연한 ‘I Want to Live !'(1958년)를 들어야 하겠다. 실제로 있었던 사건을 모델로 만든 이 영화는 내가 중학교 1학년 때인 1964년에 광화문 네거리에 있던 국제극장에서 상영했다. 국제극장은 붉은 글씨로 ’나는 살고 싶다‘를 크게 광고판에 써 붙였으니 조금은 끔찍한 광고였다. 당대의 미녀 배우 수전 헤이워드가 검은 안대를 쓰고 발버둥치면서 가스실로 끌려 들어가면서도 자기는 무죄이며 살고 싶다는 외치면서 숨을 거두는 장면은 많은 사람들의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았을 것이다.
수전 헤이워드와 앨런 들롱 같은 정상급 배우가 이런 끔찍한 배역을 해냈다는 점은 지금 생각해도 놀랍다. 사형을 쉽게 입에 올리는 사람들은 이 오래된 두 영화를 보기를 권한다.
아래 사진은 우리나라 신문에 나온 두 영화 광고와 원작 광고. 1964년 광고<아랫쪽>와 10년이 지난 1974년 광고<윗쪽>가 같은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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