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 자초한 교육부의 설익은 정책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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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대계[百年大計]. 백 년 앞을 내다보고 세우는 계획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교육을 백년대계라고 한다. 교육이 그만큼 오래 걸리고 중요하기 때문이다. 교육은 미래의 인재를 기르는 정책이기에 눈앞의 이익을 좇기보다는 멀리 보고 인내를 가져야만 한다.
그러나 현재 교육부가 내놓은 교육정책은 ‘백년대계’라는 말이 무색하다.
지난해 12월 27일 교육부는 초등학교 1, 2학년을 대상으로 방과 후 영어수업을 금지하는 내용의 ‘선행학습금지법’을 시행함에 따라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도 특성화 프로그램 위주의 방과 후 과정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유아 발달 단계에 맞춘 ‘적기교육’과 공교육 일관성 측면에서 본다면 유치원 방과 후 영어 교육 금지는 분명히 검토할 만한 사안이었다. 특히, 조기 영어 교육이 유아 발달 단계에 부적절하다는 지적과 선행학습 과열에 대한 사회적 우려를 반영한 조치여서 공감을 사기에 충분했다.
취지는 좋았지만, 학부모들의 반발은 이미 예견된 수순이었다. 교육부의 정책이 학부모와 교육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학부모들의 반발이 확산되고, 정치권에서도 시행 연기를 요구하면서 교육부는 지난 16일 브리핑을 열고 “영어수업 금지 여부를 비롯한 유치원 방과 후 과정 운영기준을 내년 초까지 마련하고, 학교 영어교육 내실화 방안도 수립하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교육부의 입장 번복은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해 다시 한번 유치원 방과 후 과정 운영 방향을 고민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발 물러선 교육부는 우선 유아 대상의 과도한 영어 사교육을 강력히 단속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더 나아가, 시, 도 교육청과 함께 상시 점검단을 만들어 고가의 방과 후 영어 교습비, 장시간 수업 등을 지도, 감독할 방침이다.
혼란 야기한 교육부의 설익은 정책
모두를 만족시키는 교육정책은 불가능에 가깝지만, 다수를 만족시키는 교육정책은 가능하다. 이러한 교육정책은 충분한 여론 수렴과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후 이뤄질 수 있다. 사회적 공감대를 고려하지 못한 설익은 교육정책은 교육 현장에 혼란을 야기하며 거센 반발을 불러온다.
이번 교육정책이 그러했다. 공감대를 뒤로한 교육부의 설익은 정책은 교육부에 대한 실망과 불신으로 돌아왔다.
방과 후 영어수업 금지 방안은 처음부터 실현 가능성이 의심스러운 ‘도덕적 정책’이었다. 방과 후 영어수업을 막는다고 해서 ‘영어교육 열풍’이 사그라들 것이라는 기대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조치였다. ‘또래만큼 했으면 좋겠다’는 학부모의 바람은 교육부의 제재를 받지 않는 영어 유치원이나 학원 등 사교육 수요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영어교육기업 윤선생이 학부모 41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88.9%는 영어수업 금지 시 영어 사교육을 진행하겠다고 응답했다. 실제로 교육부의 방과 후 영어수업 금지 발표 후, 온라인상에 학습지 방문 과외와 영어학원을 알아보는 글이 폭주했다. 정부의 본래 취지처럼 영어 선행교육이 사라지면 좋겠지만, 사회적 공감대가 결여된 정책은 이처럼 의도치 않은 결과를 낳는다.
교육은 실험대상이 아니다
“자사고 외고 문제 및 특권교육의 폐해 등과 연계하여 고교 체제 전반을 총체적으로…” (김상곤 교육부 장관/ 2017년 7월 5일)
“선진 교육국들의 입시의 핵심입니다. 수능 절대평가 과정을 거쳐 가는 게 필요하다고…” (김상곤 교육부 장관/ 2017년 7월 17)
사실 교육부가 정책을 먼저 내놓고 반발에 밀려 시행을 미루는 일은 이번만이 아니었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체재가 시작된 후 교육부는 수능 절대평가 전환 개편안과 외국어고, 국제고 등 특목고 및 자사고 폐지를 시행하려 했지만, 반발이 심화되자 입장을 번복했다.
새로운 정책에 논란이 잇따른다면 잘못된 부분을 인정하고 수정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교육정책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말이 앞선 정책은 학생과 학부모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교육부에 대한 불신으로 번지기 때문이다.
아무리 취지가 좋은 정책이라도, 현실과 동떨어진다면 오류가 나오게 된다. 이번 논란을 교훈 삼아 교육현장의 현실을 바라보고 실현 가능한 정책을 시행하길 바란다. 백년대계를 세우는 자세로 정교하게 정책을 준비한다면, 국민적 공감대를 얻는 미래세대를 위한 교육이 수립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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