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산에서 바라본 세계

국가의 미래를 향한 첫 걸음

※ 여기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공식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꼴값 떨고 있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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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0년08월24일 14시00분
  • 최종수정 2020년08월24일 14시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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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욱 의원과 추미애 장관, 그리고……

 

“‘꼴값을 하네’는 아주 기분 나쁜 말이다. ‘꼴값을 떨고 있네’ 라고 표현하면 더욱 기분이 나빠진다.”

국문학자인 조항범 충북대학교 교수의 저서 ‘정말 궁금한 우리말 100가지’(예담,2009)의 <꼴값 - ‘꼴값’은 소가 먹는 ‘여물 값’이 아니다>편에 나오는 첫 대목이다. 조금만 더 읽어보자.

 

“ ‘꼴값’은 무슨 뜻인가? ‘꼴’을 ‘소나 말이 먹는 여물’로, ‘값’을 ‘가격’으로 이해하여 ‘꼴값’을 ‘여물의 가격’으로 해석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꼴값’은 소가 먹는 ‘여물 값’이 아니다. ‘꼴값’의 ‘꼴’은 본래 ‘골’이었다. 그렇다면 ‘꼴값’은 처음에는 ‘골값’이었을 것이다.‘골’은 본래 ‘사물의 모양새나 됨됨이’라는 의미이다. 그러므로 ‘골값’은 ‘모양이나 됨됨이에 해당하는 값어치’라는 의미를 갖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꼴값’의 의미 변화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격에 어울리지 않는 아니꼬운 행동’이라는 의미로까지 발전한다.….”

 

요즈음 꼴값을 떨고 있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다. 정치인들, 특히 집권여당의 정치인들이 천방지축(天方地軸)으로 튀는 모습은 가히 꼴불견에 가깝다. 모든 것은 전 정권이나 야당, 보수 세력의 탓이라 하지 않은가. 아파트값 뛰는 것도 전 정권과 야당 때문이고, 코로나 감염 폭증도 보수 야당 탓이라 한다. 그러더니 드디어는 코로나 감염확산도 집회를 허가해 준 판사 책임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집회허가 판결문이나 제대로 읽었는지 조차 의문이 들만큼 집권 여당의 국회의원임을 무척 자랑스럽게 뽐내고 있다. 그것도 더불어민주당의 지도부인 ‘최고위원’에 뽑히겠다고 후보로 등록한 사람들이 그런 언행을 계속하고 있으니 한심할 따름이다.

 

 ‘경기도 화성시을’을 지역구로 하는 이원욱 의원의 최근 행보를 보자.

민주당 최고위원 후보인 이 의원은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열린 합동연설회에서도 광화문 집회를 허가한 박형순 판사 등을 언급하며 “지금의 코로나 위기 상황을 만든 그들을 국민들은 ‘판새’(판사 새X)라고 부른다”며 “그런 사람이 판사봉을 잡고 또다시 국정농단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거기에 그친 게 아니라 광화문 집회 허용 결정을 내린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 박형순 부장판사의 이름을 딴 이른바 '박형순 금지법'을 발의하기까지 했다니 참 어이가 없다. 얼마나 오만했으면 판사의 실명까지 넣은 법안을 발의했겠는가라는 생각을 갖게 만든다.

 

이런 이 의원과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의 설전(舌戰)도 볼만하다. 진 전 교수는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법률적 판단이 정치적 판단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면서 "한 가지 걸리는 것은 판사의 이름을 건 금지법"이라고 우려했다. 그러자 같은 날 이원욱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또라이' 이원욱이 '박형순 판사 대변인'인 진중권에게"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대깨문 지지 받겠다고 만든 것이 아니라 국민과 내 아이들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법"이라면서 "국민의 생명과 인권을 지킬 수 있는 법을 만드는 것이 '또라이'라면 기꺼이 영광스럽게 받아들이겠다. 또라이로 살겠다"고 응수했다.

그러자 진 전 교수 또한 "좋은 일이다. 또라이가 또라이로 살겠다는데 무슨 이견이 있겠느냐"고 다시 반격하면서 "사실 또라이가 국회에 있다는 사실만 빼면 난 아무 불만이 없다"고 비꼬았다. 또 “그 문제는 또라이의 국회 진입을 막는 법, 일명 '이원욱 금지법'으로 해결하면 될 것”이라고 능청을 떨기도 했다.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다. 국민들의 안위와 권익에 직결되는 입법권이 희화화(戱畵化)​되는 현실이 가슴 아프게 다가온다. 언제부터 이렇게 천박한 정당들이 오만(傲慢)을 즐기고, 어느 때부터 국회의원이 국회를 농락하는 풍조가 용인되는 사회가 되었는가? 이 의원은 얼마 전 “개가 주인을 무는 꼴입니다. 권력을 탐하고 있는 윤석열 끌어내리고 검찰개혁 완수해야 합니다.”라고 열변을 토했던 그 국회의원 아닌가. 물론 이 의원뿐 아니라 더불어민주당의 최고위원 후보자를 비롯한 당직자들까지 비슷한 인식을 갖고 있으니 더 큰 일 아닌가?

 

그런데 또 ‘꼴값’을 말하자면 이 분을 빼놓을 수도 없을 것 같다. 계속 부동산 대책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는 추미애 법무부장관도 그런 축에 속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추 장관은 지난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투기세력이 돈 많은 일부에 국한되지 않고 일부 주부에 이어 젊은 층마저 투기심리가 전염병처럼 사회적으로 번졌다"며 "부동산 정책을 비웃는 작전세력이 있고, 그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일반화돼 어떤 정책도 뒷북이 될 수밖에 없다. 이걸 전적으로 정부 탓이라고 할 수 없는 이유”라고 밝혔다. 얼마전 강조했던 '금부분리' 주장도 다시 언급하기도 했다. 

 

 물론 법무부장관이라고 부동산 대책에 대해 말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처음이 아니라 반복적으로 얘기하고 있다는 게 문제다. 또 국무회의 등에서 의견을 제시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 형식이 페이스북이라는 공간을 통해 핵심 업무 이외의 정책을 제시하고, 주장한다는 것은 상당히 잘못된 것이 아닌가 싶다. 더구나 법무부장관의 핵심과제는 법질서 확립과 집행이다. 그런데 요새는 검찰개혁, 좀 더 구체적으로는 현 검찰총장을 몰아내는 것이 법무부의 주된 업무인 것처럼 오해되기도 한다. 부동산 정책의 주무부장관은 국토교통부 장관이다. 법무부장관이 자꾸 나서면 국토부장관 할 일이 없어지는 것 아닌가? 

 

‘꼴값’의 의미는 이제 알 듯한데 ‘꼴값 떤다’의 ‘떤다’는 무슨 의미일까? 표준국어대사전에 나와 있는 풀이는 3가지다. 하나는 ‘몸이나 몸의 일부를 빠르고 잦게 자꾸 흔들다.’이고 또 하나는 ‘목청 따위가 순조롭지 않게 울림을 심하게 일으키다.’라고 돼 있다. ‘손을 떨다’ ‘목소리를 떨면서 연설했다’는 것이 그 예문이다. 나머지 한 가지는 ‘(동작이나 성질을 나타내는 일부 명사 뒤에 쓰여) 그런 행동을 경망스럽게 자꾸 하다, 또는 그런 성질을 겉으로 나타내다.’라는 설명이다. 예컨대 ‘능청을 떨다’가 그 쓰임세의 예문에 속한다. ‘꼴값 떤다’의 ‘떤다’의 의미는 여기에 속한다. ‘경망스럽게 자꾸하다’는 뜻이 적합한 해석이 아닐까?

 

부자(富者)나, 빈자(貧者)나, 권력가(權力家)나, 민초(民草)나 모든 사회구성원들이 너무​ 폼​ 잡지 말고 한 번쯤은 자신을 되돌아보면서 ‘내 탓이오’를 말할 수 있는 겸손함을 갖췄으면 좋겠다. 특히 권력을 가진 고관대작(高官大爵)들이 솔선수범해야 함은 순리(順理) 중의 순리다. 

<ifs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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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수정 2020년08월24일 14시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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