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병무의 행복한 지혜 산책 "마스크야, 고맙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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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C와 AC가 무슨 뜻인지 아세요?”
지난해 코로나가 본격화되면서 유행했던 말이다. BC(Before Corona)는 ‘코로나 이전’, AC(After Corona)는 ‘코로나 이후’를 의미한다. 코로나의 영향이 얼마나 컸으면 인류 역사를 코로나를 기준으로 나눌 발상까지 했겠는가. 코로나는 이렇게 우리 삶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다.
“마스크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없다.”
마스크의 일상화가 가장 큰 변화 중의 하나다. 마스크가 코로나 예방에 가장 효과적이라고 하니 마스크를 쓰지 않을 수 없다. 마스크를 쓰고 있으면 답답한 마음 그지없다. 어쩌다 깜박 잊고 밖에 나가면 죄인이 된 기분이다. 놀란 가슴으로 돌아와 다시 마스크를 쓰고 나간다.
“아이들은 마스크를 어떻게 생각할까요?”
“글쎄요.”
“마스크를 옷의 하나로 인식해요.”
심리상담사가 전해 준 말이다. 아이들은 집안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은 가족의 모습을 보다가 밖에 나가면 마스크 쓴 사람만 만나게 된다. 그러다가 마스크 안 쓴 사람을 보게 되면 얼굴에 옷을 입지 않은 것처럼 어색하게 느낀다니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마스크는 소통에도 많은 어려움을 주고 있다. 커뮤니케이션 이론에 ‘메라비언의 법칙’이란 게 있다. 우리가 소통할 때 실제 말의 효과는 7%에 불과하고, 청각 효과 38%, 시각 효과 55%라는 것이다. 말보다 말을 할 때의 표정, 태도, 목소리, 손짓 등 비언어적 요소가 훨씬 중요하다고 한다. 마스크를 쓰면 얼굴은 눈과 이마로만 구분해야 하니 소통에 많은 어려움이 생길 수밖에 없다.
지난 10월 중순 갑자기 기온이 떨어져 서울 날씨가 ‘기습적인 10월 한파’라고 난리가 났다. 길거리에 나온 사람들은 겨울옷으로 갈아입었다. 롱 패딩을 입은 사람도 등장했다. 모두가 겨울옷을 입고 있으니 겨울이 성큼 다가온 느낌이다.
예고 없이 찾아온 추위 덕분에 문득 마스크가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스크는 추위를 막아주는 보온 효과가 있다. 갑갑하게만 느껴졌던 마스크가 보온 역할을 해주니 추위를 덜 느끼는 기분이 든다. 답답한 마음은 사라지고 따뜻한 마음이 다가온다.
병원에서는 마스크로 인해 감기 환자가 많이 줄어들었단다. 환자들로 북적이던 이비인후과는 환자가 없어서 고민이라고 하니 말이다. 전 국민이 마스크를 쓰다 보니 감기에 걸리지 않아 감기 환자가 줄어든 탓이리라.
마스크는 심신의 상태가 좋지 않을 때 은폐해 주는 효과도 있다. 고민이나 걱정이 있을 때 마스크를 쓰면 가릴 수 있으니 고맙다는 마음이 든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마스크 덕분에 코로나에 걸리지 않고 왔으니, 마스크의 수고를 그냥 지나칠 수 없을 것 같다. 언젠가 “마스크여, 안녕!”하고 훌훌 벗어 던져버릴 날을 고대하며 기다리는 기쁨도 있다. 차가운 날씨가 마스크의 고마움을 소환해 주니 사람의 마음이 변화무쌍함을 느낀다.
얼마 전 《간호사, 세상 밖으로》라는 간호사들의 코로나 경험을 나눈 수기를 읽은 적이 있다. 선별진료소와 코로나 병동에서 온몸에 중무장을 한 채 코로나 검사를 하고 환자를 돌보는 간호사, 여름에는 땀으로 뒤범벅이 된다고 한다.
코로나의 최전선에서 봉사하는 백의의 천사들을 떠올리면 깃털처럼 가벼운 마스크는 얼굴의 예쁜 장식품이지 않을까. 의사와 간호사를 비롯한 의료진의 수고와 헌신과 사랑 덕분에 그래도 코로나가 이 정도에 그치고 있다고 생각하니 의료진에게 더욱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14세기 유럽에서 페스트 전염병이 유행할 때 유럽 인구의 3분의 1이 죽었다고 한다. 하지만 오늘날은 마스크와 의료수준의 발달로 코로나로 인한 사망자는 페스트가 창궐하던 때와 비교하면 적은 편이다.
11월부터 ‘위드 코로나’가 시작됐지만 마스크 사랑은 중단할 수 없다. 그래도 마스크와 함께 하는 위드 코로나가 가을의 끝자락에서 시작되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오늘도 얼굴에 입는 옷이 되어 버린 마스크와 더불어 하루를 시작한다.
“마스크야,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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