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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공식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농민(農民)일기 <2> 유기농 오미자 농사 ② 직거래 판매, 참 어렵네요~~!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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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4년11월05일 16시00분
  • 최종수정 2024년11월04일 09시52분

작성자

  • 이영석
  • 흥부마을영농조합법인 대표

메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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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3년여의 노력 끝에 무농약 오미자를 생산하여 판매를 시작했다.

오미자(五味子)는 다섯 가지 맛이 나고, 오장육부에 두루 좋지만, 백두대간을 비롯한 해발 500~600m이상에서 자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70년대 중반까지도 야생의 오미자를 약초꾼들이 모아와서 말린 건오미자를 한약재처럼 사고팔았는데, 전북 장수군의 한 독농가가 열매의 크기나 모양이 좋지 않아서 버렸던 자리에서 싹이 나와 자라는 것을 보고 인공재배를 시도, 성공하여 오늘에 이르렀다고 한다. 그런데 그의 재배는 정작 경북 문경의 백두대간 고지대의 자투리 땅, 그러니까 문경의 주산물인 사과를 심기엔 부족하고, 놀리기엔 아까운 밭을 중심으로 많이 재배되면서 ‘문경 오미자’가 유명해졌다고 한다.

 

 그런데 오미자는 그 모양이 포도송이와 거의 똑같지만, 크기가 아주 작고 색깔이 빨개서 보기엔 예쁘지만, 입에 넣으면 시고, 떫고, 짜고, 달고, 매워 생과(生果) 그대로는 먹을 수 없다. 마치 벼는 반드시 정미소를 거쳐야 하고, 소나 돼지는 반드시 도축장을 거쳐야 하는 것과 같은 상품적(商品的) 특성을 갖고 있다. 물론 생오미자를 사서 설탕과 함께 오미자청으로 만들어 숙성시켜서 먹는 소비자들도 있다. 그러나 서로 믿을 수 있는 사이라면, 굳이 집에서 직접 만들어 햇빛이 없는 그늘에 한 달 이상 숙성시키는 번거로움을 원하지 않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다.

 

 오미자는 생오미자, 건오미자, 담근 오미자, 오미자청의 4가지 형태로 유통된다. 건오미자는 50℃ 이하에서, 직사광선 없이, 72시간 이상 말린 오미자로, 한약재나 물에 우려낸 차(茶)로 이용된다. 담근 오미자는, 매실청처럼, 생오미자와 설탕을 1:1로 섞어서 밀폐된 용기에 넣어서 판매되는데, 구입한 후에 한 달 이상 숙성시키면 오니자청이 된다. 여기서 말하는 밀폐용기는 밖의 공기가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차단되고, 용기 안에서 숙성되면서 만들어진 가스는 밖으로 배출되는 방식이다. 마지막으로 오미자청은 생오미자와 설탕을 1:1로 섞어서 지하실에서 1년 가량 숙성시킨 다음에 걸러낸 원액으로, 물에 희석하여 마시고, 가끔은 요리 소스로도 사용된다.

 

문제는 오미자나 오미자 제품이 출하-판매되는 시장은 따로 없다는 점이다. 건오미자는 주로 한약재 시장에서 거래되지만, 나머지는 주산지 농협의 로칼푸드 매장이나 5일장, 또는 주산지의 특산품 매장 등에서 판매-소비되고 있다. 오미자는 아직 콩나물이나 매실청처럼 먹는 법과 보관방법, 조리법 등이 일반화 되어있지 않아 아직은 상품에 대한 안내와 설명이 필요한 상품이기 때문에, 가격표만 붙여서 진열해둔 로칼푸드 매장이나 수퍼마켓과 같은 양판점 등에는 적합하지 않은 상품(商品)이다. 또한 오미자는 약리효과가 있는 기능성 식품으로, 다소 여유가 있는 사람, 자가 소비 보다는 선물용 소비 등을 수요로 하기 때문에 경기에 민감하고, 상당히 적극적인 판촉활동이 필요하다. 오미자는 경기가 나쁠 때는 소비가 크게 줄어드는 상품이다.

 

 이런 이유로 나는 처음부터 직거래를 중심으로 판매하려고 했다. 처음에는 친척과 가까운 친지들에게 오미자 제품들을 선물하여 먹어보게 하고, 차츰 주변에 널리 알려주도록 했고, 블로그(blog)도 만들어 꾸준히 알려나가서 지금은 고객이 200여명을 넘겼다. 하지만, 2020년 코로나19의 팬데믹으로 시작된 불경기가 지금까지 이어지면서, 10여명의 고객만이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물론 그동안 선별-포장-택배 발송 등의 작업에 필요한 일손이 부족하고, 생과(生果) 택배의 신선도와 품질에 대한 고객들의 다양한 기준과 요구에 일일이 대응하는 것이 너무 어려워서 생오미자의 판매를 포기했다.

 

 예컨대 어떤 이는 완전히 익어서 말랑말랑한 상태의 오미자를 원했는데, 택배 과정에서 상자 아래쪽 생과가 물러져 으깨져있으면 안되고, 또 어떤 이는 잘 익었지만 생과가 좀 단단한 상태의 오미자를 원했는데, 송이의 일부가 빨갛게 익지 않고 분홍빛을 띤 송이가 한 두 개 섞여있는 경우가 있다. 이럴 경우 온전한 98%에 대한 칭찬은 박하고, 완전하게 익지 않은 2%엔 불평을 쏟아 붓는다. 소비자들의 기준과 요구를 만족시키고, 때로는 비위를 맞춰야 하는 직거래가 이렇게 어려울 수가…. 더구나 직거래는 신뢰가 바탕이고, 그 신뢰는 수십 번의 좋은 거래 경험들이 쌓여서 만들어지지만, 신뢰가 무너지는 것은 단 한번의 실수만으로도 충분하고, 그 단 한 번의 실수만 두고두고 잊혀지지 않곤 한다.

 

 직거래는 정부에서도, 컨설턴트들도, 또 나 스스로가 연구기관에 있을 때도, 농가들에게 매우 적극적으로 권장하는 농산물 판매전략이고, 마케팅 전략이었다. 상인들의 중간마진이 지나치기 때문에 직거래를 통해서 중간마진을 줄이고, 또 중간마진의 일부를 농가들이 챙길 수 있다거나, 유통단계가 짧아지면 신선도를 그만큼 더 유지할 수 있고, 소비자들을 직접 상대하면서 생산농가들이 소비자들의 요구(수요)를 더 정확하고 자세하게 파악할 수 있다거나, 또는 생산자가 소비자에게 자기 물건을 더 잘 설명할 수 있다는 등으로 농가들에게 직거래를 권장했고, 지금도 권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실행해야 하는 생산 농가의 입장에서 경험한 바로는 농산물 판매에서 직거래를 적극적으로 권장하는 것은, 최소한 정부 정책으로써는 무대책이나 다름없고, 무책임한 것이다. “너희가 생산했으니, 너희가 알아서 팔아라.”와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오미자와 같은 특용작물의 판매는, 오미자 생산에 매달린 사람들을 조직화(組織化)하여, 이들이 수집-가공-판매/수출을 도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한 정책이 아닐까 싶다. 특히 오미자는 ‘소비의 세계화’에 대한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마치 우리가 전에는 익숙하지 않았던 올리브유를 쓰기 시작하고 이제는 중요한 요리재료가 된 것처럼, 한반도와 조선족들이 많이 사는 중국의 동북부에서만 약재로 쓰여 온 오미자가 그 시장을 해외로 넓혀갈 가능성은 적지 않을 것이다. 교통 통신의 발달로 세계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어서 식품의 세계화 추세도 계속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업들을 각각의 농가들이 펼쳐나갈 수는 없을 것이다. 설령 있다고 하더라도 힘들고 더딜 수밖에 없다.

 

오미자 생산농가들과 정부가 함께 출자하여 조직을 만들되(품목별 조직화), 경영은 고용된 전문가들에게 맡겨서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고, 보육단계를 지나서 자립경영이 가능한 상태에 이르면 정부의 출자지분을 생산농가들이 인수하도록 함으로써,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완전한 민간조직이 되도록 하여, 정부가 무역분쟁이나 시장경쟁과는 거리를 두도록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 조직은 오미자의 생산, 소비확대를 위한 가공 및 기능성 연구, 유통 및 해외시장 개척의 3가지 분야를 모두 감당하여야 할 것이다. 특히 오미자는 1970년대 후반에야 인공재배가 시도되어, 재배(시비, 방제, 품종개량), 가공, 활용, 시장 확대 등,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너무 많고, 이를 농가 차원에서 해결할 수는 없을 것이므로 조직화에서 답을 찾아야 할 것이다.​ ​

 

<ifsPOST>​ 

 ※ 필자는​ 귀농 13년차로 농업경영학을 전공하고, 농업과 농촌 연구에 몰두했던 연구자(한국농촌경제연구원)로서, 또 농업후계인력 양성에 매달렸던 교수(국립한국농수산대학교)로서 경력을 쌓았고, 이제는 농민들과 함께 살면서 ‘흥부마을영농조합법인 대표’를 맡아 농촌 농업 진흥에 앞장서고 있다.​<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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