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산에서 바라본 세계
국가의 미래를 향한 첫 걸음
※ 여기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공식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관련링크
본문
국민의힘에서는 25년 간 유지하고 있는 최고세율을 40%로 낮추자고 하는데 이재명 대표는 초부자들을 위한 특권 감세라고 직격했다. 대신에 중산층이 집을 팔지 않아도 상속이 가능하도록 공제한도를 높이자고 한다. 국민의힘에서는 오랫동안 세계 최고의 상속세율로 인해 일어나는 여러 부작용을 일부나마 해소해 보려 하는데 반해 민주당에서는 일부 계층에 시혜를 베푸는 듯한 접근을 하고 있다.
70대인 필자가 그 시혜의 대상인 듯 한데, 사실 따지고 보면 별 혜택이 되지 않는다. 10년 20년 더 사는 동안 있는 자산으로 연명하다 보면 종국에는 상속할 자산도 별로 남지 않기 때문이다. 상속세가 오랫동안 사회적 이슈가 된 것 것은 중산층의 세부담 보다 더 근본적으로 우리 사회를 왜곡시키기 때문이다.
삼성 이건희 회장의 사망으로 일가는 18조원에 상당하는 주식을 상속 받으며 10조원이 넘는 상속세를 부담했다. 세상을 하직할 때 이 큰 돈을 이고 가는 것도 아니고 문제로 등장하는 것은 경영권 유지를 어렵게 한다는 것이다. 대를 이어가며 탈법과 불법 사이 줄타기를 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상속세를 줄이기 위한 조치로 볼 수 있다. 어떤 국회의원은 상속세를 당당하게 내고 물려 받으면 될 것이지 왜 불법을 저지르냐고 강변한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 세금을 내고 나면 경영권 승계가 어려워 지기 때문이다. 이재용회장이 4세로 경영권 승계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내가 보기에는 현실적으로 승계가 어렵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수십 년 버텨온 여러 우량 중견 기업들이 지분을 매각하거나 아예 회사를 통째로 넘기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기업 경영에서 손을 떼고 유동 자산으로 전환해 여러 회피 방안을 찾고 있는 것이다. 국가로 보면 기업을 계속 유지할 동인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수조 원에 달하는 슈퍼부자들이 아니더라도 사실 상속세를 수백~수천억원 부담하게 되면 여러 생각을 하게 된다. 20여년 전 하고 달리 자산가들이 많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들이 수백 억 원 이상의 상속세를 줄이기 위해 여러 조치들을 강구하고 있다. 최근 자산가들의 해외 이주가 급격히 늘고 있는 것도 그 중 하나이다. 우스개 소리로 국제변호사들이 그간 크게 각광을 받지 못했는데 최근 일이 많아졌다 한다. 또 강남의 세금 전문 회계사 사무실에는 고액 자산가들의 상속세 회피를 위한 상담이 늘고 있다 한다. 상속세 인하에 대해 매번 말 뿐이지 실행될 기미가 안 보이기 때문이다.
세금이라는 것이 세율만 높여 논다고 순순히 잘 걷히는 것이 아니다. 적당하고 합리적인 수준이어야지 따르지 너무 과하다 싶으면 생각을 달리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의 세율을 유지해야 하는 이유를 알 수가 없다. 징벌적인 사고가 사회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불법은 처벌할 지언 정 세금을 내며 자산을 축적한 사람들을 존경은 못 하더라도 징벌할 일이 아니다.
왜 전세계의 많은 나라들이 상속세를 낮추고 심지어는 상속세를 폐지하는지 잘 살펴야 한다. 국경이 허물어져 있는 글로벌 시대에 자산을 국내에만 묶어 둘 수 없기 때문이다. 자산의 해외 유출, 해외 투자, 해외 이민이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우리나라 고액 자산가들의 해외 이주가 급격히 늘고 있는데 반해 싱가폴은 고액 자산가들의 유입이 계속 늘고 있다. 세계 최고의 상속세율을 유지하고 있는 우리나라와 상속세가 없는 나라의 대비이다.
이런 우려를 했더니 어떤 이는 민주당은 이런 현상에 대해 신경 쓰지 않는다고 우스개 소리를 한다. 어차피 자신들의 지지 세력이 아니기 때문이란다. 정치인들이 국가의 미래가 아니라 눈 앞의 표를 보고 정치를 한다는 한탄이다.
부의 세습에 대한 공정성도 유지하면서 세금이 징벌이 되지 않도록 적정한 선을 찾아야 한다. 상속세의 최고세율 유지가 국가적으로 소탐대실이 아니길 바란다.
<ifsPOST>
- 기사입력 2025년02월25일 18시10분
- 최종수정 2025년02월24일 18시44분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