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산에서 바라본 세계

국가의 미래를 향한 첫 걸음

※ 여기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공식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김상국 교수의 생활과 경제 이야기 <105> 단양 석달 살아보기 (2) 다양한 인생의 삶, 다양한 고구마의 삶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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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4년09월24일 12시20분
  • 최종수정 2024년09월24일 11시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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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삶의 방식을 우리는 주위에서 관찰할 수 있다. 힘들이지 않고도 편안하게 사는 사람, 역으로 힘들게 열심히 살면서도 어렵게 사는 사람, 또 같은 부모 밑에 자란 형제들 간에도 매우 다른 삶을 사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때로는 더 상세한 원인이 궁금할 때가 있다. 이번 글은 쓰리라고 전혀 예상하지 않은 글이었지만, 고구마를 캐면서 느낀 바가 있어 쓰게 되었다.

 

지난 이틀 동안 200여평 정도되는 고구마밭을 6명의 동료들과 함께 작업하면서, ‘같은 고구마 밭에서도 고구마 별로 정말 특이한 성격이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고구마? 그게 그것 아닌가?” 아마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겠지만, 고구마 포기 별로 상당히 다른 결과를 보면서 조금 다른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우선 시골에서 많이 심는 감자와 고구마 역사를 잠깐 살펴보기로 하자.

 

1. 고구마와 감자의 역사

 

우리는 보통 감자와 고구마를 비슷한 식물로 생각한다. 그러나 감자와 고구마는 상당히 다른 식물이다. 감자는 ‘가지과’ 식물이고, 고구마는 ‘메꽃과’ 식물이다. 즉 소속이 다른 식물이다. 그 차이를 쉽게 알아 볼 수 있는 간단한 방법이 있다. 바로 땅속 뿌리를 관찰하면 된다. 고구마는 가는 뿌리가 점점 굵어지면서 그것이 고구마가 된다. 그러나 감자는 조금 다르다. 감자 뿌리는 수확철이 되어도 땅속에 그대로 남아있다. 하지만 뿌리 사이에서 별도의 땅속 줄기가 뻗어 나와서 거기에 감자가 달린다. 

 

즉 고구마는 뿌리가 살찐 것이고, 감자는 땅속에 있는 줄기가 자라서 거기에 감자가 달리는 것이다. 그러니까 고구마는 뿌리를 먹는 것이고, 감자는 줄기를 먹는 것이다. 조금 이상하게 생각될지 모르지만 땅콩 농사를 지어본 분은 쉽게 이해될 것이다. 자연은 우리에게 항상 오묘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우리 인간들이 놀라는 모습을 즐겨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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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가 “메꽃과”라는 것도 다음 두 개의 사진을 비교하면 쉽게 알 수 있다. ‘메꽃’은 우리 주위에 흔히 볼 수 있는 꽃이다. 나팔꽃 비슷하게 생겼는데 꽃은 나팔꽃보다 크지 않고, 색깔도 분홍이나, 흰색이며 진하지 않다. 그리고 두 식물의 잎모양을 자세히 보면 상호 비슷한 것을 쉽게 관찰할 수 있다. 잠깐 옆길로 샌다면 메꽃의 꽃말은 ‘수줍음’, ‘충성심’이고, 고구마의 꽃말은 ‘행운’, 감자의 꽃말은 ‘당신을 따르겠어요.’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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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본론으로 돌아와서 내가 고구마를 캐면서 관찰한 고구마 ‘집안’ 얘기를 해 보겠다. 내가 ‘집안’이란 표현을 쓴데는 이유가 있다. 같은 밭에, 같은 시기에, 같은 종류의 고구마 모종 줄기를 심었는데도 그 결과 너무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몇가지는 이유가 짐작되지만, 어느 것은 도대체 잘 이해되지 않는다. 관찰력 있는 농부라면, 나의 이 글을 읽으면서, 고구마 기르는 아이디어를 조금은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2. 고구마 집안 이야기


(1) 복스럽게 잘 생긴 고구마 집안


우리 주위에도 자식들이 전부 훤칠하고 잘 생긴 집안이 있다. 부모가 키도 크고 잘 생겼다면, “유전자려니.”하면 될텐데, 부모는 별로인데 자식들이 훤칠하게 잘 생긴 집안이 있다. 많이 부럽다. 나처럼 키 작고, 덜 생긴 사람(못 생겼다는 말을 우리 딸이 이렇게 순화해서 표현해 주었음)은 이런 사람을 보면 부럽기 짝이 없다. 그러나 고구마도 그런 집안이 있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아래 사진을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달려있는 고구마가 색깔도 예쁘고 모양새도 좋다. 내 생각에 이런 뿌리는 따로 보관하여 씨모종을 얻으면 얻으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왜냐하면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고, 시장에서 더 좋은 값을 받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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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혼자만 잘 생긴 집안


언제인가 가족계획 사업이 한창일 때 유행한 말이 있었다. “잘 키운 한자식, 열 자식보다 더 낫다.” 당시에는 매우 좋은 구호였지만, 지금은 역적처럼 된 구호다. 고구마 집안에도 그런 집안이 있다. 다음 그림을 보면 똑 그런 생각이 든다. 고구마 줄기는 제법 실한데, 캐보니 달랑 고구마 하나만 나왔다. 그러나 매우 크고 잘 생겼다. 그러나 시장에서의 가치는 잘 모르겠다. 이런 고구마를 사람들이 좋아할까? 네 다섯개의 일반 고구마 보다 네다섯배 더 많은 돈을 주고 이 크고 둥근 고구마를 살까? 아마 아닐 것 같다. 그리고 대부분 이렇게 생긴 달랑 고구마는 단단하고, 퍽퍽하고, 맛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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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교수이기 때문에 가끔 주례를 서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대부분 거절하지만, 주례를 서는 경우에는 반드시 조건을 하나 요구한다. “자식을 최소한 3명 낳아라.” 그러면 모두 “그렇게 하겠습니다.”라고 약속한다. 그러나 지키는 사람은 아직까지 하나도 없다. 내가 ‘자식을 세 명 낳아라.’는 데는 이유가 있다. 

자식이 하나면, 자식 입장에서는 모든 것이 저절로 내 것이다. 애써서 노력할 필요가 없다. 가만히 있어도 부모 사랑도, 재산도 모두 내 차지다. 그래서 독자는 독자로서의 성격이 있다. 다른 이에게 달라고 청하기만 하거나, 아니면 잘 청하지도 않는다. 세상의 모든 것이 노력하여 얻는 것이 아니라, 저절로 자기 것이 된다는 무의식적인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독자는 좋은 면도 있지만, 독특한 자기만의 외고집이거나, 외골수인 경우도 많다. 꼭 그렇다는 것은 아니니 오해하진 말기 바란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사실이 있다. 이런 독자 집안의 고구마는 다복한 집안의 고구마 보다 산출량도 적고, 당연히 팔아서 얻는 수입도 적을 것이다. 

 

(3) 다복한 고구마 집안 


대부분이 여기에 해당하거나, 해당되고 싶을 것이다. 많은 형제간 사이에 다툼도 있고, 미움도 있고, 웃음도 있다. 바람 잘 날도 없다. 번잡하고 시끄럽다. 그러나 여기서 인간성이 탄생하고, 협상 능력이 생겨난다. 자식을 3명 이상 나으라는 나 나름대로의 이유를 설명해 보겠다. 자식이 둘이면 ‘내 것 아니면, 네 것이다.’ 세상은 2분법이 된다. 적 아니면 아군이다. 저절로 투쟁적이 되거나, 형제 간에도 대화도 별로 없고, 우의(友誼)도 깊지 않으며 대면대면 하기 쉽다. 

 

그러나 자식이 셋이면 그 사이에서 사회(社會)가 생긴다. 3은 1:2 아니면 2:1이 된다. 숫자가 많은 편이 이긴다. 당연히 서로는 다른 하나를 내편으로 만들기 위해 ‘생각’을 해야한다. ‘상대방을 어떻게 설득해야 하는가? 무엇을 제공해야 내편으로 만들 수 있을까?’ ‘무엇을 양보하고. 그 대신 나는 무엇을 얻을 것인가?’ 비로소 형제들 사이에도 활발한 ‘대화’‘협상’이 이루어진다. 그래서 자식이 셋 이상인 집안에서는 어릴 때부터 이미 충분한 사회공부를 시작하게 된다. 최진사댁 세째딸이 탄생하게 된다. 첫째딸도 들째딸도 아닌 세쨋딸이 최고인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우리 주위에서도 형제간이 많은데서 자란 사람들이 훨씬 더 사회 친화적인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내가 알고 있는 상당히 성공적인 사업가가 있다. 그분이 사석에서 재미있는 말씀을 하였다. 자기는 신입사원을 선발할 때 형제 수를 보고, 세명 이상이면 가점을 준다고 하였다. 그리고 역으로 경력사원을 뽑을 때는 결혼을 하지 않았거나 자식이 없으면, 감점을 한다고 하였다. 물론 내가 전적으로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나름데로의 경험법칙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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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어렵게 사는 삶, 어려운 삶을 사는 고구마


앞에서 말했듯이 체험농장은 그리 넓은 편은 아니지만, 충분한 햇볕이 들고 물도 풍부한 편이다. 그러나 과거 논이었기 때문에 고구마가 좋아하는 사질양토는 아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할지라도, 너무 다른 결과를 관찰할 수 있었다. 앞절에서 다복한 고구마 집안을 소개하였지만, 역으로 정말 많은 노력을 하였으나, 고구마다운 고구마를 생산하지 못하는 고구마도 있었다. 

 

고구마는 뿌리가 굵어지면서 고구마가 맺어지는 식물이라고 하였다. 그림 9 고구마를 보면 정말 열심히, 정말로 열심히 많은 뿌리를 그것도 아주 길게 뻗으면서 노력한 고구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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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많은 뿌리를 열심히 내렸지만, 달린 고구마는 달랑 한 개다. 그것도 손가락 두 개만 하다. 뭐라고 위로해야 할지 모르겠다. 

인과응보의 결과인지, 아니면 잘못된 자유의지의 결과인지, 아니면 자갈밭에 뿌려진 가라지인지 이유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노력과 결과가 비례하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안타깝다.

 

(5) 꼭 그런 놈이 있다니까!


그런데 이번 고구마를 캐면서 정말 희한한 것을 관찰하였다. 흔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몇번은 볼 수 있었다. 바로 이 늦은 9월말에 새싹을 틔우는 고구마다. 당연히 그 싹은 제대로이지도 않았고, 튼튼하지도 않으며, 더욱이 여러개의 싹이 한꺼번에 나오는 부실한 것이었다.

너무 이상하여 자세히 관찰하였더니 더 이상한 점을 발견하였다. 예외없이 그런 고구마는 땅 밑으로가 아니라, 하늘을 향해 거꾸로 고구마가 달려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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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 사진은 일부러 가까이 찍었기 때문에 크게 보이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크기도 그리 크지 않았다. 왜 하늘을 향해 고구마가 달리는지 정말 궁금하였다. 실험농장의 땅이 단단하기도 하지만, 같은 땅에서 다른 고구마는 정상적으로 달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고구마가 달리는 깊이도 정상 깊이였다. 하지만 이처럼 거꾸로 하늘을 향해 달리는 것이다. 고구마 입장에서는 분명히 무언가 부자연스러움을 크게 느꼈을 것이고, 따라서 자기 종족 보존 본능에 큰 위협을 느꼈나 보다. 그래서 봄이 오기 전, 조금이라도 빨리 자기 자식을 키워야한다는 급한 마음에 9월 늦가을에 싹을 틔웠지만, 그것이 제대로 자랄 가능성은 제로다.

 

이 고구마 처럼 우리 주위에는 꼭 이런 사람들이 있다. 동(東)으로 가라면 서(西)로 가고, 서로 가라면 동으로 가는 사람들이다. 조금 삐딱한 사람들이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상당수 이런 사람들은 동년배 보다 영리하고, 색다른 창조적인 생각을 갖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평범한 가르쳐준 기존의 길을 가지 않고, 나름대로의 다른 길을 찾는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처럼 일찍 자라버린 사람이나 식물은 일찍 낙과해 버리거나, 끝까지 자라드라도 조그맣게 자라고 만다. 절대 정상적인 큰 사과로 자라지 못한다.

 

구태여 대기만성(大器晩成)이라는 말을 인용하고 싶지는 않지만, 너무 올된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나는 가끔 자기 자식을 천재로 만들기 위해 조기교육에 열심인 부모들을 볼 때가 있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천재는 태어나는 것이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범재를 천재로 만들기는 불가능하다. 오히려 너무 심하게 늘려버린 고무줄은 끊어지기 마련이다. 범재를 천재로 키우기 보다는, 천재를 무심하게 놔두는 교육이 더 올바른 천재 교육일지도 모른다. 

 

3. 사람도 자연도 결국 마찬가지인가?


나이가 들면서 느껴지는 한가지가 있다. 그것은 모든 삼라만상은 독립적이지  않고, 상호 서로 얽혀있다는 생각이다. 다만 그 관계의 정도가 강(强)할 때도 있고, 약(弱)할 때도 있으며, 그 관계의 정도가 명백할 때가 있고, 그렇지 않을 때가 있으며, 또 그 관계의 정도가 바로 나타날 수도 있고, 시간을 두고 나타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범인(凡人)들은 그 인과관계를 명확히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건방지고 파괴적인 행동을 때로는 하는 것 같다.

 

업무로서 시작한 고구마 캐기를 하면서, 또 한번 인과관계를 생각하게 되었다. 인간사회의 법칙이나 자연의 법칙도 큰 차이가 없는 것 같다. 자기가 처해 있는 “토양과 환경에 따라, 그리고 순리(順理)에 따라, 차분하게 그러나 꾸준히 노력하며 사는 것이 궁극적으로 자연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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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수정 2024년09월24일 11시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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