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국 교수의 생활과 경제이야기 <103> 외국종을 수입할 때 극히 조심해야 하는 이유(下)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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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중국 등에 의해 오랜 침략을 받아서인지 우리들 의식 속에는 수동적이고, 조심스러워하는 경향이 상당히 강한 것 같다. 그래서인지 어떤 국제적 변화가 발생하면 우리에게는 어떤 ‘피해’가 있을까를 먼저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외국종의 수입에 대해서도 비슷한 태도라고 생각한다. 즉 우리가 받은 피해를 먼저 생각한다는 것이다. 황소개구리, 뉴트리아, 불루 길, 배스 등이 먼저 떠오르는 것이 그것이다. 그러나 진실이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역으로 우리나라 종이 또는 아시아 종이 서양으로 수출됨으로써 그 나라를 매우 혼란스럽게 하는 경우도 많다. 이번 글에서는 그것에 대해 얘기해 보겠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런 동물은 우리에게 너무 친숙한 동물들이다. 바로 잉어, 가물치 그리고 귀엽기 짝이 없는 우리나라 토종 다람쥐다. 맞다. “산골짝의 다람쥐, 아기 다람쥐...”의 바로 그 다람쥐다.
1. 잉어의 미국 민물 시스템 침략기
민물 시스템 하면 민물이 있는 강, 호수, 개울 들을 총칭하는 말이다. 미국에 잉어를 누가 들여왔느냐? 는 미국 학자들 간에도 약간 차이가 있다. 어떤 사람들은 중국 차이나타운에서 흘러나왔다는 사람도 있고, 또 어떤 사람들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몰래 들여왔다는 사람도 있다. 그것의 진위야 알 수 없는 일이지만, 하여간 동양에서 건너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잉어를 생각하는 자세는 동양과 서양 특히 미국은 상당히 다르다.
(1) 동양에서 잉어의 의미
우리나라와 동양에서 잉어는 매우 다양한 의미를 갖는다. 하지만 출세의 의미, 득남의 의미 또는 많은 자식을 낳고 행복하게 사는 가정의 의미 등 긍정적인 것이 대부분이다. 우선 몇 가지를 살펴보자.
가, 등용문(登龍門)의 의미
중국 황하강 산서성과 섬서성 사이에는 용문(龍門)이라는 좁은 협곡이 있다.
바로 이 협곡에서 등용문(登龍門)이라는 말이 탄생하였다. 협곡(峽谷)은 말 그대로 좁은 계곡을 말한다. 황토고원에서 발원한 황하의 거센 물줄기는 이 좁은 용문 협곡을 지나기 위해서 물살은 빠를 수밖에 없고, 세차게 용솟음칠 수밖에 없다. 당연히 웬만한 물고기가 이런 물살을 헤치고 올라가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그래서 거의 대부분의 물고기는 이 용문을 통과할 수 없고, 오로지 크고 힘센 극소수의 물고기(잉어)만이 이 어려운 고비를 뚫고 오를 수 있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남 다른 성공은 쉬운 일이 아니다. 반드시 힘든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그 중에서도 과거급제는 더욱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과거에 합격하는 것을 마치 잉어가 용문협곡을 오르는 것과 같다고 하여, ‘등용문(登龍門)에 오른다.’고 표현하였던 것이다. 그럼 그런 어려운 과거를 준비하는 사람이 옆에 있다고 하자. 그러면 그에게 내가 조금이라도 힘이 되어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옛날부터 어려운 과거시험에 꼭 합격하라는 기원을 담아, 잉어 그림을 합격 축원의 뜻으로 그려주었던 것이다.
또 같은 의미에서 산모 방에도 잉어 그림을 걸어두었다. “장차 과거에 합격할 만한 큰아들을 낳아라,”는 축수(祝手, 祝壽가 아님)의 의미를 가진 것이다. 그러나 이때 그려준 그림은 한 마리의 큰 잉어나, 또는 두 마리를 그린다면 크고 작은 잉어를 그려야 한다. 같은 크기로 그려서는 안 된다.
나. 가정의 행복을 기원하는 축복의 의미
그런데 우리나라 민화를 보면 두 마리의 잉어가 유유히 헤엄을 치고, 그 옆에는 작은 물고기들이 헤엄치는 그림이 있다. 때로는 같은 그림에 연꽃이 피어 있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 이 그림의 뜻은 ‘오래오래 부부가 백년해로하며 사시고, 자식들도 많이 낳으며, 또 형제간에는 우의를 돈독히 하며 사시라.’는 축복의 의미가 담긴 그림이 된다,
잉어의 또 다른 의미는 오래 사는 물고기로 통한다. 십장생에 들지는 않지만, 잉어는 가장 오래 사는 물고기로 인식되었다. 그러므로 잉어가 두 마리 또는 한 마리만 그려져 있는 그림을 우리는 축수도(祝壽圖)라고 부른다. 그러나 잉어 이외에 송사리(또는 작은 물고기 여러 마리) 또는 연꽃까지 그려져 있을 때는 단순한 축수도 보다는 훨씬 많은 의미를 가지게 된다.
우선 잉어는 두 마리 이상을 그려서는 안 된다. 첩을 많이 두라는 뜻이니, 사실이 그렇더라도 그렇게 그려서는 안 된다. 그리고 앞 민화처럼 색깔이 달라야 한다. 남편과 아내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그림에는 없지만 작은 물고기들은 자식을 뜻한다. 그러므로 작은 물고기들이 많은 것은 자식을 많이 낳아라는 축원의 뜻이 된다. 농본주의 사회에서 인력(人力)은 생산의 근본 수단이다. 그러므로 많은 자식은 곧 ‘잠재적’부의 상징이다. 당연히 잉어 두 마리에 많은 작은 물고기들이 그려져야 한다.
그런데 특이한 한 것은 연꽃이 그려져 있는 것이다. 물론 연꽃은 꽃 색깔도 예쁘고,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꽃이기 때문에 그림의 구도상 그려 넣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연꽃이 있는 그림은 그보다는 훨씬 더 깊은 뜻이 있다. 연꽃에는 여덟까지 덕이 있다고 한다. 연꽃 팔덕(蓮花八德) 중에는 형제애(兄弟愛)가 있다. 연꽃의 줄기와 뿌리를 잘라보면 참으로 희한하게도 구멍이 뚫려 있다. 그런데 그 구멍이 연꽃 줄기에서부터 시작하여 뿌리 끝까지 계속하여 통(通)하여 있다. 그래서 연꽃은 소통의 의미를 가지게 된다. 그러므로 동양화에서의 연꽃은 ‘형제간에 항상 소통하며 우애를 가지라.’는 뜻이 된다.
그러니 앞에서 소개한 그림3은 비록 작은 물고기들은 그려져 있지 않지만, 부부간에 화락하며 장수하시고, 자식들 간에도 우애를 하며 잘 사시라는 의미를 담은 그림이 된다. 민화는 보통 동네 화가들이 그리는 수준이 그리 높지 않은 그림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그림 3의 민화는 그림의 뜻을 잘 살피고 그린 상당히 잘 그려진 그림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요즈음 그려진 그림들을 보면 이런 그림 속의 깊은 뜻을 알지 못하고, 그저 옛 그림을 모사한 아름다운 그림으로 그리는 경향이 있다. 잉어가 여러 마리 그려져 있거나, 색깔이 같거나, 잉어만 잔뜩 그려져 있는 그림들이다,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조금 서운한 느낌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2) 서양에서 잉어의 의미
가. 잡혀도 기분 좋지 않고, 방생도 못 하고 반드시 죽여야 하는 물고기
그러면 서양에서 잉어는 어떤 의미를 가지게 될까? 이전 나의 글에서 동양에서는 흉조로 생각되는 까마귀가 서양 일부 국가에서는 길조로, 특히 영국 왕실에서는 영국 왕실을 유지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새로 여긴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아마 이것이 바로 문화의 차이일 것이다. 대표적인 또 다른 예가 바로 잉어다. 잉어는 미국에서 아주 나쁜 고기로 취급받는다. 나는 낚시를 좋아하는 편이다. 학교 앞에 멘도타라는 큰 호수가 있어 거기에서 낚시를 자주 하였다, 심심치 않게 잡히는 고기 중 하나가 바로 잉어였다. 그런데 미국 낚시꾼들은 잉어를 잡으면 즐거워하지 않는다. 상당히 기분 나쁜 표정을 지으며 잉어를 물속으로 다시 방생하지 않고, 땅이나 옆 숲에 던져버린다.
“아니, 저 좋은 잉어를...” 그래서 그 이유를 물어보았다. 대답은 내 예상을 너무 뒤집는 것이었다. 우선 잉어는 ‘요리하면 흙냄새’가 나서 먹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법으로 잉어는 잡으면 방생해서는 안 되고, 반드시 죽여야 한다. 그리고 그 이유는 잉어는 번식력이 좋고, 특히 토종 다른 물고기들의 ‘알’을 주로 먹어, 다른 물고기들의 존재를 위협하는 물고기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잘못 수입한 ‘민물’배스의 취급을 받는 것 같아 그만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그러고 보니 잉어를 잡을 때는 일반 미끼를 사용하지 않고, 노란 옥수수 알을 서너게 꿰어서 사용하였다. 그 이유는 노랗게 달린 옥수수 모습이 마치 물고기알을 닮아서라고 한다. 아무리 문화가 다르다고 해도 같은 잉어에 대해 이처럼 생각이 다를까? 역시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나. 더욱 심해진 잉어의 피해(?)
그런데 최근 미국에서 잉어는 국가가 힘을 쏟아 제거해야 할, ‘척결’의 대상이 되었다. 그 이유는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다른 미국 토종 물고기(배스, 블루길 등) 의 알을 주로 먹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데 여기에 더해 미국으로 건너간 잉어는 성질도 변하였다. 우선 먹을 것이 풍부해서인지 그 증가 속도가 마치 우리나라에 수입된 초창기 황소 개구리만큼 엄청나게 증가하였다. 그리고 성질 또한 난폭해졌다.
크기도 쉽게 1M 이상으로 자라고, 무게도 50kg 이상으로 자란다고 하니, 그들 입장에서는 정말 처치 곤란한 외래종이 되는 것이다. 잉어의 박멸을 위해 일리노이주에서만 2004년 이후 6억 달러, 약 8천억 원 이상을 썼지만 거의 효과가 없다고 한다. Carp 대신 Copi라는 귀여운 이름을 붙여 식용으로의 전환도 유도하였지만, 성공의 가능성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 왜냐하면 잉어는 가시가 세고, 고기 자체도 그리 맛있지 않으며, 미국 사람들이 생선을 그리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2. 오히려 민물배스에 천적이 된 가물치
미국에 수입되어 우리와 너무 다르게 취급되고 있는 또 다른 물고기는 바로 가물치다. 우리나라에서는 몸 보신용으로 잉어와 함께 나이 드신 어른이나 산모에게 제공되는 귀하신 물고기다. 그러나 서양에서는 정반대다.
가물치의 영어명은 Snake head다. 바로 ‘뱀 머리’ 고기다. 우리 눈에는 그렇게 보이지 않지만, 그 사람들에게는 뱀 머리처럼 보였던 모양이다, 그런데 잉어는 중국인들이 들여왔다고 일반적으로 인정되고 있지만, 가물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들여왔다는 주장이 많은 것 같다. 그러나 미국에서 발견되는 4종의 가물치 유전자를 분석해 보면 우리나라 가물치 유전자가 아닌 중국 가물치 유전자와 더 비슷하다고 한다. 즉 중국산일 가능성이 훨씬 더 높다는 뜻이다.
'가물치'라는 이름은 '검다[黑]'와 뜻이 같은 '감다'에 물고기 치를 붙여 가물치가 되었다고 한다. 다 자란 가물치는 약 80cm에 달하는데, 가끔 1미터가 넘는 큰 놈도 있다. 그러나 가물치는 잉어와는 다른 또 다른 특성이 있다. 이빨이 크고, 치악력이 매우 세다는 것이다. 그러니 당연히 다 자란 가물치는 민물에서는 최상위 포식자가 될 수밖에 없다. 이빨이 없는 배스, 크기도 40cm 정도밖에 되지 않는 배스는 경쟁이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 민물 생태계를 한때 초토화시켰던 배스와 블루길은 이제 미국에서는 아시안 가물치의 피식자가 될 수밖에 없게 되었다.
더욱이 가물치는 배스보다 필요한 산소량이 적어서 여름에 물이 따뜻하여 용존 산소량이 적을 때도 힘이 넘쳐난다. 또한 크기도 배스의 두세 배로 크고, 성격도 매우 공격적이며 날카로운 이빨까지 갖추었으니, 생태학적으로 볼 때 가물치는 배스보다 훨씬 더 우위에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더욱이 가물치는 단독생활자로서 자기 영역에 들어 온 물고기는 자기 짝을 제외하고는 무조건 공격하는 스타일이니, 가물치보다 성질이 온순한 잉어보다 훨씬 더 위협적인 존재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3. 귀엽기 짝이 없는 우리나라 아기 다람쥐의 침략기
우리나라에서 토종 다람쥐는 귀엽기 짝이 없다. 우리 초등학교 때 많이 불렀던 “산골짝의 다람쥐, 아~기 다람쥐, 도오토리 점심 가지고 어디를 가나...”의 바로 그 다람쥐다.
그림7. 귀여운 우리나라 토종 다람쥐
가. 아기 다람쥐는 우리나라 고유종
이 글을 쓰면서 안 사실이지만 아기 다람쥐는 우리나라 고유종이며, 우리나라에서조차도 모양은 비슷하지만, 남한만 해도 유전자적으로는 차이가 있는 세 개의 집단이 있다고 한다, 이무영 박사팀의 연구에 의하면 100만∼300만 년 전 빙하기에 나뉘어졌으며, 빙하기 때 고립되어 우리나라 독립종으로 발전하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무영 서울대 팀과 러시아 연구자들의 합동 연구 결과를 보면 한반도 다람쥐의 염기서열 변이는 11.3%나 외국종과 다르고, 이 정도 차이면 새로운 종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여간 이 귀여운 아기 다람쥐가 유럽으로 수출되어서 많은 사랑을 받게 되었다. 골동품상들의 말을 들어보면 골동품의 가격은 희소성, 역사성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결정되지만, 가장 중요한 요소는 역시 “예뻐야 한다.”는 것이다. 아기 다람쥐는 우리가 봐도 예쁘지만 그들이 봐도, 유럽 사람들이 봐도 너무 예쁘다. 그래서 우리나라가 가난했던 시절 수백만 마리 다람쥐를 잡아 유럽으로 수출하였다. 한 마리에 1달러에 수출했다고 한다. 더욱이나 그 예쁘고 귀여운 다람쥐가 우리나라 밖에 없으니, 한 때는 수출 효자 상품이 되기까지 하였다. 그러나 1991년 이후 지금은 보호종이 되었으니 이제는 잡지 말기 바란다,
나. 귀여운 모습 뒤의 라임병
그러나 최근에는 그 입장이 바뀌게 되었다. 하지만 다람쥐의 의도적 잘못은 아니다. 항상 수입종이 문제가 되는 것은 사람이다. 귀엽다고 애완동물로 수입한 다람쥐를 싫증이 난다고 놓아주거나, 수입종의 잠재적 위험을 모르고 일부러 자연에 풀어주는 행위에서 항상 문제가 발생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는 야생 고양이와 들개도 같은 통속이다.
그 결과 유럽에서 많은 다람쥐의 서식지가 발견되었는데, 유전자 조사를 해 보면 명확히 우리나라 다람쥐 유전자와 일치한다고 한다. 그러나 그들이 수입하였고, 그들이 놓아주었기 때문에 우리의 책임은 아니다. 하여튼 그런 다람쥐가 사람들에게 라임병(피부에 빨간색 반점이 생기면서 가려운 병)을 옮기는 진드기의 중간 숙주라는 것이 밝혀졌다고 한다. 우리에게는 큰 문제가 아니지만, 그들에게는 상당히 큰 문제라고 한다.
4. 그런데 왜 우리나라에서는 잉어, 가물치와 토종 붕어 등이 조화롭게 살까?
사실 이 질문은 상당히 중요한 질문이다. 왜냐하면 우리뿐만 아니라 세계 모든 국가가 외래종을 수입할 때 공통적으로 생각해야 할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외래종의 생태를 정확히 알아야, 외래종 수입 여부 결정과 적절한 퇴치 방법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가. 가물치의 영역성과 토종 물고기의 조심성
가장 쉽게 떠 오르는 질문은 우리나라 생태계를 휘저어 놓았던 배스와 블루길이 왜 미국에서는 오히려 가물치의 먹이가 되는가? 일 것이다. 자세한 연구는 없지만 이런 연구 결과가 있었다.
첫째는 가물치의 자기 영역을 지키려는 강한 습성이다. 가물치는 매우 공격적이고 힘도 세지만, 비교적 자기 영역 내에 머무르는 성향이 있다. 즉 일정한 자기 영역을 정하고, 그 지역을 크게 벗어나지 않으며, 그 대신 자기 영역에 침입하는 생물은 자기 동족일지라도 공격하는 성격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가물치와 오래 같이 살아온 토종 물고기들은 아예 가물치의 영역에 침입하지 않는다. 그래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면 배스도 그런 지혜를 빨리 배울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배스는 전형적인 육식 물고기로, 여기저기 휘젓고 돌아다니는 물고기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제 성질대로 살다가는 가물치의 먹이가 되기 딱 십상이다.
나. 비단잉어의 법칙
다음은 대륙이라는 큰 땅덩어리의 특성이다. 왠지 모르지만, 땅이 넓으면 같은 생물종일지라도, 그 크기가 커지는 경향이 있다. 생태계에서는 그것을 『비단잉어의 법칙(코이의 법칙)』이라고 한다. 즉 ‘그 생물이 살아가는 환경이 물리적으로 커지면, 그 안에 살고 있는 생물의 크기도 같이 커진다.’는 것이다. 동양에서 건너간 잉어나 가물치가 미국에 건너가서는 동양보다 훨씬 더 커지고, 역으로 우리나라에 건너온 황소개구리와 배스가 우리나라에서는 점점 더 작아지는 것을 일부 설명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동양에서 건너간 잉어나 가물치는 오히려 더 커져서 미국의 생태계를 헤치고, 동양으로 수입된 배스와 황소개구리는 점점 더 작아져서 그 피해가 줄어드는 것으로 짐작된다.
다. 서양 사회의 공격적 특성으로의 진화
이것은 나의 생각임으로 확실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상하게 동양의 생물이 서양으로 건너가면 더욱 활동적이 되고, 공격적인 성격으로 변하는 특성이 있는듯하다. 이것은 사람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 같다. 서양으로 건너간 가물치와 잉어는 서식 환경이 좋아서인지는 모르지만 크기도 엄청 커지고, 성격도 훨씬 더 공격적이 되었다. 오죽했으면 커다랗게 자란 잉어가 물 위로 너무 자주 튀어 올라, 보트로 여행하는 관광객이 다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이 세 가지의 특성 즉 가물치의 영역성, 아시아 수입 외래종의 대형화, 공격적인 성격 변화 등이 상당 기간 동양 수입종이 서양에서 우점종의 위치를 차지하지 않을까?라고 조심스럽게 유추해 본다.
라. 아기 다람쥐의 라임병 전파
이것은 조금 심각한 문제지만 자연의 법칙에 따라 어느 정도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과거 세계사를 공부하면서 이해할 수 없었던 역사가 있었다. 바로 『피사로의 잉카제국 정복기』였다. 자료를 보면 1532년 피사로가 이끌고 갔던 병사의 수는 고작 168명이었다. 당시 잉카 인구는 알 수 없으나, 최소 수천만 명이 넘었다고 한다. 아무리 소총으로 무장하고, 잉카 왕 ‘아타우알파’를 잡아두었다고 하지만, 168명이 수천만 명을 정복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그것을 가능하게 한 것이 바로 천연두였다. 서양에서는 젖빨이 가축으로부터 천연두 면역이 있었지만, 알파카 이외에 가축이 없었던 잉카인들은 속절없이 왜 죽는지도 모르고, 무려 95%의 잉카인들이 천연두로 죽어갔다. 이것이 바로 피사로의 중남미 침략기의 진실이다. 그러나 지금 중남미는 다시 잉카인의 후예로 가득하다.
비록 라임병으로 지금 유럽인들이 약간 고생하고 있지만, 라임병이 죽을병도 아니고, 현대의학은 눈부시게 발전하였으며, 조물주 최고의 작품인 인간은 곧 자체 면역력을 자연스럽게 키우리라고 본다.
5. 외래종 수입 역사에서 배워야 할 교훈
이 글에서는 외래 수입종의 문제로 잉어, 가물치, 배스, 부르길, 황소개구리, 뉴트리아, 다람쥐 등을 얘기하였다. 하지만 외래종을 수입하여 겪은 고통의 예는 그 밖에도 너무나 많다. 호주의 토끼 수입, 갈라파고스섬의 고양이, 우리나라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는 일본 말벌, 미국의 붉은 병정개미와 흰개미 등 그 예는 넘치고 넘친다.
그러면 이런 예에서 우리들이 배워야 할 것은 무엇일까? 나는 세 가지가 우선 떠오른다.
첫째; 신중해야 한다.
외래종을 수입할 때는 신중하고 또 신중해야 한다. 그저 그것의 장점만을 들여다보지 말고, 그것이 가져올 수 있는 해악에 대해서도 깊게 생각해야 한다. 그러나 많은 경우 그런 해악을 미리 짐작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인간의 지식이 아직 그 수준까지는 미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면 어떡해야 할까?
둘째; 공격적이고, 육식성이 강한 동물, 입이 큰 동물 그리고 곤충류는 수입하지 않는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천적이 충분치 않거나, 토종 동물을 잡아먹을 수밖에 없는 육식성 동물들, 번식력이 너무 높은 동물들 그리고 개체가 너무 작고 많은 동물들(곤충 등)은 아무리 인간이 애를 써도 퇴치할 수 없다. 그러므로 이런 동물들의 수입은 더 많은 신중함을 보여야 할 것이다.
셋째; 과거의 실수로부터 배우는 겸허한 자세다.
사람은 실수를 한다. 유한한 능력의 소유자인 인간이 실수하는 것은 죄가 아니다. 그러나 같은 실수를‘반복’하는 것은 명백한 죄다. 죄가 아니라 그것은 범죄(犯罪)다. 항상 새로운 발표나 행동을 해야하는 학자, 기자, 공무원들이 매우 귀담아 두어야 할 사실이다.
그리고 나의 경험으로 보면, 실수를 하는 자는‘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그들은 자기의 실수를 감추는 데도 상당히 익숙한 경우도 많은 것 같다. 염두에 두어야 할 중요한 사실이다.
매우 설득력이 있는 유명한 말이 있다. 『우리의 자연은 우리 미래의 후손들로부터 빌려 온 것이다.』
이 말의 뜻을 진심으로 새긴다면 우리는 신중하지 않을 수 없다. 그저 순간의 영달을 위해 자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을 손쉽게 결정하는 일은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ifs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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