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農民)일기 <3> 유기농 오미자 농사 ③ 소비의 세계화와 수출전략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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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봄, 집을 짓고 이사를 와서 처음으로 선택한 작물이 오미자였다. 생소한 특용작물이기 때문에, 여기저기 찾아다니면서 묻고, 자료들을 찾아보고, 특히 전북 장수, 경북 문경 등지의 독농가들은 물론 ‘오미로제’라는 오미자 와인을 처음으로 개발하여 성공시킨 가공업체도 찾아가서 보고, 묻고, 배우고…, 꽤나 열심히 공부를 하면서 나름 ‘오미자 산업(?)’의 미래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생각을 해보았다. 이번 글에서는 오미자에 대해 공부한 내용과, 오미자 농사를 지으면서 느낀 아쉬움, 그리고 오미자 산업이 나아갔으면 좋겠다는 내 생각을 중심으로 얘기해 보고자 한다.
오미자는 영어로 Red Grape로도 불린다. 오미자과[Schisandraceae]에 속하며, 세계적으로 2속 49종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오미자는 Schisandra속(屬)에 속하는 S. chinensis BAILLON로, 백두대간의 해발 500~700m의 고랭지에서 주로 자생한다. 제주도에는 ‘흑오미자’라고 부르는 S. nigra MAX가 자생하고, Kadsura속(屬)의 ‘남오미자’라고 부르는 K. japonica DUNAL는 동남아의 아열대지역에서 자라는데, 백두대간의 고랭지에서 자라는 오미자(S. chinensis BAILLON) 외에는 약효가 별로 없고, 그래서 널리 소비되지도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오미자는 오래 전부터 한반도와 중국의 동북 3성, 그러니까 백두산 북쪽 지역에서 약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오미자의 리그난(Lignan) 성분이 알츠하이머, 파킨슨병과 같은 뇌질환 발생을 자극하는 신경독의 작용을 막아주고 뇌세포를 보호하고, 오미자 핵산 추출물은 혈관의 이완을 유도하여 혈관 내피세포의 증식과 생존력을 높여주고, 시잔데스테르 A.B는 간을 보호하고, GPT(간 효소수치)의 상승을 억제하는 효과 등, 다양한 기능성이 확인된 바가 있다. 이러한 오미자가 우리나라의 백두대간과 백두산 북부, 즉 동북아시아에서만 한약재와 기능성 식품으로 알려져 있고, 소비되고 있다는 것은, 오미자의 시장 확대 가능성이 그만큼 크다는 것이 아니겠는가?
우리 인류는 1842년 아제르바이잔의 바쿠 마을에서 처음으로 석유를 뽑아 올린 이래로 이제는 석유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그래서 2000년대 후반부터는 석유문명에 의존한 인류라는 의미의 호모 오일리쿠스(homo oilicus)라는 용어가 등장했다. 지금은 거의 모든 생활용품은 물론, 자동차, 선박, 비행기, 섬유와 의약품도 석유에서 얻어지는 합성화학물질에 의존하고 있는데, 이제는 그로 인해서 쌓여온 부작용들이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특히 의약품 분야에서는 합성화학약품으로 인한 부작용이 커지면서 천연물질로부터 의약품을 얻으려는 노력이 활발해지면서 바이오산업에 대한 각국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닉으로 세계적인 의약품이 된 타미플루는 중국요리에 쓰여온 팔각회향이라는 나무(Illicium verum Hooker fil.)의 열매 팔각으로부터 얻은 시키미산을 원료로 하지만, 미국의 작은 제약회사(Gilead Sciences)에서 개발하여, 스위스 다국적 제약 회사인 로슈(Hoffmann-La Roche)에 만들어 판매하고 큰 성공을 거두었다. 본래 중국에서 전통적으로 쓰이던 팔각회향의 열매를 원료로, 미국의 제약회사가 개발하고, 스위스의 다국적 제약회사가 독점적으로 생산-판매하고 있는 것이다.
오미자도 이미 오래 전부터 한약재로 쓰여져 왔고, 리그난이나 시잔데스테르와 같은 물질들이 약리적 효과가 있음이 나름 밝혀져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그의 소비가 아직은 우리나라와 중국 일부 등 동북아시아지역에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소비시장의 확대 여지는 넓다. 국가간의 왕래와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세계는 좁아지고 있고, 우리는 낯설었던 올리브유나 카놀라유를 친숙했던 콩기름보다 더 많이 소비되고 있다는 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오미자의 리그난이나 시잔데스테르를 원료로 한 의약품이나 기능성 식품을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은 크다. 하지만 이러한 연구개발과 해외시장 개척 등을 농가들의 노력에 맡길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조직화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조직화에 대해서는 지난달(11월 6일)에 설명했기 때문에, 여기서는 생략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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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는 귀농 13년차로 농업경영학을 전공하고, 농업과 농촌 연구에 몰두했던 연구자(한국농촌경제연구원)로서, 또 농업후계인력 양성에 매달렸던 교수(국립한국농수산대학교)로서 경력을 쌓았고, 이제는 농민들과 함께 살면서 ‘흥부마을영농조합법인 대표’를 맡아 농촌·농업 진흥에 앞장서고 있다.<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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