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산에서 바라본 세계

국가의 미래를 향한 첫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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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호의 짧은 소설 <7> 뻐꾸기와 주술사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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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5년04월05일 17시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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뻐꾸기 소리에는 주술이 있다. 봄이 조금이라도 늦었다 싶으면 그 소리는 작은 산골 동네 여기저기서 울어댄다. 어른들은 벌써 봄이 가는구나로 여기겠지만 우리들은 그러지를 못했다.

 

영희가 울었다. 그녀의 울음은 좀체 그치지 않았다. 묘하게도 그 울음은 그칠 만하다가 뻐꾸기가 울면 다시 따라 울곤 했다. 그러니까 영희도 뻐꾸기도 계속 우는 것이 아니라 울었다 말았다 일정한 장단을 맞추고 있었다. 영희가 뻐꾸기소리에 따라 우는지 뻐꾸기가 영희 우는 소리에 따라 우는지 아니면 둘 다인지 알 수 없었다. 아무튼 영희는 새로 산 연필을 잃어버렸다고 했다.

 

선생님은 우리를 보고 눈을 감으라고 했다. 

  “연필을 가지고 간 사람은 손을 듭니다.”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 선생님은 우리에게 뒷산으로 가라고 했다. 

선생님이 농담하시는 줄 알았다. 그러나 뒷산 가서 솔잎을 따오라는 것은 더 엉뚱했다. 

일단은 교실을 벗어난다는 사실에 우리는 우와 소리를 지르며 뒷산을 향했다. 지척에 있을 것 같은 뻐꾸기는 여전히 거리를 두고 이따금씩 울어댔다. 아이들은 장난을 치거나 더 좋은 솔잎을 고르고 있었지만 나는 여전히 그 신비한 소리의 주인공인 뻐꾸기 찾기에 골몰했다. 외삼촌은 뻐꾸기가 남의 둥지에 알을 놓고 그 새끼가 다 자랄 때 쯤 부근에서 울면서 주술을 건다고 했다. 

   -내가 진짜 어미란다.-

결국 뻐꾸기 새끼는 키워준 어미를 버리고 뻐꾸기 곁으로 날아간다는 것이다.

나는 기어이 그런 뻐꾸기를 확인하고 싶었다. 그때까지도 솔잎과 잃어버린 연필과의 연관성을 눈치 채지 못했다. 굳이 연관성을 말하라면 영희의 울음을 그치지 않게 하는 뻐꾸기를 쫓아버리는 속셈이라 여기는 정도였다. 선생님은 그때라도 연필을 훔친 사람이 잘못을 뉘우치길 바라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금방이라도 찾을 것 같은 소리의 주인공은 보이지 않았다. 그것조차도 마술을 부린다고 생각했다. 그 익숙한 소리의 주인공이 어떻게 생겼는지 아직 한 번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빨리 내려와!”

산 아래에서 선생님의 고함이 들려왔다. 그제야 뻐꾸기 찾기를 포기하고 아이들 따라 또 다른 주술이 기다리는 교실로 갔다. 선생님이 말했다.

  “자, 솔잎을 입에 물고 눈을 감습니다. 내가 주문을 외우면 연필을 가지고 간 사람의 솔잎이 입에서 자라나게 됩니다.”

아, 선생님도 뻐꾸기처럼 주술을 거는구나...

나는 행여 내 입 속의 솔잎이 길어질까 조심스럽게 물고 있었다. 모두가 숨을 죽이고 있었다. 선생님은 엄숙한 목소리로 주문을 외기 시작했다.

  “솔잎이 길어집니다. 점점. 나쁜 마음을 가진 사람의 솔잎은 길어집니다. 점점, 점점...”

나쁜 아이가 되지 않으려고 아이들은 숨을 죽였다. 숨죽이는 교실에는 여전히 죽지 않는 뻐꾸기 소리가 창을 넘어왔다. 그때 그 소리는 굿거리 무당의 징소리처럼 선생님의 주문을 고무시키고 있었다.

나는 좋은 아이는 아닌 것 같았다. 솔잎 끝에 혀를 대 봤다. 싸-한 솔향기가 혀끝으로 느껴졌다. 쫄깃한 송기 맛도 묻어 있었다. 

  “솔잎이 길어집니다. 점점, 점점...”

주술사의 소리는 뻐꾸기 소리처럼 높았다 낮았다 반복하며 우리들의 마음속을 들어왔다 나갔다 마음대로 휘젓고 다녔다. 그럴 때마다 내 솔잎도 조금씩 길어진 것 같아 무척 초조했다. 망설임 끝에 나는 이빨로 끝을 조금 잘라냈다.  

  “고개 들어!”

선생님이 소리쳤다. 아, 나는 그 때 너무 긴장하고 있었으므로 나를 보고 소리치는 줄 알았다. 가슴이 쿵했다. 순간 솔잎을 더 크게 잘라냈지만 다행히 선생님의 손짓은 건너편에 앉아 있는 동수 쪽을 향하고 있었다.

  “입을 벌려! 자, 아-”

선생님은 동수 입에서 솔잎을 끄집어냈다. 그러나 그의 입에서 나온 솔잎은 너무 뜻밖이었다. 한 뼘이나 길게 자라난 것으로 생각했는데 이빨로 씹어 반토막진 짧은 솔잎이었다. 그리곤 그의 속옷 가슴팍 부분에 감추어진 새 연필도 끄집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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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5년04월05일 17시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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