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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kyo Watch] 일본은행의 초금융완화 정책 수정, 신임 총재 하에서의 향방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3년01월26일 17시04분
  • 최종수정 2023년01월26일 10시17분

작성자

  • 이지평
  • 한국외국어대학교 특임강의교수

메타정보

본문

 일본은행의 초금융완화 정책에 대한 역풍 

 

일본은행이 작년 말의 실질적인 금리인상 정책에 이어 금융시장에서의 일본 국채매도 압력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1월 18일에도 금융정책의 미조정을 실시했으며, 2013년 이후 10년 정도 계속되어 온 초금융완화 정책의 점검과 재검토가 점차 필요한 상황이 되고 있다. 

 

일본은행은 2022년 12월에 10년 만기 장기국채의 유통수익률의 유도 범위를 기존의 -0.25~0.25%에서 -0.5~0.5%로 변경했다. 이는 일본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신선식품 제외 기준으로 11월에 전년 동월비 3.7%, 12월에 4%로 상승하는 가운데 0.25%의 장기금리 상한선이 너무 낮다고 보는 투자가들이 적극적으로 일본 국채매도에 나서면서 발생한 국채시장의 불균형 문제에 대응하는 것이 큰 목적이었다. 5년 만기 등의 국채금리가 전반적으로 상승해 일본은행이 매입하는 10년 만기 국채와 비교한 금리곡선의 혼란 및 국채시장의 왜곡 현상이 발생해 이것이 회사채 시장에서 기업이나 금융기관의 채권 발행 차질 등의 문제를 야기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고 한다. 

 

다만, 상한선 0.5%의 금리인상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본 투자가들의 국채 매도 압력은 지속되고 10년 만기 국채금리도 1월 초에 급등, 일본은행이 정한 상한선인 0.5%를 초과해서 거래되는 날도 나타났다. 이러한 가운데 금융시장에서는 일본은행이 지난 1월 17~18일의 금융정책회의에서 금리를 다시 재인상할 것이라는 기대도 일부 대두하기도 했다. 실제로는 일본은행은 추가 금리인상을 보류했으나 금융시장의 왜곡 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조치로서 공통담보자금 공급 오퍼레이션이라고 하는 자금 공급 시스템의 확충을 결정했다. 

 

공통담보자금 공급 오퍼레이션의 확충은 금융기관들이 담보를 제공해 일본은행의 저금리 자금을 차입하는 것이며, 원래는 변동금리의 경우 기한 1년, 고정금리의 경우 10년 이내이지만 금리 0%라는 제약이 존재했다. 이번 일본은행의 금융정책 변경은 변동 및 고정 금리의 구별 없이 10년 이내의 자금 공급이 가능해졌으며, 고정금리 방식의 경우 대출할 때마다 금리를 설정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게 되었다. 일본은행으로서는 국채시장을 통제함으로써 시장기능이 저하된 가운데 민간 금융기관들이 자금을 보다 유연하게 조달할 수 있도록 해 이들이 국채의 매입 규모를 확대하도록 유도하기로 한 것이다. 

 

일본은행이 직접적인 국채 매입량을 크게 늘리지 않아도 자금시장의 재정거래를 통해 금융기관들의 국채매입 규모가 확대되어 금리곡선의 왜곡도 완화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금리 유도를 위해 일본은행의 국채보유고가 전체 발행 국채의 절반 이상으로 확대된 가운데 금년 들어서도 일본은행의 국채 매입량이 9 영업일 기준으로 17조엔을 돌파했으며, 이러한 상황은 지속 불가능하다고 일본은행도 생각한 끝에 나온 고육지책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러한 배경으로 추진된 공통담보자금공급 오퍼레이션의 확충정책은 일본은행이 직접 개입하기 어려운 파생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쳐서 국채금리의 안정을 도모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금융기관으로서는 변동금리로 자금을 조달하면서도 시장금리보다도 낮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되어 이를 국채투자에 활용해서 차익을 확정할 수도 있다. 금융기관이 5년 만기의 자금을 변동 금리로 조달해 5년 만기 국채에 투자하면 수익의 확보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또한 금융기관들이 저렴하게 조달한 자금을 금리스왑 시장에 투자해도 수익을 확정할 수 있으며, 이러한 스왑 금리의 급등 억제 효과는 일본기업의 회사채 발행에도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이러한 일본은행의 금융정책 수정 효과와 1월의 금리 재인상 기대가 어긋난 여파로 인해 0.5%를 돌파했던 10년 만기 일본 국채금리는 일본은행 정책회의 다음 주인 1월 23일 오후에는 0.375%로 하락했다. 일본은행의 편법이 단기적인 효과를 거둔 셈이지만 파생금융시장으로까지 미치기 시작한 일본은행의 시장개입을 통한 초금융완화 정책은 무리수가 심화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며, 이것이 또 다른 부작용을 발생 시킬 것인지 우려되기도 한다.  

 

근본적으로는 일시적이나마 4%대로 급등한 물가수준에 비해 국채금리가 인위적으로 너무 낮게 억제되는 왜곡 현상이 존재하며, 이에 따른 국채 매도 압력에 맞서려는 정책에는 한계도 있을 것이다. 사실, 일본은행도 새로 제시한 물가 전망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상향 수정하였다. 신선식품을 제외한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2022 회계연도 3.0%(0.1%p 인상), 2023년도 1.6%(동결), 2024년도 1.8%(0.2%p 인상)로 상향 수정했다. 

 

차기 일본은행 총재 임명과 금융정책의 향방

 

일본은행의 초금융완화 정책의 무리수가 각 측면에서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2013년 이후 초금융완화 정책을 주도해 왔던 일본은행의 구로다 총재는 오는 4월 8일에 퇴임할 예정으로 있다. 아베노믹스를 주도해 왔던 구로다 총재는 2% 물가가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의 특수 요인을 제외하면 아직 확실하지 않으며, 임금상승을 수반한 기조적인 물가상승세가 2%를 넘을 때까지 초금융완화 정책을 견지하겠다는 입장이 강하다.  

 

다만, 당초 2년이라고 했던 초금융완화 정책이 10년 가량 지속해도 2% 물가는 달성되지 않았으며, 그리고 최근에는 물가상승으로 인해 일본의 실질임금이 하락해 오히려 소비에 부정적인 효과가 나타나 일본국민들의 정부 및 일본은행에 대한 반감, 지지율이 급락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계속 물가상승 유도 정책을 지속하는 것이 일본경제의 회복을 위한 지상과제인지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1%대의 물가로는 안 되는 것인지, 2%는 되지 않아도 1%대의 물가는 일본은행 전망으로도 확실해졌는데, 마이너스 물가시대와 같이 계속 단기금리 -0.1%, 장기금리 0.5%로 억제하는 것이 균형금리에서 지나치게 벗어난 것은 아닌지, 검토가 필요한 시점일 것이다. 

4월에 새롭게 부임하는 일본은행 총재는 10년 간 지속되어 온 구로다 총재 체제에서의 비 정상적인 초금융완화 정책을 어떻게 정상화시킬 것인지가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시장 기능의 정상화, 금융 산업의 경쟁력 강화 등도 과제가 되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1월 22일의 방송에서 차기 일본은행 총재 인사안을 2월 중에 국회에 제시하겠다는 일정을 밝혔으며, 파란이 없으면 3월 중에는 국회에서 동의를 얻을 전망이다. 차기 총재 후보로서는 아마미야 마사요시(雨宮正佳) 현 일본은행 부총재와 전임 부총재인 나카소 히로시(中曽宏) 다이와총합연구소 이사장, 야마구치 히로히데(山口廣秀) 연금적립금 관리운영 독립행정법인(GPIF) 경영위원장 등이 유력시 되고 있다. 아마미야씨는 2018년부터 부총재직을 맡고 구로다 총재를 보좌해 왔으며, 나카소씨는 2013년부터 5년간 부총재를 담당해 아베노믹스의 초기 정책을 보좌한 바 있으며, 야마구치씨는 2008년부터 5년간 부총재직을 맡고 금융위기에 대처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4월 이후 신총재 하에서 일본은행이 금융정책을 어느 시점에서 수정할 것인지 주목되고 있는 가운데 노무라총합연구소의 Executive Economist인 키우치 다카히데(木内登英)씨는 신총재 하의 첫 회의인 4월 27, 28일이 주목된다고 지적하고 있다(木内登英, 政府主導での「政府と日本銀行の共同声明-アコード」 の修正, NRI, 2023.1.18.). 이 회의에서 2%의 물가 목표의 수정을 포함해서 일본정부와 일본은행에 의한 2013년 공동성명을 재검토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일본은행으로서는 정부와 조정하면서 공동성명을 수정하는 것을 피하고 독자성을 견지하려 할 것으로 예상하였다. 그리고 금리정상화 정책의 수순에 관해서는 마이너스 금리정책을 철회한 후에 금리차 곡선 통제정책(YCC)의 수정 및 철폐를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편, 미즈호증권의 Chief Economist인 고바야시(小林俊介)씨도 ‘정책 변경의 중심은 YCC를 다시 수정하기 보다도 마이너스 금리의 철폐가 될 가능성이 높다. 마이너스 금리를 철폐하기 위해서는 공동성명(일본정부와 일본은행의 물가 2% 달성이라는 공동성명)을 고쳐 쓸 필요가 있으며, 신총재 취임의 타이밍으로 먼저 공동성명의 개정부터 토의되지 않을까’라고 조망하고 있다(2023年 金融政策のシナリオ “異次元緩和”の修正で日銀は新たなステージへ移行か, 日本經濟新聞, 2023.1.1.).

 

구마노 다카히데(熊野英生) 다이치생명경제연구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과거의 연장선상에서의 정책 운영은 생각하기 어렵다. 먼저, 정책의 점검과 검증으로 과거를 반성하지 않으면 다음으로 갈 수 없다. 금년 춘투 임금 인상 교섭의 결과가 어떻게 되든 정책은 전환될 것이다. 임금인상률이 2%를 상회해서 잘 진행되면 일본은행은 목표를 달성했다고 해서 출구 정책으로 전환할 것이다. 반대로 소폭의 임금인상에 그쳐도 엔저에 의한 비용 증가 대책이 필요하다고 해서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이라고 지적하였다(週刊東洋経済, 2023.1.21.).

 

향후 일본은행의 정책 변화에 대한 기대와 혼선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나 새로운 일본은행 총재체제에서 기본적인 정책기조의 변화와 함께 추가적인 금리인상이 이루어질 가능성도 염두에 둘 필요는 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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