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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ijing Watch] 中, 헝다(恒大)그룹 사태 대응은 ‘시(習) 경제 개혁’의 시금석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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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1년09월24일 10시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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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대형 부동산 개발 기업 집단 ‘헝다(恒大, Evergrande)’ 그룹이 자금난으로 도산될 수도 있다는 소문에 휩싸이자 중국 경제가 충격을 받는 것은 물론, 글로벌 시장도 커다란 혼란에 휩싸여 있다. 사태의 근원은 지금까지 불패 신화를 이어온 중국 부동산 경기가 9월 들어 돌연 변조를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예년 같으면 신축 주택 판매가 번창하고 있을 터이나, 중국 정부가 최근 주택 론 등 대출 규제에 나서자 대다수 부동산 개발 사업들이 줄줄이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고, 이에 따라 많은 개발업자들도 손실을 감수하며 판매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가장 최근에 나온 보도(Reuters 통신)는 헝다(恒大)그룹이 목요일로 다가오는 국내 발행 회사채 쿠폰 지급을 위한 협상이 타결됐다고 전해지고 있서, 일단 위기가 다른 개발업자들로 전염되는 것은 피한 것으로 보인다. 중앙은행인 중국인민은행은 위기 확산을 방지하고 시장 안정을 지원한다는 시그널을 전하기 위해 긴급히 금융 부문에 900억 위안에 달하는 대규모의 유동성을 공급한 것으로 알려진다. 

블룸버그 통신은 헝다(恒大)그룹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부채를 안고 있는 부동산 개발 기업이고, 총 자산 규모는 중국 GDP의 약 2%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따라서, 만일, 헝다(恒大)그룹이 도산하면 수 백만명의 주택매입자들, 그룹 종사자들 및 그룹 및 관련 기업들에 투자한 개인 투자자들이 커다란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시장 전문 채널 MarketWatch는 헝다(恒大)그룹이 더 이상 ‘대마불사(too big to fail)’ 신화에 의존할 수 없게 됐고, 향후 시장 투자자들은 헝다(恒大)그룹의 해외 사채 이자 지급이라는 UBS 애널리스트들의 지적도 전했다.     

 

글로벌 사회 일각에서는, 오랜 동안 예견됐던 헝다(恒大)그룹 위기 상황이 단순히 일개 부동산 개발업체의 자금 조달 실패에 따른 것이라기보다, 보다 근본적으로 중국공산당의 현 지도부가 종전의 경제 운용 방식에 커다란 변전을 보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과 함께 많은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아래에, 이와 관련한 배후 사정과 향후 전망 등을 해외 미디어들의 관련 보도 내용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 “당장의 자금 위기는 회피했으나 헝다(恒大)그룹의 앞날은 험난” 


최근 중국 대형 부동산 개발 기업 헝다(恒大)그룹은 지난 22일, 자금난이 글로벌 금융 시장에 심대한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23일로 만기가 도래하는 자사의 위안화 표시 채권의 쿠폰 이자를 지불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같은 날 만기가 도래하는 달러화 표시 채권에는 30일 간의 유예 기간이 설정되어 있어서, 이날 당장에 채무 불이행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다. 중국 정부도 금융 위기를 저지하겠다는 자세를 선명히 하고 있어, 일단 혼란의 회피를 우선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헝다(恒大)그룹이 연내에 만기가 도래해서 지불해야 하는 이자 금액은 회사채만으로도 약 7억 달러를 넘어서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더해, 2022년부터는 더 많은 채무가 만기 상환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일단 만기가 도래한 이자 지급은 이행한다 해도 헝다(恒大)그룹의 전도는 아직 험난할 뿐이다. 헝다(恒大)그룹의 자금 핍박은 내년 이후가 본격적인 상황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헝다(恒大)그룹은 2022년에는 모두 6건, 잔액은 76억 달러의 회사채 상환 기일이 다가온다. 2022년 만기가 도래하는 헝다(恒大) 회사채는 유통시장에서 수익률이 320~630%에 거래되고 있어, 신규 발행에 의한 차환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달러화 표시 채권 투자자들은 분산되어 있어, 개별 투자가의 리스크는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 23일 만기가 도래하는 달러화 채권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미국의 TCW 자산관리사도 총 보유 자산의 1.48%에 그치고 있다. 그러나, 헝다(恒大) 회사채는 특정 사채가 디폴트가 되면 다른 회사채들도 일제히 디폴트로 간주되는 ‘Cross Default’ 가능성이 있다고 알려지고 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해서, 시(習) 지도부는 기업 신용 문제가, 자칫하면 금융 시스템 전체로 비화해서 자금 흐름이 얼어붙는 리스크를 회피하려고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8월에 열린 중앙재경위원회 회의에서도 ‘공동 부유’와 함께 금융 리스크 해소 의제를 논의하고, 일정의 채무 불이행을 인정하는 한편, 은행의 연쇄 파탄 및 예금 인출(bank run) 사태를 방지한다는 방침을 정한 바가 있다. 

 

중국에서는 이미 대형 기업 그룸들이 회사채 디폴트를 경험한 뒤 법적 정리 단계에 들어가는 절차에 따라서 기업 재생을 모색 중이나, 아직은 금융 시스템의 동요는 억제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 와중에, 이번에 자금 문제가 물거진 헝다(恒大)그룹의 회사채는 달러화 표시 회사채만도 잔액이 195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 신용평가회사 S&P Global은 지난 20일, “중국 정부는 헝다(恒大)그룹을 직접 지원하는 일은 없을 것이고,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다수의 부동산 기업이 파탄되어 금융 시스템 리스크가 일어난 경우에 한정된다” 는 견해를 공표한 바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향후 중국 정부는 헝다(恒大)그룹을 전면 구제하는 것은 피하면서 금융 시스템 파탄을 방지하는 어려운 경로를 택할 것으로 보인다. 

 

▷ 英 FT “『공동 부유』 위해 규제 강화, 헝다(恒大)그룹 경영에 타격”


중국 헝다(恒大)그룹의 경영 위기에 대해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The Financial Times)는 최근 수 십년 간 중국 경제의 성장을 뒷받침해 온 부동산 부문이 이제 중국 정부의 부동산 융자(leverage) 억제 및 가격 통제 정책 전환으로 커다란 압력을 받고 있고, 이에 따라, 지금까지 중국 도시화 진행에 지렛대 역할을 해온 헝다(恒大)그룹도 어쩔 수 없이 경영 위기에 직면하게 된 것이라고 보도했다.

FT는 세계 최대 규모의 부채를 안고 있는 부동산 개발회사로 알려지고 있는 헝다(恒大)그룹이 경영 위기에 빠진 것에 대해, 중국 경제 모델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부동산 개발 분야에 대응하는 중국 정부 당국의 불안정한 입장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정부는 당초 Covid-19 사태 대응을 위해 금리 인하 등 금융 완화 정책으로 대응해 왔으나 최근 1년 동안은 자산 버블 리스크의 싹을 자르기 위해, 특히, 부동산 개발회사들의 부채 증가를 엄격히 재한한 것이다. 이에 더해, 주택 론 융자 제한을 가하고, 대도시 임차료에 상한을 두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8월 중 중국의 주요 70개 도시 평균 신축 주택 가격 상승률은 전월 대비 0.8% 상승으로, 최근 8개월 간에 가장 낮은 상승률을 보였다. 다른 통계 수치를 보더라도, 토지 거래의 급감 현상이 두드러지는 등, 중국 정부의 부동산 부문 억제 정책은 분명하게 효과를 나타내기 시작하고 있는 것을 시사한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 효과에 수반해서 나타나는 부동산 관련 지표의 감속은 중국 GDP의 28%를 차지하는 중요 부문에 심각한 리스크를 가져오는 것이라는 우려도 많다. 

 

반면, 현 단계에서 총 2조 위안에 달하는 부채를 보유하고 있는 헝다(恒大)그룹 문제는 아직 심각하게 우려할 단계는 아니라는 견해도 있다. 노무라(野村) 연구소 루(Ting Lu) 중국 담당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심각한 경기 후퇴 혹은 금융 위기기 발생하면 중국 정부 당국은 어느 정도 규제를 완화할 것이나 아직 그런 단계는 아니다”고 평가했다. 그는 최근 중국 정부의 정책이 1970년대 미국의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취했던 볼커(Paul Volker) FRB 총재의 정책과 유사하다고 지적한다. 

 

한편, 일본 니케이(日經,Nikkei)도 지금 벌어지는 헝다(恒大)그룹 자금 위기 사태를 두고, 중국공산당 시진핑(習近平) 지도부가 중국의 대형 부동산 그룹의 경영 불안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두고 ‘경제 위기 회피’ vs ‘국민 소득 격차 시정’ 사이에서 고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거대 기업 구제에 안이하게 개입했다가, 혹시 금융 위기라도 촉발하면 내년 가을 열릴 공산당 대회에서 시진핑 3 연임 계획에 영향을 미치치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때문인지, 중국공산당 기관지 런민르바오(人民日報)는 21일 자 1면에 헝다(恒大)그룹 문제를 일체 언급하지 않았고, 다른 관제 미디어들도 마찬기지로 정부 대응에 대해 일체 입을 다물고 있다.

 

Nikkei는 시 지도부가 관망 자세로 일관하는 것은, 국민들 소득 격차 시정을 위해 ‘공동 부유(다 함께 풍요롭게 되자)’ 슬로건을 내걸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고 분석하고 있다. 

‘공동 부유(common prosperity)’ 정책은 부유층들의 소득 재분배를 강화하고 빈곤층을 도와주는 한편, 중간층을 두텁게 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규제를 강화하는 대상이 부유층의 투기 대상이 되기 쉬운 부동산 분제다. 중국공산당은 금년 7월 공산당 결당 100주년에 즈음해서 국민 생활에 상당한 여유가 있는 ‘소강(小康) 사회’의 전면적 달성을 선언한 바가 있고, 이어서 8월 회의에서는 ‘공동 부유’의 실현을 위해 부(富)의 배분을 강화한다는 방침을 확인하기도 했다. 

 

이러한 움직임의 배경은, 중국 정부가 Covid-19 대응을 위해 적극적인 금융 완화를 시행함에 따라 부동산 가격이 폭등한 사정이 있다. 한 부동산 관련 싱크탱크(易居不動産硏究院)에 따르면 중국 주요 50개 도시 부동산 가격은 2020년 시점에서 평균 연간 수입의 13배가 되어서 2015년의 10배에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시민들도 주거 비용 상승으로 생활의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 위기 회피를 우선해서 헝다(恒大)그룹 구제에 나설 경우, 시 정권은 국민들에게 부동산 투자로 큰 돈을 번 부유층을 지켜준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 이코노미스트 “헝다 사태는 시 주석의 경제 개혁 의지의 시험대”


한편, 영국 경제 전문 매거진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는 지난 21일 자 보도에서 헝다(恒大)그룹의 붕괴는 시진핑 주석의 경제 재편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관료들은 지금 문제 기업들에 대응할 새로운 시도를 하는 중이라고 평가했다. 소위 ‘시장 원리에 따른 디폴트(marketized default)’, ‘질서있는 시장 퇴출(orderly market exit)’ 혹은 ‘잘 관리된 구조조정(well-managed restructuring)’ 등의 방법을 시험 중이라고 평가했다.

 

이코노미스트는 22일, 헝다(恒大)그룹의 총 부채는 약 3,000억 달러에 달한다고 전하고, 동 그룹은 이번 주에 쿠폰 지급일이 도래한 국내 발행 사채 보유자들과 이자 지급에 관련한 합의에 이르렀다고 밝혀서 도산이 임박한 것이라는 우려는 일단 해소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같은 날짜에 이자 지급 기일이 도래한 달러화 표시 회사채들의 쿠폰 지급이 가능할지 여부는 아직 불투명한 상태라고 전했다.

실제로는 ‘잘 관리된’ 절차와는 다르게, 헝다(恒大)그룹이 지금 겪고 있는 난관은 전세계의 금융 시장을 뒤흔들고 있고, 중국내 다른 취약한 부동산 개발 기업들도 함께 수렁으로 끌려 들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유럽 및 미국 시장 지표들은 급락했고, 많은 중국 개발 기업들이 발행한 사체들의 수익률은 치솟고 있다고 전했다. 그 뿐 아니라, 부동산 부문에 대출이 많은 금융기업들의 시가 총액도 급감했다. 

 

이코노미스크는 이번에 단행된 헝다(恒大)그룹 부채에 대한 ‘단속(crackdown)’은 단발적 사건이 아니라 시 주석의 국가 개조를 위한 일련의 캠페인의 일환이라고 분석했다. 이미 시(習) 정권의 인터넷 기술기업들에 대한 일제 단속으로 이들 기업들의 시가 총액은 금년 들어 1조 달러 이상 사라졌다고 전했다. 그런가 하면, 뉴욕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은 자신들의 기업 모델이 완전히 파괴되는 경험도 했다. 이런 변화들은 주택 보유 기회 확대 및 부동산 투기 근절이라는 목표와 함께, 시 주석이 밝힌 ‘공동 부유(common prosperity)’ 개념에 입각하는 것이다. 

 

▷ “부동산 부문이 중국경제에 중요하나 정부의 즉각 개입은 어려워” 


중국 정부는 부동산 투기 과열을 경계해서 작년 여름 무렵부터 부동산 업계의 자금 조달 규제를 시작했다. 구체적으로는 주택 론 총량 규제 등을 통해 소비자들의 아파트 매매도 제한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부동산 기업들은 금융기관들로부터 신규 자금을 조달하는 것도 어렵게 됐고, 부동산 상품을 소비자들에 판매해서 자금을 회수하는 것도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급속히 자금 경색에 빠진 것이다.

예를 들어, 중국 최대 은행 중국공상(工商)은행의 금년 6월 말 시점에서 부동산 관련 부실채권 비율은 작년 동기 1.41%에서 4.29%로 급증했다. 한편, 중국 상업은행들의 대출 가운데 부동산 관련 대출은 약 20%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렇다고 해도, 중국의 부동산 부문은 금년 상반기 GDP에서 7%나 차지하는 중요 부문이다. 이런 부문이 흔들리는 경우, 중국 경제 전체가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게 되어, 그야말로 중국 정부는 진퇴양난의 난관에 봉착한 셈이다. 

 

만일, 헝다(恒大)그룹이 최종적으로 지급불능에 빠지는 경우에는 연쇄적으로 전체 중국 금융 시스템 불안이 높아질 우려마져 있다. 그러나, 시(習) 지도부의 경제 운용 노선에 비추어 보면 곧바로 헝다(恒大)그룹 구제에 나서는 것은 생각히기 어려운 실정이다. 한 시장 관계자는 일부 국유기업들을 통해 자금 지원에 나선다 해도 헝다(恒大)그룹이 비업무용 자산 매각 등 자구 노력 이후에나 있을 수 있다고 전망한다. 헝다(恒大)그룹 채권을 가진 건설회사들에 지금을 지원 방안도 있으나 시장 불안 해소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다. (Nikkei)

 

이와는 다른 측면에서, 시(習) 주석이 헝다(恒大) 사태에 대해 여태 침묵하고 있는 배경에는, 시 주석이 종전에 거리를 두어온 당(黨) 청년조직인 공산주의청년단(‘共靑團’)과 헝다(恒大)그룹 간에 연관이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당내 1인자 지위를 확보한 시(習) 주석이 공청단 흐름을 이루는 리커창(李克强) 총리 등과 소원한 관계라는 관측은 끊임없이 알려져 왔다. 당내 사정에 정통한 익명의 소식통은 ‘뜻에 따르지 않는 부하의 지반 침하에 손을 내밀지 않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시(習) 주석은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공동 부유’ 노선을 견지하며 금융 위기도 회피해야 하는 지난한 과제에 봉착한 상황임에는 틀림이 없다.

 

▷ “은행권에 위험이 나타날 징후가 보이면 즉각 개입할 것” 전망도 


한편, 미 연준(FRB) 파월(Jerome Powell) 의장은 최근 열린 FOMC 회의 후에 가진 기자회견에서 글로벌 금융시장에 커다란 충격을 주고 있는 헝다(恒大)그룹 채무 불안 사태에 대해, 이 사태는 “중국 특유의 문제” 라는 입장을 표명, 시장 투자자들에게는 모종의 안심감을 준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에 따라, 미 증시는 전반적으로 ‘헝다(恒大) 충격’에서 상당 부분 회복하는 듯한 장세를 보이고 있다. 

 

당초, 이날 파월(Powell) 의장의 기자회견에서는 자산감축(Tapering) 개시 시기 등에 관심을 모아질 것으로 전망됐으나, 정작 시장의 관심은 중국 헝다(恒大)그룹의 채무 불이행(default) 가능성 고조 사태에 쏠렸다. 파월(Powell) 의장은 이에 대해 “헝다(恒大)그룹의 채무 불이행(default) 우려 사태는 중국 특유의 문제” 라고 지적한 다음, 동 그룹 채무 불안이 미국 기업들의 채무에 대한 우려로 연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다소 안심하는 견해를 시사했다. 나아가, 파월 의장은 미국의 투자가들이 직접 보유하고 있는 헝다(恒大)그룹 회사채는 ‘그렇게 많지 않다’고 밝혔다.
 

한편, 월(Wall)가에는 일시 과거의 리먼(Lehman) 사태를 넘어서는 금융 위기가 닥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감돌았으나, 이내 “중국 당국이 가까운 시일 내에 헝다(恒大)그룹 채무 재편에 개입할 것이고 10월에 규제를 완화할 것” 이라는 낙관적 전망이 퍼졌다. 이런 전망이 나돌자 시장에는 곧바로 헝다(恒大)그룹의 채무 불이행 사태에 대한 경계감이 후퇴, 다시 매수 의욕을 되찾는 모습을 보였다. 

 

헝다(恒大)그룹이 파탄될 것이라는 추측은 이미 수 년 전부터 나오던 얘기다. 기업의 구조적인 자금 부족을 단기 차입에 의존해 온 관행은 날이 갈수록 차입 비용을 상승하게 만들었다. 수 년씩 앞서서 판매하는 선(先)분양으로 부동산 구입자들로부터 자금을 차입하는 수법도 관행처럼 되어왔다. 이에 대해 중국 정부는 최근 부채/자산 비율을 70% 이내로 할 것, 순(純)부채/자본 비율을 100% 이내로 할 것, 단기 채무에 상응하는 현금 자산을 보유할 것, 등 규제 강화에 나선 것이다. 

 

비록 헝다(恒大)그룹이 23일 만기가 도래한 회사채 이자 지급은 간신히 변통했다고 해도, 이번 혼란이 앞으로 언제까지 확산될 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이번 사건으로 투자자들에게는 중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부채 감축 캠페인에 따른 리스크를 맛보게 한 셈이다. 많은 에널리스트들은 이번 위기가 헝다(恒大)그룹과 관련된 다른 그룹들 혹은 취약한 그룹들에게로 전염될 것을 우려하는 견해가 대세다.          

만일, 헝다(恒大)그룹이 파산하는 경우, 중국 정부는, 최근 헝다(恒大) 자산관리사 파탄 당시에 사회적 안정을 위해 동 사 금융상품 매입자들을 구제했던 것처럼, 부분 구제 방식으로 개인 투자자 보호에 나설 가능성은 남아 있다. 이 경우, 헝다(恒大)그룹이 판매한 부동산 상품 구매자들에 집중해서 구제가 실행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이런 구제 방안을 동원할 경우, 원매자를 찾아야 하나, 최근 부채 억제 조치로 여유가 있는 개발업자들이 거의 없어서, 부득이, 자산관리사들이나 지방 정부들이 개입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Eurizon 자산관리회사 Stephen Jen)

 

▷ “시진핑, 현재 광범하고 냉혹한 중국 개혁 플랜 진행 중” 관측도 

 

그러나, 지금 중국 당국이 가장 우려하는 부문은 역시 최근 들어 부동산 개발 기업들에 집중적으로 여신을 제공한 ‘은행’ 부문이다. 최근 중국 중앙은행이 실시한 중국 은행들의 잠재적 리스크 평가 시험(‘stress test’) 결과, 촤악의 시나리오에서, 부동산 개발 기업들에 제공한 여신 중 부실대출(NPL)이 15%p 증가하는 경우에는 전체 은행들의 자본적정성 비율이 약 2.1%P 상승해서 평균 12.3%가 될 것으로 나타났다. S&P Global은 이런 수준이라면 견딜만 하나, 문제는 충격이 불균형하게 미치게 되어, 취약한 은행들일수록 더욱 심대한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다음으로 관심이 가는 점은, 헝다(恒大)그룹이 소위 ‘그림자 은행’ 시스템과 깊이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금년 상반기에 동 그룹이 차입한 이자 지급형 부채의 약 45%가 신탁회사 등 기타 ‘그림자’ 대출자들로부터 고금리로 받은 것이다. 

 

한편, 중국 부동신 개발 기업들이 홍콩 등 해외 시장에서 회사채 발행을 통해 차입한 부채는 또 다른 문제로 꼽힌다. 예를 들어, 지금 문제가 된 헝다(恒大)그룹이 가장 많은 해외 회사채 발행자이고, 동 그룹의 회사채는 지난 주 30% 할인된 가격으로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 투자자들은 지난 8월 파탄된 국유기업 화룽(華龍)에 중국 정부가 전반적인 금융 붕괴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개입했던 것처럼 전면적인 구제에 나설 것이라는 시그널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아직 이번 사태에 개입할 것이라는 아무런 징후도 보이지 않고 있다. 

 

지금 글로벌 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헝다(恒大)그룹 위기의 ‘전염’ 우려는 단지 헝다(恒大)그룹 재정 위기에 발원한 것이기보다는, 근본적으로 시(習) 지도자의 타협 없는 부채 단속 방침에 발원한 것이고, 이로 인한 위기의 전염이 더욱 심각할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이런 관점에서는, 최근 상황은 중국공산당의 중국 경제 및 시장을 근본적으로 개혁하려는 징조라는 인식이 더욱 적절할 수 있다. 이전에 중국 경제에 절대적인 핵심 부문인 ‘기술기업들(Big Tech)’에 대한 일제 단속에 이은 이번 부동산 부문 단속은 시 정권의 전반적인 정책 운용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에 시작된 일련의 부채 단속 조치의 함의는 지금 시장이 겪고 있는 어려움보다 훨씬 깊은 것이 될 것이다. 한 연구기관(Oxford Economics)은 중국 GDP의 20~25%를 차지하고 있는 부동산 부문을 대상으로 한 부채 단속 강화는 중국 경제 성장 전망을 심각하게 떨어트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리고, 이런 전략은 더욱 심각한 경제적, 금융적 혼란을 촉발할 수도 있다. 여차하면, 부동산 부문에 더해 금융 부문 구제에도 나서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는, 지금 중국은 헝다(恒大)그룹의 운명 수준을 넘어서 시진핑 지도자가 추진하고 있는 광범하고 냉혹한 중국 개혁 성과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앞서 소개한 MarketWatch는 “지금 당장에 헝다(恒大)그룹 사태로 인해 글로벌 경제에 구조적 리스크가 나타날 것으로 보이지는 않으나, 헝다(恒大)그룹 상황과 관련된 충분한 불확실성이 글로벌 경제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상존한다” 는 미국의 한 자산관리회사 CIO 반센(David Bahnsen)씨의 현 사태에 대한 평가를 전했다. 이것이 바로 현 상황의 귀추에 글로벌 사회의 무한한 관심이 쏠리는 이유이다.

 

 

  • 기사입력 2021년09월24일 10시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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