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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kyo Watch] 일본은행, 새해에 디지털 화폐 실험 나서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1년01월05일 17시00분

작성자

  • 이지평
  • 한국외국어대학교 특임강의교수

메타정보

본문

1. 정치권의 강한 의지와 함께 실무적 준비 

 

일본은행이 2021년의 빠른 시일에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 Central Bank Digital Currency)의 발행 실험에 나설 예정으로 있다. CBDC는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것이지만 다른 민간의 암호 화폐와 달리 중앙은행 통화의 법적 강제력이 있어서 실제로 발행될 경우 현금통화와 같이 사용할 수 있다. 블록체인을 활용하기 때문에 송금 및 결제의 편리성과 함께 거래 이력의 추적 및 투명성 확보, 해킹 등의 공격에 대한 내성이 강하다는 장점을 갖게 된다. 

 

다만, 이러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가 발행될 경우 기존의 금융시스템에 어떠한 충격과 부작용이 발생할 것인지 불확실한 측면이 있다. 민간금융기관과 중앙은행 사이의 자금거래 등 대형 금융거래에만 활용될 경우 기존의 디지털화된 시스템을 블록체인 기반으로 교체할 수준에 그치겠지만 개인이나 기업이 일본 중앙은행과 바로 거래하는 형태의 CBDC가 등장할 경우 은행, IT 관련 기업 등이 실시하고 있는 전자화폐 관련 사업이나 기존의 결제 서비스 등 각종 사업과 경합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암호 화폐는 단순한 결제 수단에 그치지 않고 각종 상거래 계약의 자동화를 통해 서플라이체인을 효율화시키는 등 부가가치를 높이고 있는 바와 같이 CBDC의 기능이 다양해질 수 있다. 

 

CBDC의 잠재력과 함께 그 충격의 위험성이 있어서 일본은행을 비롯한 선진국 금융당국은 잇따라 실증실험을 추진하면서도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페이스북 등이 추진하는 글로벌 암호 화폐가 각국 통화주권에 대한 도전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페이스북의 글로벌 암호 화폐 구상인 Libra가 G20에서 견제되었으나 동사는 Diem으로 명칭을 바꾸고 스위스 당국의  허가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며, 2021년에 서비스를 개시할 가능성도 있다.  

 

각국 정부는 코로나19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재정적자가 발생했으며, 이로 인해 발행된  국채는 일본을 포함한 각국 중앙은행이 매입하면서 본원통화가 대량으로 발행되었다. 일본정부의 총부채의 GDP 비중의 경우 2020년에 240%를 넘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이는 화폐가치가 순식간에 소멸한 제2차 세계대전 직후를 능가하는 규모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들고 발행량을 억제해 부유층 등의 자산의 안정성을 보장할 수 있는 글로벌 디지털화폐가 보편화될 사태에 대해 일본 등의 각국 정부가 위기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라고 할 수 있다. 초국가적인 글로벌 암호화폐가 각국의 통화주권을 제약할 경우 각국은 재정확대의 재량권도 제약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행으로서는 이러한 사태가 당장 발생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지는 않지만 Diam 등의 등장과 급성장을 견제하면서 대항적으로 CBDC를 준비해야 할 측면도 있다. 

 

또한 일본정치권에서는 중국정부가 이미 CBDC의 실증실험을 개시하고 2022년 베이징 동계 올림픽 개최 전에 발행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경계해 일본도 신속하게 준비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중국의 CBDC 발행이 미국 달러화가 주도하는 글로벌 통화질서에 대한 도전이 될 수 있으며, 미국의 달러화 패권을 기초로 한 이란 등에 대한 각종 경제제재 조치의 기초를 약화시킬 가능성도 있다. 일본 자민당은 CBDC의 글로벌 표준을 중국이 주도하게 될 경우 일본 경제뿐만 아니라 안전보장상의 위험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당 금융조사회 등에서 거듭 CBDC의 발행을 검토하도록 일본은행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2021년에 실시될 일본은행의 CBDC 실험은 3단계에서 이루어지고 우선, 발행, 유통 등 통화에 필요한 기본기능을 검증한다(日本經濟新聞, デジタル通貨 来年度実験 日銀, 中国先行を警戒, 2020.10.10). 시스템 상에서 실험환경을 만들고 전자 네트워크상에서의 화폐의 거래에서 문제가 발생할 것인지를 조사한다. 발행 잔액이나 거래의 이력을 기록하는 방법도 검토한다. 2단계에서는 금리를 부과 하거나 보유할 수 있는 금액에 상한선을 설정하는 등의 통화 기능을 실험한다. 3단계에서는 ‘Pilot 실험’을 실시하고 민간의 사업자, 소비자를 처음으로 참여시키는 형태를 검토한다. 

 

2. 일본 사례로 본 논점  

 

일본의 CBDC 실험은 통화 주권을 지키겠다는 정치적 의도가 배경에 있으며, 격변기를 맞이하고 있는 글로벌 통화질서의 향방에 대응하면서 통화 주권을 지키는 노력이 효과를 갖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통화 주권과 재정 주권이 연계되고 있으며, 코로나19 위기의 경우와 같은 위기에서 통화와 재정의 주권이 없다면 국민들이 큰 곤경에 빠질 수밖에 없다.  

  

CBDC는 탈세 방지, 현금보관 수수료 절감 등 각종 이점이 있으나 개인정보가 노출되기 때문에 개인정보의 보안, 보호 체제의 강화가 더욱 중요해진다. 

CBDC가 민간 금융기관의 사업을 압박하고 소리 없이 순식간에 예금이 인출되고 금융기관의 경영파탄이 빈발할 리스크가 우려되는 것이 사실이며, 금융시스템 불안을 억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중앙은행의 역할과 민간금융기관의 역할, 사업 구분, 예를 들면 CBDC와 연계된 자동 계약 등의 부가가치 높은 거래 및 결제는 민간이 주도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CBDC는 디플레이션에 대한 대응으로서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개인과 기업이 보유하는 현금 가치를 시간의 흐름에 따라 경감시켜서 소비와 투자를 유도할 수 있다. 극심한 침체로 균형실질금리가 마이너스 상태에 빠지는 경제상황에서도 마이너스 금리를 실시하기 어렵다는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것이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실물의 현금을 완전히 퇴출시켜야 할 것이며, 이는 디지털화폐가 각종 자연재해, 분쟁 상황, 통신두절 등의 비상시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기술적 기반을 갖추어야 하며, 어린이나 노인도 쉽게 쓸 수 있게 되어야 하는 준비가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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