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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kyo Watch] 긴급사태 벗어나도 불안한 행보 보이는 일본경제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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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0년06월10일 17시10분

작성자

  • 이지평
  • 한국외국어대학교 특임강의교수

메타정보

본문

코로나19 감염자 수 감소에도 불안감 지속

 

일본정부가 코로나19의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취했던 긴급사태 선언을 지난 5월 25일에 해제함으로써 일본경제도 서서히 회복을 모색하고 있으나 일본경제의 행보는 상대적으로 더딘 것으로 보인다. 1개월 반 정도(4월7일~5월25일)의 긴급사태 선언으로 사람의 이동을 줄이고 감염자 수의 감소에 성과를 보였으나 감염의 재확산을 우려해서 소비활동을 꺼리게 되는 일본인도 많은 실정이다.

 

세계적으로는 감염자 수가 둔화된 국가에서 소비가 서서히 회복되고 있다. 코로나19로 크게 위축된 자동차 판매의 경우 중국의 지난 5월의 판매대수가 2개월 연속으로 전년동월비 증가세를 기록해 수치상으로는 거의 정상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도 지난 5월에 자동차 판매대수가 3개월 만에 100만대 수준을 능가하고 독일도 전년동월비 증가율이 4월의 -61.1%에서 5월에는 -49.5%로 개선된 데 반해 일본의 경우 4월의 -26.6%에서 5월에는 -44.9%로 오히려 악화했다(일본경제신문, 2020.6.6.). 긴급사태 선언 해제로 6월 이후에는 일본경제도 점차 회복될 것으로 기대되고는 있으나 각국과 비교해서 일본의 소비심리는 부진한 편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의 긴급사태선언은 사람의 이동을 80% 줄이겠다는 취지로 도입되어 구미 각국의 외출 제한, Lock Down과 비교해서 느슨했으나 일본인들이 상대적으로 이 기간 동안 외출을 자제하고 도쿄 도심의 비즈니스가나 관청 밀집지역 등에서는 한 때 거의 출근 인파를 볼 수 없을 정도였다. 주민들이 영업을 지속 하는 상점을 괴롭히거나 외지 번호판의 차량에게 돌을 던지기도 하는 등 일본 고유의 공동체적 규율인 ‘무라 하치부’ 왕따 문화가 소비의 자숙을 강제한 측면도 있다.

 

 ‘무라 하치부’ 란?

 일본에서는 근대 이전의 농촌 공동체 사회에서 공동체의 규칙이나 방침에 협조하지 않고 규율을 어긴 가족 및 구성원을 집단으로 괴롭히는 왕따 문화 ‘무라 하치부’(村8分)라는 것이 있었다. 이는 공동체가 관리하는 연료용 살림 지역이나 저수지의 이용을 금지하고 농사에서의 공동 지원을 못 받게 하는 것이다. 교제를 80% 줄이겠다는 것이며, 결혼식 등의 행사도 무시된다. 단, 장례식은 공동 지원을 받을 수 있었으며, 이는 사람의 시체로부터 전염병이 확산될 사태를 막기 위해서였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도 이 ‘무라 하치부’와 관련한 여러 사건들이 보도되기도 했으며, 공항 건설 등의 지역 개발 사업에서 국가에 반대하자는 집단의 방침에 반하는 사람에게 무라 하치부가 가해지기도 했다.​

 

그 결과 일본의 코로나19 감염자 수는 감소했으나 한국과 비교해서 여전히 감염자 검사 체제가 미진한 상황이 문제가 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신속한 대규모 검사체제, 확진자와의 접촉자 추적 체제를 통해 경제활동의 억제를 최소화하는 핀 포인트 관리로 <그림>과 같이 사람들의 이동은 일본보다 활발한 편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인들로서는 검사 체제의 미비로 인해 코로나 감염 리스크에 대해 보다 불확실성을 느끼는 정도가 강한 측면이 있다. 

 

따라서 이들이 자율적으로 외출 및 소비를 자제하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사실, 일본이 검사 체제를 강화하지 못하면 다시 감염자 수가 급증할 경우 경제활동을 대대적으로 정지해야 할 것이라는 우려가 해소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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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일본의 33개 주요 연구기관들의 5월 전망치를 보면(일본경제연구센터, ESP Forecast 조사, 2020.5.14.) 일본경제의 2분기 성장률은 -21.3%로 예상되었다. 3분기 이후에는 계속 플러스 성장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었으나 2020 회계연도 성장률은 -5.4%로 전망되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지난 4월에 2020년 일본경제 성장률을 -5.2%로 예상했으며, 아울러 IMF는 한국경제에 대해서는 -1.2%로 전망했었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가 세계경제 위축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일본경제가 오히려 더 악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것이며, 일본의 내수경제 위축이 그만큼 한국보다도 심각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이 방역의 실패로 인해 실시할 수밖에 없었던 80%의 이동제한 유도 정책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각종 내수형 서비스업의 경우 그 기간 동안에 상실된 수요, 매출을 만회 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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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감 및 불확실성 해소 위한 노력

 

일본의 내수경기 부진의 원인이 되고 있는 불안감, 불확실성 해소가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일본정부도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1차 경제대책에 이어 2차 경제대책을 마련해 총 234.2조원의 규모의 사업을 추진할 생각으로 있다. 이는 2019년 경상 국민총생산(GDP)의 42%에 해당하는 막대한 규모이다. 피해를 입은 개인 사업자 지원, 생활지원금 지급 등이 추진되고 있다. 

 

 다만, 각종 사업 진행이 더디고, 학생 지원금 등은 신청 조건 등이 매우 까다로워서 통과하는 것이 수능 시험보다 어렵다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이다. 각종 행정업무의 IT화가 덜 되어 있고 개인의 소득수준과 금융계좌를 통합적으로 파악하는 시스템도 미약해 업무의 속도를 내기가 어려운 부분도 있다. 정부계 금융기관을 통한 대기업 및 중소기업 자본금 지원에도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지만 기업을 평가하면서 자본금을 확충하는 실무 능력을 가진 경험자의 부족이라는 어려움도 있다.

 

 중장기적인 성장 확대 효과를 노려서 신중하게 사업을 고민해야 할 부분도 있겠지만 소비심리의 악화, 기업 부도를 막기 위해서는 신속하게 사업이 이루어져야 할 부분도 많아서 일본정부의 대책이 사업규모에 비해 효과가 신속하게 나올 것인지 불확실한 실정이다.  

 

그리고 일본정부는 현 시점에서의 시급한 과제인 의료 및 검사 체제의 정비에도 주력하겠다는 입장인데, 실제로 상황이 개선될 수 있을 것인지 주목된다. 일본정부는 하루 2만 건 정도의 검사를 하겠다고 하고 있으나 6월 초 기준으로 하루 4,000건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정부는 민간 전문 기업에게 검사를 위탁하는 한편, 이들의 검사 능력 확충을 유도하고 있다. 

 

또한 사람의 타액으로 PCR 검사를 할 수 있는 방법을 도입하는 등 새로운 기술을 활용한 검사 체제의 강화에도 주력할 생각이다. 노벨상 수상자인 타나카 코이치씨가 근무하는 시마즈제작소 등이 타액 검사 관련 시약의 개발에 성공하였다. 이와 같이 각종 검사 관련 시약, 장치의 개선에 일본기업도 나서고 있으며, 검사 공정의 자동화, 로봇화가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인공지능(AI)의 활용도 모색되고 있다. 코로나19의 PCR 검사의 정확성을 높이는 것, 환자의 중증화 가능성을 예측하는 것, 이번 가을 이후의 계절성 유행 패턴을 예측하는 것 등에서 AI를 활용하는 노력이 세계적으로 강화되고 있는데, 일본도 늦었지만 이러한 AI활용에 주력하고 있는 것이다. 오사카대학의 타니구치(谷口正輝) 교수는 미세 가공한 반도체 칩이나 AI를 활용해서 코로나19의 감염 여부를 수분 내에 판별할 수 있는 기술의 개발에 주력 중이다(일본경제신문, 2020.6.8.). 

 

또한 AI를 활용해서 코로나19 감염 환자들의 신체 정보, 감염경로, 감염 장소 및 감염 시의 상황, 온도, 습도, 자외선 등의 각종 데이터와 함께 각 지역의 현재 상황, 사람의 동선 등의 정보를 결합 분석함으로써 감염 발생 위험 지역, 행동을 핀 포인트로 예측해 사전적 예방책에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일본의 사례에서 보는 바와 같이 코로나19의 위험성을 인식하고 경계하는 노력이 계속 중요하지만 불확실성과 막연한 불안감을 줄이기 위해 각종 기술을 활용하면서, 무조건 다음의 위기만 생각하고 소비를 줄이겠다는 심리를 개선하는 것이 코로나19 이후의 경제정상화에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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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0년06월10일 17시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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