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있는 정책플랫폼 |
국가미래연구원은 폭 넓은 주제를 깊은 통찰력으로 다룹니다

※ 여기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공식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Washington Watch] 美, ‘흑인 사망’ 항의시위 확산일로, ‘총체적 혼란’ 속으로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0년06월04일 14시00분
  • 최종수정 2020년06월04일 19시39분

작성자

메타정보

본문

▷ 경찰의 흑인 용의자 살해가 발단, 삽시간에 미국 전역으로 확산


미국 미네소타州 미네아폴리스市에서 백인 경찰이 흑인 용의자를 수갑을 채운 채 잔혹하게 폭행해 사망하게 한 사건에 항의하는 시위가 미국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시민들이 사건 현장을 촬영한 비디오에는 플로이드(George Floyd) 용의자가 “나는 숨을 쉴 수 없다(‘I can’t breathe!’)”고 몇 차례 외치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겼다. 이 비디오는 다음날부터 SNS를 통해 급속히 퍼졌고 곧바로 항의 시위가 시작된 것이다. 시위대는 ‘나는 숨을 쉴 수 없다(I can’t breathe!)’, ‘흑인들의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플로이드에 정의를(Justice, George Floyd)’ 등 구호를 외치고 있다.  

 

주요 미디어들이 전하는 바에 따르면, 시위는 사건이 발생한 미네아폴리스市를 포함해 미국 전역의 도시에서 일어나고 있고, 워싱턴 D.C를 포함한 40여개 주요 도시에서는 과격 시위 및 약탈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야간 통행금지령이 발령됐다. 미국에서 이렇게 광범한 지역에 야간 통행금지령이 발령된 것은 흑인 인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Martin Luther King Jr.) 목사가 암살된 1968년 이래 5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수도 워싱턴 D.C. 시내 교회 및 중심가 AFL-CIO(전국노동조합연합회) 빌딩 인근에서 연달아 화재가 발생했다. 경찰대원들은 시위대를 향해 최루탄을 발사했고, 경찰에 화염병을 던진 시위대들은 잇따라 구속되고 있다. 

 

지난 일요일 밤 시위에서 일부 폭력 시위자들은 ‘링컨 기념관(Lincoln Memorial)’을 포함한 워싱턴 D.C. 일원에 소재한 많은 기념비적 건물들을 공격 목표로 삼았다. 이들 국가 시설들은 수 십년 동안 미국의 ‘비폭력’ 시위의 상징적인 장소로 이용되어 왔던 곳들이다. ‘워싱턴 기념관(Washington Memorial)’ 정면 및 백악관 경호 빌딩 주변, 역대 대통령들이 예배에 참가해 온 세인트 존스(St. John’s) 교회 등, 몇 군데에서도 화염이 일어나는 장면이 TV 방송국 헬기를 통해 비춰졌다. 

CNN 방송에 따르면, 무장하지 않은 플로이드(Floyd)씨를 무참하게 살해한 백인 경찰관의 살인 행위에 분노하는 시위는 유럽의 영국, 독일, 프랑스, 남미 등, 세계 각 도시에서 시위가 벌어져 전세계로 번지고 있다. 이들은 플로이드(Floyd)씨를 살해한 경찰관의 잔혹함에 항의하는 미국 시위대에 동조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블룸버그 통신은 EU 보렐(Josep Borrell) 외교 책임자가 “EU 블록은 큰 충격을 받았고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일” 이라고 언급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는 공권력을 남용한 사건으로, 지탄받아 마땅한 것” 이라고 말했다.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이 시위 참가자들을 ‘폭도’ 혹은 ‘약탈자’로 여기고 있는 인식이 세계인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며, 자칫 일부 강권 통치자들을 고무시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미네소타州 검찰은 당초, 플로이드(George Floyd)씨를 체포하는 과정에서 용의자의 목을 무릎으로 눌러 현장에서 사망케 한 백인 경찰관 쇼빈(Derek Chauvin)을 고의가 없었다며 3급 살인 혐의로 기소했으나 차별적인 처분을 비난하는 여론이 비등하자 2급 살인협의로 변경 기소했고 다른 3명도 방조 혐의로 모두 기소했다.


▷ 트럼프, 병력 동원해 시위 진압 촉구, 일부 州지사들 거세게 반발  


미 국방성 발표로는, 시위가 미국 전역으로 급속히 확산되자, 수도 워싱턴 D.C.를 포함한 23개 주에서 치안 유지를 위해 州방위군(National Guards)을 배치했다. 한편, 주요 미디어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1일, 전국 주지사들과 화상 회의를 갖고 시위대를 병력을 동원해서 ‘제압할(dominate)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회의에서 주지사들에게 자신은 ‘법과 질서의 대통령(president of law and order)’ 이라며, “만일 그렇게 하지 않으면 당신들은 엄청난 바보가 되고 말 것” 이라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아가, 만일, 주지사들이 시위 진압을 위해 방위군 동원할 것을 거부하면, 자신이 연방군 병력을 각 주 및 도시에 전개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한편, 트럼프의 이러한 무력 동원 위협을 서슴지 않는 강경 대응 자세에 민주당 소속 주지사들을 중심으로 거센 반발이 일어나고 있다. 

 

일부 주지사들은 트럼프 대통령에 고언을 하는 장면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일리노이州 프리츠카(J. B. Pritzker) 지사는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겨냥해 “우리는 주민들에게 냉정을 유지할 것을 호소하고 있으나, 지금 백악관에서 나오는 언사들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뿐” 이라며 강력하게 지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프리츠카(Pritzker) 지사는 CNN 방송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재앙적인 코로나 바이러스 대응 실패를 호도하기 위해 불행한 플로이드(Floyd) 사망 사건으로 촉발된 사회적 소요를 다른 방향으로 돌리려고 하고 있다” 고 말했다. 그는 “분명히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 선동적 순간을 만들고 있다” 고 강력히 비난했다. 

 

뉴욕州 쿠오모(Andrew Cuomo) 지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무력 동원 불사’ 발언은 “부끄러운 일” 이라고 언급하며,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군대로 하여금 미국 국민들을 향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고 비난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이 평화적 시위를 벌이고 있는 군중을 향해 최루탄을 쏘아 해산시킨 뒤 세인트 존(St. John) 교회로 가서 성경책을 치켜들고 사진을 찍은 것을 ‘포토 쇼’ 라고 비아냥 했다.

공화당 소속으로 이전에 트럼프 대통령에 비판적인 언급을 해 주목을 받아온 메사추세츠州 베이커(Charlie Baker) 지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시위대를 강력하게 제압할 것을 촉구한 것에 대해 “지금과 같이, 열정과 리더십이 요구되는 시점에 그런 언급은 놀라운 것” 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트럼프에게서 비통함과 호전성과 이기심을 느꼈다” 며 미국은 영원히 그런 것들을 원치 않는다고 강조했다. 

 

▷ “뿌리깊은 인종 차별· 실업 폭증으로 인한 분단 심화가 배경” 


지금 미국 전역으로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시위는, 흑인 비폭력 인권 운동가 킹(Martin Luther King Jr.) 목사 암살 사건 이후 가장 격렬한 사태로 발전하고 있다. 시위 8일 째를 맞은 현재, 시위가 이어지고 있는 몇 개 주에서는 州방위군이 배치되어 있고, 일부 야간 통행금지령이 내려졌으나, 이를 무시하고 격렬한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시위 대열에 참가하는 규모도 계속해서 불어나고 있는 양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까지 중국 정부가 ‘홍콩 국가안전법’ 제정을 계기로 홍콩 시민들을 강경 진압하고 있다고 비난했으나, 정작 이번 플로이드(Floyd)씨 피살 사건에 항의하는 시위 군중들에 대해서는 무력 사용도 불사하겠다는 등, 강경 자세를 서슴지 않고 드러내고 있는 셈이다. 이런 모순의 배후에 있는 것이 바로 미국 사회에 뿌리깊게 온존하는 ‘인종 대립’과 Covid-19 사태로 심화된 ‘사회 분단’ 문제다. 이런 고질적인 사회적 병폐가 이번 사건을 기폭제로 전면에 부상한 것이다. 

 

사실, 미국 사회에서는 간단없이 공권력을 행사하는 백인 법집행자들에 의한 유색 인종을 상대로 한 차별적인 집행 문제가 불거져 왔다. 이번 플로이드(Floyd) 사망 사건도, 단순한 공권력의 과도한 행사에 의한 폭행 치사 사건이 아니라, 미국 사회에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는 인종 차별에 의한 사회 균열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최근의 코로나 대유행 사태로 엄청난 실업 증가 등, 경제 침체에 따른 불만이 가중되어 축적된 것이 배경이라고 할 것이다. 

 

이미 통계 상으로 증명된 것처럼, Covid-19 대유행 사태에 따른 경제적 충격은 흑인 노동자들이 가장 심하게 받고 있다. 단적으로, 4월 평균 실업률이 14% 수준이나, 흑인 노동자들 실업률은 백인 노동자들에 비해 2.5%P나 높다. 게다가, 5월 실업률은 거의 20%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어, 흑인 노동자들 실업률은 이보다 월등히 높을 것이 분명하다. 코로나로 인한 사망자 수도,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흑인들 사망자가 훨씬 많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약탈이 일어나면 총격도 일어날 것’ 이라는 극단적 언사를 써가며 강경 노선을 선명히 하고 있다. 

 

▷ 트럼프 “군 병력 동원 불사” vs 국방장관 “그럴 상황이 아니다”


당초에 백인 경찰관에 의한 흑인 용의자 살해에 항의하며 시작된 시위 양태는 흑인, 백인을 불문하고 군중들이 몰려들며 시위가 점차 격렬해지자 순식간에 종전부터 분단되어 오던 미국 사회의 불만에 휩싸였다. 8일째 지속되는 시위 상황은 급기야 사회적 ‘빈부 갈등’도 표출되기 시작해서 백악관 근처의 은행 및 식당 건물들의 벽에는 “부자들은 이제 안전하지 않다”는 등의 낙서가 발견되기도 했다. 

미국 대통령이 거주하고 집무하는 백악관과 지척 거리에서 역대 대통령들이 다녔던 교회가 화염에 휩싸이고,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최루탄을 발사하는 광경이 이제는, 통상적으로 정치가 불안한 개도국이 아니라 글로벌 G1 국가 미국의 수도에서 목격되는 것은 크게 놀랄 만한 일이다. 백악관 인근에서 시위가 격렬해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일시 백악관 지하 벙커로 피신했던 것으로 알려지기도 한다.

 

일부 미디어(Epoch Times)의 보도로는, 현지시간 2일 현재 28개 州 및 워싱턴 D.C. 지역에 시위 진압을 위해 방위군(National Guards) 지상 및 공수 병력 20,400명 이상이 배치됐다고 전해진다. 그리고, 이번 시위는 평화적 시위로 출발했으나, 시위 장면을 촬영한 비디오들을 분석한 결과, Antifa 극단주의 그룹 등 일부 과격 단체들이 사전에 약탈, 방화 등 행위를 조정하고 있다는 의심도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러한 극렬 단체들의 과격 시위 배후 조정 가능성을 염두에 둔 발언인지, “미국은 직업적인 무정부주의자들, 폭력 집단, 약탈자들에 의해 지배당하고 있다” 경고했다. 이어서 주지사들에게 방위군 병력을 동원해서 주민들의 인명과 재산을 보호할 것을 촉구하면서 주지사들이 임무를 수행하지 않을 경우에는 자신이 연방군 병력을 투입해 진압할 것이라며 강압적 자세를 선명히 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무력 동원 불사라는 강경 대응 자세가 오히려 폭력적 시위를 부추기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편, 실제로 국방 업무를 책임지고 있는 에스퍼(mark Esper) 국방장관은 현재 미국 전역의 혼란 상황을 감안하면, 현역병을 동원해 시위대와 맞서게 할 때가 아니라고 밝혔다. 에스퍼(Esper) 국방장관은 “현역 병력(active-duty troops)에 미국 도시 치안 임무를 명령하는 것은 ‘긴급하고 엄중한(urgent and dire) 상황에서 최후의 수단이어야 한다” 고 언급하고,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불과 며칠 전 ‘반란법(叛亂法; Insurrection Act)’을 적용, 연방군 동원도 불사할 것이라고 천명한 트럼프 대통령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양상을 빚어내고 있는 것이다. 

 

▷ 공화당 일각에서는 트럼프에 과격한 언사(rhetoric) 자제 촉구


미국 전역으로 확산되는 시위 진압에 부심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언사도 연일 거칠어지고 상황이 급속하게 악순환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자, 공화당 일부 의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소요 사태와 관련해 쏟아낸 과격 언사들이 사태를 오히려 부채질하고 있다고 우려하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현 사태와 관련한 수사(修辭; rhetoric)를 누그러트릴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사실, 많은 공화당 의원들이 트럼프의 절제되지 못한 트위터 버릇을 탐탁하지 않게 생각해 오던 차에, 최근의 거친 메시지들이 공화당 의원들 간에 새로운 우려를 낳고 있는 것이다.

 

공화당 투미(Pat Toomey) 상원의원은 1일, “나는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글들이 도움이 되지 않고, 그의 메시지 톤(tone)을 바꾸면 도움이 될 것” 이라고 주문했다. 공화당 내에서 유일한 흑인 상원의원인 스콧트(Tim Scott) 의원은 지난 일요일 Fox News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마이애미 경찰서장이 1967년에 했던 ‘약탈자들에게는 총을 쏠 것’이라고 한 발언을 인용한 것은 건설적이지 못했다고 비난했다.

전 공화당 대통령 후보 롬니(Mitt Romney) 상원의원도 “(트럼프의 약탈자를 향한 총격 불사 발언에 대해) 대단히 불행한 발언” 이라고 비난하는 한편, 주지사들을 향해 ‘시위 상황을 무력을 동원해서라도 진압하지 못하면 바보들’ 이라고 한 발언에 대해서도 사태를 진정시키지 못하는 발언이라고 비난했다. 아울러, 현재 벌어지고 있는 항의 시위는 법 집행 과정에서 흑인들의 생명이 존중되지 못하고 있는 사례들을 종식시켜야 할 때라는 강력한 메시지가 담겨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러한 촉구들도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별다른 충격을 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 폭동을 진정시키기 위해 유화적 메시지를 내놓지 않고 강경 자세로 일관하려는 속셈인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연방군 병력 동원까지 언급하며 위협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항의 시위의 바탕에 깔린 근원은 인종 차별인 것으로, 이를 힘으로 억누르면 곧바로 폭동으로 과격화 될 뿐이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월요일 기자회견에서 전국에 소요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지며 가열되는 상황을 진압하기 위해 연방군 병력 동원도 불사할 것이라고 발언한 것을 두고, 근세 대통령 역사상 가장 불협화(不協和)하는 순간이라고 표현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 인종, 이념, 정치 성향으로 분열된 미국에 최소한의 화합(modicum of conciliation)을 보여줘야 할 책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 日經 미국 뿐 아니라 전세계 민주주의가 시련에 봉착하고 있어

한편, 이번에 불거지고 있는 ‘민주주의’의 시련은 미국에 국한되지 않고, 유럽에서도 마찬가지다. 독일에서는 2차 대전 이후 금기시되어 오던 反유태주의가 부활의 징조를 보이고 있다. 이에 더해 Covid-19 사태로 고용 및 경기가 급속하게 악화되자, 유럽 국가들은 대규모 재정을 동원해서 경제 정책을 펴고 있으나, 재정 형편 및 정치적 한계도 있어 국민들의 불만은 수그러들 줄 모르고 높아가고 있다. 

사실, 2차 세계 대전 이후 민주주의가 인종, 소득 및 사회의 격차를 어느 정도 메워준 것은 풍부한 노동력 세대가 지탱해 준 높은 경제 성장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이제 인구 고령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경제 성장은 정체(停滯)되고 과거의 성장 원천도 점차 빈약해지기 시작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여기에 새로운 전기를 제공해 준 것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다. 전세계적으로 극에 달한 사회 분단에 대한 불만과 불안이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및 ‘강권(强權)’ 정치를 불러왔고, 민주주의에는 역풍으로 작용했다. 여기에 최근 코로나 사태로 민주주의에는 더욱 짙은 암운이 몰려온 것이다. Institut Montaique의 모이세(Dominique Moïse) 특별고문은 트럼프 대통령 하에서 미국은 더 이상 세계의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존재가 아닌 것이 됐고, 지금은 킹(King Jr.) 목사나 케네디(JFK) 대통령이 암살됐던 1960년대에 버금가는 지극한 곤경에 처해있다”고 우려했다.

 

결국, ‘트럼프流’의 리더십에 대한 높아진 불만과 코로나 바이러스의 화(禍)가 겹쳐져서 일반 대중들의 불만이 증폭되고 있는 미국 사회의 극심한 분단 현상이 전세계가 키워온 민주주의의 기반을 위태롭게 하고 있는 셈이다. 즉, 지금 미국 전역에 걸쳐 확산되고 있는 소요 및 혼란 사태는 그런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다. 

한편, 중국은 이번 사태로 서구 민주주의의 틈새가 벌어지는 것으로 인식하고 이번 기회를 글로벌 영향력 확대의 호기로 보고 있다. 중국 외무부 쟈오리지엔(趙立堅) 대변인은 “미국이 홍콩 경찰을 비난하면서 자국의 시위대를 총으로 위협하는 것은 전형적인 이중 기준이 아닌가?” 하고 조롱했다. 중국은 지금, 트럼프 대통령이 ‘홍콩 국가안전법’ 제정으로 ‘일국양제(一國兩制)’를 ‘일국일제(一國一制)’로 변환하려는 시도를 저지하기 위해 추진하는 강경 입장에 정면으로 맞서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에서 지금 벌어지는 혼란 상황과 트럼프 정권의 강권 대응 자세는 이제 미국이 더 이상 인권 탄압 및 민주주의 측면에서 도덕적으로 타락한 다른 나라들에 비해 우월성을 주장하기가 어렵게 됐다. 오히려, 강권 수단으로 국민을 억압하는 독재 체제의 우위를 재인식시켜줄지도 모를 일이다. (Nikkei)

 

▷ “지금, ‘트럼프 流’의 강경 일변도 리더십은 중대 기로에 봉착해” 


최근 블룸버그 논설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수 년 동안 다른 나라들의 문제들을 지적해 왔으나, 이번에 무장하지 않은 흑인 플로이드(Floyd)씨가 경찰 손에 죽음을 당한 것으로 인해 세계의 이목이 미국 내 혼란 상황으로 쏠리고 있다고 한탄했다. Covid-19 사태로 일자리가 줄고, 영세 기업들이 망해 가는 상황에서 불평등 문제가 심화되는 사회에서의 법 집행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라고도 지적했다. 

 

이처럼 미국이 온통 ‘플로이드(Floyd) 사망’ 사건에 항의하는 시위와 혼란에 휩싸여 있으나, 실은, 진작부터 ‘코로나 확산’, ‘중국과의 냉전’, ‘인종 갈등’ 등, ‘삼중고(三重苦)’를 겪고 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불법 폭동 즉각 진압을 공언하며 수천, 수만의 중무장 병력을 동원할 것이라며 위협하고 있다. 지금이야 말로, 그의 극단적 성향의 리더십이 백척간두에 놓인 형국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誌는 최근 호에서 “지금 일어나고 있는 혼란 사태는 근본적으로 미국 사회에 잠재해 온 ‘양극주의 공포(fury of polarization)’를 표출하는 것” 이라고 진단했다. 마찬가지로, 아프리카계 미국인 문제가 전공인 UC 버클리 대학 존스(Nikkei Jones) 교수는 최근 CNN에서 “지금 미국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충돌과 혼란은 미국 사회가 안고 있는 근원적 문제에서 발단된 것이므로 5년, 10년 안에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고 지적하고, 미국 사회는 이런 근본적인 문제의 해결에 보다 장기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블룸버그 통신은 중국 국영 미디어들이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정부가 홍콩 민주화 세력을 탄압하고 있다고 누누이 비난해 왔으면서 이번에 미국 내에서 분출된 공권력 남용 사건에 항의하는 시위 사태는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일변도의 리더십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하는 계기” 라고 비유했다고 전하고 있다. 

동시에, 글로벌 사회에는 아직 미국의 역할이 남아 있다며, 이번 시위 사태로 빈곤 문제, 질병 확산 등 수많은 글로벌 이슈들의 해결을 선도해야 할 미국의 리더십이 크게 손상을 입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자초지종이야 어떻든 간에, 지금 지구촌의 전 인류는 미국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극에 달한 인종 간 대립 및 혼란 사태의 향배에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중대 시점인 것은 틀림없다.

<ifsPOST> 

 

  • 기사입력 2020년06월04일 14시00분
  • 최종수정 2020년06월04일 19시39분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