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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Watch] 유로지역 경제의 저성장 추이와 확장적 재정정책에 대한 기대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9년11월27일 17시00분
  • 최종수정 2019년11월27일 16시09분

작성자

  • 신용대
  • 국가미래연구원 연구위원, 前 건국대학교 석좌교수

메타정보

본문

유로지역 경제의 저성장과 낮은 인플레이션 추이가 장기화될 전망이라는 우려가 크다. 지난 11월 7일 발표한 EU집행위원회의 「가을 경제 전망(Autumn 2019 Economic Forecast)」은 기존 유로지역 경제의 '조기 회복시나리오'에서 벗어나 "저성장이 지속될 시나리오"로 수정하여 발표하였다. EU집행위원회는 2019년 초 유로지역 경제전망을 대폭 하향 수정한 이후 연속해서 전망치를 낮춰잡고 있다. 인플레이션 추이도 ECB가 정의한 2%를 밑돌지만 이에 가까운 수준으로 수렴하는 목표에 이르지 못하는 낮은 수준을 예상하고 있다. 

 

유로지역 경제의 장기침체 위험에 대한 정책지원수단으로 그동안 역할을 하여온 완화적인 통화정책은 ECB가 지난 9월 정책 이사회에서 결정한 "포괄적 완화 패키지"의 추진으로 추가적인 완화의 여지가 크지 않다. 향후 ECB가 추가적인 완화적 통화정책을 위한 논의가 이루어진다면, 이는 ①유로지역 경제가 침체에 빠져 독일 등을 중심으로 확장적 재정정책의 추진되는 가운데, ECB가 측면 지원으로 추가 완화에 나서는 경우, ⓶미 · 중 통상 마찰 심화에 대한 우려로 달러 매도 · 유로 매수의 동시 진행으로 유로화 강세가 크게 나타나서 수입 물가 하락을 통한 디플레이션 우려가 거세지고 수출에 타격을 주어 수요를 더욱 억누르는 경우이다. 신임 라가르드 총재가 이끄는 ECB는 추가적인 완화적 통화정책 추진보다는 당분간 (포괄적 완화 패키지에 따른) 정책 수단의 효과와 부작용의 검증과 금융정책의 전략을 검토하고 정책이사회의 갈등 해소에 중점을 둘 것이다.

 

따라서 완화적 통화정책을 통한 경제 활성화의 여지가 점차 줄어들면서 유로존 역내 수요 창출을 위해서는 유로지역 회원국들의 재정지출 확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U집행위는 2020년도 재정계획평가를 통해서 특히, 독일 등 재정지출 여지가 큰 역내 회원국들의 재정 투입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독일 경제는 이미 연속적으로 2분기 이상 마이너스 성장세를 나타내는 기술적 침체에 접어들어, 최근 대규모 재정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는 기대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독일은 EU집행위에 제출한 2020년도 재정계획에서 다소 확장적인 재정계획 제시에 그쳐, 유로지역 국가들과 EU집행위가 판단하기에는 다소 부족해 보이는 경기부양책으로 평가되고 있다. 지금 예상되는 규모로는 경기침체를 막는 데는 역부족이어서 앞으로의 정책 방향이 주목된다. 

 

높은 불확실성 속에서 장기적으로 침체된 성장과 낮은 인플레이션 지속 위험

 

EU집행위원회는 11월 7일 발표한 '가을 경제전망'에서 유로지역의 실질 GDP가 2019년 1.1%, 2020년 1.2%, 2021년 1.2%로 낮은 성장률을 예상하고 있다. 한편 인플레이션율은 2019년 1.2%, 2020년 1.2%, 2021년 1.3%로 역시 낮은 인플레를 예상한다. EU집행위원회는 매년 겨울(1월), 봄(5월), 여름(7월), 가을(11월) 년 네 차례에 걸쳐 경제 전망을 정리한다. EU집행위원회는 2019년 첫 '겨울 경제전망(2019년 1월 발표)'에서 2019년의 경제 예측의 대폭적인 하향 조정 이후 연속해서 전망치를 낮춰왔다(<표 1> 참조). 2019년 초 시점에서는 성장 둔화는 날씨와 승용차의 새로운 연비 시험법(WLTP)의 도입 등 일시적인 요인의 영향이 크고, 이후 2020년에는 잠재 성장률 수준의 성장을 회복할 것으로 예상하여 왔었다. 그러나 2018년 후반의 성장을 누른 일시적인 요인이 사라진 이후에도 성장세가 다시 회복되지 않고 있다. EU집행위원회는 2021년까지 저성장과 ECB의 물가 목표를 하회하는 「가을 경제 전망」에서 기존의 "조기 회복 시나리오"를 포기하고 "저성장이 지속될 시나리오"로 궤도를 수정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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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B, 정책결정의 투명성 강조 등 추가로 완화적 통화정책 추진은 제한적

 

유로지역 경제의 장기침체 위험에 대한 정책적 지원수단으로서 완화적 통화정책 추진은 추가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가? 그동안 유럽중앙은행(ECB)은 2018년 12월에 국채 등 자산을 매입하는 양적 완화 확대 중지를 결정했지만, 2019년에 들어와서 3월 정책이사회에서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배제하고, 이어 6월에 2020년 상반기 중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배제, 7월에는 정책의 장래를 나타내는 포워드가이던스(forward guidance)에 금리 인하 바이어스를 부가하지 않는 등 완화 축소에서 완화의 재확대로 정책 전환을 추진하여 왔다. 

 

이어서 ECB는 지난 9월 12일 정책이사회(Governing Council)에서 통화정책의 '포괄적 완화 패키지'를 도입했다. 9월 정책이사회의 정책 결정 조치들은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것으로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표 2> 참조). 수신금리 10bps 인하(-0.4%에서 –0.5%로 0.1%포인트 인하), 포워드가이던스 변경(기한 기반에서 데이터 기반으로 변경), 월 200억 유로의 open end(미리 종료 기한을 정하지 않은)의 자산매입 재개, 대출을 증가하는 은행을 우대하는 장기대출프로그램(TLTRO Ⅲ) 조건 완화(“기준금리 + 10bps”→“기준금리”로 변경하여 10bps 가산금리 폐지, 운영 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변경), 마이너스 금리에 따른 부작용을 경감하는 지준 차등부리시스템(Tiering system) 도입으로 구성된 완화 패키지이다(“ECB, 완화적 통화정책의 도입과 확장적 재정정책 역할 주문”, EU Watch, IFS, 2019년 9월 25일자 참조).

 

이사회 이후 기자 회견에서 당시 드라기 총재는 포괄적 완화 패키지의 도입을 결정한 이유는 경기침체의 장기화, 무역 마찰의 격화와 지정학적 위험 증가 등에 의한 경제전망의 하방 위험, 인플레이션 전망의 하방 수정 등의 세 가지 요인을 꼽았다. 그러나 이와 같은 완화 페키지의 도출은 드라기 전임 총재가 이끄는 집행부가 정책이사회 내의 이견을 억누르고 강행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라가르드 신임 총재 체제 아래에서는 추가 완화 조치의 검토보다는 당분간 정책 수단의 효과와 부작용의 검증과 금융정책의 전략을 검토하고 정책이사회의 갈등 해소에 중점을 두지 않을 수 없다. 

 

지난 9월 이사회에서는 포워드가이던스의 변경에 따라 정책 금리는, 이전에는 2020년 상반기까지 저금리를 계속할 것을 약속하였으나, 저금리를 유지하는 기간이 특정 시기와 완만하게 설정되었을 뿐이었다. 그러나 9월 이사회에서는 "적어도 2020년 상반기 중에는"이라는 문구의 삭제를 통하여 경제여건에 상응하는 형태로 변경되었다. 순자산 구매에 대해서도 "정책금리 완화 효과를 강화하기 위해, 필요한 만큼, 금리 인상 개시 직전까지 계속하겠다"고 결정하였다. "매입정지 후 다음 한 수가 금리 인하"라는 식의 움직임을 막으려는 의도가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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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에 '포괄적 완화 패키지'를 도입을 계기로 분출된 이사회에서의 갈등 등을 감안한다면, 라가르드 신임 ECB 총재 체제에서의 ECB 정책은 당분간 현상 유지가 예상되고 있다. 금융 시장은 내년 봄 무렵에 다음의 정책 금리 인하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독일, 재정지출 확대로 유로지역의 정책 공조를 이끌 계기를 마련할까?

 

완화적 금융정책의 한계, 부작용에 대한 경계를 강화하는 한편, 장기침체 위험에 대한 정책 대응 수단으로 재정정책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재정 여지가 큰 독일의 재정 투입에 대한 기대가 높다. 그러나 독일은 EU집행위에 제출한 2020년도 재정계획에서 다소 확장적인 재정계획을 유지하여, 다른 회국들과 EU집행위가 판단하기에는 다소 부족해 보이는 재정계획이지만, 독일은 추가적인 경기부양책을 추진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EU의 재정규율은 재정적자의 GDP대비 3% 이내, 누적채무의 GDP대비 60% 이하로, 경기 순환 요인(민영화 등의)과 일시적 요인을 제외한 구조적 재정수지의 균형을 요구한다. 누적채무비율이 기준치 이내이며 구조적 재정수지가 흑자인 국가가 확장적 재정정책을 실시하고도 규칙 위반으로 간주되지 않는 "확대재정 여지를 보유한 국가"가 된다. 이 정의에 따라 확대재정 여지가 있는 것으로 간주되는 국가는 유로지역의 주요 5개국 가운데 독일과 네덜란드 2개국뿐이다. 특히 독일은 최근 경제의 침체로 재정 투입에 대한 기대가 유로지역내에서 높아지는 가운데, GDP대비 누적채무 비율이 2019년 59.2%로 EU의 재정규율에 합당하여 재정지출 여지가 높다. 정부의 누적채무가 명목 GDP 대비 2019년 현재 136.2%의 이탈리아는 물론, 프랑스(98.9%), 스페인(96.7%)은 재정지출의 조정이 요구된다. 이에 따라 EU집행위는 독일의 확장적 재정지출을 통해서 유로지역의 경제성장을 견인할 수 있도록 독일의 역할을 기대하는 눈치이다(FT, 2019년 11월 21일자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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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독일은 본격적인 확장적 재정정책의 추진을 통하여 독일과 유로지역 경제의 침체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우려를 불식하고 성장을 견인할 수 있을까?

 

현재 독일 경제의 부진은 미·중 무역분쟁 및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라 자동차 등의 수출 감소와 경제 심리 위축에 따른 건설투자 감소가 마이너스 성장의 주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인해 GDP의 47%를 차지하는 제조업 수출이 둔화되어 수출의존도가 높은 독일 경제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즉, 미·중간의 자동차 관세 인상과 중국의 수요 둔화, 엄격화 되는 규정 준수가 어려운 디젤 차량의 판매 감소 등 복합적인 요인이 영향을 주고 있다. 북유럽과 서유럽에서는 기후 변화 대응을 정책적 우선 과제로 생각하는 유권자의 비율도 높고, 소비자의 행동도 변화하고 있다. 게다가 자동차 산업은 AI 등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산업의 변화과정에서 연결(connected), 자동 운전(autonomous), 셰어링 서비스 및 전동화(electric) 등 소위 'CASE'라고 일컬어지는 구조적 변화의 중심에 있다. 

 

따라서 독일 경제의 침체가 단순히 2018년 이후 중국 경제의 하락에 의한 자동차 등의 수출 감소에 따른 일시적이며 순환적인 것이 아니라, 독일 경제가 지닌 보다 지속적이며 구조적이라는 점을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첫째, 독일 경제는 자동차·화학·기계 등 전통적인 산업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전통적 산업들이 2010년대 초반부터 "인더스트리 4.0"을 통해서 추진해온 디지털 경제에 대응 노력이 글로벌 기업을 포함하여 중소기업에 이르기까지 충분히 확산되지 못하였다. 둘째, 2018년 이후 단위노동비용이 상승하고 경쟁력이 저하되고 있다. 2000년대 초반 당시 슈뢰더 사민당 정권이 실행한 노동 시장 개혁의 효과가 사라지고 있다. 셋째, 국내 소비가 크게 늘어나지 않는 가운데, 저출산 고령화로 인하여 생산성 향상은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넷째,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글로벌 가치 사슬이 끊겨 세계 경제가 지역화해가는 현재의 글로벌 경제환경은 수출 주도 성장을 지속해 온 독일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독일 경제의 침체 우려와 향후 EU통합의 방향”, EU Watch, IFS, 2019년 8월 21일자 참조) .

 

이와 같은 요인들은 모두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려운 구조적인 측면이 강하기 때문에, 향후 독일 경제가 장기간에 걸쳐 침체할 수 있다는 의견이 강하다. 그러나 독일에서는 자동차 산업을 중심으로 한 제조업의 조정은 깊고 장기화 양상을 보이기 때문에, 건설업과 서비스업의 둔화라는 범위에 머물고 있는 현 단계에서는 확장적 재정정책을 통한 경기 대책은 시기상조라는 생각이 강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독일 정부의 경제 자문위원회(5인 현인위원회)도 독일 경제의 장래에 대해서 신중한 견해를 제시하면서 재정의 자동 안정화 기능이 작용하기 때문에 경기부양책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과연 독일은 자동차를 중심으로 한 제조업을 둘러싼 환경의 격변에 어떻게 적응 할 수 있을지, 2020년 이후 유럽경제 최대의 관심 사항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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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9년11월27일 17시00분
  • 최종수정 2019년11월27일 16시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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