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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병역 의무제를 폐지하고 모병제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병력의 전문성과 국가 인력 관리의 효율성 제고를 염두에 두고 이렇게 제안한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현재 남북 간의 군사적 긴장이 지속되고 있는 정전(停戰) 상태의 분단국가이다. 동시에 내부적으로는 소득과 자산의 양극화로 계층 간의 국민 분열이 거의 심리적 내전 상태에 있다.
이런 한국 사회의 구조적 상황을 고려할 때, 그의 제안이 시의적절(時宜適切)한가에 대해서 우려하는 견해도 많다.
모병제는 무엇이 좋은가?
모병제는 직업군인의 장기 복무로 군 인력의 전문성 강화에 도움이 된다. AI 시대의 병력 운영과 전투 역량은 다양한 첨단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활용 능력에 의해서 결정되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레바논 무장단체인 하마스/ 헤즈볼라 간의 전쟁에서 미사일,드론 공격이나 위성을 통한 통신 제어 능력이 보여준 위력을 우리는 보았다. 이런 첨단기술 무기를 작동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가진 인력은 모병제에만 의존해서는 확보가 어려울 수도 있다.
군 병력과 전투 장비의 효율적 배치와 운영도 AI와 빅 데이터 분석에 바탕을 두고 운용되면 군의 전투력이 더욱 강화될 수 있는 전략 영역이다. 전략적 사고가 AI로 함축되는 첨단 기술에 의해서 뒷받침 되어야 이런 부문의 효율성이 극대화 될 수 있다.
물론 장교나 하사관 등 직업군인이 징병제에서도 이런 역할을 한다. 그러나 모병제는 이런 기능의 효율성을 극대화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다.
그러나 현대전에서도 전투력의 근간(根幹)은 “보병+포병+전차” 중심의 재래식 병력이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도 드론, 위성정보, GPS 교란 등 첨단 기술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중요 전략적 거점에서의 전투는 포격전, 탱크전, 참호전, 진지 방어와 육탄전이 최후 승패를 결정했다.
AI, 미사일, 드론, 위성정보, 사이버 교란 등은 전투력을 증강시키는 수단이지만 그것은 재래식 전투력을 보완하는 수단이지 그 자체가 전투력의 근간은 아니다.
전쟁의 전략적 거점을 확보하여 최종 승패를 결정하는 것은 사람이지 드론, 미사일이 아니다. 재래식 병력이 취약할 때 첨단 전쟁 무기는 그 유용성의 한계에 부딪히게 되는 것이다. 러시아가 북한 병력을 파견받아 교착 상태에 빠진 우크라이나 전선에 투입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현재 한국은 북한과 대치 중인 정전(停戰) 상태에 있다. 우크라이나, 이스라엘이 겪고 있는 전쟁이 언제든 재발할 수 있는 상태의 국가이다.
북한은 120만 명 이상의 병력을 보유한 세계 최상위 규모의 군사력을 유지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전술핵 위협, 무인기 침투, 장거리 미사일 도발 등 군사적 위협이 질적·양적으로 고도화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모병제로 전환할 경우, 충분한 전투 병력 확보가 어려워질 수 있고, 그 결과 전방 방어력 자체가 약화될 수 있으며, 유사시 국가 전체의 안보 균형이 무너질 위험이 크다.
징병제는 예비군 체계를 기반으로 비상시 전국적 동원력 확보가 가능하다. 반면에 모병제는 정규군 위주의 체제이므로 대규모 전시 동원에는 구조적으로 취약할 수 있다. 한국처럼 단기간에 전면전 가능성이 존재하는 안보 환경에서는 이러한 약점은 매우 치명적이다.
더 나아가 국민 통합 및 사회 형평성 측면에서도 문제가 발생한다.
왜냐하면 모병제는 계층 간 복무 격차를 심화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 모병제를 운영하고 있는 미국의 경험을 보면 저소득층과 소수인종 출신이 병력의 주력을 구성하고 있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그것은 모병제가 일반적으로 경제적 인센티브에 의존하여 인력을 모집하기 때문이다. 이는 상대적으로 저소득층 청년들이 주로 입대하게 되는 구조를 초래할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국방 의무의 형평성 문제가 새로운 사회적 갈등 요인으로 등장할 수 있는 것이다.
‘가난한 청년은 총을 들고, 부유층 청년은 자유롭게 사회활동을 한다?’ 이런 인식은 지금보다 더 심각한 계층 간 분열과 사회적 갈등을 초래할 것이다. 청년이 입은 군복이 가난을 상징하는 사회에서 어떻게 국민 통합이 가능하겠는가?
한국 사회는 징병제를 통해 남성 대다수가 일정 기간 군 복무를 경험했으며, 이는 한국 사회의 공통된 경험 의식과 연대감 형성에 기여해 왔다. 이는 국민 통합을 위한 비물질적 자산의 기능을 해온 것으로 평가된다.
경제적으로 보더라도 한국의 재정 상태를 고려하면 모병제의 지속적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다. 모병제는 단위 인력당 급여, 복지, 퇴직금 등 인건비 부담이 크며, 이는 국방예산의 급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재정은 국가 위기 시에 정부가 사용할 수 있는 최후의 보루이다. 현재 한국은 막대한 가계부채, 기업부채, 정부 부채의 부담을 안고 있다. 경기 침체의 장기화와 노령화의 급속 진전으로 가계부채와 기업부채는 더욱 쌓여가고 재정 적자도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이렇게 국가 총부채의 규모가 점증하고 재정건전성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수십만 명의 직업군인을 유지하는 데 소요될 예산을 어떻게 충당할 것인가? 여기에 소요되는 예산 때문에 복지·교육·산업 투자 등의 예산이 축소될 가능성이 큰데, 그것이 바람직 한 것인가?.
종합적으로 현재 한국의 남북 간 군사적 대치, 계층 고착화로 인한국민 분열, 재정 불건전성 등을 고려할 때 징병제를 모병제로 바꾸는 것은 계층 간 분열을 더욱 심화시키고, 안보 불안을 가중시키며, 국가재정을 파탄으로 내몰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기본 병력은 징병제를 유지하되, 전문성이 요구되는 부문은 장교, 하사관 등 직업군인의 재교육 프로그램을 확충하고 사병 병과의 세분화와 신병에 대한 병과별 교육훈련 강화를 통해서 보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재명 대표의 문제의식에도 일리는 있으나, 그것은 소탐대실(小貪大失)의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국가안보, 국민통합보다 더 중차대한 시대적 과제가 있는가?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을 태우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기 바란다.
<ifsPOST>
- 기사입력 2025년04월27일 17시10분
- 최종수정 2025년04월25일 21시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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