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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병법으로 풀어보는 부동산 투자전략 <10> 부동산PF의 부실과 정리 전략: "형이상병(形而上兵)"의 지혜로 풀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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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5년04월24일 16시00분
  • 최종수정 2025년04월24일 15시59분

작성자

  • 박완희
  • WWG자산운용 대체투자본부 본부장(상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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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손자병법은 전쟁의 원리를 논하는 동시에, 인간사의 모든 경쟁과 위기 상황을 꿰뚫는 고전이다. 『손자병법(孫子兵法)』 계편(計篇)」에서는 "兵者, 詭道也(병자는 궤도야)"라 했다. 즉, 전쟁은 속임수와 기만이 본질이라는 것이다. 이는 오늘날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의 위기를 바라보는 데에도 놀라운 통찰을 제공한다.

 

전국적으로 부실한 부동산 PF 사업장이 경매·공매로 넘어가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2025년 1월에 195곳이었던 PF 경공매 사업장은 단 두 달 만인 3월 말 384곳으로 폭증했다. 특히 지방뿐 아니라 서울에서도 사업성이 악화된 주거시설들이 공매 시장으로 대거 유입되는 현상은 위기의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는 단순히 숫자의 증가가 아니라 시장이 부실을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본격적으로 균열이 드러나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현상은 한국기업평가가 제시한 보고서의 진단과 정확히 일치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대형 금융기관은 실질 부실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 부실 인식률을 보이고 있으며, 부실을 감추기 위한 만기 연장, 차주 교체, 리츠 편입 등의 회피 수단을 광범위하게 활용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안정화 단계라는 허상이 제시되고 있지만, 실상은 부실의 위험이 축적되어 폭발 직전의 위기 상황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부실의 이연이란 이름으로 본질적인 리스크를 무시하고 오히려 더 큰 피해를 유발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손자는 "形者, 兵之助也;計者, 勝之主也(형자는 병지조야; 계자는 승지주야)"라 했다. 즉, 외형은 보조적 수단에 불과하며 진정한 승리를 좌우하는 것은 정확한 전략적 판단이라는 뜻이다. 현재 금융권과 정책당국이 "안정화"로 포장하는 PF 시장의 외형은 바로 손자가 경계한 "形(형)"에 불과하다. 보고서의 분석에 따르면, PF의 실질 요주의 이하 자산 비율이 전체 익스포저의 약 절반을 넘고 있으며, "안정화"라는 인식과 실제 리스크 사이에 상당한 괴리가 존재한다. 이러한 현실은 정책당국과 금융기관이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리스크 관리 대신, 단기적 성과와 시장의 체면 유지에 급급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PF 시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핵심은 "불전이굴인지병(不戰而屈人之兵)", 즉 싸우지 않고도 상대를 굴복시키는 전략적 우위의 확보다. 이는 단지 부실을 덮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부실을 명확히 인식하고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함을 의미한다.

 

한국기업평가가 제안한 '대안 Value' 개념은 바로 이러한 접근의 대표적 사례다. 고분양가 중심의 부실 사업장은 근본적인 시장 수요와 괴리되어 있어, 단순히 부실을 연장하며 시간을 끌 경우 더 큰 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부동산 가격이 오를 때까지 기다리는 임시방편적 전략이 아니라, 현실적인 시장 수요를 반영한 적정 분양가로의 가격 조정, 그리고 이를 통한 구조조정이 절실히 요구된다. 즉, 부동산 시장의 펀더멘털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에 맞춰 사업성을 재편성해야 하는 것이다.

 

특히 손자는 "致人而不致於人(치인이불치어인), 能而示之不能(능이시지불능)"이라고 했다. 주도권을 쥐고 상대방을 끌어와야지, 상대방에게 끌려가는 전략은 필패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한국의 PF 시장은 현재 시장의 흐름에 떠밀려 다소 수동적이며, 특히 일부 대형 건설사에게 PF 신용보강 리스크가 집중되는 위험을 방치하고 있다. 이는 금융기관이 주도적으로 리스크 관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리스크의 포로가 되는 상황을 초래하고 있다.

 

결국 필요한 것은 능동적이고 과감한 부실 정리 정책이다. 즉, 시장의 상황을 기다리며 소극적 대응으로 일관하는 것이 아니라, 사업성이 없는 PF 사업장을 조기에 정리하고, 신규 투자는 엄격한 사업성 평가를 거친 뒤에 이루어지도록 하는 강력한 기준이 설정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금융기관과 시공사들은 현금흐름과 리스크 관리에 있어 확실한 기준과 방향성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정부는 금융기관과 협력하여 부실 사업장에 대한 경매·공매 활성화, 부실 자산의 신속한 손실 인식을 촉진해야 한다.

 

PF 시장은 현재 "선위불가승(先爲不可勝), 이대적지가승(以待敵之可勝)"의 원칙을 따라야 한다. 즉, 먼저 무너지지 않는 전략적 태세를 갖추고 상대(시장 위기)의 허점을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금융기관이 자신의 부실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더 이상 부실을 숨기지 않고 정면으로 대응하는 것이 급선무다.

 

이제 부동산 PF 리스크 지도를 전면 공개하고, 시장 참여자들이 보다 투명하고 현실적인 리스크 관리를 하도록 제도적 환경을 재구성해야 한다. 정책당국 역시 부실 사업장에 대한 정리 및 구조조정 기준을 엄격히 하여 금융시장 전체의 건전성을 회복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PF 시장의 문제를 단기적 경기 부양이나 금융기관의 단순 유동성 지원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부동산 시장의 본질적 펀더멘털이 회복되지 않는 한, 부실은 또다시 반복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현실을 직시하고 손자의 병법을 빌려 근본적이고 전략적인 접근법을 택해야 한다.

 

결국 "兵貴神速(병귀신속)", 군사 전략은 신속함을 최고로 친다는 말처럼, 지금이야말로 신속하고 단호한 구조조정과 부실정리가 필요한 때이다. 리스크를 더 이상 숨기지 말고, 부동산 PF 시장을 손자의 전략적 지혜로 다시 한번 정리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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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수정 2025년04월24일 15시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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