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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기, 기후변화 정책전망과 시사점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5년04월23일 21시40분
  • 최종수정 2025년04월23일 21시39분

작성자

  • 김성우
  • 대통령직속 탄소중립녹생성장위원회 위원,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

메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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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Intro

도널드 트럼프가 제47대 미국 대통령으로 지난 1월 20일 취임하면서, ‘트럼프 2.0’ 시대의 개막을 알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시절 기후변화는 사기(hoax)라고 언급한 바 있고, 화석연료 증가 및 환경 규제 철폐를 중심으로 한 정책을 지속적으로 관철시키려 하였다. 이에 대표적으로 환경단체인 천연자원보호위원회(Natural Resources Defense Council, NRDC)는 이러한 규제 완화를 저지하고자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거의 매주 소송을 제기하였다. 최근까지도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행정부의 기후의제를 비난하거나 그린 뉴딜을 사회주의 정책으로 폄훼하고 있어, 트럼프 행정부의 재집권으로 향후 기후변화 정책의 불확실성은 그 어느 때 보다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정책의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실제 기후변화의 상황은 동시에 매우 엄중하다. 지난 1월, EU 기후변화 감시기구인 코페르니쿠스 기후서비스(Copernicus Climate Change Service)가 발표한 데이터에 따르면 2024년은 1850년 기록이 시작된 이래 가장 뜨거운 해이자, 지구 평균 온도가 산업화 이전 수준(1850-1900년)보다 1.5°C 이상을 넘은 첫 해로 기록되었다. 1.5℃ 마지노선은 2015년 파리협정의 전지구적 장기 목표가 수립되고 잇따라 그 근거에 관한 보고서가 채택되며 널리 알려졌는데, 이는 지구 면역체계에 상당한 붕괴를 촉발할 수 있는 임계점(tipping point)을 의미한다. 즉, 연쇄적인 기후재앙이나 회복 불가능한 생태계를 직면할 가능성을 강하게 경고하는 것이다. 1.5℃ 마지노선이 이미 무너지고 있는 현 사태에, 필연적으로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대응은 탄소중립 선언이나 목표 수립 단계를 넘어 행동의 가속화를 지속적으로 요구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이행의 구체성을 확보해야 하는 우리 기업들도 고민이 보다 깊어지고 있다. 기후변화 대응은 더 이상 기후정의나 환경에 국한된 의제가 아니라 산업∙통상과 연계된 경제 현안이 되어 기업의 대응 요구도 거세지는 가운데, 트럼프 2기의 출범으로 정책적 불확실성은 더 커졌기 때문이다.

 

이에 본 Climate Insight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후보 시절 공약집(Agenda 47)과 선거유세(campaign trail) 과정에서 언급한 내용, 인선 청문회 발언, 그리고 취임 후 발표한 행정명령, 후속조치 내용을 바탕으로 기후변화 정책 방향과 분야별 전망을 살펴보고, 현 시점에서 기업이 기후변화 대응 시 고려할 만한 시사점을 짚어 보았다.

 

트럼프 2기 기후변화 정책 방향

Agenda 47은 트럼프 대통령이 47대 미국 대통령으로 선출 시 시행될 정책을 자세히 설명하는 공식 정책 계획 모음집으로, 2023년 처음 공개되었다. 지난 7월 15일 미국 공화당 전당 대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최종 대선 후보로 확정됨에 따라 Agenda 47은 공화당 플랫폼으로 공식 전환되었고, 더욱 간결하게 요약되어 유세에 활용되었다. 해당 최종 공약집(이하 ‘공약집’)에는 흥미로운 사실이 하나 있는데, 10대(Chapter) 공약별 세부 항목들로 구성되어 있는 총 16페이지짜리 책자에 ‘기후’나 ‘환경’이라는 단어가 없다는 점이다. 다만 에너지 해방(unleashing), 규제 완화 및 철폐, 안정∙풍부∙저렴한 에너지 등 경제 및 통상과 관련된 세부 공약 항목에서 기후변화 정책 방향을 포괄하고 있어, 선거유세 과정의 발언까지 포함한다면 그 방향을 엿볼 수 있다. 

 

첫 번째 방향은 환경적 요소는 외면하고 경제적 요소를 중시하는 정책의 확대이다. 특히 경제 의제와 관련된 세 번째 공약(“역사상 가장 위대한 경제를 건설하겠습니다”)에서 그 수단이 명확히 언급되는데, 이는 5가지(규제 삭감, 세금 감면, 공정 무역 거래 확보, 안정적이고 풍부한 저비용 에너지 보장, 혁신 옹호)의 축을 중심으로 한다. 해당 수단들을 관통하여 볼 때,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보유한 석유, 가스, 원자력 등을 비롯한 모든 에너지원을 적극 활용하고 세금을 감면함으로써 미국을 가장 저렴한 에너지와 전력 요금을 가진 나라로 만들겠다는 취지를 드러낸다. 즉, 미래를 주도할 신흥 산업인 인공지능(AI)의 시대에 가장 중요한 것은 저렴하고 풍부한 전력이라고 보고, 이를 안정적으로 공급함으로써 중국과의 경쟁을 선도하겠다는 것이다. 

 

두 번째 방향은 경제성 확보에 방해가 되는 값비싼 친환경 정책의 축소이다. 이는 곧 바이든 행정부의 적극적인 기후변화 정책 방향과 반대로서, 트럼프 대통령은 공약집 내 가장 첫 번째 공약(“인플레이션을 물리치고 모든 가격을 빠르게 낮추겠습니다”)의 첫 번째 항목으로 미국의 에너지 해방(Unleash American Energy)을 내세우며, 사회주의적 그린 뉴딜의 종식을 강조한다. 또한, 바이든 행정부의 전기차 정책 및 재생에너지 지원 등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이를 철회할 뜻을 강하게 암시했다.

 

상술한 두 방향은 관련 부처 수장 인선 및 인사청문회에서 더 선명해진다. 국가 에너지 전략을 지휘하는 국가에너지회의(신설) 의장이자 내무부 장관인 더그 버검은 미국 석유 매장량과 생산량 3대 주(州)인 노스다코타의 주지사로, 지난 5월 “바이든의 화석연료에 대한 공격을 트럼프가 저지할 것”이라고 말한 인물이다. 그는 올해 초 인사청문회에서 “미국의 해상 석유 및 가스 자원은 신속한 개발이 필요한 중요한 자원”이라며, 미국 연방토지 내 석유가스 등 에너지 생산 확대를 통해 저가에너지 및 일자리 창출을 유지하고, 핵심광물 개발을 위한 인허가 절차를 완화하여 중국 의존도를 낮추겠다고 답하였다. 에너지부 장관인 크리스 라이트는 미국 2위 수압 파쇄(fracking·프래킹) 전문 기업 리버티에너지의 CEO이자 석유 재벌로, 기후위기는 허구이고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는 화석연료의 장점보다 적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인사청문회에서도 천연가스 산업은 미국 경제에 핵심적이라 강조하면서도, 차세대 지열, 차세대 원전(SMR) 및 차세대 배터리 등 기술 혁신도 언급한 바 있다. 환경정책을 총괄하는 환경보호청(EPA) 청장에는 리 젤딘 전 하원 의원이 임명되었는데, 석유시추 등 경제활동을 막는 친환경 법안에 반대한 인물로 지명 직후 “미국의 에너지 지배력을 회복하고, 자동차 산업을 활성화하여 미국의 일자리를 되찾고, 미국을 AI의 글로벌 리더로 만들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인사청문회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기후변화를 사기라고 표현한 이유가 고비용의 저탄소전환 정책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경제성 등 다양한 여건을 고려한 환경 정책을 예고하였다. 특히 EPA 청장 지명은 위 두 인선보다 빨랐으며 이례적으로 주요 내각 인선에 앞서 발표되어 상술한 트럼프 정책 방향의 강한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참고로, 미국판 탄소국경세 법안(Foreign Pollution Fee Act)에 대한 인사청문회 질의에서, 무역대표부(USTR) 장관 제이미슨 그리어는 이를 흥미로운 아이디어라고 답변하면서 어떻게 할지 창의적 개념이 필요하다고 언급함으로써, 위 법안의 도입 가능성을 열어 두었다. 또한, 보조금이 없다면 경제성이 없어지는 재생에너지의 문제를 지적하면서 다양한 에너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한 스콧 베센트 재무부 장관은, 기후변화대응 실패 시 기업 및 국민 비용 피해가 우려된다고 답하여, 상술한 두 방향이 혼재된 답변을 하였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발표된 행정명령의 요구 사항들은 주로 각 부처의 수장들에게 관련 내용을 검토하라는 것이므로, 앞으로의 정책 실행을 짐작하기 위해서는 이들의 발언을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주요 행정명령 및 후속조치(환경, 에너지, 국제협력 분야)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예고했던 대로 취임 직후부터 일련의 행정명령을 통해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 기조를 급격히 전환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행정명령이 단순한 선언적 조치에 그치지 않고 연방기관에 구체적인 검토와 후속조치를 지시하는 형태로 발전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각 부처의 우선순위와 자원배분에 영향을 미치며, 연방기관의 세부 검토 결과와 실행계획이 제출되면 정책의 실질적 변화가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환경 분야 주요 행정명령으로 취임일인 1월 20일에 "유해한 행정명령 및 조치의 초기 철회(Initial Rescissions of Harmful Executive Orders and Actions)"를 발표해 기후·환경 분야를 포함하여 바이든 행정부 정책을 대폭 철회하였다. 해당 행정명령은 전 정부에서 발표한 78건의 행정명령, 각서, 선언을 광범위하게 다루고 있다. 그 중 환경 분야와 관련된 주요 내용은 크게 기후위기 대응정책(연방 토지 및 해양에서의 신규 석유·가스 임대 중단, 재생에너지 생산 확대 등), 미국 외측 대륙붕 약 6억 에이커(남한 면적의 약 25배) 지역의 석유 및 천연가스 임대 철회, 2035년 무탄소 전력 달성 및 2050년 넷제로 배출 달성을 위한 세부 목표 수립,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촉진을 위한 부처간 협력 및 백악관 주도의 국무조정 명령, 인프라 투자 및 일자리 법(IIJA) 의 효율적 투자 집행을 위한 부처별 고려사항 등을 포함한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캠페인에서 약속했던 바이든 행정부의 친환경 정책 철회 공약을 신속하게 이행하는 조치로 보여진다.

 

이에 따른 대표적인 후속조치는 3월 12일 EPA 청장이 ‘미국 역사상 가장 큰 규제완화 조치’라는 표현과 함께 발표한 "위대한 미국의 컴백을 위한 31가지 역사적 조치(31 Historic Actions to Power the Great American Comeback)" 이다. 이 발표는 바이든 행정부의 주요 환경 정책들을 전면 재검토하는 내용으로, 구체적으로는 석탄 및 천연가스 발전소의 이산화탄소 감축 목표, 석유 및 가스 산업의 메탄 규제 및 온실가스 모니터링, 석탄 및 가스 발전소의 폐수 규제, 8,000개 이상의 시설에 대한 온실가스 배출 보고 의무, 전기차 의무화 및 트럭 질소산화물 배출기준 등을 포함한다. 

 

에너지 분야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National Energy Emergency)를 선포하며 대통령 취임 첫날 에너지 안보를 국가 우선 과제로 설정하였다. 이러한 비상사태 선언은 국가비상사태법(National Emergencies Act, NEA)에 근거한 것으로, 대통령에게 에너지 위기 상황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 또한, 주요 행정명령으로 "미국의 에너지 해방(Unleashing American Energy)"을 발표하였다. 주요 내용은 전기차 의무화 정책과 주별 배출기준 및 보조금 제도의 재검토, 전 정부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및 인프라 투자 및 일자리 법(IIJA) 예산 집행 동결과 90일 내 포괄적 검토보고서 제출 의무화, 연방 정부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사회적 탄소비용 고려 배제, 그리고 석유, 천연가스, 석탄, 바이오연료, 원자력 등을 미국의 핵심 에너지원으로 명시하고 관련 인허가 처리 신속화 지시 등을 포함한다.

 

후속조치로서, 에너지부는 지난 2월 14일 루이지애나 주 커먼웰스(Commonwealth) LNG 프로젝트에 대한 수출 승인을 결정하였으며, 이어 3월 5일에는 텍사스 주 소재 골든패스(Golden Pass) LNG 수출 및 터미널 시설에 대한 승인을 완료하였다. 특히 후자는 이르면 올해 말부터 상업적 수출을 개시할 전망으로 보도되었다. 또한 EPA는 3월 12일 "인간 건강에 대한 긴급하고 실질적인 위협이 입증되지 않는 한 에너지 생산 및 발전 시설의 운영을 중단시키는 집행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의 내부 메모(Memorandum)를 발표하였다. EPA는 이러한 기존 정책의 재검토가 에너지 가격 하락을 촉진할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국제협력 분야에서도 미국의 대외 원조와 국제 환경 협정에서 자국 우선주의를 강화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하였다. "미국 대외 원조의 재평가 및 재정렬(Reevaluating And Realigning United States Foreign Aid)" 행정명령은 즉시 90일간 모든 대외 원조를 동결하며, 이를 통해 대외 원조의 방향성을 재조정하고 있다. 미국 관리예산실(Office of Management and Budget, OMB)은 90일 내로 이 동결의 지속 여부를 검토하고 결정하도록 지시 받았다. 또한, "국제 환경 협정에서 미국 우선(Putting America First In International Environmental Agreements)" 행정명령은 국제 환경 협정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재조정하고 있다. 이 행정명령에 따라 미국은 즉시 파리협정 탈퇴 서한을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에 제출했고, 각 부처는 미국 국제기후금융계획을 철회하기 위한 계획을 제출해야 한다. 

 

이러한 행정명령의 후속조치로, 트럼프 행정부는 대외 원조 중단의 영향으로 미국 국제개발처(USAID) 직원 약 2,000명 이상을 해고하는 등 그 규모를 대폭 축소하고 있다. 또한, 3월 6일 미국은 개도국 에너지 전환 파트너십(JETP) 에서 탈퇴하였다. 이는 국제기후금융계획 철회 관련 행정명령의 일환으로, 특히 남아프리카공화국 JETP 프로젝트에 10억 달러 지원을 약속했던 미국의 탈퇴는 JETP의 지속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분야별 전망 

위와 같은 트럼프 2기의 기후변화 정책 방향성 하에서 주요 분야별 전망은 다음과 같다. 

 

우선 환경 분야에서는 미국 내 환경 규제가 당분간 완화될 것으로 예상되나, 탄소국경세 도입에 대한 논의는 지속될 것으로 보여 대상 및 과금 방안을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 지난 3월 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현재 기업들로부터 제기된 기후공시 의무화 규정의 무효화 소송에서 이를 방어하기 위한 소송상 대응을 하지 않겠다고 관할법원에 알렸고, 그에 따라 위 규정이 시행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뉴욕주에서 발의된 기후공시 의무화 법안이 제정될 경우, 캘리포니아주와 함께 미국 대기업 대부분이 사실상 기후공시 대상이 된다는 전망도 보도되었다. 또한, 바이든 정부의 주요 환경 정책이 철회되면서 메탄/자동차/발전소 배출기준이 대폭 완화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장기적으로 보면 청정기술 관련 미국의 글로벌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한편, EU가 시작한 탄소국경조정에 대해 자국 산업을 보호하고, 중국과 공정경쟁을 목적으로 미국도 탄소국경세를 도입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2기의 USTR 대표와 재무부 장관은 탄소국경세 도입에 관심을 보였고 반스 부통령도 미국 내 제품이 타국 대비 탄소배출량이 낮다고 발언한 바 있으며, 지난 2년간 미국 내에서 다수의 탄소국경세 법안이 발의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12월에는 공화당 상원의원들이 기존에 발의한 탄소국경세 법안인 Foreign Pollution Fee Act의 수정안까지 공개하였다. 기존에는 16개 품목(알루미늄, 철강, 시멘트 등)에 대해 배출량을 기준으로 수입관세를 부과하던 내용이었는데, 이를 15%+ 관세율을 적시하고 대상을 알루미늄, 시멘트, 철강, 비료, 유리, 수소 등 6개로 한정하는 것으로 구체화하였다. 탄소국경세는 EU에 대응한 미국 산업 보호, 세수 확보, 중국 견제 등 다양한 목적 하에서 초당적으로 논의가 지속되고 있어, 환경규제 목적보다는 보호무역의 장치로서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 분야의 경우, 미국 내 기술별 차등화가 심화될 것이나, 글로벌 청정에너지 시장에 대한 장기적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다. 당분간 미국 내 화석연료나 원자력은 증가하고 기술가격이 비싼 해상풍력은 대폭 감소하는 등 기술에 따라 향방이 갈릴 것이다. 지난 3월 초 LNG 수출 관련 180억 달러 규모의 신규 투자가 발표된 반면, 해상풍력 등 재생에너지 투자 철회 발표가 병존하는 상황이다.  글로벌 에너지 전문 기관인 블룸버그 NEF 및 우드맥킨지 등의 분석을 종합하여 보면, 트럼프 행정부의 재집권으로 향후 10년간 태양광 및 풍력 등은 17%~30%까지 신규 설치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에서 발표한 ‘2025 재생에너지 용량 통계’에 따르면 작년 기준 글로벌 재생에너지 신규 설치 용량이 585GW, 중국이 374GW인 반면 미국은 43GW로 집계되었다. 이는 미국의 재생에너지 감소가 글로벌 추이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지 않음을 나타내며, 오히려 전력인프라를 대폭 확충하고 금리를 낮추려는 트럼프 2기의 정책은 청정에너지 보급에 기회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고, 미국 시장이 축소되면서 생긴 해상풍력 설치선 등 유휴 장비가 증가하는 것은 미국 외 재생에너지 신규 설치에 기회요인으로 볼 수 있다. 더욱이 미국 내에서도 절반 이상의 주정부가 재생에너지 보급 정책을 시행하고 있고, 그 중 공화당이 우세한 주에서도 연방 정부의 청정에너지 지원 혜택을 많이 받고 있어서, 연방 정부의 인허가가 필요한 해상풍력을 제외한 나머지 청정에너지 보급을 대폭 축소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마지막으로 국제협력 분야 전망은 미국의 파리협정 탈퇴 및 국제기후금융계획 철회로 국제사회 내 기후변화와 관련된 협력은 약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산유국을 중심으로 트럼프에 동조하는 주체들이 목소리를 키울 것으로 예상되는데, 트럼프 당선 직후 부산에서 개최된 UN플라스틱협약이 성안에 실패한 것도 사우디나 러시아 등이 감축합의를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였기 때문이다. 다만, 3월 초 연방대법원은 트럼프 정부의 대외원조 동결 행정명령 관련 완료된 업무에 대한 대외원조는 지속될 수 있도록 임시제한 명령을 내려, 향후 트럼프 정책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주목된다. 또한 트럼프의 기후협력 탈퇴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공백을 메우려는 중국 및 EU의 기후리더십 추구와 기업 및 NGO 등 민간 부문에서의 반사적 대응이 예상되므로, 글로벌 기후행동 모멘텀의 저하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파리협정 탈퇴 예고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당선 직후 개최된 제 29 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에서 2035년까지 연간 1조 3,000억 달러 이상의 기후기금을 조성하되 그 중 연간 3,000억불은 선진국 주도로 조성하기로 합의했고, 영국 및 일본 등은 강화된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발표한 사례도 있다.

 

기업에 대한 시사점

1. 기회요인 활용과 기술 차별화 

트럼프 2기의 정책 방향성이 한국의 탄소중립 목표 및 이행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전망한 문헌들을 살펴보면, 기후대응 후퇴는 물론이고 관세 불확실성 및 공급망 교란 등 국내 기업의 부담 증가를 강조하는 견해가 많다. 하지만 이러한 위험 요인이 오히려 기회로 작용하는 측면도 공존한다. 상술한 트럼프 2기의 정책 변화 방향을 활용하면서도 한국의 강점 분야를 균형 있게 고려한다면 지속적인 발전을 기대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트럼프 2기 영향으로 인해 미국 내에서는 화석연료 및 원자력 등 단기적인 경제성과 안정성이 확보된 기술이 확대되고 관련 산업이 주목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에 중∙장기적인 기후 리스크를 대비하거나 청정에너지 산업 경쟁력에 있어서는 미국의 한계가 예상된다. 이에 기업은 단기 및 중장기의 영향뿐만 아니라 미국 및 그 외 시장을 모두 입체적으로 고려해 기회를 도모할 필요가 있다.

 

단기적으로는 상술한 트럼프 2기 전망 하에서 대중 견제로 인한 반사이익을 극대화하거나 단기적 수요가 급증하는 기술을 활용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미국 내에서는 대중 견제 강화로 인해 중국 업체의 진입이 어려운 태양광 및 에너지저장장치 시장 점유율 확대를 노려볼 수 있다. 예를 들어, 태양광의 경우 미국 상무부는 작년 11월 동남아산 태양광 제품에 반덤핑관세를 부과를 하겠다는 예비결정을 발표하였고 중국산 태양광 제품에 대한 관세도 높이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우리 기업의 태양광 설비공급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유리해진 측면이 있다. 최근 미국에서 전력망 안정성을 위해 도입이 증가하는 에너지저장장치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또한, 화석연료와 청정에너지가 공존하는 기술 확대가 전망됨에 따라 국내도 수요가 많은 수소 및 탄소포집활용저장(CCUS) 기술 협력을 증대시킴으로써 글로벌 표준을 리드하고 기술 가격을 낮추는 시도도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국가에너지회의 의장 인선 때 발표된 성명에 의하면 미국 내 전력공급이 대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기술력을 이미 인정 받은 전력 기기의 대미 수출을 늘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에너지기구가 작년 9월에 발간한 “US 2024 energy policy review”에 따르면, 미국 송전선의 70%는 최소 25년 전에 설치되었으며 대형 변압기 평균 연령은 40년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할 때 송배전망을 포함해 변압기 등 전력인프라 경쟁력을 갖춘 우리 기업에게는 미국이라는 중요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기회로 보인다. 이를 통해 확보한 시간과 자원을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에 활용하는 것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중국의 청정에너지 기술 지배력이 미국 시장을 제외한 글로벌 시장에서 오히려 커질 가능성이 있다. 블룸버그 NEF 분석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청정에너지와 관련된 태양광, 배터리, 풍력, 수소 등 11개 주요 기술의 공급망을 이미 중국이 대부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2030년 탄소배출정점, 2060년 탄소중립 목표를 설정한 중국은 태양광 및 풍력발전 보급 목표를 6년 앞당겨 작년에 이미 달성했고, 2035년까지 전기차 판매 목표는 10년 앞당겨 올해 달성 예정이며, 탄소배출정점은 약 5년 앞당겨 작년 혹은 올해 정점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을 정도로 중국의 기후변화 대응은 산업육성의 결실과 더불어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AI 등으로 전기 수요가 총 에너지 수요보다 6배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전기화 시대에 청정기술의 가격경쟁력을 더욱 견고하게 강화해 글로벌 시장 장악력을 제고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시장 외에서 중국의 청정에너지 기술과 가격으로 경쟁하는 것은 어려운 바, 차별화된 기술 확보에 집중해야 한다. 예를 들면, 태양광은 초고효율 소재, 풍력은 가치사슬 확대, 배터리는 안전한 고밀도 저장, 전력 기기는 ICT접목 등이다. 이미 우리 기업은 상술한 청정에너지 분야에서 다양한 요소 기술들을 보유하고 있어 차별화된 기술을 접목할 기반은 마련되어 있다고 판단된다. 다만, 기술 수요를 만들어 내는 정책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하에서, 차별화 기술을 찾고 투자의사결정을 할 때에는 청정에너지 특허 DB와 같은 객관적인 데이터를 참고해 불확실한 의사결정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 전세계 특허 중 약 3백만건에 달하는 기후기술 특허를 빅데이터 분석할 경우, 회사별로 어떤 차별화 기술이 유망한지, 경쟁사의 기술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를 상세하게 데이터를 기반으로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2. 제품 탄소배출정보의 경쟁력 

분야별 전망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트럼프 2기 중 배출기준 및 기후공시 등 환경규제는 완화될 전망되지만 탄소국경세와 같이 자국의 산업경쟁력 제고에 도움이 되는 정책은 도입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데, 이미 시행이 확정된 EU 탄소국경조정제도(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 CBAM)에는 어차피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다. 과거에는 공장의 배출량 정보가 규제 대응을 위해 필요했다면, 앞으로는 제품의 탄소배출량 정보가 수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나아가 탄소를 중심으로 하는 온실가스 배출량 정보는, 탄소국경세 대비뿐만 아니라 감축 기술에 대한 투자 및 집행, 배출권거래제 대응고객사 요청 및 ESG공시 대비 등 회사의 재무적 가치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이슈와도 긴밀히 연계되어 있다. 따라서 탄소배출정보는 배출 점검 수준에서 나아가, 제품 경쟁력 제고를 위한 의사결정의 근거자료로서 관리 수준을 제고해야 한다. 

 

이미 탄소국경세 도입이 EU에서 영국 및 호주, 대만 등으로 확대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응이 필요함은 물론이고, 탄소국경세는 거래 대상이 되는 제품 단위의 배출량에 근거해 수출 제품 톤당 추가 탄소비용이 부과될 예정이므로 제품의 원가∙판매 경쟁력에 직결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한 EU 배터리법이나 에코디자인법 등이 속속 발효되면서 제품의 탄소정보 공개의무화가 시작되고 있고, 이는 일정 수준의 제품 탄소배출 요건을 준수하지 않은 경우 EU 내 시장에서 유통 자체가 어려워 수출길이 막히는 상황까지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EU처럼 수입하는 제품에 대해 탄소가격 부담이 이미 확정된 시장부터 우선적으로 수출 제품의 탄소배출량을 관리하고 감축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EU 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예로 들면, CBAM 대상 품목의 제품별 탄소배출량에 근거하여 이를 측정(Measurement), 보고(Reporting), 검증(Verification)하도록 할 뿐만 아니라, 해당 배출량에 버금가는 CBAM 인증서(Certificate)를 구매하도록 한다. 2023년 10월부터 2025년 12월 31일까지는 전환기간으로써 보고 의무만 주로 부과되고 있으나 이 역시 실무적으로 혼선이 매우 많은 상황이다. 실제 인증서 구매 및 비용 부담이 확정되는 연도부터 더욱 혼란이 야기될 수도 있는데 , 최종 수출입 제품의 제품 단위당 탄소배출량에 대한 세부적인 분석이 고도화되지 않아 비용 분석에 한계가 있고, 이는 비용 부담 주체의 불명확성 이슈로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추가로 아직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으나, CBAM이 관세의 성격을 띄고 있어 기존의 전통적인 무역 구제(Trade Remedy)와 유사하게 우회(Circumvention)나 회피(Evasion), 원산지(Origin) 이슈로도 확대될 잠재적인 리스크도 존재한다.  

 

이에 기업은 인증서 구매 등 탄소비용이 부과되는 확정 기간 이전에 철저한 현안 분석을 선행하여야 한다. 우선 회사가 생산하는 제품이 점점 확대되어 가는 탄소국경세 대상 제품에 속하는지 확인하고, EU 집행위원회가 제공한 커뮤니케이션 템플릿 등의 가이드에 따라 준비도 점검 및 관련 보고 기준 정립, 위험 노출도 평가 등을 기초로 시행한다. 또한, 세부적으로 제품별 배부 및 보고 방법, 부담액 배부 방식에 따른 시나리오별 CBAM 부담 비용 영향도 검토해야 한다. EU CBAM은 확정기간 이전까지 지속적으로 하위법령 채택을 통해 제도 설계를 고도화하고 있다. 이에 기업은 하위법령들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탄소국경세로 인한 부담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제품 단위 탄소배출정보를 정비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단계적으로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향후 정부의 기후정보공시 의무화나 이미 시작된 고객사의 탄소정보요청에도 대응할 수 있음은 물론이고, 중국 등 경쟁국 제품 대비 한발 앞선 저탄소제품으로 이미 제품의 탄소 감축을 의무화하기 시작한 선진 시장부터 경쟁력을 확보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Outro

트럼프 2기의 기후변화 정책을 전망해 보고, 관련하여 기업들이 기후변화 대응 관점에서 고려할 요소들을 살펴보았다. 결론적으로, 트럼프 2기의 정책 변화로 인해, 기후국제협력은 약화되고, 미국 내 에너지는 기술별 차등화가 심화되며, 환경 분야의 규제가 완화될 가능성이 높지만, 중장기적으로 국제사회에의 영향에는 한계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우리는 1.5℃ 저지선의 붕괴로 인해 트럼프 대통령의 영향보다 거대한 기후 불확실성의 영향에 노출되고 있어, 기후변화 대응은 여전히 장기적으로 부담스러운 숙제로 다가오는 상황이다. 

 

또한 청정에너지 기술 확산, 탄소국경세를 포함한 탄소배출규제 등의 논의는 미국이 이를 홀로 지연하거나 철회하기에는 이미 거대한 추세를 형성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기업들은 관련 기술의 확보와 탄소배출 정보관리에 있어 위험을 줄이면서도 오히려 기회 요인을 발굴하고 이를 경쟁력으로 활용할 방안을 마련하도록 노력할 시점이다. 

 

한국은 GDP대비 수출입비율이 90%에 육박하는 만큼, 정부 역시 트럼프 2기의 상황을 냉정하게 분석하여 단기 및 중장기 정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특히 올해 내로 2035년 NDC설정 및 제4차 배출권거래제(ETS) 할당이 예정되어 있으므로 이를 통해 기업이 탄소배출 관련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가격 시그널을 주어야 할 것이고, 한국판 IRA같은 종합지원책을 마련해 기술 수요 및 시장을 형성해 줌으로써 기업의 관련 기술투자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트럼프는 임기가 있지만, 기후변화는 임기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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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5년04월23일 21시40분
  • 최종수정 2025년04월23일 21시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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