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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는 동력을 상실하고 표류
세계화는 동력을 상실하고 표류하고 있다. 정책현장에서, 언론의 관심에서 , 대중들의 일상에서 세계화가 잊혀진 지 근 이십년이 되어간다. 그 분기점은 WTO 차원의 전 세계적 무역자유화협상이었던 도하개발의제(Doha Development Agenda. DDA) 가 2008년에 결렬되고 우연히도 그해에 세계금융위기가 발발하였던 시기와 겹친다. DDA 협상결렬은 그때까지 꾸준히 줄기차게 확대되어 온 무역자유화에 급제동을 걸었고 세계금융의 메카인 월가에서 폭발한 금융와해는 자본자유화에 대한 믿음을 뿌리부터 흔들었다.
속도는 줄었으나 항해를 계속하고 있던 세계화호가 좌초의 위기에 진입한 것은 2017년 취임한 트럼프 1기때부터이었다. 트럼프는 중국을 미국의 패권경쟁자로 규정하고 중국에 대한 각종 경제제재조치를 발동하기 시작했다. 수입품에 대한 추가관세부과, 첨단기술제품의 수출규제, 기술보호장벽구축, 중국기업의 대미직접투자와 미국기업의 대중직접투자규제등 전방위적인 보호무역조치가 취해졌다. 무역장벽은 미국과 중국간 국경을 넘어서 복잡한 공급망으로 얽혀 있는 제3국의 대중국 경제거래에도 제약을 가하여 세계화는 중대한 도전에 직면하게 되었다.
바이든 행정부에 들어와서도 대중제제는 강도를 높이면서 지속된 데다가 설상가상으로 2020년부터 4년간 전세계를 휩쓴 코로나19는 천문학적인 인명피해는 물론이고 경제에도 심각한 타격을 입혔다. 특히 생산의 차질과 물류망의 붕괴는 세계화된 생산네트워크의 취약성을 여과없이 노정시켰다. 자동차에 들어가는 값싼 반도체의 공급이 막히니까 자동차생산이 전면 중단되는 사태는 비용절감을 위한 아웃소싱에 마냥 의존할 수 만은 없다는 경각심을 불러 일으켰다. 그 결과 기업들은 공급망재편에 나서고 되었고 정부 역시 반도체와 같은 전략상품을 비교우위에 따른 자유무역체제에 맡길 수 만은 없다는 경제안보관을 가지게 되었다.
트럼프 재선 이후 세계화는 좌초에서 침몰단계로 떨어질 지도 모른다
트럼프의 재선 이후 세계화는 좌초에서 침몰단계로 떨어질 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을 떨쳐 버릴 수가 없다. 1기때의 대중제제를 더욱 강화하는 수준을 벗어나서 유럽, 캐나다, 멕시코, 인도 등으로 관세를 앞세워서 파상적인 공세를 취하고 있다. 물론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트럼프의 관세부과는 다목적용이다. 일석이조, 삼조의 효과를 노리는 무기인 것이다. 트럼프의 관세사랑은 익히 알려 졌는데 오죽하면 “tariff is beautiful”이라고 까지 했겠는가?
관세수입, 국내산업보호의 전통적 기능이외에 마약과 불법이민의 해결을 위한 협상무기로 활용하고 있다. 나아가서 무역수지흑자국에 대해서는 미국에 수출하는 대신에 미국에 공장을 세우라는 압박용으로 이용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좋은 일자리도 늘어나니까 일석사조, 오조의 신통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하는 모양이다.
탈세계화현상의 기저에는 어떤 요인들이 작용하고 있나
표면적으로 나타나는 탈세계화현상의 기저에는 어떤 요인들이 작용하고 있을까? 한마디로 말하면 세계화의 이익이 국가별, 계층별로 매우 불평등하게 귀속되었다는 것이다. 단순화시키면 최대 수혜국은 중국이고 최대 피해국은 미국이다. 중국은 2001년 WTO에 가입하여 자유무역물결에 올라탄 이래 미국시장을 비롯한 전세계에 수출품을 쏟아 부었다. 세계의 공장이 되어서 수출주도의 고도성장을 이루었으며 수억명의 빈곤층이 중산층으로 상승하였다. 인류 역사상 가장 두드러지는 경제성장과 사회 변화를 이룩하였다.
반면에 미국은 전통적인 제조업이 초토로 변하였고 문을 닫은 공장들이 밀집해 있던 동북부 도시들은 rust belt의 오명을 뒤집어 쓰게 되었다. 실업의 범람과 지역경제의 몰락은 당연히 정치적 불만을 야기할 수 밖에 없었다. 트럼프의 두 번에 걸친 대통령 당선에는 세계화의 불만에 가득 찬 백인노동자들의 지지가 큰 역할을 하였다. IT, AI, 금융부문에서 좋은 일자리가 많이 생겼다는 세계화의 복음은 공장에서 실직하고 저임금 서비스업으로 쫓겨난 노동자들에게는 빛좋은 개살구이었을 뿐이다.
물론 미국 제조업의 몰락을 중국의 탓으로만 둘릴 수는 없다. 일본 공산품의 수출공세와 그 뒤를 이은 한국 등의 미국시장 잠식이 이미 타격을 가하고 있었지만 결정타는 중국의 물량공세이었다. 일자리를 잃은 유권자들이 보기에는 어느 나라이건 상관없이 세계화 함대에 승선한 침략자로 비치게 되었다.
미국에서 세계화를 밀어붙이는 경제의 작용에 저항하는 정치의 반작용은 반세계화, 탈세계화의 기폭제가 되었다. 경제와 정치의 대립, 긴장관계는 심화되고 표심에 좌우되는 정치인들은 세계화가 허물어 놓은 국경장벽에 새로운 벽돌을 쌓을 수 밖에 없었다.
다른 나라들은 어떤가? EU와 일본등 선진국, 한국 등 후발선진국, 중국과 인도 등 신흥강대국, 중남미와 아프리카의 후발국들 모두 세계화의 이익을 한껏 향유하였으면서도 미국에 대항해서 세계화를 지속해야 한다고 외치지 못한다. 왜냐하면 그들은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화를 추종하는데 익숙해 있어서 스스로 앞장서서 이끌어 나가는 의지와 능력이 아직은 갖추어 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트럼프대통령은 그동안 미국이 호구이었다는 피해의식을 가지고 있다. 더 이상 다른 나라들이 일방적으로 수혜자가 되는 기울어진 세계화는 집어치우겠다고 작정했다. 그리고는 모든 국가를 향해서 일방적인 요구를 내걸고 관철될 때 까지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창의적, 도발적, 고압적인 언행으로 일관하고 있다.
관세전쟁의 서막이 올라가고 있다
트럼프의 경이로운 접근법은 벌써 상대국들의 반발과 보복을 불러 오고 있다. 관세전쟁의 서막이 올라가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것인가? 전면적인 관세전쟁은 공멸을 결과한다는 점은 대공황 때 이미 경험하였다. 그때보다도 훨씬 더 상호의존적인 지금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그러므로 무한정 에스컬레이터한다기 보다는 어느 선에서 협상이 이루어 질 것이다.
트럼프의 목표는 세계화이익의 균형인데 그는 무역수지를 균형의 지표로 생각한다. 미국의 무역적자가 균형내지는 흑자로 돌아 설 때까지 관세전쟁을 불사하겠다는 작정이다. 미국과 흑자를 기록하는 나라들이 수입을 늘리고 수출을 줄이고 미국에 더 많은 공장을 지어야 한다고 요구한다.
다른 나라들이 단결해서 대미항쟁을 할까?
다른 나라들이 단결해서 대미항쟁을 할까? 사리를 따지자면 그렇게 하는 것이 답이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각론에서 각국의 이해가 엇갈리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리더쉽을 발휘할 나라가 떠오르지 않는다. 중국? EU? 일본? 한국 등 중진국 연합? 이들 어느 나라도 2차대전 후에 미국이 가졌던 국제질서의 비전과 국력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 그러니 각자도생으로 미국의 요구에 응하면서 비위를 맞추는 형국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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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입력 2025년03월31일 12시13분
- 최종수정 2025년03월31일 14시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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