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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사랑방] <AI특집> 인공지능 없는 ‘불편함’ 가득한 낭만적인 선거를 바라면서…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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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입력 2025년02월18일 17시01분
- 최종수정 2025년02월17일 10시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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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이 만든 가장 위대한 제도 ‘선거’ … 선거의 맹점
정치판에서 자리에 맞는 최적의 인물을 뽑은 선거에 대다수가 동의하는 훌륭한 인물이 후보로 나오지 않은지 이미 오래되었고, 이제 선거를 통해 차선, 차차선이 아닌 차악의 선택을 하는 경험을 하기도 한다. 더 냉소적으로 보면 선거는 표를 얻기 위한 선동이나 포퓰리즘에 유권자들이 넘어가 세상에 큰 해악을 끼칠 수 있는 후보를 뽑는 제도로 보인다.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아돌프 히틀러도 폭력적인 방법을 동원했지만 선거를 통해 독일의 수상 자리에 올랐고, 오늘날에도 러시아나 베네수엘라와 같은 국가들에서는 형식적으로 민주적 선거를 실시하지만 실제로는 권위적인 통치가 이뤄지고 있다. 이렇듯 정기적으로 선거가 이뤄지고 있음에도, 언론의 자유나 정치적인 의견을 낼 수 없고, 선거의 공정성이나 투명성이 의심받는 선거독재체제가 21세기에도 여전히 존재한다. 보다 실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선거의 맹점은 아주 오랜 역사를 가진 반간계(反間計)이다. 공약중심의 정면승부가 아닌 가짜뉴스를 이용해 유권자를 속이고, 상대후보를 기만하는 선거운동은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반간계의 최첨단 기술인 인공지능 기반 딥페이크 가짜뉴스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IT에 익숙하지 못한 이들도 우려할 정도로 심각성이 크다.
▮ 선거운동에서 인공지능의 역할
인공지능이 이제 한 국가의 명운을 정할 정도로 중요해지고 다양한 산업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선거운동이나 정치판에서도 활용되고 있다. 여기서 이슈는 인공지능의 문제점이나 부작용이 제기되면 다수가 원하는 방향 또는 사회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개선되고 있는 다른 산업과는 다르게, 선거운동이나 정치판에서는 문제점 개선도 더디고 그 폐해가 너무나 심각하며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이다. 당선이 되는 시점이 정해져 있고, 그 전에 다수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아야만 하는 선거에서는 순식간에 여론을 뒤엎을 수 있는 확실한 수단인 인공지능을 이용한 가짜뉴스의 유혹은 민주주의 근간에 대한 큰 위협이다. 이미 수년전부터 학계를 중심으로 인공지능 기반의 이미지 생성기가 선거 공정성과 민주주의를 위협할 수 있다고 우려해왔고, 빅테크 기업에서도 인공지능 모델의 불완전성과 유해 이미지 생성에 대한 문제제기는 있어왔다. 하지만, 결승점이 정해져 있는 단기 승부인 선거라는 승자독식 제도에 대한 정치인들의 대처는 여전히 미흡하다 못해, 특정 정파나 정치적 음모론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수익 추구형 팬덤 비즈니스에 좋을 재료로 사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 인공지능의 역습 ... 가짜가 진짜로 여겨지는 시대
대다수의 선진국들이 인공지능을 핵심산업으로 육성하고 있지만, 인공지능을 이용한 가짜뉴스나 알고리즘에 대한 문제점 해결에 대해서는 요원하다. 가짜뉴스를 탐지하기 위해서는 더 고도화된 탐지 알고리즘과 신뢰 가능한 데이터로 학습된 인공지능이 필수적이다. 가짜뉴스 탐지는 고사하고 오히려 편향된 검색 알고리즘으로 인해 가짜뉴스가 확산되고 있고, 정치적 도구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대표적으로 유튜브는 조회수를 올려 광고수익을 극대화 하는 것이 기본 원칙으로 이용자의 취향을 살펴 좋아할만한 콘텐츠를 추천하고, 네이버는 입맛에 맞는 언론사를 지정하여 이용자에게 이들 언론사를 볼 수밖에 없도록 강제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 플랫폼을 이용하고 있는 이용자들이 플랫폼에서 보고 있는 콘텐츠가 세상의 전부라고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가짜뉴스가 진짜뉴스로 바뀌는 순간이다. 세대·성별을 갈라치고, 진실마저도 가짜가 되는 왜곡된 정보가 끊임없이 재생산되며, 특정인과 정치집단이 제시하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신봉하며 하나의 이데올로기로 만들어 버리는 현상도 접하게 되는 시대가 되었다.
▮ “인공지능의 선거개입은 NO” … 낭만은 불편함에서
이미 미국과 인도를 비롯한 전 세계적으로 인공지능 기술을 출시하기 전 정부와 테크기업에서 ‘신뢰할 수 없는’ 인공지능 기술을 검증하기 시작했다. 승자가 모든 것을 가져가는 전쟁과 같은 선거판에서 인공지능으로 편리하게 만들어 배포되고 있는 정보가 진짜인지 스스로의 노력으로 불편하게 검증하라는 식의 복잡한 선거제도는 유권자에게 충분한 신뢰를 줄 수 없다. 인공지능으로 대표되고 있는 디지털 기술로 모든 것을 빠른 시간 내에 해결하고 그 어느 시대보다 세상이 빠르게 변하는 중심에는 ‘편리함’이라는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세상에서 태어난 MZ 세대들은 느림과 낭만을 ‘불편함’으로 느끼고 즐기고 있는데, 필름 카메라에 열광하고 있고, ‘치지직’거리는 잡음이 있는 LP나 카세트 테이프로 듣는 음감에 대한 관심이 대표적이다. MZ세대들이 경험하지 못한 기성세대들이 이미 겪은 ‘불편함’을 통해 MZ세대들은 경험하지 못한 시절의 향수를 느끼며 ‘낭만’을 찾는 것이다. 많은 정치인들이 MZ세대인척 하거나 MZ세대를 이해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한국 정치사에 큰 전환점인 시대에 낭만적이고 불편한 선거제도를 만들어보면 어떨까한다. 인공지능이 없었던 시절 아내를 버리지 못한다는 대선후보 연설을 듣기 위해 서울역 광장에 나가보기도 하고, 내가 투표한 후보의 당선을 확인하기 위해 새벽까지 잠 못 들었던 낭만적인 우리들의 MZ시절을 돌아보자. 선거만큼은 익숙해져 버린 인공지능을 뒤로하고 조금은 불편한 선거로 뜨거웠던 우리들의 젊은시절 낭만을 부모세대, 그리고 MZ세대들과 함께 느껴볼 날이 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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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입력 2025년02월18일 17시01분
- 최종수정 2025년02월17일 10시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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