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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호의 전통문화 반딧불이 <8> 지속 가능한 K-pop 위엄–전통문화로 재탄생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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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입력 2025년02월18일 16시01분
- 최종수정 2025년02월17일 10시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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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전통문화에는 독자적 가치 창출의 특별함이 있다. 그것은 단순한 대륙 반도의 문화성을 넘어 다양한 세계 문화를 수용할 수 있는 포용력인데 특히 K-pop에 잠재된 전통문화는 단순한 장식적 차원을 초월해 현대성과 전통성이 어떻게 융합하고 재해석되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로 나타나고 있다. 기본적인 서구의 팝 음악 구조와 퍼포먼스를 기반으로 하지만 그 속에는 한국의 전통음악, 무용, 미술, 한복 등의 요소가 자연스럽게 녹아나 있으며 재융합을 통한 가치 창출로 다양한 우리의 민족성을 표현 중이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사례를 찾을 볼 수 있다.
1. 음악적 요소 - 국악의 현대적 변용
K-pop에서 국악적 요소를 사용하는 방식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 리듬과 장단의 차용이다. K-pop의 비트는 주로 서구적인 4/4 박자가 중심이지만, 국악 특유의 3/4 구조를 활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BTS의 “IDOL”이란 곡은 사물놀이 장단을 샘플링하여 리듬에 반영했고, Stray Kids의 “소리꾼(Thunderous)” 역시 같은 방식으로 전통과 현대를 잇고 있다. 두 번째는 국악기 샘플링 및 변형이다. 다양한 가야금, 해금, 대금 등의 소리를 K-pop 사운드 스펙트럼에 녹이는 시도를 하고 있다. 예를 들어 Agust D의 “대취타”는 태평소 선율을 주요 멜로디 라인으로 삼아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냈으며, 과거 서태지와 아이들의 “하여가”에서는 경기 전통음악 능게 가락을 차용하여 곡의 개성을 살렸다. 세 번째는 판소리적 창법과 발성 기법의 활용이다. 전통 판소리에서 사용되는 ‘질러내기(통성)’, ‘꺾기(다루)’ 등의 기법이 K-pop 보컬 스타일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송가인 같은 트로트 가수뿐만 아니라, ATEEZ의 김홍중이나 Stray Kids의 창빈처럼 강렬한 발성을 사용하는 아이돌 래퍼들도 판소리의 ‘강조 발성’ 기법을 변형 중이다.
2. 퍼포먼스와 안무 - 전통무용의 현대적 활용
K-pop 퍼포먼스에서는 한국 전통무용이 안무로 차용되는 사례가 많다. 예를 들어 전통의 부채춤과 검무는 많은 사례를 찾아볼 수 있는데 지난 2023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인디오 코첼라 밸리에서 개최된 <코첼라 페스티벌>에 참석한 BLACKPINK는 한옥 단청, 부채춤을 현대적 스타일로 변형하여 한국적 미를 표현했으며, VIXX의 곡 “Shangri-La”에서는 한국 전통 의상을 입고 부채를 활용한 안무가 강조되어 많은 주목과 애정을 받았다. 또한, TXT의 “Sugar Rush Ride” 퍼포먼스에서는 검무의 흐름을 연상시키는 움직임으로 한민족의 역동성을 피력했다. 한편 전통춤과 함께 전통연희 동작에서도 많은 차용이 이어지고 있는데 전통탈춤과 가면극을 이용한 역동적인 기법이 바로 그것이다. ATEEZ의 “HALA HALA” 뮤직비디오와 무대에서는 한국 전통탈춤에서 영감을 받은 가면과 동작이 나타났으며 Stray Kids의 “소리꾼(Thunderous)”도 한국 전통 탈과 익살스러운 몸짓을 안무에 적용하며 전통연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때론 무속적 움직임과 샤머니즘적 요소도 도입되곤 했는데 Dreamcatcher의 퍼포먼스는 종종 샤머니즘적 제의에서 영향을 받은 듯한 강렬하고 신비로운 동작을 보여주었으며, TAEMIN의 “MOVE”는 느린 템포의 현대적 움직임 속에서 한국 전통무용의 유연한 곡선미를 선보였다.
3. 시각적 요소 - 한복과 전통 미학의 현대적 적용
다양한 K-pop에는 전통 한복을 현대적 스타일로 변형하여 무대 의상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BTS의 2020 MMA 무대에서는 개량 한복을 입고 전통과 현대를 접목한 무대를 선보였으며, BLACKPINK의 “How You Like That”에서도 한복의 곡선미를 살린 의상을 착용하여 한복을 기반으로 한 K-fashion의 글로벌 트렌드를 주도했다. 또한, K-pop 뮤직비디오에서는 전통 건축, 병풍, 문양 등을 배경 요소로 자주 활용하고 있는데 한국대중음악상을 수상한 NUCK(넋업샨), 나찰, 피타입(P-TYPE), MC Meta의 “불한당가”에서는 창의적인 전통 창 문양과 전통 등의 독특한 세트 디자인을 선보였으며 VIXX의 “Shangri-La”는 도교적 분위기와 한국 전통 건축을 결합하여 독특한 미학을 연출했다.
4. 서사적 요소 - 한국 신화와 서사의 재해석
전통의 신화적 캐릭터화, 서사적 사실을 승화시키는 작업이 시작된 것 또한, K-pop의 특징이다. EXO의 초능력 콘셉트는 한국 신화에서 신들이 각기 다른 능력을 갖춘다는 점에서 착안한 것으로 보이며, Dreamcatcher는 한국 전통 귀신 이야기와 서구적 고딕 미학을 융합하여 독창적인 세계관을 만들었다. 특히 Agust D의 “대취타”는 조선시대 궁중음악 대취타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며 곡의 배경으로 사용했다.
5. K-pop과 한국적 공동체 의식 - 팬덤(fandom)문화와 전통적 관계망
K-pop의 팬덤문화 역시 한국적 공동체 의식과 연관이 있다. K-pop 객석을 채운 애호가의 팬덤 ‘응원법’(chanting culture)은 한국의 스포츠 경기나 응원 문화에서 보여주고 있는 집단적 리듬과 구호를 맞추는 방식의 한국 전통문화적 특성을 반영한다. 또한, 한국 전통적으로 관계를 맺는 방식인 ‘연(緣)’의 개념은 K-pop 팬덤문화에서도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이는 아티스트와 팬 사이의 유대감을 강조하는 방식이 한국의 공동체적 정서를 반영하고 있다는 증거인데 K-pop에 내재한 전통과 현대의 융합이 단순한 서구 pop 문화를 차용한 것이 아니라 한국의 전통문화를 현대적으로 변형하여 독창적인 장르로 만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제 우리의 K-pop이 한국 전통문화의 요소를 많이 담아 현대적 감각으로 더욱 풀어내고 유지할 수 있도록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하겠으며, 전통의 다양한 접목과 시도를 위해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국가유산청, 국립국어원, 국립국악원, 국립극장 등 국공립 전통문화 및 예술단체와 전문 민간 전통예능인과의 교류, 협력도 함께 활발히 이어져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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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입력 2025년02월18일 16시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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