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호의 사이버보안 이야기 <26> 자율주행의 연결망을 지키는 보이지 않는 방패: 지상 안테나와 위성통신 보안 > News Insight

자율주행의 약속, 그러나 간과된 위협

2025년의 어느 날, 자율주행 차량이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차량은 위성과 연결된 네트워크를 통해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받아 경로를 수정하고, 주변 상황에 맞춰 속도를 조정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차량이 멈췄다. 위치 정보가 업데이트되지 않았고, 경로 데이터가 이상한 값을 반환했다. 뒤늦게 밝혀진 사실은 충격적이었다. 이 차량이 의존하던 위성통신의 신호가 재밍(Jamming) 공격을 받아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이다.

이 사건은 단순한 차량 고장으로 끝나지 않았다. 같은 네트워크를 사용하는 여러 차량이 동시에 신호를 잃으면서 도로는 혼란에 빠졌고, 운전자들은 자율주행 기술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 이 사례는 위성통신이 자율주행의 중추적 역할을 하지만, 동시에 치명적인 보안 위협에 노출되어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자율주행 시대, 위성통신의 중심 역할

자율주행 기술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선 차량 간, 차량과 인프라 간의 실시간 데이터 교환이 필수적이다. 도심에서는 기지국과 와이파이 네트워크를 통해 연결이 가능하지만, 교외 지역이나 통신 기지국이 없는 지역에선 저궤도 위성(LEO)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저궤도 위성은 지구와 가까운 궤도를 돌며 빠른 데이터 전송을 가능하게 하고, 끊김 없는 네트워크를 보장한다.

특히 자율주행 차량은 도로 상황, 날씨, GPS 위치 등을 초 단위로 업데이트 받아야 하기 때문에 위성통신 없이는 안정적인 주행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위성과 차량 간 데이터를 중계하는 역할을 하는 지상 안테나가 없다면, 이 모든 연결망은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지상 안테나는 위성통신 네트워크의 허브 역할을 한다. 위성과 지구 간 데이터를 송수신하며, 이를 차량과 연결된 네트워크로 전달한다. 자율주행 차량이 의존하는 모든 정보가 이 지점에서 처리되고 분배된다.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지상 안테나가 여러 사이버보안 위협에 취약하다는 것이다.

지상 안테나의 보안 위협, 보이지 않는 위험

위성과의 데이터를 주고받는 지상 안테나는 단순한 하드웨어가 아니다. 이는 고도로 복잡한 소프트웨어 시스템과 네트워크 장비로 구성되어 있다. 이 시스템은 다음과 같은 보안 위협에 직면하고 있다.

1. 신호 방해(재밍)와 가로채기

공중으로 전송되는 신호는 해커들의 주요 표적이 된다. 신호를 방해하는 재밍(Jamming) 공격은 자율주행 차량이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받지 못하게 만들며, 이를 통해 차량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또한, 신호 가로채기(Interception)는 차량과 위성 간 주고받는 데이터를 탈취해 민감한 정보를 노출시킬 위험이 있다. 만약 자율주행 차량의 경로 데이터를 악의적으로 변경한다면, 이는 단순한 혼란을 넘어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2. 소프트웨어 해킹과 물리적 침입

지상 안테나는 소프트웨어로 운영되기 때문에 해커들이 이를 대상으로 공격할 수 있다. 만약 해커가 안테나 시스템에 접근해 데이터를 조작하거나, 안테나의 작동을 중단시킨다면 위성과 연결된 전체 네트워크가 마비될 수 있다. 더욱이, 안테나가 외딴 지역에 설치된 경우 물리적으로 접근해 장비를 손상시키는 위협도 존재한다.

3. GPS 신호의 취약성

GPS 신호는 자율주행 차량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핵심 기술이다. 하지만 GPS 신호는 약하기 때문에 재밍이나 스푸핑(Spoofing) 공격에 쉽게 노출된다. 해커가 가짜 GPS 신호를 보내 차량이 잘못된 위치 정보를 기반으로 움직이게 만들면, 차량 간 충돌이나 대규모 교통 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지상 안테나와 위성통신 보안을 위한 대응 전략

위성통신의 보안을 강화하고, 이를 지원하는 지상 안테나를 보호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해결책이 필요하다.

1. 종단간 암호화와 인증 강화

위성과 안테나 간 데이터는 종단간 암호화(End-to-End Encryption)로 보호해야 한다. 이를 통해 해커가 신호를 가로채더라도 데이터를 해독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 또한, 양방향 인증 시스템을 도입해 차량과 위성이 서로 신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2. 안티재밍 기술 도입

스펙트럼 확산(FHSS)과 같은 기술을 활용해 주파수를 무작위로 변경함으로써 재밍 공격을 효과적으로 방어할 수 있다. 또한, 신호 방해를 탐지하는 침입 탐지 시스템(IDS)을 구축해 위협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차단해야 한다.

3. 물리적 보안 강화

안테나가 설치된 지역에는 출입 제어 장치와 감시 카메라를 배치해 물리적 침입을 방지해야 한다. 특히 외곽 지역에 설치된 안테나는 무인 감시 시스템을 활용해 24시간 보안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4. 국제적 협력과 표준화

위성통신 보안은 단일 국가가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글로벌 기업과 정부는 협력해 보안 표준을 마련하고, 위협 정보를 공유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연결의 시대, 보안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 때

지상 안테나는 위성통신의 핵심 요소이자, 자율주행 기술의 생명선이다. 하지만 이 연결망이 안전하지 않다면 자율주행 기술은 결코 신뢰를 얻을 수 없다. 위성통신과 지상 안테나의 보안을 강화하는 일은 단순히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자율주행 시대의 안전과 신뢰를 지키는 필수 조건이다.

“지상 안테나의 보안은 위성통신을 보호하고, 나아가 자율주행의 미래를 지키는 가장 중요한 열쇠다.”

연결이 우리의 삶을 더 편리하게 만드는 시대, 그 연결을 지키는 보안이 없다면 혁신은 멈출 수밖에 없다. 우리는 지금, 보안을 통해 자율주행의 안전한 미래를 설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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