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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수-김민희 스캔들로 돌아보는 유책주의(有責主義):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5년01월26일 17시10분
  • 최종수정 2025년01월20일 15시49분

작성자

  • 정덕연
  • 엔터테인먼트/부동산 전문변호사

메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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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1. 홍상수와 김민희의 스캔들 

홍상수 감독과 연인관계로 알려진 김민희 배우가 홍상수 감독의 아이를 임신했다는 소식이 최근 전해졌다. 잘 알려져 있듯 홍상수 감독은 유부남이며 장성한 딸이 있지만, 김민희 배우와 함께 할리웃에서나 있을 법한 희대의 불륜 커플로 9년 동안 연애를 이어오고 있다. 홍 감독은 2016년에 자기 배우자에게 이혼 소송을 제기하였으나 2019년 이혼 청구가 기각되어 배우자와의 법적인 혼인 관계는 현재까지도 유지되고 있는 상태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커플은 동거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도 모자라 둘 사이에 새로운 생명까지 잉태가 된 상황이다. 

 

김 배우가 출산을 앞두고 있다니, 이 둘이 온갖 비난을 감수하고서라도 한 가정을 이루고싶을 만큼 서로 사랑하는 사이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런데 이쯤 되니 다시 궁금해진다. 2019년경에 가정법원은 왜 홍 감독의 이혼 청구 소송을 기각하여 이렇게까지 사랑하는 두 사람을 법적으로 갈라놓은 것일까? 

 

2. 우리나라의 이혼법제 

먼저 우리나라의 이혼법제를 간단하게 살펴보자. 우리나라의 이혼제도는 협의이혼과 재판상 이혼으로 이원화되어 있다. 두 사람 사이에 이혼에 관한 협의가 되지 않을 때 이혼을 원하는 일방이 다른 일방을 상대로 재판상 이혼을 청구하게 되며, 최근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약 75% 정도가 협의이혼으로 끝난다. 나머지 재산분할, 양육권 등에서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25% 정도가 재판상 이혼으로 가게 되며, 재판상 이혼사유는 민법 제840조에 6가지로 정해져 있다. 재판으로 이혼을 청구하는 사람은 민법에 규정된 6가지 사유로만 이혼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데, 민법은 혼인과 가정생활을 보호하기 위해서 이혼의 사유를 한정해놓되 그 중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라는 기타 조항을 두어 다양한 사유를 포괄할 수 있도록 해 놓았다. 다만 여기서 말하는 ‘중대한 사유’가 무엇이냐를 놓고 그 범위에 대한 의견 대립이 바로 그 ‘유책주의’냐 ‘파탄주의’냐 논쟁이 나오는 지점이다. 

 

3. 유책주의와 파탄주의 

간단히 말해서 ‘유책주의’는 이혼의 책임 소재가 누구에게 있는지를 주로 따지겠다는 것이고, ‘파탄주의’는 파탄이 났는지 아닌지 결혼생활 전반의 실제를 보겠다는 주의이다. 우리나라는 제840조 제6호 해석에 있어서 유책주의를 원칙으로 하는 입장으로, 법원은 이혼의 책임이 있는 자가 이혼 청구까지 하게 되면 무책주의자를 보호하기 어렵다는 것을 근거로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기각하여 왔다. 홍 감독의 이혼 청구가 기각당한 이유 역시 같은 이유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4. 홍 감독의 이혼 소송

가사사건 특히 이혼 사건 판결은 판결문 공개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아 홍 감독의 이혼 소송 판결문의 구체적인 설시는 알 수 없지만, 2017년 한 영화 시사회에서 홍 감독 본인이 둘의 불륜 관계를 선선히 인정한 점 등으로 미루어볼 때 홍 감독에게 가정 파탄의 책임이 있다는 사실은 법원에 현출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법원은, 대법원에서 2015년경 있었던 유책주의와 파탄주의에 관한 전원합의체판결의 결론을 그대로 따랐을 것이다. 당시 대법원에서는 대법관들의 치열한 논의 끝에 7:6으로 유책주의가 채택되었고,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는 허용되지 않는다는 결론이 났었다. 

 

당시 홍 감독은 항소하지 않았고 거기서 이혼 소송은 끝이 났지만, 김민희 배우의 임신 소식 즈음하여 홍 감독이 다시 한번 이혼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이야기가 나오는 배경에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우리나라 법원이 결국 파탄주의로 돌아서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유책주의에서 우려하는 상황이 현실에 더 이상 들어맞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홍 감독의 경우를 비추어 보더라도 명확하다. 

 

5. 유책주의의 근거와 홍 감독의 현주소

유책주의 진영의 근거를 보자. 먼저 파탄주의를 택할 경우 중혼(重婚)을 사실상 인정하게 될 우려가 있다고 한다. 간통죄도 폐지된 마당에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까지 인정하게 되면 마음껏 여러 혼인 관계를 하고 다니지 않겠냐는 말이다. 홍 감독의 경우 이혼 청구를 제기하였으나 기각당했으므로 배우자와 법적인 혼인 관계가 유지되고 있어 김 배우와는 법적으로 중혼적 사실혼 관계를 유지 중이다. 그런데 2019년 유책주의하에 홍 감독의 이혼 청구가 기각당한 이후, 유책주의가 우려하던 이 커플의 중혼적 사실혼 관계가 해소되었나? 그리되지 않고 오히려 아이까지 잉태되었다. 다시 말하면 유책주의로 결국 중혼적 관계가 방치되고 심화된 셈이다. 유책배우자의 이혼을 불허하는 것이 중혼상태를 해소할 수단이 될 수는 없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또 대법원은, ‘여성의 사회 진출이 대폭 증가하였더라도 우리 사회가 취업, 임금, 자녀양육 등 사회경제의 모든 영역에서 양성평등이 실현되었다고 보기에는 아직 미흡’하며, ‘이혼율이 급증하고 이혼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크게 변화한 것이 사실이더라도 이는 역설적으로 혼인과 가정생활에 대한 보호의 필요성이 그만큼 커졌다는 방증’이므로 유책주의가 필요하다고 한다. 

 

이른바 축출 이혼이라고 하는, 상대적으로 사회‧경제적 힘을 가진 남성이 새 장가를 들기 위해 다른 일방을 축출할 의도로 이혼을 제기한다는 우려를 나타낸 워딩이다. 그러나 설시 자체가 오히려 도식적으로 여성을 열후적 지위에 놓는 데다가, 가정생활의 보호를 이유로 허울뿐인 가정생활을 유지시키는 것이 진정한 보호인지도 의문이다. 홍 감독이 초보 감독 시절 경제적 능력이 없을 때에도 배우자가 경제적으로 먹여 살린 것은 물론 딸의 유학비와 생활비까지 배우자가 지원하고 있다는 사실은 인터뷰를 통해 이미 밝혀졌다. 또한 홍 감독의 아이가 태어날 경우 4명의 사람이 고통을 받게 되는데, 법적 배우자와 그 딸은 법적으로는 가정생활이 유지되면서도 현실에서는 배우자와 아버지가 부재한 이중적 상황에 놓이게 된 게 현실이고, 김민희와 새로운 자녀의 경우 법적인 배우자와 자녀로서의 보호를 받지 못하게 된다. 이 경우 강제적으로 혼인 상태를 유지 시키는 것이 인간의 존엄과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규정한 헌법정신에 부합한 결정이라고 볼 수 있을까. 오히려 이혼을 허용하는 것이 행복추구권은 물론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한다’는 헌법 제36조 제1항에도 부합한다. 

 

물론 한 가정의 행복을 제3자가 판단할 수는 없다. 홍 감독이 다시 큰소리치면서 집에 들어와 줄 것 같다고, 자기는 이혼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하던 홍 감독의 배우자의 인터뷰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그런 사람에게 이혼을 ‘당하게’ 하는 것이 얼마나 더 마음 아프게 하는 것일지 그 마음은 누구도 헤아리지 못할 것이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껍데기뿐인 혼인 관계를 유지 시키는 게 배우자를 위한 것이라고 볼 수도 없다. 유책주의이든 파탄주의이든 배우자와 그 자녀의 마음을 모두 헤아릴 수는 없다면, 적어도 혼인 관계의 실질에 따라 법적인 관계도 같이 가는 것이 서로 재기하여 행복한 미래를 도모하는 데 좋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6. 유책주의: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홍상수 감독의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영화를 재밌게 본 기억이 있다. 같은 남녀가 두 번에 걸쳐서 조우하게 되는데, 처음에는 가식과 거짓말 때문에 서로 이어지지 않았으나 두 번째 만남에는 솔직한 만남 끝에 이루어지는 내용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제목과 내용을 연관지어 보자면, 아마 가식적이었던 과거의 태도보다는 솔직한 태도를 지닌 지금의 태도가 더 맞다는 의미가 아닐까 한다. 인간사 두 사람의 진심 어린 관계 맺는 데에는 백번 맞는 이야기다. 

 

결혼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껍데기가 아닌 두 사람의 속 이야기, 두 사람의 실질이 유지되어야 의미 있는 혼인관계가 될 것임은 자명하다. 그렇다면 보호와 책임을 이유로 형식적인 혼인생활을 강요하는 유책주의는 지금은 맞지 않는 옷이 아닐까. 예전 시절에는 그게 맞았겠지만. 

<ifs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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