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에 ‘무조건 석방’ 선고, 사상 초유의 ‘중범죄자 대통령’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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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뉴욕 주 지방법원 머천(Juan Merchan) 판사는 지난 10일, 트럼프 차기 대통령에게 ‘무조건 석방(unconditional discharge)’ 판결을 내렸다. 이로써 20일 취임하는 트럼프 차기 대통령은 비록 ‘유죄’ 평결에 따른 형벌은 면하게 됐으나,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중범죄자(felon) 대통령’ 이라는 큰 오명을 기록하게 됐다. 트럼프는 2016년 대선을 앞두고 자신과 불륜을 저지른 포르노 여배우에게 입막음 돈을 지불하기 위해 자신의 기업 회계를 불법 조작했다는 34개 항목의 형사 범죄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은 결과, 작년 5월 동 법원 배심단이 ‘유죄’ 평결을 내렸다. 그러나, 담당 재판부는 유죄 평결에 대한 형량 선고는 대선 이후로 미뤘었다.
■ Merchan 판사 “초범에 차기 대통령이라는 정치적 영향 고려한 것”
이날 뉴욕 주 법원 머천(Merchan) 판사는 이번 선고에 대해 ‘대단히 이례적’ 이라고 전제하고 이번 판결이 대단히 어려웠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리고, 심사숙고한 결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초범이고 대통령 직무를 수행해야 하는 정치적 영향을 고려해서, 형벌을 부과하는 대신 ‘무조건 석방’을 판결한다고 선고했다. 트럼프가 ‘유죄’ 평결을 받은 34개 혐의는 최고 금고(禁錮) 4년을 선고할 수 있는 중범죄다.
머천(Merchan) 판사는 이번 재판처럼 독특한 분위기를 겪은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판결도 다른 어느 재판과 마찬가지 절차와 법률에 따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서, 트럼프가 받고 있는 34개 혐의 전체에 대한 판결한 것이라고 선언하고, 트럼프가 2기 집권 임기를 성공적으로 마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I wish you Godspeed as you assume your second term in office). 이날 머천(Merchan) 판사는 지극히 이례적으로 재판정 내에서 녹음 및 공개를 허용했다.
동시에, 머천(Merchan) 판사는 이번 판결에 대해 “미국의 최고 직위에 대해 침범하지 않고 적법한 판결을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도라고 생각했다” 고 판결 배경을 설명했다. 아울러, 트럼프가 향유하는 법률적 보호들은 결코 배심단의 평결을 지울 수는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CBS News는 이날 내려진 선고 형량에 대해, 트럼프가 일반인이었다면 이렇게 ‘관대한 판결’을 받을 수가 없었을 것이라고 평했다.
이 재판을 기소했던 뉴욕 검찰의 스테인글래스(Joshua Steinglass) 담당 검사는 “트럼프 피고는 형사 범죄를 저지르고도 아무런 반성도 하지 않고 자신의 목적 달성을 위해 의도적으로 우리 나라 사법 제도 및 법치주의를 경멸하고, 다른 사람들을 선동해서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배심단의 평결을 거부하도록 선동하고 있다” 고 준열하게 공박했다.
이에 반해, 트럼프는 온라인으로 출정해서, 판결 선고에 앞서 “이번 재판은 마녀사냥” 이라는 종전의 ‘무죄’ 주장을 반복했다. 그리고, 최후 진술에 뒤이어 형벌을 면하는 판결이 내려진 뒤에도 자신의 SNS에 글을 올려 “국민들이 보아 온 것처럼, 이번 사건은 범죄도, 손해도, 증거도, 사실도, 법률도 없다” 며, 재판 자체를 부정했다. 자기는 아무런 잘못도 저지르지 않았고 ‘완전히 무죄’ 라는 주장이다.
한편, 트럼프는 이번 선고를 ‘비열한 수작(despicable charade)’이라며 항소한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는 이번 재판이 자신의 대선 캠페인을 공격할 목적으로 상대 진영이 만들어낸 것이라는 주장을 되풀이하며 ‘아무런 이득도 없는 이런 날조에 대항해 항소할 것이고, 사법 제도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시킬 것’ 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이날 선고 직후에 지지자들에게 선거 자금 모금용 메일을 발송해서 선고 사실을 알리며 지지자들에게 선거 자금을 기부할 것을 독려했다.
■ “연방최고법원, 트럼프 측 선고 연기 개입 신청을 최종 기각 결정”
트럼프 변호인단은 작년 11월 대선에서 승리한 뒤, 현직 대통령은 형사 소추가 면제된다는 ‘면책특권’이 차기 대통령에게도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하며, 재판 자체를 기각하거나 선고를 연기할 것을 계속 요구해 왔다. 최근에는, 지난 7일 뉴욕 주 법원의 선고일 직전에 연방최고법원에 뉴욕 주 법원의 형량 선고를 중지시켜 달라는 개입 신청을 냈으나 연방최고법원은 선고 전날 ‘5 대 4’ 다수로 기각했다.
연방최고법원은 트럼프 측의 선고 연기 혹은 중지 조치 신청에 대해 “판결이 나오더라도 트럼프가 대통령 직무를 수행하는데 미치는 영향은 경미할 것” 이라는 이유로 동 신청을 기각하는 결정을 내렸다. 트럼프 차기 대통령은 이날 직접 법정에 나오지 않고 온라인으로 출정했으나, 판결이 내려진 뒤에 “나는 사법 제도에 대한 종전의 무한한 신뢰를 회복했다” 며 선고 결과를 반기는 메시지를 전했다.
현 연방최고법원 재판관의 성향 구성을 보면, 트럼프 1기 당시 자신의 입장에 근사한 법관을 임명한 결과 9명 중 6명이 보수 성향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연방최고법원 재판관들은, 주(州) 법원이 관할하는 재판이 상고심까지 마쳐지지 않은 단계에서 연방법원이 개입하는 것은 지극히 이례적이라고 판단했고, 이에 따라, 사법부 독립성을 유지하는 자세를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미 언론들은 뉴욕 주 지방 법원 판사가 실제 형벌을 면하는 ‘무조건 석방’ 판결을 내린 것은, 비록 트럼프 측이 항소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일단 지방 법원 차원에서 유죄가 최종 확정된 것이어서, 대통령 취임식을 불과 며칠 앞두고 있는 트럼프의 ‘대통령’ 으로서 이미지 및 리더십이 크게 훼손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미국 대통령이 유죄 판결을 받은 첫 사례, 역사상 큰 오점 남겨”
미국의 현행 법 체제에서는 대통령에 출마하는 데에는 범죄 경력이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은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역사상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이 대통령이 된 사례는 없다. 따라서, 이날 트럼프의 유죄 판결은 형량 여하에 불문하고 미국 역사상 커다란 오점을 남기게 됐다는 평가가 대세다.
그리고, 세계 어느 나라 대통령도 취임 전에 ‘유죄’ 선고를 받아 ‘중범죄자’ 신분으로 임기를 시작한 사례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진다. 2기 대통령 취임을 목전에 둔 시점에 유죄 판결이 내려져 새로운 정권 출범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 됐다.
미국 정치 전문 채널 The Hill지는 “트럼프가 실형을 면하는 판결을 선고받았으나, 미국 역사상 중범죄자 신분으로 대통령에 취임하는 첫 사례가 되는 것” 이라고 지적했다. 동 지는 트럼프 측은 대선에서 승리한 뒤 자신의 유죄 평결에 대한 선고를 연기하거나 중지하도록 다양한 수단을 동원해서 부단히 노력해 온 것을 지적했다. 더구나, 트럼프가 머지않아 대통령에 정식 취임하게 되면 더 이상의 재판 절차가 진행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법조계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견해도 전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당초 이 사건을 실행했던 당사자로서 이 사건을 처음으로 제기해 화제를 불러왔던 트럼프의 전 개인 법률 고문 코엔(Michael Cohen) 변호사는, 이번 판결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했다’ 며 불만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그는 이 사건과 관련해서 이미 법원에서 ‘유죄’ 자백을 하고 실형을 선고받아 복역을 마쳤다. 그는 ‘이런 범죄에 책임을 묻지 않으면 어떻게 재발을 방지할 수 있겠는가?’, ‘단지 중범죄자 대통령이라고 하면 끝나는가?’ 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 “세계 역사상으로도 희귀한 ‘중범죄자 대통령’ 사례로 기록될 것”
미 정치 전문 매체 AXIOS는 작년 5월에 트럼프에게 유죄 평결이 내려진 것을 계기로, 2000년 이후 프랑스, 이탈리아, 한국 등 세계 각국 최고 지도자들이 자리를 떠난 뒤 감옥으로 가거나 기소됐던 사례들을 소개하고, 이제 트럼프도 이 명단에 포함되게 됐다고 전망했던 적이 있다. 그러나, 이번 뉴욕 주 법원 선고로 이제 ‘전직’ 대통령이 아니라 ‘현직’ 대통령이 ‘중범죄자’ 신분이 되는 희귀 사례가 됐다.
최근 주요 유사 사례로는, 룰라(Lula da Silva) 현 브라질 대통령이 이전 2003년~2010년 1기 임기 동안에 뇌물을 수수했다는 혐의로 2017년에 유죄 판결을 받았으나, 2021년에 번복됐다. 2011년에는 프랑스 시라크(Jacques Chirac) 대통령이 역시 부패 혐의로 2년 징역형에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다. 이어서 2021년에는 사르코지(Nicolas Sarkozy) 전 대통령이 두번째로 부패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Wikipedia에 검색해 보면, 근대 역사 상 각국의 대통령이나 총리 등을 역임한 국가 최고 지도자들이 자리에서 물러난 뒤에 각종 불법 혐의로 투옥되거나 징벌을 받은 수십 건에 달하는 사례들이 길게 나열되어 있다. 이들 중에는 쿠데타에 의해 축출되거나 전쟁 포로로 잡혀 형벌을 받았던 사례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이들 명단에는 이번에 유죄 선고를 받은 트럼프의 경우처럼, 개인의 치정(癡情) 사실을 덮기 위해, 그것도 자신의 대통령 출마를 유리하게 만들려는 목적으로 중대 범죄를 저지른 사례는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미 유력 매체들은 트럼프가 이제 유죄 선고를 받은 전세계 전직 지도자들 명단에 끼게 됐다고 전했다.
■ “미국에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자가 대통령에 출마하는 것을 제한하는 법은 없어”
통상적인 사고로는 좀 이상하게 생각될 수도 있으나, 미국의 현행 헌법 상으로는 아무리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라고 해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권한을 제한하는 규정은 없다. 단, 미국 헌법 2조에는 미국 대통령 피선거권을 가지기 위해서는, 미국 내에서 출생한 미국 시민일 것, 연령이 35세 이상일 것, 최근 14년 간 미국에 거주했을 것 등, 몇 가지 형식적인 제한을 두고 있을 뿐이다. 글로벌 최강국인 미국의 영향력을 감안하면 의외로 너무나 단순한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미국 역사상 유죄 판결을 받은 범죄자가 대통령에 재임한 사례는 없다. 지극히 당연한 기준은 법에 정하지 않아도 모든 구성원들이 보편적 규범으로 삼고 준수하는 것일 수도 있다. 또한, 현 시대 조류가 자기이익 중심으로 변환되는 것을 두고, 미국도 이제 건국 선조들의 청렴 윤리를 중시하는 청교도 사상이 퇴색하고 있다며 한탄하는 목소리도 크다. 중범죄자 트럼프는 이런 상황에서 도덕 기준보다 경제적 이해에 치중하는 시대 상황을 잘 활용해 승리를 거뒀을 뿐이다.
우리나라는 물론 모든 나라 대통령들은 취임에 즈음해서 ‘헌법을 준수하고 국민의 자유와 복리 증진을 위해 노력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한다. 그리고, 지금 우리나라는 이런 선서를 한 대통령이 탄핵되어 형사 재판을 받을지도 모를 엄중한 처지에 몰려 있다. 자신에서 비롯된 행적들이 비디오처럼 죄다 비쳐진 터에 혐의를 벗고 자리를 지켜보겠다며 갖은 수단을 동원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우리는, 미국과 달리 일정한 형량을 기준으로 대통령을 포함한 고위 공직 출마 자격을 법률로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그리고, 이미 전과가 몇 겹이나 쌓여 있는 한 인사는 새로 몇 가지인지 헤아리기도 어려울 만큼 많은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런 자신의 죄과(罪過)를 생각하면 도저히 얼굴을 들고 앞에 나설 수조차 없을 것으로 보이는 이 인사는, 철면피도 유분수지, 몇 겹의 허물을 뒤집어쓰고도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자리를 꿰차려고 온갖 헛된 모략을 다 부리고 있다.
정말로, 윤리 도덕이니, 체면이니 하는 것들은 깡그리 내팽개치고 부질없이 나대는 괘씸한 화상들이다. 그러나, 이제 그만큼 했으면 됐다. 모르기는 해도, 대부분 우리 국민들은 이제 이들 모두 자신들이 진정으로 걸어가야 할 길을 찾아 어서 서둘러 떠나가기를 고대할 뿐이다. 과연, 이 땅에는 언제쯤, 조금 덜 잘살아도 좋으니,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고 인륜이 바로 서는 그런 광명 세상이 찾아올 것인지. 생각하면 참으로 암담하기만 하다. 그리고, 이제 우리 모두는 너무 지친다.
<ifs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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